이철(65) 전 코레일 사장이 최근 철도노조 파업 사태에 대해 노조를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철도 민영화를 추진하는게 맞고, 이에 반대하는 철도노조 파업은 불법이 아니다”는 취지다. 정부와 코레일의 입장과는 정반대의 시각이다.
이 전 사장은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5년1월부터 2008년 1월까지 코레일 사장을 지냈다. 철도청이 공사로 출범한 코레일의 초대 사장이었다. 그가 사장으로 있던 2006년 3월1일 철도노조가 파업에 들어가자 이 전 사장은 예상을 깨고 초강경 대응을 했다. 당시 그는 파업참가자 2244명에게 무더기 직위해제 조치를 내렸다. “불법 파업에 협상은 없다”고도 했다. 이 전 사장의 초강경 대응으로 파업은 나흘 만에 끝났다.
그랬던 이 전 사장이 7년여 후 친정 회사의 사측이 아니라 노조편을 들고 있다.
이철 전 코레일 사장.
이철,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 민영화 맞다” “노조 불법파업 아니다” 이 전 사장은 18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파업을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이번 파업은 나름대로 ‘영문이 있지 않나’하고 보는 국민들이 많은 것 같다. 정부가 (이번 파업을) 불법이라고 하는데, 수서발 KTX를 분리하거나 민영화하면 당연히 근로 조건에 영향을 미치니 민영화 반대는 파업의 목적으로 정당하다.” 이 전 사장은 지난 7일에는 철도노조에 “마지막 승리는 그대들의 것”이라는 격려 메시지와 함께 후원금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라디오에서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은 민영화가 아니라는 정부의 입장은 정말 억지”라며 “자회사의 59%를 연기금을 주로 하는 외부자본으로 투자하겠다는 게 민영화가 아니라니 무슨 뜻인지 이해를 못하겠다. 이익을 목표로 하는 투자를 받는 그런 기관이면 이건 민영화”라고 말했다.
이 전 사장의 주장은 코레일 입장과 완전히 다르다. 정부와 코레일은 수서발 KTX 자회사 지분구조를 코레일 41%, 공공자금 59%로 정했으며 공공부문 지분은 민간에 매각하지 못하도록 장치를 두기 때문에 민영화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 자회사 설립은 노사협상 대상이 아니므로 철도노조의 파업은 명분이 없는 불법파업이라는 입장이다.
검찰과 경찰은 이번 철도파업을 ‘명백한 불법’으로 규정하고 파업에 참가한 철도노조 지도부 검거에 본격 나섰다. 검찰과 경찰은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 등 노조 지도부와 파업 주동자 25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경찰은 20일까지 노조간부 2명을 체포했다.
이 전 사장은 이어 “철도 선진국은 절대 이렇게 하지 않는다. 모두 공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는데 우리는 왜 철도 후진국의 모습으로 가려고 하는지 참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철 전 사장이 철도노조측에 보낸 메시지.
운동권 출신 이철, 2006년 철도파업때 초강경 대응, 2244명 직위해제 시계를 7년전으로 돌려보자.
2006년 3월1일 철도노조는 사측과의 협상에서 ‘해고자 전원 복직’과 ‘KTX 여승무원의 정규직화’ 요구가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자 파업에 돌입했다. 이 전 사장은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자 전례가 드물 정도의 강경책을 썼다. 그는 파업 이틀째인 2일 1차로 387명, 2차로 1857명 등 모두 2244명을 직위해제했다. 이 전 사장은 파업 사흘째인 3일 기자회견에서 “대량 징계를 감수하는 한이 있더라도 원칙대로 강력 조치할 것이다. 복귀 조건부 협상은 없다”고 했다.
이 전 사장은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을 언도받았을만큼 골수 학생운동권 출신이다. 이 때문에 당시 그의 대노조 초강경 노선은 큰 화제가 됐다. 당시 노조 지도부는 예상치 못했던 그의 강경책에 대해 “민주투사 출신이라 기대했었는데 보수적인 정통 관료보다 더하다. 과거 행적을 무색케하는 모습을 보여 안타깝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을 정도다.
결국 이 전 사장의 초강경책에 노조는 파업 나흘만에 손을 들었다.
하지만 철도노조 파업이 끝난뒤 KTX 여승무원들은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쟁의를 계속했다. 여승무원 350여명은 2006년 3월9일 코레일 서울지역본부 점거농성에 돌입했다. 이 전 사장은 “정규직은 안된다”고 강경 대응했다. 3월27일 이 전 사장은 공권력 투입을 요청했고, 경찰은 농성을 강제해산했다. 강제해산 과정에서 부상자도 발생했다. “이철 사장은 물러나라”는 목소리가 비등했다. 5월19일엔 여승무원 280여명을 정리해고했다. 이후 KTX 여승무원 문제는 2년 이상 지속됐다. 결국 이 전 사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2008년 1월 코레일을 떠났다.
12월 14일 서울역광장 시민사회단체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KTX 민영화 저지' 피켓을 들고 있다. 조선일보 DB
이 전 사장은 서울대 문리대(사회학과) 시절 유신 반대투쟁의 선봉에 섰다가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이듬해 형 집행정지로 풀려났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때 다시 투옥됐다. 1985년 당시 신민당으로 서울 성북에서 12대 국회의원이 되며 정계에 뛰어들었다. 13, 14대까지 내리 세번 야당 국회의원을 했다.
노태우 정권때 3당 합당에 반발해 노무현 대통령 등과 함께 ‘꼬마 민주당’을 창당했다. 2002년 대선때는 정몽준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단일화 이후 노무현 후보 부산선대위 공동위원장을 했다. 2004년 17대 총선때는 부산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그가 2005년 코레일 사장에 임명되자 ‘보은인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태경 “이철, 곡학아세 선동 중단하라”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은 민영화라는 이 전 사장의 주장에 대해 “엉터리 소신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하 의원은 19일 ‘이철, 곡학아세(曲學阿世) 선동 중단하라’는 성명을 내고 “이 전 사장의 말은 ‘순수하게 정부가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고 상법상 주식회사가 아니어야만 공기업이고, 그렇지 않으면 모두 민영화’라는 뜻이다. 이 전 사장의 말대로 이익을 목적으로 외부자본의 투자를 받으면 민영화된 기업이라면 지금 대한민국 공기업 중에 민영화가 되지 않은 곳을 찾기가 오히려 간단치 않다”고 했다. 그는 “대표적으로 한국전력공사는 외국인 지분 비율이 25%가 넘는다. 이 전 사장은 한국전력공사를 공기업이라고 생각하는지 민영화된 기업이라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