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 조사 거부… ‘미국의 지원을 믿는가’ 술렁이는 업계 / 8월 27일(목) / 한겨레 신문
서울 서초구에 있는 쿠팡 본사 빌딩= 정용일 선임 기자
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규모 유통업법 위반 혐의에 대한 현장 조사를 거부하고 법적 대응을 시작하면서 파문이 확대되고 있다. 유통업계는 이번 사태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방법과 기업의 대응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 조사를 거부한 쿠팡의 대응 방식에 대해 ‘상상도 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 조사를 거부할 수 있다고 생각한 적조차 없다”고 말하며, “조사를 완전히 거부했다는 것은 숨겨야 할 증거가 많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당국과의 대립은 상당한 부담을 수반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영향력과 지위를 고려하면 쿠팡의 대응은 더욱 이례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다른 기업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 대응해 행정소송 등 법적 절차로 다투는 사례는 있지만, 조사관의 현장 진입 자체를 차단하는 대응은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쿠팡이 이러한 대응을 선택한 것은 미국 정부의 통상 압력과 미국 내 로비 활동을 근거로 자신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한 외국계 기업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전면적인 지원이나 강력한 후원이 없이는 일반적인 외국계 기업이 한국 규제 당국에 대해 이런 극단적인 조치를 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쿠팡과 공정거래위원회 간의 개별 사건에 그치지 않고, 잘못하면 앞으로 기업 전반에 대한 행정기관의 시장 감시 기능 자체를 무력화하는 전례가 될 우려가 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앞으로 다른 기업이 쿠팡과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면 행정기관의 시장 감시 기능이 약화될 우려가 있어 사태의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이 ‘가격에 맞춘 쿠폰’의 할인 비용을 납품업체에 부당하게 전가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현장 조사를 진행하려 했지만, 쿠팡은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라 7일 전 사전 통보 의무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사를 거부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증거 인멸 위험이 있는 경우 사전 통보가 필요 없다는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는 반론을 제기했지만, 24일 현장에서 철수했다. 쿠팡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직권 조사 결정 취소를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