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시맨의 콜라병과 공空>
쉽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1983년에 개봉되어 큰 인기를 누렸던 영화 ‘부시맨’ 아시죠? 어느 날 아프리카 부시맨의 마을에 조종사가 마시고 버린 콜라병이 떨어집니다. 코카콜라병을 전혀 본 적이 없었던 부시맨은 그것을 신의 선물이라고 여기면서 제사를 지냅니다. 한편 곡식을 빻거나 문양을 찍는 등 여러 가지 용도로 씁니다.
그러는 와중에 코카콜라병에 대한 욕심으로 갈등이 커져서 급기야 폭력 사태까지 발생합니다. 결국 콜라병을 처음 보았던 부시맨이 이것을 ‘악마의 유혹’이라고 판단합니다. 콜라병을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세상끝에 버리기로 마음먹습니다. 부시맨이 콜라병을 들고 세상의 끝을 찾아가는 여정 속에서 포복절도할 일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PR 마케팅 기법인 PPL영화이지만 철학적으로도 아주 많은 내용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다른 얘기는 다 접어두고, 진리의 개념, 즉 참된 이치에 대한 점만 언급하겠습니다. 콜라병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문명인들은 빈 콜라병은 재활용 통에 분리수거해야 하는 아주 하찮은 것입니다. 그런데 콜라병을 잘 모르는 부시맨들은 콜라병을 신이 내린 귀한 물건으로 존중하면서 아주 다양한 용도로 씁니다.
똑같은 콜라병인데 전혀 다르게 쓰이는 것입니다. 경험으로 인한 인식에 따라 쓰임새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이 세상 만물은 고정불변의 실체가 없다는 것입니다. 제법무아는 곧 공空입니다. 제법무아와 무아를 같이 쓰는 데서 생기는 혼란이 있습니다. 무아를 ‘나’ 혹은 ‘인간’으로 한정짓게 되는 선입관입니다.
그래서 무아를 공아空我로 쓰자고 제안합니다. 그렇다면 선사들이 강조하는 ‘참나’는 제법무아에서 벗어나 따로 존재하는 실체라는 논리를 펴는 것은 맞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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