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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트 특급열차 / 김백겸
심계항진으로 가슴이 답답해 깨는 시각은 언제나 새벽 2시에서 3시 사이 LED 전구로 바꾼 스탠드를 켜니 방 안은 빛 가루가 넘치네 창 밖에는 아파트 가로등이 꽃이 핀 백일홍과 풀이 웃자란 구내정원에 빛을 뿌리네 지하주차장으로 가는 산타페의 전조등이 불빛을 사방으로 뿌리네 심야에 귀가하는 사람의 인생이 고달프구나 막 귀가한 사람과 나는 가을에 필사적으로 우는 풀벌레처럼 잠들지 못하는 벌레라는 생각이 드네
환갑에 이르니 몸은 이제 하산 코스로 오리엔트 특급열차처럼 달려가네 60평생을 그럭저럭 고비를 넘겨 살아왔지 계산 좋아하는 친구가 중고등학교 동기중 약 10%가 사망했다고 통계를 냈지 대전중학교에 입학해서 첫 소풍을 간 날, 귀가 길에 기차사고로 죽은 동기가 생각나네 연산 출신 기차통학생들이 서대전역까지 오지 않고 지름길인 호남선철교를 건너가다가 2명이 기차에 치여 죽었네 음악을 가르쳤던 이관영 담임선생님은 거의 실신을 했지 통곡을 하며 제자들의 걸레처럼 잘린 시신을 거두었네 그 때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친구의 아들결혼식이 저번 달에 있었으니 산 자는 영화롭고 죽은 자는 말이 없네
수면제로 집어든 책은 바바라 해거티의 『신의 흔적을 찾아서』 계시나 초월을 경험한 사람들을 인터뷰해서 신(神)의 현상이 뇌 안의 화학적 경험인지 외부 원인에 의한 경험인지를 정리한 책이네 인간의 종교 신념은 말도 많고 탈도 많네 유물론이 득세한 산업사회 이후로 과학자들은 리차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을 주장하네 사회생물학은 종교도 본능이며 진화의 산물이라고 해석하네 과학자들이 물질과 정신 모두에 관여하는 힘의 방정식을 발견하면 이 모든 논쟁이 끝나겠구나 바바라 해거티가 『신의 흔적을 찾아서』돌아다닌 신념이 기쁘거나 슬픈 눈물을 흘리겠구나
창밖을 보니 은하수가 무늬처럼 새겨진 밤하늘은 한 폭의 비단 하늘은 북극성을 중심으로 황도의 프로그램을 쉬지 않고 운행하네 중국의 일관日官들은 별들의 움직임을 보고 국가와 인간사의 길흉을 보았지 태극도(太極圖)처럼 음양의 밸런스가 바뀌는 순간에 사건이 무너지고 사건이 태어나네 시계를 보니 벌써 인시가 되었네 새 날이 시동을 거니 새로운 사건들이 일어나겠구나 이석기의원은 구속 수감되고 박근혜 대통령은 G20 정상회담에 참석하는 뉴스가 뜨겠구나 역학자들이 21세기는 음(陰)의 시대로 진입하는 대 개벽의 시점이라고 하니 나도 제가(齊家)는 아내한테 인계하고 여생을 건강이나 돌보며 살아야 할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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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淸韻詩堂, 시인을 찾아서 원문보기 글쓴이: 동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