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
이날은 동방 교회의 신자들과 함께, 성모님께서 원죄 없이 잉태되실 때 은총을 가득히 채워 주신 그 성령의 감도로 성모님께서 아기 때부터 하느님께 봉헌되신 것을 기리는 날이다. 성모님의 부모인 요아킴과 안나는 성모님께서 세 살 되시던 해에 성전에서 하느님께 성모님을 바쳤다고 전해 온다. 이날은 본디 6세기 중엽 예루살렘 성전 가까이에 세워진 새로운 성모 성당의 봉헌을 기념하는 날이었는데, 1472년 식스토 4세 교황께서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로 선포하셨다.
▥ 즈카르야 예언서의 말씀입니다.2,14-17
14 “딸 시온아, 기뻐하며 즐거워하여라.
정녕 내가 이제 가서 네 한가운데에 머무르리라.
주님의 말씀이다.
15 그날에 많은 민족이 주님과 결합하여 그들은 내 백성이 되고
나는 그들 한가운데에 머무르리라.”
그때에 너는 만군의 주님께서 나를 너에게 보내셨음을 알게 되리라.
16 주님께서는 이 거룩한 땅에서 유다를 당신 몫으로 삼으시고
예루살렘을 다시 선택하시리라.
17 모든 인간은 주님 앞에서 조용히 하여라.
그분께서 당신의 거룩한 처소에서 일어나셨다.
화답송루카 1,46ㄴ-47.48-49.50-51.52-53.54-55
◎ 영원하신 성부의 아드님을 잉태하신 동정 마리아는 복되시다!
○ 내 영혼이 주님을 찬양하고, 내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내 마음 기뻐 뛰노네. ◎
○ 그분은 비천한 당신 종을 굽어보셨네. 이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복되다 하리라. 전능하신 분이 나에게 큰일을 하셨으니, 그 이름은 거룩하신 분이시다. ◎
○ 그분 자비는 세세 대대로, 그분을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미치리라. 그분은 당신 팔로 권능을 떨치시어, 마음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네. ◎
○ 권세 있는 자를 자리에서 내치시고, 비천한 이를 들어 올리셨네. 굶주린 이를 좋은 것으로 채워 주시고, 부유한 자를 빈손으로 돌려보내셨네. ◎
○ 당신 자비를 기억하시어, 당신 종 이스라엘을 돌보셨으니, 우리 조상들에게 말씀하신 대로, 아브라함과 그 후손에게 그분의 자비 영원하리라. ◎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2,46-50
그때에 46 예수님께서 군중에게 말씀하고 계시는데,
그분의 어머니와 형제들이 그분과 이야기하려고 밖에 서 있었다.
47 그래서 어떤 이가 예수님께, “보십시오, 스승님의 어머님과 형제들이
스승님과 이야기하려고 밖에 서 계십니다.” 하고 말하였다.
48 그러자 예수님께서 당신께 말한 사람에게,
“누가 내 어머니고 누가 내 형제들이냐?” 하고 반문하셨다.
49 그리고 당신의 제자들을 가리키시며 이르셨다.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
50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
감사송<복되신 동정 마리아 감사송 1 : 어머니이신 마리아>
거룩하신 아버지,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주 하느님,
언제나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하고
복되신 평생 동정 마리아 ( ) 축일에
아버지를 찬송하고 찬양하고 찬미함은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성모님께서는 성령으로 외아들을 잉태하시고
동정의 영광을 간직한 채
영원한 빛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이 세상에 낳으셨나이다.
그리스도를 통하여 천사들이 주님의 위엄을 찬미하고
주품천사들이 흠숭하며 권품천사들이 두려워하고
하늘 위 하늘의 능품천사들과 복된 세라핌이
다 함께 예배하며 환호하오니
저희도 그들과 소리를 모아 삼가 주님을 찬양하나이다.
오늘의 묵상
오늘 복음은 예수님과 성모님의 관계를 묵상하게 합니다. 예수님과 성모님께서는 특별한 관계를 맺으시고 있지만, 이 관계는 단순히 혈연관계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며, 하느님의 뜻에 대한 충실성에 근거한다고 말합니다. 성모님께서 예수님의 어머니이시며, 교회의 본보기로서 특별한 공경을 받으시는 이유는 그 누구보다 하느님 뜻에 순종하셨기 때문입니다.
이 복음은 우리도 인간적인 혈연 이기주의에서 벗어나도록 요청하는 듯합니다. 많은 부모가 자녀와 관련된 일 앞에서 하느님의 뜻이 뒤로 밀려나는 경험을 합니다. 또한 많은 경우 가족 특히 자식에 대한 사랑 때문에 죄인 줄 알면서도 잘못된 선택을 할 때가 있습니다. 자신은 복음적 삶에 따르는 역경과 환난에 맞설 각오가 되어 있지만, 자신의 자녀만큼은 이런 어려움 없이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죄인 줄 알면서도 가정의 안정과 안락을 위해서, 자녀의 미래를 위해서 옳지 않은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가족을 사랑하는 선한 마음이 죄의 동기가 되고 죄의 변명 거리로 전락해 버릴 때, 이는 사랑이 아니라 혈연 이기주의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오직 하느님 말씀을 따름으로써 진정한 부모의 사랑이 실현됩니다. 자녀에게 물질적 재산이나 사회적 지위나 세속적 처세가 아니라, 영적 유산을 남겨 주어야 합니다. 자녀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하느님 뜻에 따라 살아갈 수 있는 힘입니다. 곧 정직하고 올바르게 살아가는 곧은 마음, 다른 이에 대한 배려와 존중, 고통받는 이에 대한 공감과 연민, 영원한 가치를 볼 수 있는 지혜, 배려와 희생을 아는 성숙함 등입니다. 이 모든 것은 신앙을 바탕으로 하여 자라납니다. 신앙의 전달 안에서 부모와 자녀 관계는 거룩해지고, 진정한 의미의 성가정을 이루게 됩니다.(최정훈 바오로 신부)
마리아는 성령으로 인한 예수님의 잉태를 하느님께 대한 순명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마리아는 예수님을 낳은 어머니이고, 마리아는 초대 교회 사도들과 함께 복음을 선포했던 사도들의 어머니입니다. 초대 교회는 예수님의 어머니인 마리아, 사도들의 어머니인 마리아, 신앙인의 모범인 마리아를 공경하였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교회는 마리아의 역할에 대해서 새로운 교리를 선포하게 됩니다. 성모 마리아의 승천, 성모 마리아의 평생 동정, 성모 마리아의 원죄 없는 잉태, 하느님의 어머니 마리아에 대한 교리입니다. 저는 신학교에서 ‘마리아론’을 배웠습니다. 교회에서 성모 마리아의 역할과 성모 마리아의 존재가 신학적으로, 교리상으로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성모 마리아에 대한 신학적인 의미와 성모 마리아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잘 모르는 일부 개신교회는 가톨릭교회를 ‘마리아 교회’라고 오해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는 ‘마리아론’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을 지내면서 성모 마리아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과 성모 마리아의 신앙에 대해서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성모 마리아는 예수님의 어머니로서 교회의 영적 어머니 역할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 위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어머니 이 사람이 이제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제자에게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분이 이제 어머니이시다.” 교회는 예수님의 이 말씀을 근거로 교회가 ‘사도’로부터 이어져 왔음을 믿을 교리로 선포하였습니다. 따라서 마리아를 교회의 어머니로 공경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이런 측면에서 성모 마리아의 발현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성모 마리아의 발현을 통해서 치유와 기적이 일어나는 것은 발현의 현상이지, 발현의 본질이 아닙니다. 성모 마리아의 발현은 신앙인이, 교회가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파티마 발현에서는 회개와 평화의 중요성이 강조되었고, 루르드에서는 치유와 신앙의 부르심이 나타났습니다. 성모 마리아는 신앙인에게 “회개, 묵주기도, 단식, 미사참례, 선행”을 이야기하였습니다. 성모님의 발현을 통해 신앙의 경고와 위로를 받아들이는 동시에, 자신이 변화하고 신앙을 깊게 하는 기회로 삼는 것이 바람직한 태도입니다.
교회는 예수님의 정체성에 대해서 깊은 성찰을 했습니다. 교회의 학자들이 모여서 하나의 결론을 내렸습니다. 예수님은 온전히 사람이면서, 온전히 하느님이라는 교리가 선포되었습니다. 이런 교리가 선포되면서 성모 마리아의 정체성도 재정립되었습니다. 성모 마리아는 인간 예수님의 어머니이기도 하지만 성모 마리아는 하느님이신 예수님의 어머니도 되었습니다. 이것이 성모 마리아는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교리가 되었습니다. 하느님의 어머니는 당연히 죽음의 과정을 거치지 않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초대 교회는 성모 마리아가 죽음을 겪지 않고, 승천하였다고 믿었습니다. 죽음을 거치지 않았으니, 성모님은 죽음의 원인이 되는 원죄를 받지 않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교회는 성모님이 원죄 없이 잉태되었다는 교리를 선포하였습니다. 루르드에서 발현하신 성모님은 ‘나는 원죄 없이 잉태되었다.’라고 말하였습니다. 성모 마리아는 성령으로 예수님을 잉태하였기에, 평생 동정이었다는 교리도 선포되었습니다.
오늘은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입니다. 성모님께서 예수님을 선택하신 것이 아니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천사 가브리엘을 통해서 성모님의 의견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성자 예수님을 성모님께로 보내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성모님을 선택하신 것입니다. 성모님께서는 자신을 선택하신 예수님을 사랑으로 돌보셨습니다. 지금 내 곁에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신발, 옷, 책, 전자제품, 운동기구, 친구, 가족, 이웃’들입니다. 이 모든 것들을 제가 선택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저를 선택해 준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내가 선택한 것이라고 하면 애착이 있을 수 있고, 욕심이 생길 수 있고, 상실에 대해 아쉬움이 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나를 선택해 준 것으로 생각하면 감사할 수 있습니다. 제 곁을 떠난다고 해도 속이 상하거나, 아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것은 ‘내 것’이라는 틀을 ‘하느님의 것’이라는 틀로 바꾸기 위해서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분명하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입니다.” 하느님께서 나를 선택하셨다고 믿는다면 우리를 가로막는 많은 벽이 사라질 것입니다. 외롭지만 우주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지구는 하느님의 선물이며, 하느님 나라는 바로 이곳에서 시작될 것입니다. “영원하신 성부의 아드님을 잉태하신 동정 마리아는 복되시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조재형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