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살인적인 물가에 대해 자주 들었지만, 이렇게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특파원 파견 때문에 JFK 공항에 내려 Uber(우버)를 불렀더니, 집까지 택시로 1시간 정도 걸리는 요금이 이거였다. 이민 가방이라 불리는 큰 더플백을 5개 싣기 위해 대형 차량을 부르고, 무거운 짐을 함께 운반해 준 운전사에게까지 팁을 추가한 것을 생각해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서울에서 일본·대만·홍콩은 물론, 비수기 동남아시아 왕복 항공권에 버금가는 가격이었다. ‘뉴욕의 생활비는 스파이더맨에게 빌런(악당)보다도 위협적인 적이 될 수 있다’는 말을 실감했다.
하지만 그날, 뉴욕의 우버 운전사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하루 수입 중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손님이었기 때문이겠지. 코트디부아르에서 건너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그는, 강한 프랑스어 억양의 영어로 뉴욕 생활의 고충을 털어놓은 뒤,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조란·마무다니·뉴욕 시장을 좋아합니다.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생각해 주니까요"
그 말이 오래도록 남았다. 뉴욕 우버 운전사의 시간당 평균 수입은 35달러 전후(약 3,970엔. HR&A 조사)다. 주당 40시간씩 1년 동안 꾸준히 일하면 연봉이 7만 달러(약 1,100만 엔)를 넘지만, 차량 감가상각과 연료비, 보험·정비비 등을 제하면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 약 5만 달러(약 790만 엔)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9만 4천 달러(약 1,500만 엔)를 넘어선 미국에서, 물가가 살인적인 뉴욕에서 버티기엔 힘든 금액이다.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 그 중에서도 심장부인 뉴욕에서 ‘민주’라는 가면을 쓴 사회주의, ‘민주사회주의’가 퍼진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서민들의 고통스러운 생활에 절묘하게 스며들었다. 스스로를 민주사회주의자라 부르는 맘다니는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를 이 사회에 퍼뜨리자”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가 내세운 단어는 경제적 여유를 의미하는 ‘어포더빌리티(affordability)’였다. 월세와 식료품, 교통비와 육아비를 평범한 월급으로 감당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의미다. 맘다니는 공공 아파트의 임대료를 동결하고, 버스를 무료화하며, 시 소유의 식료품점을 만들어 주요 식품을 시가보다 30% 저렴하게 판매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공짜에는 대가가 따른다. 집세 동결은 집주인들의 소송을 초래했다. 시가 세금으로 지원하는 식료품점이 소규모 사업자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반발도 격렬하다. 시장의 문제를 정부가 가격 통제로 해결하려다 더 큰 왜곡을 초래하는 것은 사회주의의 오래된 실패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요커들의 불만까지 틀렸다고 말할 수 있을까. 월스트리트저널 편집국장을 역임한 제럴드 베이커는 최근 칼럼에서 “사회주의는 잘못된 답이지만, 질문은 진짜다”라고 썼다. 뉴욕의 질문은 간단하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자신의 힘으로 집세를 내고, 쇼핑을 하며 아이를 키울 수 있느냐는 문제다.
한국이라고 해서 남의 일이 아니다. 자본주의에 대한 신뢰는 이데올로기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 방식에서 무너진다. 뉴욕의 현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