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성서 주간)
대영광송신경교중
전례력으로 연중 시기의 마지막 주일인 오늘은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이다. 축일명대로, 인간을 구원하러 오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왕(임금)이심을 기리는 날이다. 예수님께서는 정치권력을 장악하여 백성을 억누르는 임금이 아니라, 당신의 목숨까지도 희생하시며 백성을 섬기시는 메시아의 모습을 실현하셨다. 스스로 낮추심으로써 높아지신 것이다. 1925년 비오 11세 교황께서 연중 시기의 마지막 주일을 ‘그리스도왕 대축일’로 정하셨다.
한국 천주교회는 1985년부터 해마다 연중 시기의 마지막 주간(올해는 오늘부터 11월 30일까지)을 ‘성서 주간’으로 정하여, 신자들이 일상생활 가운데 성경을 더욱 가까이하고 자주 읽으며 묵상하기를 권장하고 있다. 하느님 말씀은 그리스도인 생활의 등불이기 때문이다.
본기도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하느님,
사랑하시는 성자를 온 누리의 임금으로 세우시어 만물을 새롭게 하셨으니
모든 피조물이 종살이에서 벗어나 하느님을 섬기며
끝없이 하느님을 찬미하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천주로서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지난 11월 4일입니다. 신부님들과 저녁 식사 하면서 이야기하였습니다. 교회 이야기, 사제 이야기, 세상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던 중 신부님 한 분이 제게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신부님은 트럼프와 해리스 중에 누가 당선될 것 같습니까? 신부님은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좋겠습니까?” 어찌 보면 단순한 질문이고, 그저 저의 의견을 듣고 싶어 하는 질문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 질문이 1시간가량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저는 ‘트럼프’라고 대답했습니다. 순간 신부님은 표정이 바뀌면서 ‘왜 트럼프입니까?’라며 물었습니다. 저는 한국 사람이고,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는지 잘 모르지만,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지금의 미국과 북한, 북한과 한국의 관계는 긴장과 갈등의 폭이 커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때는 북한과 미국의 정상이 3번 만났습니다. 싱가포르, 판문점, 하노이에서 만났습니다. 마지막에 결렬되었지만, 한반도의 평화가 시작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지금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때는 그런 전쟁이 없었습니다.
저의 의견을 듣고, 신부님은 트럼프가 되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트럼프는 도덕적으로 결함이 많다고 했습니다. 미국의 대통령은 미국의 대통령이면서 세계의 지도자이기에 도덕적인 결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트럼프는 말을 함부로 하고, 거짓말을 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대통령은 성직자가 아니고, 대통령은 윤리 선생님도 아닌데 도덕적인 완벽함이 그리 중요한 것 같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대의와 명분도 중요하지만, 형세 판단과 실리도 중요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대통령이라면 국민을 위해서 자존심을 버릴 수도 있어야 하고, 대통령이라면 국민을 위해서 죽을 수도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도 이야기했습니다. 남한산성은 조선의 왕 인조와 그 왕을 보필하는 두 명의 신하 김상헌과 최명길의 이야기가 중심입니다. 김상헌은 대의와 명분을 내세워서 조선의 왕은 청의 황제에게 목숨을 구걸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최명길은 형세 판단과 실리를 내세워 지금은 청의 황제와 타협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세자를 청의 수도로 보내자고 합니다. 세자는 청에서 새로운 나라의 정치와 새로운 나라의 질서를 배울 수 있다고 합니다. 조선의 왕 인조는 고뇌에 찬 결단을 내리면서 병자호란은 끝이 납니다.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왕 대축일’입니다. 오늘 우리가 축일로 지내는 그리스도 왕은 어떤 분이셨는지 생각해 봅니다. 권위는 있으셨지만 권위적이지는 않으셨습니다. 힘은 있으셨지만, 그 힘을 남용하시지는 않으셨습니다. 섬김을 받으실 자격이 충분하셨지만, 오히려 섬기려고 하셨습니다. 그분은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셨습니다. 그분은 우리를 위해서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그분은 피땀을 흘리면서까지 밤을 새워 기도하셨습니다. 그분은 나병환자, 중풍병자, 소경, 세리와 창녀들과도 함께 하셨고 그들을 치유해 주시고, 위로해 주셨습니다. 그분의 권위는 겸손함에서 생겼습니다. 그분의 힘은 사랑함에서 생겼습니다. 그분은 비록 돈과 조직, 엄청난 배경은 없으셨지만, 희생과 봉사 그리고 기도의 힘으로 세상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하셨습니다. 그러나 결국 그분은 승리하셨고, 그분은 우리들의 구세주가 되었고, 오늘 우리는 그분을 그리스도 왕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은 풀잎 끝에 맺혀있는 이슬방울 같다고 하였습니다.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이면 말라버리는 들꽃과 같다고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인생은 고통의 바다에서 외로이 떠 있는 작은 배와 같다고도 하였습니다. 우리의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면, 주님과 함께 지내면 풀잎 끝에 맺혀있는 이슬방울도 아름다운 보석으로 변하게 됩니다. 저녁이면 말라버리는 들꽃도 천상의 향기를 갖게 됩니다. 고통의 바다에 떠 있는 작은 배도 목적지를 향해서 힘차게 나아갈 수 있게 됩니다. 전례력으로 우리는 한 해를 마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부족하고 나약하기에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걸어온 올 한 해를 돌아 볼 수는 있습니다. 나의 발자국이 누구와 함께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가난 한이, 병든 이, 굶주린 이와 함께한 발자국이었다면 그것은 바로 주님과 함께한 삶이었고, 그 길은 우리를 영원한 생명으로 이끌어 줄 것입니다.(조재형신부)
▥ 다니엘 예언서의 말씀입니다.7,13-14
13 내가 밤의 환시 속에서 앞을 보고 있는데
사람의 아들 같은 이가 하늘의 구름을 타고 나타나
연로하신 분께 가자 그분 앞으로 인도되었다.
14 그에게 통치권과 영광과 나라가 주어져
모든 민족들과 나라들, 언어가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를 섬기게 되었다.
그의 통치는 영원한 통치로서 사라지지 않고
그의 나라는 멸망하지 않는다.
▥ 요한 묵시록의 말씀입니다.1,5ㄱㄷ-8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5 성실한 증인이시고 죽은 이들의 맏이이시며
세상 임금들의 지배자이십니다.
우리를 사랑하시어 당신 피로 우리를 죄에서 풀어 주셨고,
6 우리가 한 나라를 이루어 당신의 아버지 하느님을 섬기는 사제가 되게 하신 그분께
영광과 권능이 영원무궁하기를 빕니다. 아멘.
7 보십시오, 그분께서 구름을 타고 오십니다.
모든 눈이 그분을 볼 것입니다.
그분을 찌른 자들도 볼 것이고
땅의 모든 민족들이 그분 때문에 가슴을 칠 것입니다.
꼭 그렇게 될 것입니다. 아멘.
8 지금도 계시고 전에도 계셨으며 또 앞으로 오실 전능하신 주 하느님께서,
“나는 알파요 오메가다.” 하고 말씀하십니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8,33ㄴ-37
그때에 빌라도가 예수님께 33 “당신이 유다인들의 임금이오?” 하고 물었다.
34 예수님께서는 “그것은 네 생각으로 하는 말이냐?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나에 관하여 너에게 말해 준 것이냐?” 하고 되물으셨다.
35 “나야 유다인이 아니잖소?
당신의 동족과 수석 사제들이 당신을 나에게 넘긴 것이오.
당신은 무슨 일을 저질렀소?” 하고 빌라도가 다시 물었다.
36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 내 나라가 이 세상에 속한다면,
내 신하들이 싸워 내가 유다인들에게 넘어가지 않게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내 나라는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
37 빌라도가 “아무튼 당신이 임금이라는 말 아니오?” 하고 묻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내가 임금이라고 네가 말하고 있다.
나는 진리를 증언하려고 태어났으며,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왔다.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 목소리를 듣는다.”
보편 지향 기도<각 공동체 스스로 준비한 기도를 바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1. 교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만왕의 주님, 연중 시기 마지막 주간을 맞이한 교회를 이끌어 주시어, 주님을 찬미하고, 모든 민족들에게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게 하소서.
2. 공직자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정의의 주님, 이 땅의 공직자들을 굽어살피시어, 국가의 일을 수행하는 데 국민의 삶을 먼저 생각하며, 모든 일에 공정하여 믿음을 얻고, 자신의 일에서 기쁨과 보람을 누리게 하소서.
3.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치유자이신 주님, 우울증이나 과로로 지쳐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살펴 주시어, 그들의 힘든 몸과 마음을 위로하시고, 그들이 삶을 새롭게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용기를 주소서.
4. 본당 단체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일치의 주님, 본당의 단체들을 이끌어 주시어, 주님의 가르침을 따라 나눔의 친교 생활을 실천하며 서로 화합하게 하시고, 하나 되어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 앞장서게 하소서
오늘의 묵상
같은 단어를 써도 사람마다 다른 뜻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잘 살아야겠다.”라고 말할 때, 어떤 이는 이를 신앙적으로 윤리적으로 올바르게 사는 것으로 이해하고, 어떤 이는 물질적으로 풍족하게 사는 것으로 이해합니다. ‘사랑’이라는 말도 그렇습니다. 누구는 남녀 간의 사랑을 생각하고, 어떤 이는 친구 사이의 우정을 떠올리고, 또 다른 어떤 이는 보편적 인류애로 이해하기도 합니다.
그리스도께 부여되는 ‘왕’이라는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이들은 ‘왕’이라는 말에서 최고 권력자, 군림하고 억압하는 자를 떠올리며, 이를 그리스도께 붙이거나 그리스도인의 왕직을 말할 때는 거북하고 불편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당신 스스로 왕이라고 하실 때는 오히려 반대로 사랑과 봉사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르 10,43)라고 하셨듯이 하느님 나라의 왕은 가장 낮은 곳에서 사람들을 섬기는 이입니다. 하느님 나라의 왕의 권위는 사랑에서 나옵니다. 하느님 나라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가장 큰 사랑을 가진 이인데, 사랑이 가장 큰 사람은 다른 누구보다 낮은 사람입니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 늘 더 작아지고, 더 낮아지며, 더 내준다는 것을 압니다. 그 누구보다 사랑이 크신 주님께서는 우리 가운데에서 가장 작은 이로 낮은 곳에 오셔서 당신을 내주신 분이십니다.
왕직을 실행한다는 것은 권력을 가지고 군림한다는 뜻이 아니라, 사랑하고 봉사한다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수행해야 할 왕직은 그런 사랑의 봉사직입니다. 더 작고 낮은 이가 되어 더 많이 자신을 내주는 사랑의 봉사직입니다. (최정훈 바오로 신부)
첫댓글 이틀 연속으로 수면제 없이 잠을 잤습니다.
제가 잠을 잘 자지 못하는 까닭은 우리나라의
무지몽매한 권력층 및 우매한 유권자에 대한 혐오와
불만과 증오가 주 원인이라고 여겨집니다.
예수님이 마귀들린 이들에게서 마귀를 쫓아내기만 하시고
소멸시키지 않으신 까닭은 우리 인간에게 주신 선택권을
존중하신 인간사랑에서 비롯되었다고 여겨집니다.
그리고
세상 것에 집착하느냐 아니면 하느님의 뜻을
존중하고 오롯이 주님께 의탁하느냐는
인간 개인들에게 주어진 자유로운 권한이라고 여깁니다.
제 선택한 바에 따라서 저는 천국을 누릴 수도 있고
지옥이나 연옥에서 견디거나 단련받아야 할 수 있습니다.
연옥을 누가 다스리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제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야말로
천국도 지옥도 아닌 연옥 비슷한 곳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그리고 지금 여기에서 단련받는 가운데
꾸준히 회개하고 통회하며 사랑을 나눔으로써
비로소 천국의 문 앞에 다다를 수 있으리라고 여깁니다.
저의 현조부이신 재현 안드레아께서 그리햐셨듯이
저도 주님이 저를 보내신 뜻을 헤아리면서
주님만을 의지하며 불편과 고통을 감내하는 가운데
현조부님과 고조부님의 뒤를 따라 걸으리라 다짐합니다.
↓
↑
불면증을 유발하는 좀비같은 이들의 해악에
분노하거나 좌절하지 않으며 제가 받은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여 이 세상에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자로 살아가게 해 주시옵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비나이다.
아멘.
사람마다 각기
자신이 받은 소명이 있다 했습니다.
주님께서 제게 내리신 명을 헤아리는
안목을 저에게 내려주소서.
제 눈을 떠서 보게하시고
제 귀를 열어 듣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