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밭에 밀이 푸르다 못해 시커멓게 자라는
한여름
늘씬한 밀 이삭이 영글어 고개를 숙이면
아이들과 처녀들은 밀 이삭을 훑어서 양 손바닥으로
싹싹 비벼 알곡을 입에 털어 넣어 씹는다
밀은 끈기가 있어 씹다 보면 껌처럼
쫄 깃 거리는 터라 한참을 입안에 머물러 있어 주고
구수한 맛까지 더해 불 피워서 먹는 밀 서리보다는
손으로 비벼 먹기를 몰래 더 많이 했던 거 같다
밀 타작한 후
누렇게 말린 밀자루 이고지고
방앗간 가서 빻는데
껍질 하얗게 벗겨 내면 양이 적은고로
보통 한 꺼풀에서 두 꺼풀만 벗겨 내어
가루를 만들고 그 가루로 국수도 해 먹고
온 겨우내 전 부침과
수제비용 가루로 쓰는 것이다
밀에서 한 꺼풀 벗긴 건 있는 집에선
짐승 사료로 쓰기도 하지만
없는 집에선 시루에 쪄내어
푹 삭혀 막장을 담그기도 했다
한 번 보다 두 꺼플 벗긴 가루는 시커멓긴 해도
사카린 넣고 밥 위에 찌면 쫄깃쫄깃 구수한 맛이
일품이던 빵 같은 떡,
떡 같은 빵? 하여튼 맛있었다.
옛날엔
잔치든 장례든 거의 다 집에서 치렀는데
잔치엔 국수가 빠질 수 없었다
주로 가을에 잔치를 많이 치렀는데
국수 밀은 껍질을 서너 번 벗긴 것이라
그렇게 시커멓지는 않아도
국수로 삶아 놓으면 국수가 누렇게 보였다
지금처럼 하얀 국수는 보지도 못했고
하얀 국수가 있다는 생각도 안 해보던 시절이다
큰 솥 서너 개에서 종일 삶아 내던
그 많은 국수 다발
우물물 길어다 첨벙첨벙 건져서 돌돌 말아
대나무 소쿠리에 산더미처럼 쌓아 놔도
아랫마을 윗마을 집집이 족히
삼대까지 참여하던 시절이고
그 집 먼 친척들까지 미리 와서 기숙하니
삼시 세끼 그 양이 국수만이래도 얼마나 삶아야 했을까,
국수가 별미였던 시절
지금의 라면 시절과 맞먹던 시절
국수는 가난한 사람들의
간단한 요기로 그만한 게 없었다
그 후
하얀 국수 한 묶음에 5원 하던 시절
국수 한 묶음 넣고 라면 한 개 넣어
섞어 끓여 먹노라면 라면 튀긴 기름과
곁들인 스프의 고기 국물 맛이 국수에
배어 밍밍한 국수가 최고로 맛을 내던 시절
더는
누런 밀 국수가 안 보이던 시절
하얀 국수에 파란 고명을 올려 먹으면
별미였고
김칫국에 찬밥 섞어 신나게 끓이다가
국수 한 묶음 넣어 끓여 낸 것은
많은 식구 양을 채워주는 것이니
배만 차면 족한 것이라 여겨 그냥 푸지게만
먹었던 기억들
생일날 저녁은 국수를 삶던 시절도 있었다
국수를 먹어야 명이 길다는 뜻이라서 인데
그럼 가난한 사람들 명은 얼마나 길어졌을까나
날품팔이 지게꾼 도시 변두리 어디 누구에
판잣집 부뚜막 위 양은솥 단지 안,
아침부터 부글부글 끓어 넘치던 밍밍한 향의
밀가루 냄새,
국수 삶아지던 풍경
나에겐
너무나 낯익은 풍경
국수
국수라
웬수 같던 그넘의 국수 면발
언젠가 읽고 고소하던 글 하나 있으니
국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지켜야 할 것 중에서..
1 국수 먹으면서 신세 한탄하기 없기!
2 국수 먹으면서 짝사랑 고백하기 없기!
3 국수 먹으면서 과거 잘살았다는 구라치기 없기!
4 국수 먹을 때 뒷담화는 무조건 환영!
국수를 너무 좋아하시는 왕년의
코메디언 전유성씨의 국수에 대한 예의랍니다~~
............
기온이 급 강하 하고 있습니다
삶방 식구님들 겨울 단도리
여물게 하시고요 우리 어머님들께서는
일 년 농사 김장 준비로 바쁘시겠지요
자~ 추운 월요일 꼭꼭 싸매고
나서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런 분들 많으시더군요
얼마나 먹기 싫었으면 토하셨을까 에구 전 호밀 싸래기 섞은 낟알로 밥을 지어 줬는데 굶주린 중에도 토했던 기억이 뭔 밥이 들큰하면서 이상한 향 같은게 지금 이모가 돌아 가셔서 못 물어 봤는데 그 밥이 어떤 밥인지 지금 생각해도 속이 미식거려집니다 엄청 굶었는데도 못 먹었으니
재미있군요 ㅎ 국수 예의
오늘 같은 날 딱인데~
쌀쌀한 날 점심으로 장 칼국수나 사골 칼국수 한 대접 드셔요 ~^^
푹퍼져서
국물에 말면
건져올릴것도 많지 않았던거 같은데
그시절 잔치집 국수는 맛있었어요
그럼요 한꺼번에 삶아 쌓아 두니 다 퍼졌지만 콩나물에 물 미역 섞어 무친 거 고명으로 올려 먹으면 세상 진미였던 걸 으~ 쩝,
국수에 대한
깊은 유래가 담긴 글 잘봤습니다
어렸을적엔 국수는 입에 대지도
않았고 수제비는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드니 잔치국수가
먹고 싶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잔치국수 잘 하는 집 찾기가
좀 어렵더라구요
그렇다고 멀리 찾아 갈 정도의
음식은 아니구요 ㅎㅎ
언제 한 번 날 잡아서 뒷담화 하러
국수집이나 갔으면 좋겠습니다
오손 도손 정겹게
악담(?)을 나누며 ㅎㅎ
좋지요 저도 전유성씨의 저 국수 예의 실행하러 먹으러 가려 합니다 3명쯤 가면 딱 맞겠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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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작하니 밀은 국수를 김치 국밥에 넣어 드셨군요
맛있지요 겨울에 김장김치 넣고 밥 넣고 푹 끓여 참기름 한 점
떨궈 먹어봐요 넘 맛있어요 고소하고 시큼한 ㅎㅎ 시내님 고마워요~!
귀리, 보리, 현미처럼
톡~톡~ 터지는 식감이 좋고 구수함이 좋고,
시골 농부의 딸이라 더 좋아하는 듯...
그래서 그런지 거친 곡류(건강한 맛)를 좋아해요.
한꺼풀 벗긴 국수나 수제비 먹어보고 싶네요.
구수한 맛이 제가 좋아하는 맛일 것 같아요.
아 소화기관이 아직 정정 하십니다 부럽습니다
전 보리밥도 소화를 못 시킨답니다 현미는 더 하지요
거친 악식에 단련된 위장이 이제 그만 하라고 아우성을 칩니다
밀 두 꺼풀 벗긴 가루로 소금만 넣고 반죽을 해서 보리밥 뜸들 때
뚝뚝 떼어 밥위에 쪄내면 그 맛이 얼마나 구수한지 지금 먹어도
그 맛이 날까요 ? 어림도 없겠지요 온유님 ㅎㅎ
내가 어릴 때도
우리 밭에는
밀밭이 있고 보리밭이 있었습니다.
밀밭 옆에는 소나무밭이 있는데
소나무 옆에는 솔버섯이 살고
싸리나무 숲에는
싸리버섯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 시절에 들판에서 보았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우리 들판에서
바라보는 서쪽하늘의 저녁노을입니다.
이제는 볼 수 없는 풍경...
나는 지금도
그 시절의 풍경을 보면서 살고 싶습니다.
평생 소녀 피케티 먼 나라 자연 속에셔 살던 소녀가
도시로 나와 얼마나 많이 다쳤을까 그러니 이렇게
애 절하게 자연의 품속을 그리워 하지
나이 들 수록 자연의 소리는 더 가까이 들린단다
봄이면 그들의 생명 속으로 나도 빨려 들고 싶어지잖아
나도 자연이 좋아 이 겨울 잘 무사히 납시다 피케티
만년 소녀여~
@운선 꽃나비 야옹이의
귀여운 애교에
속아서 잘 살아가고 있지요~
우리 보일러가 고장나지 않아서
겨울에도 춥지 않고, 잘 지내다가
따뜻한 봄을 맞을 거예요~
네 잘 생각 합니다. 국수. 예절.
출석합니다.
그래요 국수 좋아요 많이 해드세요 아내 분
깨우지 마시고 자연님 손수 ㅎㅎ
국수란 단어가 나오면 으레 국수와 국시에 관한 우스갯소리가 떠오릅니다.
시골학교에서 한 학생이 교사에게
"선생님 국수와 국시는 뭐가 다릅니껴?" 로 시작되는 우스갯소리...
"국수는 밀가루로 만들고
국시는 밀가리로 맹근단다"
또 학생이 밀가루와 밀가리에 대해 묻게 되는데,
교사는
밀가루는 봉지에 넣어 팔지만
밀가리는 봉다리에 넣어 판다고 답을 하고,
그렇게
봉지와 봉다리,
가게와 점빵,
아주머니와 아지매...
뭐 그렇게 쭉 이어지는 우스갯소리가 떠올라 살며시 웃음 짓고 갑니다.
백석 시인의 시 중에 모밀 국시 나오는 대목이있지요 시인의 정처없는 만주를 떠돌며 그 옛날 북쪽 고향 어머니가 끓여주던 겨울모밀국시의 회상이 읽는 이로 하여금 눈물짓게 하지요 삶은 도야지 살 올린 냉 모밀국시 국시 끓는 김이 뭉게뭉게 피어 오르던 내 고향집 .. 북쪽에선 국시라 했나봐요
오늘은 비빔국수 먹으러 시장으로 갈까합니다
국수예절 지킬분이 안 계시니 혼자서요
일교차가 크네요 감기조심하시고요
ㅎㅎ시골바다님 쌀쌀한 날씨에 뜨끈한 국물 곁에 두고 드세요 비빔을 좋아 하시는 걸 보니 성격이 급하신가? 아니죠 ㅎㅎ
국수~~
저는 요즘은 다르지만 국수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요즘이야 세월이 좋아져서 오후 세시반이면 일을 마치지만
불과 십몇년 전만 해도 아침 일곱시에 시작해서 저녁 일곱시까지~~
겨울철엔 한밤중 ..... 그렇게 일하던 시절엔
오전오후 간식이 국수 였습니다
아마 그동안 제가먹은 국수를 한줄로 이으면 서울부산 왕복을 몇차레나 할지..... ^^
요즘은 해물 칼국수 가끔 먹습니다 ㅎ
오늘 이천에서 일했는데 정말 추웠습니다
지하수 펌프가 얼어서 한시간 동안 녹였답니다~~
늦었지만 출석 합니다 모두들 고운밤 되십시요
지금 그 쪽이 춥지요 오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건강이 최고 입니다 조심 조심 다니세요
잔치국수 좋아합니다.
그런데
쌀국수를 더 좋아합니다. ^^
이 외에 여타 국수는 그닥 ~ ㅎ
저도 요즘 쌀국수 좋아 합니다
새로운 먹거리는 늘 좋은 흥미와 맛을 더 하지요 윈도우님 감사합니다.
그시절에는
밀생산이 많았나봐요
저는 밀서리 기억이 없으니
오래 씹으면 껌같아 진다니 오묘해집니다ㅎ
있는집에서 자라
가난하게 자란 그이랑
이야기하다보면
다른시대인듯 하기도 ㅋ
꼴망태기 들고 꼴뜯고
시집가니 마당에 소가 있었거든요
급 옛생각이 ㅎ
옴팡 지각생 늦어도
출석~!!!
그때 시골에선 다 그렇게 살았느니라 ~ 그러나 밀과 국수조차 내 것이 아니던 늘 남의 살림이라 곁에서 얻어 먹고 구경이나 하던 어린 시절이지만 지나고 나니 그것조차 추억이 되네 늦어도 와 준 쩡아 고마버~♡♡♡
국수에 대한 예의~
운선 님의 글을 읽다보니 이상국 시인의
국수가 먹고싶다라는 시가 생각나네요.
저는 국수를 참 좋아해요.
하루 한끼는 국수를 먹곤합니다.
어제는 딸들이랑 계획에 없었던 여행을
하고 왔답니다.
큰딸냄이 암투병하시는 시아버지를
위해 여행준비를 다 해놨는데
시어머니께서 코로나에 걸리는 바람에
예약된 호텔 취소도 안된다니 저와
둘째 딸이 대타로 갔지요.
에고 끈질긴 코로나~ㅠㅠ
큰 딸님 참 생각이 깊습니다
코로나도 전과 같이 심하게 앓진 않더군요 나으시면 며느리와 가시면 되겠네요 이베리아님 딸들과 여행하셨군요 늦가을 여행 계획에 없던 거라서 더 새롭지 않으셨는지 아직도 들판엔 푸른 쑥이랑 풀들이 만발하더군요 햇살도 따사롭고
저도 어제 걸었답니다 늦가을 들판을..
국수 공양 / 이상국
동서울터미널 늦은 포장마차에 들어가
이천원을 시주하고 한 그릇의 국수 공양(供養)을 받았다
가다꾸리가 풀어진 국숫발이 지렁이처럼 굵었다
그러나 나는 그 힘으로 심야버스에 몸을 앉히고
천릿길 영(嶺)을 넘어 동해까지 갈 것이다
오늘밤에도 어딘가 가야 하는 거리의 도반(道伴)들이
더운 김 속에 얼굴을 묻고 있다
이제서야
출석부를 봅니다
국수하면 늘 생각나는
시라서 옮겨봅니다
울엄니도
국수 참 좋아 했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