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바람이 찹니다.
저는 13살 때부터 약 10 년 간 목수일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일명 노가다.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해야 하는 고된 생활. 꿈도 없고 미래도 없고 그냥 오늘 하루가 인생의 전부인 양, 닥치고 일만 열심히 했습니다. 동료들 중 대다수가 국졸이라 소외감은 없었지만, 가슴 한 켠으로는 뭔지 모르지만 쾡하고 아린 멍울을 항상 안고 살았습니다. 오늘 아침에 부는 이 찬 바람처럼~
비가 오는 날이나, 자재 조달이 늦은 날은..
따뜻한 구들목에 배 깔고 엎드려 만화책을 보면서 히히닥 하곤 했습니다. 뽀빠이,라면땅,자야를 가득 사 놓고 말입니다.
그것도 싫증나면, 무작정 길을 나섭니다. 목적지는 항상 대구입니다. 저같은 촌놈에게는 제일 황홀한 샹그릴라요 오아시스가 바로 그 곳. 네온사인이 번쩍번쩍하고 취객이 갈짓자 걸으며 하늘 향해 주먹밤을 날리는 그 욱작북작하는 도시의 군상들이 나로 하여금 지금 살아 숨쉬고 있음을 알려주는 호루라기 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한 달에 서너번 정도 대구행 버스에 올랐느데,
공사장이 포항이면 하양읍에 내려서 35번 버스로 바꿔타고 갔고, 반야월로 현장을 옮길때는 또 30번을 타고..
여하튼 공치는 날에는 어김없이 대구를 향합니다.무슨 고향 찾는 나그네,은하철도 철이처럼..
가는 곳은 딱 한 곳.....영화관.
당시, 대구에는 개봉 영화관이 세 군데 있었습니다.대구극장.제일극장 그리고 피카디리극장.
개봉관은 아니지만, 그나마 시설이 좀 개안타 하는 곳이 대신극장 과 신암극장. 여하튼 돌아가며 상영하는 영화는 빠짐없이 거의 다 본 것 같습니다. 수 년 동안...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영화는 대형 스팩타클 영화인데, '밴허''햄릿''쿼바디스''십계''몬테크리스토 백작'클레오파트라''소돔과 고모라' 등..엘리자베스테일러,오드리햅번의 영화도 많이 봤는데,'로마의 휴일'외에는 기억이 잘 안 납니다. 그냥 너무 아름다워서 배우만 보고 다른 것은 안 봤기 때문입니다..애마부인 뭐 그런것은 안 봤어요.진짜.
시리즈도 빠짐없이 챙깁니다.테렌스 힐 주연의 '내이름은 튜니티', '튜니티라 불러다오','아직도 내이름은 튜니티''무숙자'. 또 이소룡 시리즈의 '정무문''맹룡과강''용쟁호투''사망유희',,크린트이스트우트의 '석양의 무법자',존포드의 '역마차',제임스코번.율브리너의 '황양의 7인'을 포함한 서부활극 들...
전쟁영화.서부영화.고전영화.감성영화.하다못해 만화영화까지.
보면서 느낀건데,,
당시 미국쪽 영화는 거의 대형 스펙타클이 많았고, 눈물 샘을 건드리는 감성 영화는 유럽쪽이었습니다.
통쾌하게 즐기려면 미국영화를...가슴 찌릿한 감동을 받으려면 유럽영화를...
헌데, 아주 심각한 문제가 하나 생겼어요.
당시 개봉영화는 딱 일주일만 상영합니다. 어느 때는 하루에 두 곳, 많이는 세 곳도 다녔기에 일주일 후에 처음 간 영화관에 가면 아직도 다음 영화로 교체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럴 땐 어찌해야 할 지 안절부절을 못 합니다. 할 수 없이 다음 단계의 2류 영화관을 돕니다. 그래도 모자라서 마지막으로 가는 곳이 달성공원 옆의 좁은 골목길에 들어서면 한번에 3편 상영해 주는 달성극장이 종착역이 됩니다. 퀴퀴한 냄새에 비가 줄줄 오는 듯한 화면...그래도 두 편 정도는 인내를 갖고 봅니다. 세 편 중 한편은 반드시 야한 영화였습니다.
질퍽하고 좁은 골목길을 빠져 나오면, 허기져서 그 앞에 있는 순대국밥집에서 허기를 떼우고,
이제 보람찬 하루 일을 끝마치고서 버스 타고 막 돌아가는 길인데,,음마야~ 대신극장에서 그 당시로서는 신기한 입체영화를 한다는 포스터가 확 눈에 들어옵니다. 무슨 무협영화인데, 호주머니를 뒤적이니 아슬아슬 하지만 아직 한 편 더 볼 여유는 있군요. 그래서 무작정 내렸습니다. 마지막에 또 하나 건졌다고 흐뭇해 하며 입구에 들어서니 무슨 안경을 파더라구요. 이거 쓰고 봐야 한다고..할 수 없이 박박 긁어 샀습니다. 그날 대구에서 반야월까지 기차 철로를 따라서 걸었는데 물경 6시간 걸려 새벽에 도착했습니다.가다가 쉬고, 쉬다가 눞고, 밤 하늘의 별도 보고,,,좋데요.
영화가 보고 싶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영화를 보고 있는 나를 보고 싶습니다.
비록 꿈은 없었지만 좋아하는 것을 즐겼던 그때처럼...
일단 점심 든든히 먹고 생각해 볼랍니다.
변덕 심한 날씨. 감기 조심 하세요.^^
판콜A~
하늘을 나는 새들
푸른 저 하늘 위에서
꿈 따라 바람따라 날아서
희망을 찾아 가네
바람따라 떠나리 저 먼곳에
고향 떠난 철새처럼
그리워 못 잊어 떠나면
사랑하는 내 님 날 반기리
바람따라 떠나리 저 먼곳에
고향 떠난 철새처럼
그리워 못 잊어 떠나면
사랑하는 내 님 날 반기리
바람따라 떠나리 저 먼곳에
고향떠난 철새처럼
그리워 못 잊어 떠나면
사랑하는 내 님 날 반기리
사랑하는 내 님 날 반기리
첫댓글 가을남자....는 아니고,,, "봄날" 이시니까... 그래도 좋아하는 것을 거리낌없이 하던 시절이
있으셨구만요.... 저는 그런 추억도 없다니까요,,, 아!! 지금 하고 있네요. 내맘대로,,, 험험@@
이미 가을 갔시유~
헐리우드 키드 셨군요.....
그때는 헐리우드 작품이 최고였습니다.
벤허포스트를 보니 정말 옛날 생각나네요
학교에서 단체로 단성사 피카디리 그리고 대한극장 가서 외화보던생각이....
난 전쟁영화를 좋아해서 나바론하고 사상최대의작전이 어렴풋이 생각납니다
어..서울에도 피카디리가 있었나봅니다.전쟁영화라면 뭐니해도 콰이강의 다리가 감동을 많이 주었습니다.
저도 단체로 관람한 기억이 나네요^^
단체관람은 재미가 더 있겠군요.떠드는 재미도 있고..
이소룡과 왕우(모르시나요? 빠져서..)주연의 영화, 테렌스 힐의 튜니티시리즈,테일러와 헵번의 영화들... 그리고 절 멍때리게 했던 유럽영화들(결말이 쥐어진건 없는데 오래도록 남아서) 우리의 청춘감성을 불러일으킵니다.
우리 시대는 그리 코쟁이만 우리의 모델로 주어졌었어요.. 지금은 우리나라가 대센데...
지금의 청춘으로 살고싶어요. 우리의 모델이 좀 이물없이 다가왔으면 해서.
왕우? 그 콧수염 기르던 애?...요즘 영화는 예전보다 스토리가 미약합니다.맨날 연애 이야기,사회고발 뭐 그런거 뿐이던데요.
스프링님 늦가을을 타시나봐요.. 총맞은 것 처럼~~~
가슴이 뻥 뚫려 그사이로 매선운 칼바람이 숭숭 할퀴고 지나가는 느낌은 아니신지........
구멍난 가슴 수요호프서 호프한잔으로 막아 볼까요?
어허...푸날님이 또 옆구리 시린갑따. 그러면 안되지되지 아이요?
노가다!.....그런 시절이 ~~~정말 열심히 사셨네요^^
그래도 마음속 한자리엔 꿈과 희망이 자리하고 지키셨기에 오늘 이자리에~~~
노래가 너무 편안하게 들리네요^^
그래요? 저는 노래가 왜 전부 서글프고 구슬프게 들리는지....쩝.....
예전에 참 좋아했던 노래였습니다.오늘 들으니 날씨 탓으로 쪼매...그렇지요?
전 중학교때부터 애마부인 비슷한 영화들.. 많이 봤습니다.
대학1학년때부터는 뽕 시리즈 나오는거 다 봤구요. ㅋㅋ
어릴적부터 할짓 안할짓(?) 다 해보더니...
요즘은 조신하게 요조숙녀(?)로 살고 있다지요. ㅋㅋㅋㅋㅋ
으하하..그 정도는 되어야 시심이 동 하겠지요.
ㅋㅋㅋ 시심과 음심은 전혀 무관한거 같은디요. ㅎㅎㅎㅎㅎ
" 바람 따라 떠나리 저 먼 곳에~ " 왠지~ 마음이 아픕니다. 휑하니...
부처눈엔 부처라 했습니다. 쓸쓸한가 보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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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깝지만 이미 먼 옛날의 일입니다.
아니 구정이나 추석때 재방하는 영화들이 많습니다. 그 때 영화 안보시고 뭐 하시느라... 혹시 좋은 술 테스트 하시는 것 맞죠!
가끔 tv에서 재방을 하는줄은 아는데, 워낙 시간을 못 맞추어서...나중에 그런 프로 나오면 좀 알려주세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플~댄스에서 순진소녀 꼬셧던 주연 미남 아자씨....어리버리 총각날틀들 멘토까지 하셨는데... 얼마전 천상의 댄스강습소로 이직 하셨다는 소문이 들립디다....세월이 갑자기 무삼하게 느껴지는군요....
하하..그렇지요.동아,신도도 있었지요. 코리아극장은 갔었는지 어쩐지 기억에 없군요.
찰톤헤스톤의 벤허~~
그가 얼마전에 죽었다고 들었습니다.
예수님도 직업이 목수였다는데~~
좌우지간 감동적입니다.~~
그래서그렇게 주일을 지키나 봅니다.~~
판콜A
뜨거운 겨울으 ㄹ보내시기를~~
뜨거운 겨울은 어떻게 보내는 것일까? 알켜줘요.
봄 여름 가을 겨울 네마리가 이끄는 마차가 일상의 허기를 느끼게 합니다! 맛나게 점심 드시고 팟팅... 저도 초팅 이랍니다^^;
말고기가 땡기는 가베요?ㅎㅎ
저 노래 제목과 가수이름을 찾아봤더니.....
<하남석의 바람에 실려>.....라는 곡이라네요.
첨 듣는 곡이라서..제목이 궁금하더라구요. ㅎㅎㅎ
어..이 노래를 처음들으시면 안되는데,,ㅎㅎ
지금 낭만적인 스프링님 모습이 어릴적부터 문화생활을 많이 하셔서 그런가보네요" 노래가 참 쓸쓸하고 외롭게 들립니다 ^^
"바람따라 떠나리 저 먼곳에
쌀쌀해진 날씨 감기 조심하세요
하하 하긴 영화보는것도 문화생활이긴합니다. 그래서인지 막춤도 잘 춥니다.
음..검객 "외팔이",007"시리즈가 빠졌네요.ㅎㅎ
카펜터즈 시절의 스프링님 생각에..여의도 아파트 공사장 보조일꾼 하던 일로 달려갑니다.
그렇습니다. 그때부터 최근까지 007시리즈는 거의 빠지지 않고 본 듯 합니다. 주연배우가 네번 바뀌었지요.아마..
지기님,제 얘기는 제발 쓰시지 말아 달랬죠?..ㅋㅋ...이왕 나온 이바구...한마디 더 보탤게요...구덕구장에 가서 고교축구보고 나오다 뻔디기 사먹고....해운대까지 x 빠지게 발고생 시킨죄 이제야 사과합니다...해운대극장 2편동시상영 화면빗속에 ....진짜진짜좋아해+~ ....아~X 팔려....어설픈 사복걸치고 샛문으로 들락거린 죄과를 지금 툭툭히 치르고 있답니다~~
하하..저와 같은 이야기이지요?..그림 딱 나오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