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소속 박주환 미카엘 신부가 ‘기도 1’이라는 글과 함께 대통령 전용기 출입문이 열려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전용기에서 추락하는 모습과 함께 ‘기체결함으로 인한 단순 사고였을 뿐, 누구 탓도 아닙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라는 글과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 북에 올렸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후 14일에는 대한성공회 원주 나눔의 집 소속 김규돈 신부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대통령이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동아시아 정상회의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향하여 한말을 언급하며 ‘어휴, 암담하기만 하다. 전용기가 추락하길 바라 마지 않는다. 온국민이 추락을 위한 염원을 모았으면 한다고 섰습니다.
성공회 대전 교구는 14일 공식 사과하고 즉각 김신부의 사제 직을 박탈했습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김종수 천주교 대전 교구장은 지난 15일 대전교구 홈페이지에 뒤늦게 올린 사과문에서 “박신부가 언급한 부적절한 언행과 관련, 많은 분이 받았을 상처와 충격에 사죄의 말씀드린다” 며 “교구 소속 박신부에 대해 성무 집행 정지 명령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성무 집행 정지는 가톨릭교회가 성직자에게 주어지는 징계이며, 이를 받은 성직자는 미사나 고해성사 집전 등 사제의 권한 과 임무를 정지당합니다.
박주환 신부의 정직 처분에 대해 탈핵천주교 연대 공동 대표인 박홍표 신부는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전교구가 박주환 신부를 정직 처리한대 대해서 “숙청당한 기분이다. 얼마나 아플까. 교회가 그를 내팽개 치고 자기들의 안일과 신자 안전에만 신경 쓰다니 참담하다” 라며 “사제가 신의 애기만 하고 사회의 부조리는 비판하면 안되는가” 라고 물었습니다.
필자는 가톨릭교회의 평신도로서 박주환 신부와 박홍표 신부가 신부의 직분과 교회의 주요한 권한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고 있는 지 의문을 제기하는 바입니다. 우리는 성직자를 하느님의 부름을 받은 사람(聖召)이라고 존경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부름을 받은 거룩한 카톨릭교회의 성직자가 할 일은 크게 세가지입니다:
첫째는 복음 선포입니다.
둘째는 성사 집전입니다.
셋째는 신자들을 사목(司牧)하는 일입니다.
위 세가지 일을 주도적으로 하는 성직자는 교회 위계질서 상 주교이고 신부는 주교의 협력자 내지 조력자에 불과합니다. 신부들은 자기의 직무를 수행할 때 언제나 주교의 사목 방침을 따라야 합니다.
교구가 가톨릭 교회의 최소 단위인데 교구의 책임자는 교구장 주교입니다. 교구장 주교는 교구내의 모든 인사권, 행정권 그리고 사법권을 가집니다.
교회는 교도권, 성화권 그리고 사목권을 통하여 인류구원 사업을 담당합니다. 교도권은 가르치는 사명을 말합니다. 교회는 그리스도로부터 받은 권한으로 하느님의 말씀과 구원 진리를 가르칩니다. 성화권은 하느님의 백성을 거룩하게 하는 사명으로 성사의 집전과 죄의 용서를 통하여 하느님의 백성을 끊임없이 거룩하게 하고 하느님과 사람사이에 중재자 역할을 합니다. 사목권은 하느님의 백성을 다스리는 사명을 말합니다. 그리스도께서 착한 목자로서 양떼를 이끌 듯이 교회가 하느님의 백성을 올바로 이끌고 다스리는 것을 말합니다.
기도는 믿는 사람이 하느님과 소통하는 행위입니다. 믿음의 도전(The challenge of faith)의 저자 존 파월(John Powell)교수는 하느님과 교신 하기위한 메시지의 송수신은 기도하는 사람의 다섯가지 수단 즉 마음(the mind), 의지(the will), 상상력(the imagination), 감정( the emotions), 그리고 기억(the memory)을 통하여 이루어 진다고 말합니다. 하느님과 소통에서 어떤 안테나를 이용하건 기도의 궁극적 목적은 대개 살면서 처한 어려움에 대해 하느님의 도움을 청하고 하느님께서 베푸신 은총에 따라 정신을 새롭게 하고 하느님의 뜻을 받드는 일입니다.
사제들은 신자들이 서로 사랑하고, 신뢰하고, 용서하며 성서의 말씀에 따라 하느님의 의로움이 생활속에서 잘 이루어지도록 신자들을 영적으로 지도하는 사목활동을 전개합니다. 그러나 박주환 신부는 개인적인 감정에 노예가 되여 자신이 미워하는 대상에게 죽음을 내리도록 저주하는 반그리스도적 주술기도를 SNS에 올리는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가톨릭에서 말하는 기도는 은밀한 곳에서 아무도 모르게 기도 지향자를 위하여 올리는 것이 통상적인 방법입니다. 그러나 박주환 신부는 기도를 핑계로 윤석열 대통령내외에 대한 악의를 공개적으로 분출하고 세상을 향하여 잠재적인 동조자들을 선동하는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기도의 목적에 다분히 혹세무민(惑世誣民)의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보여집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신부의 직분은 주교와 협력하여 복음을 선포하고, 성사를 집전하고 그리고 신자들을 사목 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더구나 정당한 민주적 절차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을 자기가 찍지 않았다고 해서 저주하고 모독하는 짓은 하느님의 부름을 받은 신부가 할 일이 아닙니다. 주권자로서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언제든지 허용되지만 민주적 정당 성을 가진 헌법 기관으로서 대통령은 임기동안 마땅히 존중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를 잘못하면 지금부터 4년 6개월 후 차기 대통령을 뽑을 때 유권자들이 정권교체를 하면 됩니다. 그때 까지는 윤석열 대통령을 찍지 않은 민주시민도 윤석열 대통령을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인정 해야만 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성숙한 민주 시민의 도리입니다.
성직자로서 신부는 모든 면에서 신자들에게 귀감(龜鑑)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탄 비행기의 추락을 비는 박주환 신부의 언행은 박신부 스스로 신자들이 심복(心服)할 정도의 품격을 자신이 갖추지 못했다는 사실을 고백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명색이 성직자인 신부가 시중의 장삼이사(張三李四)보다 더 야비하고 천박한 언행으로 난동을 부려 선량한 대한민국국민에게 크나큰 실망과 충격을 안겼습니다. 김종수 천주교 대전 교구장님은 박주환 신부를 정직처분만 했는데 박신부가 저지른 죄에 대해서 여론이 비등하자 마지못해 솜 방망이 처벌을 한 것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탈핵천주교연대 공동대표인 박홍표 신부가 박주환 신부에 대한 김종수 대전교구장의 정직 처분을 비난 하고 박주환신부의 망발을 두둔하고 나선 것은 적반하장(賊反荷杖)이요 언어도단(言語道斷)입니다.
대한민국의 성직자중에서 대한민국 현실정치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당장 성직자의 옷을 벗고 정치계에 투신하여 현실 정치에 이바지 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김규돈 신부와 박주환 신부의 윤석열 대통령 전용기 추락 염원 사건을 계기로 성직자들이 본분을 성찰하고 성소(聖召)에 충실할 수 있는 계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신자와 성직자들이 지켜야 할) 그리스도 인의 생활 규범(로마서 12장 9-21절)
사랑은 거짓이 없어야 합니다. 여러분은 악을 혐오하고 선을 꼭 붙드십시오. 형제애로 서로 깊이 아끼고, 서로 존경하는 일에 먼저 나서십시오. 열성이 줄지 않게 하고 마음이 성령으로 타오르게 하며 주님을 섬기십시오. 희망속에서 기뻐하고 환난 중에 인내하며 기도에 전념하십시오. 궁핍한 성도들과 함께 나누고 손님 접대에 힘쓰십시오. 여러분을 박해하는 자들을 축복하십시오. 기뻐하는 이들과 함께 기뻐하고 우는 이들과 함께 우십시오. 서로 뜻을 같이 하십시오. 오만한 생각을 버리고 비천한 이들과 어울리십시오. 스스로 슬기롭다고 여기지 마십시오. 아무 에게도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 모든 사람에게 좋은 일을 해 줄 뜻을 품으십시오. 여러분 쪽에서 할 수 있는 대로, 모든 사람과 평화로이 지내십시오. 사랑하는 여러분, 스스로 복수할 생각을 하지 말고 하느님의 진노에 맡기십시오. 성경에서도 ‘복수는 내가 할 일, 내가 보복 하리라’하고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오히려 ‘그대의 원수가 주리거든 먹을 것을 주고, 목말라 하거든 마실 것을 주십시오. 그렇게 하는 것은 그대가 숯불을 그의 머리에 놓는 것입니다.’ 악에 굴복 당하지 말고 선으로 악을 굴복시키십시오.
○No Man is an Island.
아무도 온전한 섬이 아니다.
John Donne(1572-1631)
존 던
No man is an island,
아무도 온전한 섬이 아니다
Entire of itself,
그 자체로서
Every man is a piece of the continent,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이며
A part of the main.
전체의 일부이다.
If a clod be washed away by the sea,
만일 흙덩이가 바닷물에 씻겨 내려가면
Europe is the less,
유럽은 그만큼 줄어 든다.
As well as if a promontory were;
갑(岬)이 그리 되어도 마찬가지이며,
As well as if a manor of thy friend’s
만일 그대의 친구들이나
or of thine own were.
그대의 영지(領地)가 그리 되어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Any man’s death diminishes me,
어느 누구의 죽음도 나를 감소시킨다.
Because I am involved in mankind.
이는 내가 인간사에 연루되어 있기 때문이다.
And therefor never send to know for whom the bell tolls;
그러므로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는지 사람을 보내어 알아보지 말라.
It tolls for thee.
종은 그대를 위하여 울리는 것이다.
위의 시는 영국성공회 신부였던 존던의 기도문(Meditation 17, Devotions upon Emergent Occasions)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시에서 ‘모든 인간은 전체의 일부이다’ 라고 하여 인간은 혼자 가 아닌 사회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누구의 죽음도 나를 감소시킨다. 이는 내가 인간사에 연루되어 있기 때문이다.’에서 전인류가 예외 없이 생명체 공존의 윤리로 연결 되여 있음을 지적합니다.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는지 사람을 보내어 알아 보지 말라. 종은 그대를 위하여 울리는 것이다’에서 (타인을 포함한 모든 생명의) 조종(弔鐘) 앞에서 항상 경건 하라고 일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 당신의 차례가 닥칠지 모르니 땅위에서 자신의 삶을 성찰하면서 의롭게 살다가 때가 되여 절대자가 부르면 본향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라는 묵시적 경고를 담고 있는 듯합니다.
김규돈 신부와 박주환신부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적개심 때문에 가장 보편적인 전인류 생명체 공존의 윤리를 무참하게 짓 밟았습니다. 박주환 신부는 최근 이태원 참사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면서 ‘하야하세요’ ‘윤석열 퇴진’ 이라고 섰습니다. 논란이 일자 그는 ‘집중공격 시작, 희생양을 찾고 계시나 보지요?’ 라고 반응했다고 합니다. 박주환 신부는 교회로부터 파문을 받아야 할 짓을 뉘우침없이 계속 하고 있습니다. 그는 생명의 윤리를 고의로 위반한 반그리스도적인 신부입니다. 교회가 언제까지 그의 편협하고 상습적인 적개심표출에 대해서 변명과 방패막이 역할을 해야 하는지 천주교 평신도로서 자괴감과 환멸을 금 할 길이 없습니다.
정치인들이야 철가면을 쓰고 더티(dirty) 플레이를 하면서 페어(fair) 플레이라고 강변하는 것이 오래된 정치계의 영업 비밀이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양심의 최후 보루인 종교계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로지 직분에 충실한 대다수의 건전한 신부님들이 반그리스도의 전형인 박주환 신부에게 물들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최근 박주환 신부가 저지른 반그리스도적인 혹세무민(惑世誣民)의 망발과 김종수 천주교 대전교구장님의 사후 느슨한 솜 방방이 처벌에 대해서 가톨릭 평신도의 관점에서 느낀 점을 두서없이 적어 보았습니다. 좋은 한주를 맞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