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21 - 서영남
기분이 참 좋습니다.
오늘 민들레국수집 자원봉사자로 오신 벨라뎃다 자매님께서 봉투를 주셨습니다. 필리핀 아이들을 위해 써 달라고 하십니다. 어느새 통장에 필리핀 아이들을 위한 성금이 1,680,000원이나 쌓였습니다.
농협 356-0592-0475-13 서영남
민들레국수집 첫손님으로 1920년생이신 할아버지를 모셨습니다. 화수시장을 둘러보고 민들레 가게를 열고 오는데 길가에 할아버지가 앉아 계십니다. 아침도 못 드셨습니다. 식사하러 오셨는지 물어봤습니다. 다리가 아파서 조금 일찍 와서 열 시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십니다. 모시고 국수집에 와서 아침을 드시게 했습니다.
연세가 아흔 셋이신데 정정하십니다. 25년전에 할머니가 돌아가셨고, 아들이 넷이나 있었는데 아무 하고도 연락조차 안된다고 합니다. 어디로 사라졌는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십 몇 년 전에 며느리가 죽고, 아들은 손자를 처가집에 맡겨놓고 사라져버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손자를 데려다가 지금껏 손자 밥해주면서 살고 계시답니다. 쌀을 좀 드릴까요 했더니 할아버지께서는 쌀은 동에서 나오고, 손자가 라면을 좋아하는데 라면 살 돈이 없다고 하십니다. 라면 한 상자를 드렸더니 끈을 매어 달라고 하십니다. 40개들이 라면 한 상자를 거뜬하게 들고 가십니다. 우리 어머니 연세와 같으십니다. 마음이 짠합니다.
거의 한 시간째 우리 손님들이 빈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는 상태입니다. 닭백숙 반마리씩 드렸으니 식사시간이 길어집니다. 얼마나 정성스레 드시는지 감동적입니다. 더 드시라고 해도 다음 사람도 먹어야 한다면서 한 그릇으로 만족하십니다.
오늘은 김치, 열무 풋김치, 멸치조림, 양파 장아찌, 동그랑 땡, 닭백숙 그리고 상추와 쌈장입니다. 며칠째 상추를 내어드립니다. 상추쌈을 손님들이 참 좋아하십니다.
민들레 게스트 하우스 옆에 조그만 자투리 동네 공원이 있습니다. 장미도 심어졌었는데 사람들이 다 파가고 잡초만 무성했습니다. 그리고 쓰레기가 잔뜩 쌓여있었습니다. 그래서 민들레 식구들과 꽃밭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주민센터에서 쓰레기는 치워준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꽃 모종도 조금 얻었습니다. 잡초를 치우는데 세상에! 땅 밑이 온통 쓰레기 천지입니다. 쓰레기를 파묻어 놓았습니다. 쓰레기가 엄청 나왔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주민센터에서 그 쓰레기도 처리해 준다고 합니다. 예쁜 민들레 꽃동산을 만들어야겠습니다. 동네 할아버지께서도 지켜주신다고 합니다. 내일은 꽃을 사러 화원에 다녀올 예정입니다.
첫댓글 힘든 이웃들이 민들레 국수집에 오면 기적처럼 살아납니다.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것들을 누리고, 사람답게 살아갑니다. 헌신하는 민들레 수사님과 베로니카 사모님의 삶에서 참된 나눔을 배웁니다. 필리핀아이들을 위한 민들레 필리핀 스콜라쉽도 적극 응원하겠습니다!
진심으로 힘든처지에 있는 분들을 위한 삶을 사시는 민들레국수집 수사님! 베로니카사모님! 하느님의 사랑을 그대로 전해주시는 모습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네요. 필리핀의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따뜻한 희망 나눔!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