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 뉴질랜드 공영 라디오 방송의 직원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외신 기사를 원문과 다르게 친러시아 시각으로 몰래 뜯어고쳐 온라인에 게재한 것으로 나타나 방송사 사장이 사과했다.
라디오뉴질랜드(RNZ) 방송의 폴 톰슨 사장은 12일 간부들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10건이 넘는 외신 기사들이 친러시아 쪽으로 왜곡돼 온라인에 게재됐다며 독자와 청취자, 일반 국민, 우크라이나 교민 사회에 사과한다고 밝혔다.
RNZ 사장 사과 기사© 제공: 연합뉴스 RNZ의 외신 기사 왜곡 사건은 지난 8일 일부 독자들이 RNZ 사이트에 올라온 우크라이나 침공에 관한 로이터 기사가 원문과 다르게 고쳐졌다고 지적하면서 처음 드러났다. 문제가 된 로이터 기사는 가이 폴콘브리지 모스크바 지국장이 쓴 것으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분쟁은 2014년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마이단 혁명으로 친러시아 대통령이 실각하고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한 후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분리주의 세력이 우크라이나군과 전투를 벌이면서 시작됐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RNZ 사이트에 올라온 기사는 "우크라이나의 분쟁은 선거로 정권을 잡은 친러시아 정부가 2014년 우크라이나의 폭력적인 마이단 색깔 혁명으로 실각한 후 시작됐다. 러시아는 새로 들어선 친 서방 정부가 돈바스 지역에 군대를 보내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지역의 러시아계를 탄압함에 따라 주민투표 후 크림반도를 합병했다"로 고쳐졌다.
기사를 편집한 기자는 사건이 터지자 휴가를 내고 회사에 나오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톰슨 사장은 사건이 터진 후 지금까지 250여건의 기사를 면밀히 조사했으며, 기사를 변조한 사람은 1명으로 러시아 측의 선전 내용이 들어간 기사는 로이터 기사 15건, BBC 기사 1건 등이라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수천 건의 기사들을 꼼꼼하게 조사할 것이라며 독립적인 외부 기구가 온라인 기사 편집에 대한 조사를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톰슨 사장은 이번 사건이 RNZ의 편집 기준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며 "'친크렘린 쓰레기'가 우리 기사에 들어간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개탄했다. 그는 직원 1명이 현재 내부 조사를 받고 있다며 외신 기사는 대부분 1명이 편집하며 대체로 한두 단어만 고치기 때문에 왜곡 사실을 알아차리기가 무척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이 RNZ의 명성에 큰 타격을 가했다며 "매우 가슴 아프고 충격적인 일이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철저히 진상을 규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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