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龍山 203m)이라는 이름은 산세가 용마(龍馬)가 달리는 형상을 닮아서일 것이다.
산길 입구의 마을 이름은 용두리(龍頭里)이고, 마을사람들도 용산을 용두산이라고 부른다.
대개 바다에 연해있는 지역에는 용과 관련한 지명이 많이 산재해 있음을 알 수 있다.
부산에는 용두산이 있고, 가까운 곳에 구룡포(九龍浦)도 있지 않은가?
산자락에는 용과 관련한 지명은 물론, 용바위(용두암)와 임금바위 등 돌출된 암반과 전설이 있다.
전설에 이야기가 입혀져 산행재미는 배가된다.
임금바위를 큰솥바위, 용바위를 작은 솥바위라하며 큰솥(임금바위)에서 밥을 짓고, 작은솥(용바위)에서 국을 끓였다고 한다.
실제 이들 바위에는 솥처럼 움푹 팬 구멍에 항상 물이 고여 있다.
또 용산 정상에서 봉화를 들고 물을 길어 큰솥바위에 채우면 비가 내린다는 전설도 있다.
능선에 올라서면 하얀 백사장이 길게 펼쳐진 월포해수욕장이 발아래다.
바다와 산을 연계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으로 여름철 가족산행지로 추천할 만하겠다.
그러고보니 등로 전체에 온갖 명언명구가 붙어있다.
‘감사’에 관한 테마로 이 산에 약 3.13㎞(1시간30분가량 소요)의 둘레길을 조성해 '감사나눔길'이란 이름을 붙여 놓았다.
거기다 화강암과 마사토의 밝은 기운, 우거진 송림, 이따금 만나는 고인돌 유적,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지막한 산에서 뻥 터지는 전망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한마디로 천 미터급 산이 하나도 부럽지 않다.
산행 후 약 20km 떨어진 ‘포항시 남구 연일읍 달전리’에 있는 '주상절리(천연기념물 제415호)'를 찾아간다.
야산을 깎아낸 벼랑에 기묘한 몸을 수직으로 세우고 있는 ‘달전리 주상절리’는 포스코건설이 공사를 하다 드러났다고 한다.
주상절리란 암석이 규칙적으로 갈라져 기둥 모양을 이룬 지형을 말한다.
산행코스: 포스코월포수련원주차장-고인돌-용두암-용산-임금바위-십자가봉-용산-고인돌-도로-기도원입구-무덤전망대-작은용산-임금바위-주차장(약 11km)
빨간 실선이 트랙이고, 파란 화살표는 날머리에서 중복되는 동선으로 '8'자를 그린 셈이다.
국제신문 근교산의 가이드를 따랐다.
10km가 조금 넘는 길을 주위 조망 즐기며 여유있게 걸었다.
고도표
네비엔 '포스코월포수련원'을 입력하여 수련원 앞 널따란 주차장에 차를 댄다.
주차장 한켠에 있는 안내판을 가까이 가본다.
어렵사리 얻은 아기가 역적의 우두머리가 될 것이라며 죽일 것을 강요하여 어쩔 수 없이 아기를 죽이자 이 산에 살던 용이 하늘로 날아갔다고 하며,
그 후 이 산을 용이 하늘로 날아가 버린 산이라고 용산이라고 부르게 되었단다.
'감사나눔둘레길'도 안내되어 있다.
안내판
'포스코월포수련원'정문에서 바라보는 들머리는 앞으로 보이는 낮은 산자락.
좌측 낮은 산자락 안내판이 있는 곳으로 성큼 올라선다.
수더분한 솔밭길에 '겸재정선길'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
우리 고유의 진경산수화를 완성한 겸재(謙齋)· 정선(鄭敾, 1676~1759)은 영조 9년(1733) 58세의 나이로 청하현감으로 부임하여 2년간 재임하였다.
이 시절에 국보 제217호인 '금강전도'를 비롯한 포항에 있는 지명과 관련된 작품을 많이 남겼다.
고인돌 2기가 있다는 안내판 뒤로 무덤들이 즐비하다.
유심히 살피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고야 말 돌덩이 두 개.
고인돌은 청동기시대에 성행하여 초기철기시대까지 존속한 거석문화(巨石文化)의 일종이며, 고대국가 발생 직전의 사회상을 표현하고 있다.
고인돌은 한국과 일본에서는 지석묘(支石墓), 중국에서는 석붕(石棚), 유럽 등지에서는 돌멘(Dolmen) 등의 명칭으로 불리고 있다.
2000년도에는 우리나라 강화의 부근리·삼거리·오상리, 고창군 전역, 화순 효산리·대신리의 고인돌군 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무덤군 좌측 조금 아래에 키작은 석물이 보여 가까이 내려가 본다. 비석을 좌우로 문/무인석으로 보여 살펴보지만...
문/무인석으로 보기에는 아무래도 아닌 것같고...
다른 것을 또 살펴보지만 문외한의 눈에는 기도하는 삼신할매의 모습으로 비친다.
키작은 비석을 살펴보지만 워낙 풍화작용이 심해 해독이 쉽지 않다.
겨우 확인할 수 있는 건 '절충장군(折衝將軍), 절충장군은 조선시대 무신 정3품 당상관의 품계명이다.
용바위(용두암 龍頭巖)에 올랐다.
포토존이 설치된 용두암에는 뿌연 해무속에서도 동해 조망을 완전 열어 놓았고, 한덤님 앞으로 옴푹한 구덩이는 작은 솥.
오목한 월포만을 따라 월포해수욕장이 바라 보인다.
가을걷이가 끝난 들녘과 그 뒤로 희끄무레한 내연산의 모습.
정자쉼터를 지나고...
갈림길에 닿는다. '8'자를 그리기 위해서 정상 방향으로 길을 잡아야하는 지점.
이 갈림길 지점이 용산(190m)정상이라니, 아무리 보아도 꼭대기로 보이지 않는 그저 갈림길에 불과한 곳으로 보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좌측 공간으로 열린 전망대.
전망대에서 돌아서자마자 만나는 펑퍼짐한 바위는 임금바위다.
임금바위 중앙에 물이 괴인 웅덩이는 전설에서 말하는 큰 솥.
진행방향으로 나중에 내려가야할 능선이 보인다.
갈림길이다. 나중에 내려가야 하는 길은 좌측으로 난 길.
이 지점의 이정표.
184봉 정자가 보이는 지점에서 일행들을 잡았다.
고원같은 이 길은 만추(晩秋)로 한껏 무르익은 분위기.
184m봉에는 육각정자가 마련되어 있다.
십자가봉에 닿았다.
이 지점의 이정표
십자가가 세워져 있는 바위를 찾아가는 갈림길(기도원 방향)과 되돌아나와 이어갈 길(이정표의 소동리 방향)
이 지점의 이정표
바위에 하얀 십자가가 세워져 있다. 이 아래로 '천제단기도원'으로 내려가는 등로가 나 있으니 아마도 기도원측에서 세운 것 같다.
멀리 비학산과 내연산의 모습.
십자가 아래엔 자그마한 건축물이 세워져 있다. 기도하는 사람들이 일시 기거하는 공간인 듯.
십자봉에서 둘러보는...
주위 풍광.
다시 진행하면서 우로 돌아본 십자봉의 모습.
널찍한 안부에서 식사 중인 일행들을 만난다. 산길 입구 용두리에서 구매한 막걸리의 맛이 흡사 부산의 생탁을 닮았더라.
산불 감시초소가 있는 오늘의 최고봉 용산.
모델을 불러 기념촬영.
다시 진행 방향은 청하남부초교.
성호씨가 머문지점은 전망대 갈림길.
30여 미터 정도 떨어진 전망대에 섰다.
전망대에선 내연산과 동대 바데산, 그리고 중앙으로 팔각산의 뿔(각 角)도 보이는 듯하다.
돌덩이와 안내판이 있는 고인돌 지점이다.
안내판 #1
안내판 #2
큰 고인돌 한 기와 조금 작은 고인돌 두 기.
고인돌 아래엔 도굴한 흔적인 듯. 고인돌 지점에선 우측으로 90도 이상 꺾어 진행하여야 한다.
그래서 만나는 은덕사를...
조금 당겨보니 지붕위에 부처님이 앉아 계신다.
포장도로를 따라 조금 내려오니 현수막엔 용산 일월암으로 적혀있다. 종교시설도 매매가 이루어져 사찰 이름이 바뀐 듯.
삼거리 지점에 닿았다.
진행방향은 천제단 기도원(전붓대 위 안내판) 방향이다.
우측 농장에서 짖을 기력도 없는 기죽은 견공 한 마리가 물끄러미 산객을 쳐다본다.
자세히 보니 꼬리가 뼈만 남아 곪은 모습으로 안타까운 모습이다. 동물학대는 아닌 것 같고, 덫에 몸통은 빠져 나왔는데, 꼬리가 걸렸나? ㅉㅉ
곡각지점 천제단기도원으로 들어가는 샛길.
샛길로 진입하면 좌측으로 차량이 들어오는 길을 만난다. 길입구를 조금 당겨 잡았다.
진행방향은 천제단기도원으로 들어 가는 길. 바로 좌측 산길로 들어선다.
천제단 기도원 진입길.
등로 좌측 무덤전망대에 섰다. 아래엔 우리가 진행한 임도급 도로가 있고, 앞으로 능선이 가로막고 있다.
도로를 걷기에는 거시기하여 앞에 보이는 저 땅골산(126) 능선으로 등로를 잡으면 좋을 것 같아...
살펴 보는데,
이곳으로 이어지는 지능은 가늠되지만 이 아래 도로가 있어 고도가 떨어지니 그것도 거시기하겠다. 그래봤자 100m고도 따묵기겠지만...
좌측 열린 공간으로...
또 뚫린 조망.
이제 용산갈림길에 얼추 올라왔나보다. 우측으로 임금바위가 보이는 걸 보니...
아까 지나갔던 용산(190m)갈림길이다.
감사 팻말과 용산 표지판.
임금바위를 지나 약 15분 만에 갈림길에 닿았다. 좌측으로 방향을 잡고 본격 하산길에서...
좌측 올라온 곳으로 고개를 돌려본다.
이 길은 '감사나눔의 길'인 듯.
100미터 대의 낮은 산자락에 의외로 개울이 흐리고 있어 여름 우기철엔 씻을 조건도 충분하겠다.
초록평원은 염소농장.
솔밭사이로 노란 색의 우리 버스가 보인다.
주차장에 대있는 우리 버스와 들머리 산자락, 그리고 우측으로 포스코월포수련원.
수련원 안으로 들어와서 화장실을 이용하곤 세면대에서 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바라보는 동해바다와 월포해수욕장.
버스에선 뜨끈한 돼지고기김치찌게로 뒷풀이를 한다.
만추의 밭두렁에는 이미 날아가서 씨앗을 퍼뜨릴 준비를 마친 억새와 도둑놈(?)이 스타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티셔츠에 살작 닿았더니, 이놈 도둑놈이 분명하다. 내 몸에 붙어 제 씨앗을 멀리 퍼뜨릴 도둑의 심뽀다.
억새는 바람의 힘에 실려 자손을 퍼뜨리고, 도둑놈은 동물의 몸에 붙어 자손을 널리 퍼뜨리는 셈.
20여km를 이동하여 '포항 달전리 주상절리'를 찾았다.
달전리(達田里)는 이 지역의 능선을 따라 개간한 밭에 농사가 잘 되어 달밭들이라 부르던 것을 한자화한 것이다
포항 달전리 주상절리(천연기념물 제415호)는 채석장에서 암석을 캐내다 발견되었다.
화산에서 분출한 용암이 지표면에 흘러내리면서 서서히 식게 되는데 이때 식는 과정에서 규칙적인 균열이 생겨 형성된다.
주상절리는 단면의 형태가 육각형 내지 삼각형으로 긴 기둥 모양을 이루고 있는 절리를 말한다.
절리(節理)란 마그마나 용암이 고결할 때에 수축이 일어나 생기는 틈을 말한다.
포항 달전리 주상절리는 현무암으로 된 오각형·육각형의 돌기둥이 여러 개 이어져 높이 20m, 너비 100m 규모의 암벽을 이루고 있다.
정면을 기준으로 왼쪽은 휘어진 국수 형태, 오른쪽은 부채살 무늬를 나타낸다.
다른 지역엔 신생대 제4기에 형성된데 비해 포항 달전리 주상절리는 신생대 제3기 말인 약 200만 년 전에 현무암 분출로 형성되어 희소성이 높다.
규모가 크고, 발달 상태도 좋기 때문에 학술적으로도 가치가 높지만 암석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충격을 받아 일부 손상 부분이 확인된다.
지질학자가 따로 없다. 학술연구에 몰입하는 우리 일행들.
주상절리 안내판.
산행은 '포스코월포수련원'을 원점으로 회귀하는 코스였다.
그러자니 트랙은 자연 '8'자를 그릴 수밖에 없었다.
팔자로 뚫린 산길을 팔자좋은 사람들끼리 어거정어거정 팔자걸음으로 걸었으니 앞으로 한마음 팔자는 상팔자가 분명하리라.
- 동해바다 -
친구가 원수보다 미워지는 날이 많다.
티끌만한 잘못이 맷방석만하게
동산만하게 커보이는 때가 많다.
그래서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남에게 엄격해지고 내게는 너그러워지나 보다.
돌처럼 잘아지고 굳어지나 보다.
멀리 동해바다를 내려다보며 생각한다.
널따란 바다처럼 너그러워질 수는 없을까,
깊고 짙푸른 바다처럼.
감싸고 끌어안고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스스로는 억센 파도로 다스리면서
제 몸은 맵고 모진 매로 채찍질하면서
<신 경 림>
첫댓글 오랫만에 함께한 흔적입니다.
용산의 전설과 비슷한 게 우리 나라에 많이 있는데
절대 왕권에 도전이 될만한 싹을 없애려는 것이었을까요..
예, 즐거운 시간들이였습니다. 龍은 구름이 끼었을 때 승천한다고 하던데, 요즈음의 시국은 한 치 앞이 안보일 정도로 구름이 잔뜻 끼였네요.
거기다 오만 잠룡들이 판을 치고 있으니 민초들의 삶은 그저 주눅들어 옴싹달싹도 못하네요.
구름 아래로 빗줄기 내리고, 오색 무지개 영롱하게 설 때면 천지가 개벽하는 굉음을 내고 하늘높이 龍도 승천하겠지요.
그러면 우리네 민초들의 삶에도 희망의 봄날이 찾아들겠지요. 다음 함께할 날을 또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