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원장 고석만)이 최근 발행한 ‘2007 만화·애니메이션·캐릭터·음악 산업백서’의 주요한 산업적 흐름을 각 장르별로 4주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좁은 내수시장을 극복하고자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린 애니메이션제작사들의 노력이 해외 공동제작, 해외 수출이라는 결실로 되돌아오고 있다. 2005년 지상파 신규 애니메이션 방송 총량제 방송법이 실시된 이후 급물살을 탄 이러한 현상은 2006년 더욱 두드러졌다.
▲2003, 2004, 2005, 2006년 합작 작품 증가표(<애니메이션 총량제 분석 및 산업육성정책 연구>, 2007 , 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
2006년 이후 해외 수출 및 공동제작 크게 늘어
<2007 만화산업백서>에 따르면 2006년 이후 완성도와 흥행성을 동시에 갖춘 다수의 해외공동제작 애니메이션 작품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사례로 디자인스톰의 <아이언키드>는 2007년 9월부터 미국 ‘키즈워너’ 채널을 타고 미국 전역에 방영을 시작했으며, 선우엔터테인먼트가 국내 제작, 수출한 <카드왕 믹스마스터>는 2007년 영국 애니메이션 채널 닉툰에서 전체 시청률 순위 3위를 하며 큰 인기를 모았다.
▲애니메이션 <선물공룡 디보>
부즈가 디즈니 계열사인 제틱스와 공동제작한 <뿌까>도 영국을 시작으로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지에서 방영을 진행했으며, 오콘의 <선물공룡 디보> 역시 22개국에 방영권을 판매, 수출이 진행되고 있다.
TV시리즈 뿐이 아니라 극장용 장편에 있어서도 성과가 있었다. 에펙스디지털과 디지아트가 미국 원더월드와 공동제작한 <파이스토리>는 브라질 등 남미를 중심으로 판권이 팔려나갔다.
이러한 해외 합작은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한 수익 확대’, ‘제작비 조달을 통해 투자 유치’ 등을 주요한 목표로 하고 있다. 공동 자본투자를 통해 투자 부담을 줄이고 위험성을 분산할 수 있고, 공동 기획을 통해 작품 스토리, 디자인, 애니메이션 연출 등 해외 흥행성 역시 사전에 검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각국 매체 환경에 맞는 내용과 형식의 애니메이션을 보다 경제적으로 제작할 수도 있다.
백서에 따르면 이러한 국내 애니메이션의 공동제작 및 투자는 최근 들어 그 양상이 상당 부분 달라지고 있어 주목된다.
▲2006-2007 주요 해외 공동제작 작품
양상 1_국내 기획, 미주 및 유럽 공동 제작 확대 미주, 유럽시장의 성향과 사업 요소를 분석, 상호 협의 하에 합작이 확대되는 것이 첫 번째 특징이다.
진흥원이 지원한 스타프로젝트의 작품에 한해서만 살펴봐도 그렇다. 삼지애니메이션이 자체 기획한 <자이언츠 프렌드>는 프랑스 제작사 티문에서 투자를 유치, 기획 초기부터 공동제작중이고, 대원미디어와 디자인스톰는 <투바 눈보리>를 제작, 캐나다 쿠키자와 합작을 진행중이다.
또, 코믹무협로맨스라는 독특한 설정의 <뿌까>는 디즈니 계열 영국법인인 제틱스가 투자하고 있으며, 프랑스와의 합작 유아용 애니메이션 <라미밀라>는 국내 제작사 캐릭터플랜과 EBS, 프랑스 제작사 문스쿱과 방송사 프랑스5 등 4개 업체가 공동투자해 제작중이다. 투바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하고 해외전문 배급사 시너지미디어가 동참한 <오아시스>는 니켈로디언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양상2_공통 문화 소재 기반, 일본 및 중국과 합작 증가 중국, 일본 등과의 공통적인 문화소재를 기반으로 한 공동제작 움직임도 뚜렷하다.
한자를 소재로 한 <태극천자문>은 국내에서 KBS, 아이코닉스엔터테인먼트, JM애니메이션, 동서대학 등이 컨소시엄을 이룬 가운데 일본 최대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도에이 애니메이션의 투자를 받아 공동제작이 진행됐다.
희원엔터테인먼트가 기획, 디자인한 <엘리먼트 헌터>는 일본의 NHK의 사업법인인 마이코가 투자 유치했다. 지앤지엔터테인먼트의 <꼬마 신선 타오>는 한자 도술, 신선 등 중국과의 공통의 문화를 소재로 중국 상하이미디어그룹 산하 모션매직디지털엔터테인먼트와 공동제작을 진행중에 있다.
▲제작중인 극장용 장편애니메이션 <바리공주>
이밖에 서울무비는 차이나필름그룹 산하 화룡디지털프로덕션, 세기몽문화예술전파유한공사와 <열전 소림각> 합작을, 바리데기 설화를 모티브로 제작중인 극장용 장편 <바리공주>는 마고21과 상하이미술영화제작소가 공동제작 한다.
특히 한중 합작은 의미가 큰데 현재 중국은 강력한 자국 애니메이션산업 보호 정책을 펼치고 있어 새로 수입되는 외국 애니메이션은 연간 1~2편 정도만 방영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획단계에서부터 합작을 해나가면 중국 시장에 진출할 유리한 기회를 사전에 확보할 수 있다.
아이코닉스엔터테인먼트 이병규 이사는 “업체들이 합작을 하고도 중국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면서 “한국이 기획하고 중국이 하청하는 식이 아니라 기획단계에서부터 공동 소재 개발, 공동 제작, 공동 사업까지 함께 기획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며, 이미 상당수의 업체가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양상3_다양화, 대규모 프로젝트화 초기 공동제작의 형태는 국내 제작사와 해외 제작사가 연계돼 제작 공정의 역할 분담에 의한 단순한 공동 제작이 주류를 이뤘으며 실제적인 시나리오, 디자인, 애니메이션 연출의 주요한 역할 역시 해외 업체에 의존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근래 들어 그 현상이 점점 전도되고 있다고 백서는 밝히고 있다.
국내 제작사가 기획한 애니메이션 프로젝트에 해외의 투자사와 미디어를 포함한 배급유통사 등이 직접 투자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 투자 및 공동제작 대상 역시 초기 해외 제작사 중심에서 해외 방송사, 배급, 유통 업체 등으로 변화하고 있다. 국내에서 기획된 스토리 소재와 디자인 요소를 중심으로 애니메이션 연출과 제작에 있어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주도하는 구조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 투자를 유치한 주요 해외 공동제작 작품(2008년 이후 방영 및 개봉 예정)
해외 합작 촉진제 ‘철저한 기획·강화한 제작 역량’
△총량제 시행에 따른 실제 제작 분량 증가 △다양한 장르와 유형의 작품 제작 활발 △국내 애니메이션 기획 역량 향상 △철저한 기획을 통한 국내외 시장과 작품 연결구조 연구 등이 이러한 해외합작애니메이션의 폭발적 증가를 불러온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들어 풍부한 창의력으로 무장한 신진 기획 제작사들이 3D 애니메이션 등의 디지털 애니메이션 제작역량을 제고하고 있고, ‘새로운 소재와 다양한 장르’, ‘창의적인 디자인 개발’, ‘디지털 애니메이션 제작 역량 강화’ 등으로 무장한 한국 애니메이션이 세계시장에 성공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김락균 만화애니캐릭터팀장은 “성공적인 합작을 위해 한국 고유의 문화적 특성과 감성을 살리는 작품 내용, 해외 각 지역에서 흥행할 수 있는 상업 요소를 동시에 고려한 기획력과 소통 능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