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 6:15]
그런즉 어찌하리요 우리가 법 아래 있지 아니하고 은혜 아래 있으니 죄를 지으리요 그럴 수 없느니라...."
우리가 법 아래 있지 아니하고 은혜 아래 있으니 죄를 지으리요 - 이 질문은 1절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즉 본절은 1절과 같은 질문이지만, 1절은 문제의 제기이며 본절은 제기된 문제를 풀기 위해 그 동안 진술했던 내용을 재확증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면서 또 다른 주제로의 전환을 위한 예비적인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또한 강조점의 차이로 1절은 '은혜를 더하게 하려고 죄에 거해도 좋다'는 주장에 대한 반론이며,
본절은 '죄에서 해방되어 은혜 아래 있으므로 계속 죄를 지어도 좋지 않겠느냐'고 주장하는 자에 대한 반론이다. 한편 '죄를 지으리요'라는 표현도 역시 1절의 '죄에 거하겠느뇨'라는 표현과 같은 의미로 해석된다. 그럴 수 없느니라(메 게노이토) - 바울은 자신이 스스로 질문한 사항에 대해 강한 부정의 대답을 하고 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은혜를 입은 성도는 당연히 방종한 마음과 생활을 거부하고 은혜에 합당한 생활을 해야 한다.
[롬 6:16] "너희 자신을 종으로 드려 누구에게 순종하든지 그 순종함을 받는 자의 종이 되는 줄을 너희가 알지 못하느냐 혹은 죄의 종으로 사망에 이르고 혹은 순종의 종으로 의에 이르느니라...."
너희 자신을 종으로 드려 - '종'에 해당하는 헬라어 '둘로스'는 '청지기' 또는 '집사'를 가리키는 '디아코노스'와는 달리 철저히 주인에게 예속된 '노예'를 가리킨다. 어떤 사람이 자기 몸을 노예로 바치면 이미 그는 자기 몸에 대한 주권을 포기해야 한다. 오직 주인에 대한 철저한 복종만 있을 뿐이다. 죄의 종으로 사망에...순종의 종으로 의에 이르느니라 - 영적인 차원에서 사람은 '죄의 종'이든지 '순종의 종'이든지 어느 한 편에 속하게 되어 있다.
물론 라오디게아 교회처럼 '차지도 아니하고 더웁지도 하니한'(계 3:15) 미지근한 상태에 있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미지근한 상태에 있는 사람도 엄격한 의미에서 '죄의 종'에 속한다. 한편 본절에서는 '죄의 종'과 '순종의 종'이 대조되어 언급되고 있다. 여기서 '죄의 종'은 '불순종의 종'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이는 곧 '불순종의 아들들'로도 이해된다.
그리고 이들은 벧리알의 자손들로'불법의 사람'이요, '멸망의 사람'이다 그리고 또 다른 대조로서 '사망'과 '의'가 언급되고 있는데 이것들은 '죄의 종'과 '순종의 종'에게 각각 주어지는 열매다. 23절 말씀과 연관지어 볼 때 본절의 '사망'은 '영원한 멸망'을 의미한다. 반면에 '의'는 '사망'과 반대되는 의미를 지닌 '영생'으로 대치해도 무난하다.
[롬 6:17] "하나님께 감사하리로다 너희가 본래 죄의 종이더니 너희에게 전하여 준 바 교훈의 본을 마음으로 순종하여..."
하나님께 감사하리로다 - 혹자는 본절에 대해 '사도 바울은 로마 교회가 하나님께로 돌아온 일로 찬양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오늘날의 상태에 이르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있다'고 주석했다. 이 말은 바울이 로마 교회가 성화(聖化)된 모습에 대해 감사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본절 이하에 계속된 바울의 진술은 성화의 진보에 대한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믿기 전과 믿은 후의 변화된 신분상태를 묘사하고 있다.
너희가 본래 죄의 종이더니 - 사망이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왕 노릇했으므로 그의 생명에 동참한 모든 사람은 죄의 종일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본 구절은 그리스도를 믿기 전에 지니고 있던 사람의 상태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지 그리스도를 믿고 난 후 성화되지 않은 상태를 가리키지 않는다. 너희에게 전하여 준 바 교훈의 본 -과 같이 복음 중에서 윤리적인 부분에 대한 설명에 속한다고 단언한다.
그러나 만일 이 주장을 따르면 곧이어 언급되는 "죄에게서 해방되어 의에게 종이 되었느니라"는 선언이 믿음에 의한 것이 아니라 윤리적인 본을 순종함으로써 주어진 결과임을 의미하게 된다. 이것은 결국 기독교를 다시 율법주의로 되돌려 놓는 결과를 초래하며 반(反)복음적인 가르침이다. 따라서 '교훈의 본'은 복음 자체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마음으로 순종하여 - 이 표현은 바울이 10:10에서 '마음으로 믿어 의에 이르고'라고 언급했던 것과 같은 의미로 이해된다. 또한 히브리서 저자는 '믿음'과 '순종'을 동일 선상에서 설명한다. 따라서 본 구절은 '마음으로 받아들여' 또는 '마음으로 믿어'라고 번역해도 무방하다. 본절에서 '순종'이라는 단어에 너무 치중하면 인간 행위가 강조되며 바울이 그동안 강조했던 '믿음'과는 별개(別個)인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롬 6:18]
죄에게서 해방되어 의에게 종이 되었느니라..."
죄에게서 해방되어 - 성도의 옛 사람이 그리스도와 함께 죽음으로 죄의 몸이 멸하여졌으며, 동시에 죄에 대하여 죽은 그는 죄에서 벗어났다. 이런 이유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다. 의에게 종이 되었느니라 - '종이 되었느니라'에 해당하는 헬라어 '에둘로데테'는 단순 과거 시제를 취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단순과거 시제는 어떤 동작이 불확정직임을 나타낸다. 즉 동작의 결과가 완료되었음을 나타내지 않는다. 바울은 성도가 '의에게 종이 된'것을 단순과거 시제로 표현함으로써 7절의 '교훈의 본', 곧 복음을 믿은 결과 성도가 죄에서 해방되어 그리스도의 종이 된 상태가 현재에도 계속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