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字 隨筆
문득.67 --- 겉은 보여도 속은 보이지 않는다
상수리를 주워 온다는 것이 벌레만 데려 왔다. 상수리마다 벌레가 알갱이를 파먹고 한 마리 혹은 두 마리까지 깎지 속에 들어 있는 것이다. 처음엔 그 딱딱한 껍질 속에 구멍도 없는데 어떻게 들어갔는지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그 속에서 능글능글 거리는 그 모습이 그렇게 얄미울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들의 목숨도 그쯤에서 끝남을 알 때 안쓰럽기 짝이 없다. 물론 출생을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태어날 자리를 잘못 골랐다. 시기를 잘못 골라 너무 늦게 혹은 빠르게 깨어난 것이다. 지금 밖으로 나가도 날씨가 점점 싸늘해지는데 나방이가 되기는 쉽지 않고 살아남을 기간도 많지 않을 것이다.
원래는 봄날에 태어나야 하는데 아마 온난화 현상에 제철을 잊었나 보다. 제대로 먹어보지도 못하고 산속에 느긋하게 있어보지도 못하고 사람의 손길에 의하여 원치 않는 도심으로 이끌려와 더 짧은 삶으로 마감을 하는 것이다. 비록 떳떳하게 할 일을 한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편안한 날만도 아니었음은 예정된 운명일 것이다. 유년시절에 조그마한 벌집이 예쁘장하여 겁 없이 몇 마리 벌을 쫓아버리고 그 벌집을 채취하여 집안에 가져왔다. 신기함에 애지중지 윗방 구석에 놔두고 깜빡 잊었다. 며칠 후 방안에 벌들이 날아다니며 소동을 피웠다. 벌집 애벌레가 벌로 탈바꿈하여 날아다닌 것이다.
당장 벌이 없는 것만 생각하였지 애벌레가 벌이 될 줄은 까마득히 몰랐다. 가까스로 벌집을 밖으로 내다 버리고 소동은 수습되었다. 어떻게 벌집에 그곳에 있었는지는 묻지 않고 대답도 필요 없었다. 알고도 모르는 척 눈감아 주었는지 모른다. 결과가 있으면 그 과정도 있지만 그러려니 그냥 넘어갔다. 그래도 죄책감에 혼자서 가슴에 끌안고 한동안 불안했었다. 이처럼 엉뚱한 일이 벌어져도 간과하는 때가 있다. 윤기 잘잘 넘치는 상수리 안에서 능글맞은 애벌레가 속을 모두 갉아먹고 눈을 껌뻑거린다. 겉은 잘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속까지 속속들이 들여다보지 못하고 쉽게 예단하다 혼쭐을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