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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시조 40주년 기념 특집
부산 시조 문학사
백 승 수 (문학박사 시조시인)
Ⅰ. 서 언
본고는 1997년 부산 문인 협회가 발간한 『부산 문학사』 중 『부산현대시조문학사』의 원고와 2019년 『부산 문학인 길벗 모임』에서 발간한 『길 위의 서정』 중 특집으로 꾸민 『부산 서정문학의 맥박』 중 『부산 시조 문학의 맥박』의 원고, 2024년 볍씨 동인에서 발간한 『부산 시조문학의 맥박 속에서 「볍씨」 동인의 현주소』의 원고를 한데 모아, 『부산 시조 문학사』라는 틀에서 종합 정리한 원고이다. 이에 부산이라는 향토적 특성과 현대시조 문학의 발달 단계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여 고찰하는 것이 이해를 쉽게 하는 지름길이라 여긴다.
근대적 의미의 문학이 싹튼 시기를 갑오경장으로 잡으면, 최초의 개화기 시조는 1906년 대구 여사가 『대한매일신보』에 실은 「혈죽가, 3수」라거나, 이에 이은 최남선의 「국풍, 4수」이다. 이태극 님은 이 시기와 그 후의 문학사적 사실을 다음과 같이 갈래지었다.
․부흥 전기 : 1904년-1919년
․부흥 후기 : 1920년-1926년
․발전 전기(활동 전기) : 1927년-1932년
․발전 후기(활동 후기) : 1932년-1940년
․수난기 : 1941년-1945년
․소생기 전 후기 : 1945년-1960년
․중흥기 : 1961년 이후
이러한 갈래에 맞추어 부산 시조 문학의 선구자 역할을 하신 분들과 그들의 시조 문학사적 업적 등을 우선 살펴보고, 이들의 뒤를 이어 1960년대 이후 현재까지의 작가와 작품 세계, 시조 문학의 새로운 방법의 모색 등을 추구한 내력을 적고자 한다. 부산 시조 문학은 부산이라는 항구 도시의 개방성에 따른 작가들의 유동성, 즉 부산에 계속 거주하거나, 거주하다가 이주하거나, 혹은 이주하여 거주하고 있는 모든 작가들의 시조 문학사적 사실을 다루고, 더불어 부산이 갖는 향토적인 특색과 부산 시조 시인들의 문학적 특성 같은 것도 함께 언급하고자 한다. 특기할 사항은 제한된 원고의 분량으로 간략한 내용에 머물러 약사의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Ⅱ. 부산 현대시조의 선구자들
1. 「활동전기」 시대의 황산(皇山) 고두동(高斗東)
황산 고두동 님은 1903년에 태어나 1994년 작고하신 분으로 일찍이 시조 창작에 힘써 21세인 1924년 『동아일보』에 「월야(月夜)」와 「추천(鞦韆)」 등의 작품을 발표, 1936년 가람과 교류, 시조 창작에 전념하셨기에, 1951년에 가람이 「전쟁의 와중에서도 부산에서나마 시조의 맥을 이었다.」 하시며, 그 공로를 치하하고 있다.
2. 「활동후기」 시대의 하보(何步) 장응두와 초정(艸丁) 김상옥
하보 장응두(張應斗) 님은 1913년에 태어나 1970년에 작고하신 시조 시인으로 193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관란(觀瀾)」이 입선되고, 1940년 『문장』 지에 「한야보(寒夜譜)」가 추천되면서 본격적인 시조 창작에 힘쓰셨다. 「모래 속에서 금싸라기를 찾아내는 시인」혹은 「주옥같은 작품으로 시조 시단의 시사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평 이외에도 묻혀있는 보석 같다는 칭송을 듣기도 하고, 졸고 『하보 시조의 수평 공간적 기호체계 연구』에서 하보의 뜻이「어디로 가야 하나」의 기호적 특성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초정 김상옥(金相沃) 님은 1920년 경남 충무시 향남동에서 출생(일설 거제), 독학으로 시조의 높은 경지를 개척하신 분으로 부산 경남여고에서 교편생활을 하시다가 1962년 서울로 이주하신 분으로, 작품 세계는 섬세한 언어로 전통미와 정서적 감각을 살린 내적 생명감이 넘치는 작품으로 「봉선화」, 「불국사」, 「백자부」, 「옥저」 등 수많은 명시조를 창작하신 분이다. 1947년 『초적』을 발간하고, 1973년 『삼행시』 등 수많은 작품집을 발간, 시조 문학사에 혁혁한 공을 세우시다가 불과 몇 년 전에 작고하셨다.
3.「소생전기」 시대의 정운(丁芸) 이영도(李永道)
정운 이영도 님은 1916년 경북 청도에서 출생 부산에서 가장 많이 거주하시다 1976년 작고하신 부산의 대표적 시조 시인이셨다. 1946년 『죽순』 지에 「제야」를 발표함으로써 문학적 재질이 널리 알려지고, 1954년 『청저집』이라는 시조집을 내었으며, 1968년 오빠 이호우 님과 함께 『비가 오고 바람이 붑니다』의 제 2권 『석류』를, 1976년 유고 시조집 『언약』을 발간하셨다. 다정다감한 격조 높은 시조 혹은 애모와 회한의 절창이라는 찬사와 함께 황진이 이후의 최고의 여류 시조 시인 이라고 일컫는 분이셨다.
4. 「소생후기」 시대의 소정(素汀) 서정봉(徐定鳳)
소정 서정봉 님은 1905년 동래군 기장면에서 출생하여 1980년에 작고한 부산의 토박이 시조 시인이셨다. 교편생활로 일생을 보냈으며, 일제 때 반일투쟁으로 2년간이나 옥고를 치른 애국자로 1953년 『소정 시초』를 냈고 1969년에는 『여백 앞에서』를 발간하신 바, 그 발문에 「한 편 한 편 육화시킨 소중한 인생 경험을 다룬 우리 시조 시단의 이채로움, 산 역사이자 희원이 담긴 작품이다.」 라는 찬사를 받으셨다. 더구나 부산의 역사와 일제하에서 저항하며 살고 자 했던 애환의 흔적을 담고 있어 가치롭다.
이상의 분들은 모두 부산을 연고로 하여 부산의 문학사 특히 부산의 시조 문학사에 나름대로의 작품을 통하여 자기 세계를 펼친 동시에, 현대시조의 발판이 되는 역할을 하신 분들이라 여겨진다.
Ⅲ. 1960-1990년대 등단하고 활동하는 시조 시인들
1. 1960년대의 시조 시인들
1960년대 시조 시인이라면 민립(民笠) 김상훈 님과, 초야(艸也) 임종찬 님, 그리고 김호길 님이시다. 그 중 민립 선생님은 몇 년 전 작고 하셨고, 초야 임종찬 님과 김호길 님은 아직도 현역 작가로 활동하고 계신다.
민립 김상훈 님은 1959년 전국시조백일장과 1967년 『대구매일신보』 신춘문예에 당선하여 세 권의 시조집을 내셨는데, 야생의 언어를 사유와 행동의 대상적 시화를 통하여 비인간화 시대의 인정을 정화하고 고결성과 역사성을 동시에 지닌 문단의 거목이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초야 임종찬 님은 오랫동안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시조 창작과 아울러 시조평론, 시조 연구 등을 겸하신 분으로 1965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항아리」라는 작품으로 등단, 시조집 『청산곡』 외 다수의 시조집과 시조 전문 서적인 『시조 문학의 본질』 외 10권의 전문 서적을 출간하고, 연구 논문도 수백 편에 이른다. 그의 시조 작품은 한국 산천에서 흔히 보는 자연을 매개항으로 고전과 현대가 맞물려 돌아가면서 세련된 율조의 창조, 현대 생활의 현시성을 작품으로 대변하는 두 가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김호길 님은 1963년 진주 개천예술제 시조백일장에 장원, 1967년 『시조문학』 지에 천료를 받으시고 시조집 『하늘환상곡』 외 3권의 작품집을 발간하셨다. 항상 다정다감하시고 창작에도 열의가 대단하신 분으로 아직도 정감적으로 감미롭고 구조가 튼튼한 정형 시조를 일 년에 수 십 편씩 발표하신다. 현재 미국에 거주하시며 틈틈이 귀국하셔서 후학을 지도하시며 격려하시는 분이시다.
1960년대의 시조 시인들은 현대시조라는 의미의 틀을 기반으로 과연 시조가 무엇인가를 체험적으로 혹은 개성적으로 보여 주면서 자연히 현대를 살아가는 새로운 의미의 시조 작가를 계몽하고 개척한 선구자적 역할을 하신 분들이라 말할 수 있다.
2. 1970년대의 시조 시인들
1970년대는 세계의 정세가 냉전의 시대를 거치고 각국이 모두 자기 나름대로의 주체성을 찾는 그런 시대였는데, 앞에서 말한 1960년대의 전통이 70년대의 전통으로 이어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때의 부산 시조 시인들을 열거하여 보면 김종, 박정숙, 황다연, 정해송, 전일희, 최영희, 최우림, 김용태, 정해원, 공재동 등의 시조 시인들이다. 이들은 주로 신춘문예로 등단하거나 각 문예지의 수상이나 추천을 받아 등단하신 분들로, 기반이 튼튼한 창작 정신을 지닌 분들이라 말할 수 있다. 작품을 일일이 들어 말할 수 없지만, 참신성 독창성을 발휘하여, 보다 새롭고 개성적인 의미를 지닌 작품이었다고 알려진 작품들을 작가와 열거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
작가 | 작품 | 작가 | 작품 |
김종 | 모닥불 | 황다연 | 숲 |
전일희 | 유품 | 최영희 | 연 |
최우림 | 대안의 등불 | 김용태 | 점화 |
정해원 | 봄 | 공재동 | 삼장시초 |
이에 대하여 서태수 시조 시인은 「이 시대의 가치관의 혼란과 사회구조의 갈등을 보다 인간 의식으로 서정화 하였다.」 고 밝힌 바 있다.
3. 1980년대 전반부 시조시인들
1980년대 전반부 시조 시인들의 특성은 최동호 님의 의견으로 1980년부터 1985년까지의 시기 즉, 80년대 전반기의 특성이 「시의 시대라 할 만큼 각종 동인지와 개인 작품집을 통한 작품들이 왕성하게 발표되었다.」 라고 밝힌 바가 있고, 덧붙여 1885년까지를 한 획으로 한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시조 문학사적인 사실에 근거한다. 바로 『한국시조큰사전』의 발간이 그것이다. 이 사전의 발간으로 고시조의 정립은 물론, 근대적 의미의 시조와 현대시조의 정립과정, 현역 작가들의 내역이 정리되었다. 본고는 이에 따른 것이다. 이 시대의 시인들은 인간 정신의 황폐함과 갈등을 극복하는 새로운 인간 의식을 탐구하고자 하였다고 보아지며, 강영환, 류준형, 민홍우, 김필곤, 전탁, 정대훈, 오승희, 주강식, 백승수, 이성호, 최무애, 양원식, 김근주, 박달수, 박옥위, 허성욱, 박필상, 박영식과 같은 시조 시인들이 바로 이들이다. 이 시기를 전후하여 그들이 발간한 시조집들은 다음과 같다.
작가 | 시조집 | 작가 | 시조집 |
강영환 | 북창을 열고 | 류준형 | 난이 가지고 온 봄 |
민홍우 | 박꽃 | 김필곤 | 피아골 |
전탁 | 해조음 | 주강식 | 태산을 넘는 파도 |
백승수 | 제2의 돌 | 이성호 | 토끼의 발톱에 이는 구름 |
양원식 | 관등부 | 박옥위 | 들꽃 그 하얀 뿌리 |
허성욱 | 월포리 사설 | 박필상 | 나를 찾아서 |
4. 1986년부터 1997년까지의 시조시인들
이어서, 다음과 같이 한 획을 또 긋는다. 부산문인협회에서 발간한 『부산문학사』는 1997년에 발행되었다. 본인은 『부산 현대시조 문학사』를 집필하였다. 1997년까지라는 말은 그때까지 정리된 작가들이란 뜻이다. 당시까지 등단한 시조 시인들은 다음과 같다.
강기주, 강신구, 강양기, 김기철, 김민한, 김명수, 김보한, 김사균, 김소해(김정희), 김석규, 김용, 김인호, 김현우, 민병욱, 박재숙, 박정선, 박진경, 손영자, 손무경, 서태수, 서재수, 심종선, 안영희, 염동근, 오수환, 우아지, 육고수, 윤병태, 윤원영, 윤일광, 윤영수, 안을현, 이말라, 이소라, 이숙례, 이향섭, 장정애, 제만자, 전연희, 정석준, 정수자, 정인해, 정정희, 정종수, 정현숙, 조호영, 최철훈, 하경민, 하오주,신군자
이들의 등단은 주로 신문을 통한 신춘문예, 잡지를 통한 추천, 백일장 장원을 통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그 자질이 남달리 뛰어난 당시 신예작가들이라 칭송을 받았던 분들이다. 그리고 부산 시조 문학사에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획기적인 일도 이때 생겼다. 바로 전체적 부산 시조 시인들의 통합이 바로 그것이다. 김상훈, 임종찬, 류준형, 정해송, 박달수, 박옥위, 전연희 시인 같은 명망 있는 분들이 주축이 되어 『부산시조시인협회』를 구성, 복잡하고 다양했던 단체를 하나의 단체로 통합한 것이다.
5. 1997년 이후에 등단한 시조 시인들
앞에서 말한 1997년에 이어 2019년 현재까지 새로 등단한 시조시인들은 다음과 같다.
강지원, 강호룡, 강훈담, 공란영, 권상원, 권영숙, 김덕남, 김만옥, 김민주, 김병한, 김석이, 김석주, 김영, 김영희, 김윤호, 김용희, 김일우, 김임순, 김정, 김정수(남), 김정수(여), 김종희, 김찬재, 김창식, 김호, 김용희, 나동광, 노치영, 동진, 문운동, 민달, 박권숙, 박노기, 박문숙, 박수미, 박순희, 박우지아, 박은희, 박중선, 박홍재, 배리라, 배종관, 변현상, 서관호, 서숙금, 설상수, 손증호, 신익교, 신진경, 심성보, 안귀녀, 안수현, 양향숙, 오기환, 이민아, 이민화, 옥유림, 윤한익, 이광, 이규철, 이도화, 이상훈, 이석래, 이석련, 이성옥, 이양순, 이영희, 이옥진, 이원술, 이정재, 이철우, 이태종, 이행숙, 장남숙, 장정애, 전병태, 전용신, 정경수, 정동석, 정영학, 정애경, 정유지, 정은정, 정인경, 정종수, 정진실, 정한수, 정희경, 조미영, 조선영, 조윤주, 조정해, 조찬섭, 지춘화, 차달숙, 천성수, 최만조, 최성아, 최연무, 최옥자, 최용진, 최은영, 최정옥, 최해진, 최효숙, 탁상달, 하정철, 황순희
이들은 주로 신문을 통한 신춘문예, 잡지를 통한 추천, 전국규모 백일장에서의 장원 등으로 등단한 분들이고, 협회에서 운영하는 교사직무연수의 연수자로서 연수가 끝난 후에도 좋은 스승을 모시고 소위 하기 어렵다는 「도제」와 같은 연수의 심화 과정 등으로 피나는 노력 끝에 『부산시조』 신인상으로 등단하신 시조 시인들이다. 그들의 행적과 등단의 내력과 경위 등은 『부산시조』 각 권을 통하여 신인상 수상의 내력, 작품의 우수성 등이 이미 소개되었다.
6. 2019년 이후에 언급할 신예 시조 시인들
앞에 이어 2019년 이후에 언급할 신예 시조 시인들은 다음과 같다. (2024년 협회 회원 주소를 참조하였다.)
강명호, 곽춘진, 김귀자, 김상우, 김순분, 김시은, 김이교, 김정미, 김지희, 박경연, 박은숙, 서이서, 신규범, 신삼식, 심여혜, 윤종순, 윤현숙, 이경순, 이명주, 이성의, 이태현, 이혜숙, 장정희, 전영철, 정도영, 최순옥, 최은지, 최수주, 홍종원, 황란귀
이들도 역시 신문을 통한 신춘문예, 잡지를 통한 추천, 전국규모 백일장에서의 장원 등으로 등단한 분들이고, 협회에서 운영하는 직무연수의 연수자로서 연수가 끝난 후에도 좋은 스승을 모시고 「도제」와 같은 연수의 심화 과정올 통하여 피나는 노력 끝에 『부산시조』 신인상으로 등단하신 시조 시인들이다. 그들의 행적도 『부산시조』 각 권을 통하여 등단을 위한 노력의 결과 및 수상인들의 수상 내력, 수상 소감, 작품의 우수성 등이 밝혀지고 있다.
Ⅳ. 현역 시조 시인들의 주요 활동
1. 동인 활동
부산 시조 시인들의 동인 활동은 참으로 활발하다. 오랜 전통으로 이미 전국적으로 1위 2위를 차지한다는 『볍씨동인』, 『부산여류시조문학회』는 물론 최근 교사직무연수의 뒤끝으로 생겨난 자생적 동인인 『시눈시조』, 『예감시조』, 『시목시조』, 『이화시조』, 『갈매시조』, 『솔잎시조』, 『시율시조』, 『시언시조』, 『시조랑시조』, 『시방시조』, 『시숨시조』 등의 동인으로 서면에 있는 사무실에서 요일마다 강습회 토론회 작품발표회 등을 가지면서 절차탁마(切磋琢磨)의 정신으로 내실을 다지고 있다.
2. 학문적 업적
부산 시조시인들의 역량인 『부산시조』는 양질의 작품과 논문을 실어냄은 물론 문호 개방으로 교사직무연수를 마친 교사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일정의 피나는 연수과정을 습득하게 하여 문단에 오르게 하는 역할을 다하고 있다. 더구나 부산 시조시인들 가운데는 임종찬, 주강식, 김용태, 오승희, 백승수, 박권숙, 이민아, 탁상달, 이상훈, 강신구, 민달, 정경수, 김정, 우아지, 윤일광, 서태수, 서이서 시인들의 석박사학위 취득을 기반으로 국어 국문학을 연구하면서 창작하는 학문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3. 시조의 저변확대를 위한 노력
부산 시조 시인들의 자체적인 노력으로 해마다 통도사 성파스님의 도움으로 성파시조문학상을 운영하고 전국규모의 백일장을 열어, 시조 보급과 시조인 발굴의 기회를 갖는 것, 그런 행사를 무려 30년 넘게 행하여 왔다는 것, (현재는 조금 달라짐) 회원들의 협조로 사무실을 마련하여 각종 회의와 연수를 실시한다는 점, 진달래 화전 행사와 문화유적지 탐방, 다른 단체들과의 교류 등은 부산 시조 시인들만의 독특한 장점이라 할 수 있다.
Ⅴ. 새로운 부산 시조에 대한 예감
1. 새로운 방법론의 탐구
부산 시조 시인들은 항상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시조가 가지는 전통성을 중시하고 이를 현대적 정감으로 살려내는 문제를 중요시하고 있다. 특히 말만 복잡하고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시조, 억지로 형식을 파괴하여 그것을 현대적이라 고집하는 자세를 버리고 쉽게 써서 누구나 알 수 있는 시조를 쓰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특히 어린이를 위한 동시조를 중시하여 서관호 정현숙 최성아 및 그 외 여러 선생님 등을 중심으로 동시조에 힘을 써,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고, 정인경 선생님을 중심으로 전통을 살린 시조창 연수와 보급에도 힘쓰고 있다.
2. 해양 시조 문학의 건설
부산이라는 항구도시의 지역의 특성을 감안하여 바닷가에 사는 이들의 노동 현장에서 얻어지는 삶의 체험이나 어업의 실태, 바다를 자원화해야 한다는 것과 바닷길을 열어 소통의 공간을 넓게 해야 한다는 정신을 작품에 담는 노력을 하고 있어 스스로 향토적 자긍심을 고취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것은 부산 시조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가교역할을 하고 있어 기대되는 바가 크다.
3. 자생력이 뛰어난 부산 시조
문학이 제대로 터를 잡아 결실을 보려면 경제적인 터전의 확립과, 자체 발전을 위한 노력과, 그런 여건을 이룰 분위기이다. 부산 시조인들은 넉넉하지는 않지만 자력으로 사무실도 마련하고 경제적인 문제도 원만하게 할 여건을 갖추었고, 모두 봉사 정신이 투철하여 무슨 일이든 협조할 태세를 갖추었으며, 교사 연수회를 강화하여 『부산시조』 지를 통하여 가급적 교사들을 등단시켜, 이들로 하여금 자라나는 2세 시조 교육에 힘쓰게 하는 일, 등은 어느 단체에서도 볼 수 없는 자생력이 뛰어난 모습이라 할 만하다.
Ⅵ. 결론 및 제언
시조는 신라 향가와 고려가요, 조선 시조의 맥을 잇는 전통적인 민족문화임을 다 아는 사실이다. 시조 종장의 제1 음보에는 신라 향가의 「감탄사 잔형」이 묻어 있고, 고려가요의 일부는 시조였으며(만전춘별사) 조선조에는 국왕도 시조 작가였다. 그러기에 전통적이라는 말은 그 가치가 형용할 수 없는 가치를 지녔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에서 보기를 들며 살펴보았거니와 이런 예는 바로 우리 부산 시조 시인들의 참모습이며, 수준 높은 예술의 경지를 스스로 이루고 있다는 믿음을 주는 좋은 예가 된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창작의 정신과 노력은 다가온 21세기를 맞이하여 시조의 새로운 혁신과 부산지방의 특성을 살린 해양시조의 건설, 자라나는 후예들에게 시조의 전통을 물려주는 일, 그리고 국제화에 걸맞게 문예적으로 높은 경지를 개척하는 일 등의 과제 해결에 많은 도움과 밑바탕이 되기에 충분하고 그동안 이루어왔던 부산 시조 시인들의 공적 중에서 특기할 만한 것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1. 사무실을 마련하여 자체 연수회를 가지며, 『부산시조』 지를 통하여 시조시인들을 스스로 발탁하고 그들에게 문단 등단의 길을 터주어 활동할 수 있도록 조력한 점.
2. 해마다 백일장을 열어 등단의 기회를 열고, 자라나는 2세 교육을 위한 저변확대의 장을 마련한 점.
3. 각종 동인 활동을 통하여 계속적인 절차탁마의 분위기를 조성한 점.
4. 이러한 활동의 저변에는 헌신적인 봉사 활동과 재정의 문제가 따르기 마련이나 모두 협조 하여 기금도 조성하고, 헌신적인 봉사활동으로 원만한 활동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
전에 필자가 「21세기를 위한 시조 문학의 새로운 길」이라는 논제 하에 여러 가지를 이야기한 바가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한, 부산 시조가 추구해야 할 참모습은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요약된다.
1. 우리의 현실에서 우리의 국토와 문화 우리의 땅과 흙은 사랑하고 이를 보존하는 일에서 우리 시조 문학의 새로운 창작의 길을 찾아야 한다.
2. 현대 사회가 겪는 제 문제와 물질의 풍부에 다른 과잉 소비라는 부작용을 해소하고 자 연 친화적인 정신세계를 구축하는 시조 창작의 길을 추구하여야 한다.
3.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존중하는 인간애 정신과 보편적인 국민정신 문화를 가꾸고 보존 해야 하며 이에 있어서 여러 가지 창작의 방법으로 그 지혜를 높이는데 기여하여야 한다.
4. 세계화에 따른 각종 정보의 활용과 지식의 공유, 누구하도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적극적인 기술 혁신과 더불어 새로운 정보 문화에 동참하는 의지를 구현하는 정신과 기 술적인 방법으로 창작 세계를 열어가야 한다.
부산 시조 시인들은 전이나 지금이나 스스로 모이고 창작하고 활동하는 능력이 뛰어나기에 그 앞길은 희망적이며, 든든한 민족의 전통과 문화가 지금 바로 여기에서 이루어지리라 굳게 믿는 바이다. 이어서 일종의 제언을 덧붙인다면 다음과 같은 것이다. 이에는 이미 많은 분들이 이런 언급 이전에 진작부터 실천하고 있는 일이라 그런 분들께는 사족(蛇足)인 말이기도 하다.
1. 융통성 있는 창작을 하여야 한다. 원래 단시조 연시조의 시조 문학이 가지는 자체 약점은 있었다. 1930년대도 그랬지만 음보를 너무 3자 4자로 고정할 경우, 우리말의 첨가어(添加語)적 성격에 맞지 않아 단조로운 느낌이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시조 종장은 제2 음보의 특수성으로 제1, 3, 4 음보는 글자 수를 늘려 쓰지 않았으면 하지만 초장과 중장에서 때로는 한 장에 1회 정도 글자 수를 늘려 쓰도록 하여 간결화된 5자 혹은 6자로 하여, 보다 융통성 있고 자연스럽고 짜임새 좋은 창작이 필요하다. 이는 결코 시조의 형식에 어그러지지 않는다.
2. 두 번째 약점인 리얼리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장시조를 쓰기도 하여야 한다. 조선 시대 단시조는 주로 사대부들이 유교적 관념어를 통하여 유교적 이념을 실현하고자 한 점이 있었다. 그런 답답한 세계를 벗어나 인간의 자유와 재기가 넘치는 장시조를 썼듯이 현금의 단시조 연시조는 너무 순수하기에 현시대에서 일어나는 온갖 감정을 놓치기 쉽다는 점도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재기가 발랄한 장시조를 함께 써야 하되, 자유시와 변별력을 높이기 위하여 중장만 이음새 좋게 늘려 써서 3장이 분명히 구별되게 썼으면 한다.
3. 시인은 연구하면서 창작하고 창작하면서 연구하여야 한다는 『I.A 리차즈』의 주장처럼 현시대를 대변하는 크로노토프, 위트, 아우라, 중층결정, 데이몬, 에포케, 아포리아, 뮈쓰, 모드, 등, 별처럼 많고 많은 개념(槪念)들이 작품에 드러나게 하며, ⓵형식주의 ⓶현상학 ⓷사회 문화 ⓸심리주의 ⓹구조주의 ⓺신화·원형 등 등의 많은 비평 이론을 염두에 두고 창작하여, 연구하면서 창작하고 창작하면서 연구한다는 그런 태도가 필요하다.(『문학비평 용어사전』 혹은 인터넷 활용), 더구나 영시에서 『존·단』을 비롯한 형이상학파 시인들이 과거 권위주의에 도전하여 과감하게 구어체를 구사한 예를 본받아 현란한 구어도 써야 하며, 고장시조(古長時調)에 나타난 인물들이 평범한 서민들이었듯 시조도 우리 주위의 평범한 서민들의 행동과 언어를 적용하여야 한다. 참고로 임종찬 교수님의 고장시조古長時調 논문에 나타난 인물들을 열거한다.
싸리비 장수, 방망치 장수, 홍두깨 장수, 물레 장수, 드레꼭지 장수, 개 장수, 밋남편, 소대남진, 애부(愛夫), 댁들 노도령, 사공놈, 선머슴, 수철장(水鐵匠), 와얏놈, 풍류랑, 수적, 광대, 나그네, 갓나희, 처녀, 개딸년, 알간나희, 환양노는년, 암거사, 홑거사, 소승, 각시님, 군뇌(軍牢), 장사(匠事), 대목관, 여기(女妓), 소각관(小各官) 등 (알기 쉽게 풀이하여 재구함)
현시대는 사는 일도 복잡하고 직업도 여러 가지이며 사람들의 생각도 다르고 일과 사건, 온갖 고충과 불상사, 새로운 발견, 재난과 새 소식, 갈등과 기쁨, 애환 등이 섞여서 함께 존재하므로 이런 사실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단시조 연시조 장시조 등에 담아 온갖 이야기를 구사하고 해부하고 풍자하며 자연스레 시조 문학의 기반을 튼튼이 보완하여, 저절로 국민 속을 파고 들어가 그들과 호흡을 함께하며 창작하는 시조 문학 세계를 열어, 명실공히 시절가조(時節歌調)의 참맛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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