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곡산 상봉에서 조망, 앞이 방금 지나온 능선이고, 오른쪽으로 송전탑이 보이는 산이 천보
산, 멀리 가운데로 천마산도 보인다
한 밤내 심지 돋우며
새벽으로 밀고 온
살얼음 기도
하늘에는 마지막 별이 지고
잠깐 머무는 어둠을 사르며
불끈 솟는 아침 햇살에
눈부신 기쁜 눈물의 이슬 무지개
――― 박건, 『이슬 무지개』
▶ 산행일시 : 2013년 9월 3일(화), 맑음
▶ 산행코스 : 양주시청→△240.6m봉→△366.4m봉→상봉(470.7m)→상투봉(431.8m)
→임꺽정봉(449.5m)→온 길 뒤돌아 양주시청으로 옴
▶ 산행시간 : 4시간 4분
▶ 산행거리 : 이정표 거리 7.6㎞
▶ 교 통 편 : 전철과 버스 이용
▶ 시간별 구간
06 : 54 - 양주시청
07 : 27 - △240.6m봉
07 : 51 - △366.4m봉
07 : 53 - 십자고개
08 : 03 - 상봉(470.7m)
08 : 30 - 상투봉(431.8m)
08 : 43 - ┼자 갈림길 안부
09 : 00 - 임꺽정봉(449.5m)
10 : 00 - 다시 상봉(470.7m)
10 : 58 - 양주시청, 산행종료
1. 상봉에서 조망, 멀리 하늘금은 천마산과 철마산 연릉
불곡산 산행 들머리인 양주시청 앞 도착시간 06시 54분.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대중교통수
단으로 올 수 있는 가장 빠른 시간이다. 명일동에서 5호선 첫 전철 05시 34분. 군자역에서 7
호선 환승은 늘 엇박자다. 아무리 서둘러도 아슬아슬하게 놓치고 11분을 기다린다. 꾸벅꾸벅
졸다 깨다 도봉산역에서 1호선으로 환승한다.
집 나설 때는 어두웠다. 동편 하늘의 눈썹달은 ‘重賴’이던가 그의 하이쿠를 연상하게 했다.
천상으로 가는
배편이 되어라
초승달
그런데 꼽아보니 초승달이 아니라 스무여드레 그믐달이다.
나도향(羅稻香)이 그랬다. “나는 그믐달을 몹시 사랑한다. 그믐달은 너무 요염(妖艶)하고 감
히 손을 댈 수도 없고 말을 붙일 수도 없이 깜직하니 예쁜 계집 같은 달인 동시에 가슴이 저리
고 쓰리도록 가련한 달이다. (…) 그믐달은 세상의 풍상(風霜)을 다 겪고, 나중에는 그 무슨 원
한(怨恨)을 품고서 애처롭게 쓰러지는 원부(怨婦)와 같이 애절(哀切)하고 애절(哀絶)한 맛이
있다.”
전철은 지상으로 나온다. 날이 밝았다. 해는 수락산 주봉 위로 불쑥 솟는다. 도봉산 산자락이
눈부시다. 망월사역, 회룡역을 지날 때는 창밖으로 도봉산 연릉의 아침 모습을 감상한다. 양
주역사를 나와 대로 건너 버스정류장에서 양주시청 가는 버스를 탄다. 양주시청이 한 정거장
이다. 불곡산 등로는 양주시청사 옆의 양주시의회 건물 왼쪽으로 나 있다.
돌계단 오르면 바위절벽 아래 장의자 놓인 널찍한 쉼터에 여러 안내판이 양주와 불곡산의 인
문지리를 소개한다. “불곡산은 대동여지도에 양주의 진산이라고 표현되었던 산이다. 신라시
대 효공왕 2년(808년)에 도선국사가 창건하고 당시 불곡사(佛谷寺)라 이름 붙였던 백화암이
라는 고찰이 있다. (…)”
그런데 도선국사(道詵國師)는 827년에 나서 898년에 입적하였다고 한다. 효공왕 2년(808년)
이 맞지 않는다. 아마 효공왕 2년인 898년의 착오다. 그렇다 해도 도선국사는 37세 때부터 입
적할 때까지 전남 광양의 백계산 옥룡사(玉龍寺)에 머물렀다고 하는데 입적하게 되는 말년에
머나먼 이곳 불곡산까지 왔을까 의문이 든다.
등로는 계단 끝 아치문으로 들어가 왼쪽으로 산자락 살짝 돌고, 물 졸졸 흐르는 얕은 골짜기
거슬러 오른다. 대로다. 리기다소나무 숲길.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원근의 풍경이 감질나게
보인다. 1주일 전 사패산을 아침에 오르면서 바라본 불곡산이 사뭇 피안으로 보였기에 불곡
산에 오르면 그곳은 또 어떤 모습으로 보일까 궁금하였다.
나무숲 벗어나려고 줄달음한다. 양주시청에서 불곡산 주봉인 상봉까지 2.8㎞. 대번에 오른
다. 오르막 가쁜 숨은 내리막에서 푼다. 봉봉마다 고구려시대 보루다. 더러 석축이 선명하게
남았다. 첫 봉우리인 △240.6m봉이 제1보루다. △366.4m봉(삼각점, 포천 314, 1994 재설) 내
린 안부는 십자고개다. 상봉 0.4㎞. 바윗길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2. 불곡산 들머리 쉼터의 달맞이꽃
3. 불곡산 들머리 쉼터에서 계단 오르며 뒤돌아본 천보산
4. 제1보루 오르는 도중에
5. 칠봉산 연봉
6. 해룡산(?)
7. 앞은 천보산, 뒤는 수락산
8. 도봉산, 오른쪽 뒤로 북한산도 보인다
9. 상봉 전위봉에서 조망
10. 임꺽정봉 왼쪽(서쪽) 줄기
11. 상봉 오르면서
슬랩. 밧줄 잡고 오르다 암벽 매만지는 손맛을 느껴보기도 한다. 이윽고 상봉. 다른 세상이다.
산해만리(山海萬里)가 발아래다. 내가 천지의 한가운데 있다. 굳이 저 만학천봉의 이름을 일
일이 대랴. 다만 바라본다. 상봉에는 나 혼자다. 가슴 두근거리는 이 진경을 나 혼자서 보는
것이 아깝다. 직사하는 햇볕이 따가운 줄 모르고 한참동안 부동하여 바라보았더니 눈이 어질
어질하다.
임꺽정봉을 향한다. 상봉 내리는 길의 슬랩은 잔도를 냈거나 데크계단을 놓았다. 도무지 산을
오르내리는 맛이 나지 않는다. 눈으로 희미한 옛길 암릉을 더듬어 간다. 상투봉도 그 이름대
로 예전에는 빛나는 암릉이었다. 밧줄 잡고 내려 ┼자 갈림길 안부. 임꺽정봉은 곧바로 슬랩
으로 이어진다. 어느 해 겨울날 한북정맥 불곡산 구간 지날 때 샘내에서 이리로 올랐던가 기
억이 가물가물하다.
임꺽정봉. 조선후기 대도로 이름 날린 양주 사람 임꺽정이 산 이름까지 갖는 의적으로 자리매
김하게 된 것은 벽초 홍명희의 공이 아닐까? 그의 역사소설 『임꺽정』은 유신시절 금서이기
도 했으니 임꺽정봉이라 공식적으로 이름 붙여진 것은 그 이후가 아닐까 한다. 임꺽정봉에서
도 조망이 훤히 트인다. 이른 아침부터 건너편 도락산 자락에서는 군인들인지 유격! 유격! 악
쓰며 유격훈련 중이다. 도락산 이름의 유래가 재미있다. 돌로 이루어진 앞산이라는 이름으로
추정된단다. 돌앞산을 부르다보니 도락산이 되었다는 말이다.
임꺽정봉에서 하산은 백석 대교아파트 쪽이 일반적인데 이대로 내려가기에는 너무 아쉽다.
대교아파트에서도 산자락 도는 숲길을 따라 양주시청까지 갈 수 있다지만 그건 심심하다. 온
길 그대로 뒤돌아가자. 아무래도 싸온 점심도시락과 얼린 탁주는 집에서 먹게 생겼다.
아까와 또 다른 산을 간다. 상봉에 다시 서자 발아래 산해만리 진경은 사라졌다. 미련 없이 내
린다. 불곡산 오르는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벌써 갔다 오시냐는 그들의 수인사에 묘한 부러
움이 배어 있다.
12. 상봉에서 조망
13. 상봉에서 조망, 가운데 능선은 천보산맥
14. 천보산과 수락산
15. 가운데 능선은 천보산맥
16. 왼쪽은 칠봉산
17. 오른쪽은 소요산
18. 왼쪽은 감악산, 가운데는 마차산
19. 가운데 능선은 천보산맥
20. 가운데 능선은 천보산맥
21. 앞이 지나온 능선
22. 임꺽정봉 왼쪽(서쪽) 줄기
23. 멀리는 수락산
24. 백석면
첫댓글 실컷 막초와 점심을 싸 가지고 집에가서 드셨겠네요^^
짧은 산행인데 넘 부지런 하셨네염...덕분에 멋진 그림을 건졌으니
불곡산을 양주시청뒤에서 오르셨네요, 정상에서 내려 임꺽정봉까지 갔다오셨군요, 운해깔린 풍경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