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e-Young Lee 4일 ·
<나같은 건 없는 건가요 - 푸틴>
푸틴 신세가 가엾게 되었다. 세계 최강 미국의 <US뉴스 엔 월드 리포트>지는 바로 얼마 전 러시아군이 미국을 앞질러 세계최강이라고 보도했다. 세계 최강 미국의 ‘시녀’인 세계은행, IMF도 GDP (PPP)기준 러시아경제를 일본, 독일을 앞질러 세계4위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그 러시아의 대통령 푸틴의 위신이 유독 한국에선 말이 아니다. 국립외교원 어디 무슨 부장이 러시아를 ‘후진국’이라고 말한 것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니 말이다.
심지어 <조선>을 비롯 한국언론 역시 이런 풍토병탓인지 푸틴을 아주 X무시한다. 보기에 딱할 정도다. <조선>이 북러 동반자조약에 푸틴이 서명한 것을 보도했다. 북한도 유사한 국내법적 절차를 이행할 것이고 그런 뒤 비준서를 상호 교환하면 조약이 발효된다. 그렇게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여기에 대해 10.24일 푸틴이 직접 기자회견자리에서 전세계 언론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조약 4조와 관련 어떻게 그리고 무 엇을 할 지, 무엇을 결정할 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전략동반자조약의 4조 이행과 관련 대화를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 프로세스를 어떻게 시작할지 우리의 우방인 북한과 접촉할 것입니다.”
조약 제4조는 외부침략을 받았을 때, 체약국이 가능한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인 것을 포함 지체없이 상호지원한다는 내용이다. 한국과 미국이 북한을 ‘침략’할 의사가 없기! 때문에, 실은 우리하곤 무관하다. 하지만 나토군과 우크라군이 러시아의 쿠르스크를 ‘침략’했기 때문에 이 조항이 이제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러시아대통령은 체약국 각자의 국내법적 절차가 완료되면 이제 북한과 만나서 무엇을 할 지 접촉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뭐 한글 판독만 된다면 알만한 내용이다.
그런데 우리의 <조선>은 ‘후진국’ 러시아대통령의 말을 아예 무시하고 작문을 하고 있다. “푸틴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북한군 파병정황을 뒷받침하는 위성 사진이 공개되자 파병설을 부인하지 않은 채 …”. 나도 살면서 나의 말을 왜곡하는 허다한 경험을 했지만, 진정 무식을 무기로 덤벼드는 경우 대책이 없었다.
‘푸틴 파병부인안해‘ 프레임이다. 그러니까 ’후진국‘ 대통령은 <조선>앞에서 함부로 기자를 조롱하거나 반어법을 사용하면 안된다. 당시 한국으로 귀화한 일리야교수가 푸틴 기자회견 이후 어디 언론에 등장해 ”아니 그 건 한국언론이 푸틴 말을 오역한 거예요. 그건 푸틴이 그 미국기자를 조롱한 거예요.“ 아래가 그 해당부분이다.
”질문: 대통령님, NBC뉴스, 키어 서몬스기자입니다. 위성사진은 북한군대가 여기 러시아에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들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입니까? 이것이 우크라전쟁의 대규모 확전escalation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까? … (질문의 후반부는 미 대선에 관한 것임)
답변:(푸틴) 네 글쎄요, 당신 질문의 첫 번째에 대해 말해 봅시다. 만일 그런 위성사진은 글쎄요 뭔가 심각한 것입니다. 만일 사진 등이 있다면, 그것은 뭔 가를 알려주는 것이겠죠.“
무식을 무기로 삼는 자하곤 대면하지 않는 것이 인생의 여섯번째 복이다. 푸틴은 무슨 위성사진 등속을 가지고 뭐라고 하는 미국기자가 같쟎다는 말이었다. 나 역시 러시아어를 잘 아는 다른 2분을 통해 일리야의 말을 확인한 바 있다. 잘 알때까지는 가만히 있는 것이 만인의 행복을 돕는 일이다.
다음으로 더 중요한 것은 <조선>을 비롯 한국언론이 일치단결해서 푸틴이 이제부터 ”대화를 해 볼 필요“가 있어서 북한과 ”접촉할 것“이라는 말을 잘라 먹은 일이다. 왜? 자신들의 확증편향, 인지부조화, 집단동조편향 - 혹은 숨은 의도 - 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파병부인안해“프레임에 푸틴의 가장 중요한 이 구절이 도저히 어울리지 가 않기 때문이다. 위성사진을 ”부인안해“로 해석했으니, ”이/제/ 만/나/겠/다“가 눈에 들어 올리 만무고, 들어 왔어도 앞에 말이면 된거야 하면 된다.
그리고 이 기사는 북러조약이 “무기한”이라고 한다. 대개 조약은 기한을 정하기도 하고, 이처럼 무기한으로 하기도 한다. 크게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게다가 한미상호방위조약도 무기한이다. 한미FTA도 무기한이다. 우리는 무기한인데 저들은 무기한하면 안될 이유는 현행 국제법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드디어 북러 양국이 만나, 조약 4조관련 무엇을 어떻게 할 지를 협의한다고 치자. 나는 3가지 층위에서 판단이 전개될 것이라고 본다.
첫째, ‘작전-전술적 차원’에서 북한군이 필요한가이다. 이미 언급한 것처럼 우크라군정보국은 쿠르스크 침공군의 지휘본부가 있는 수자방면 우측에 ‘파병’되었다고 했다. 이 전장은 현재 러흑해함대 소속 810해병여단이 작전중이고 동시에 체첸의 아흐마트 특수부대가 투입되어 있다. 관심있는 분은 유튜브에 패트릭 란카스터Patrick Lancaster 기자가 바로 이 수자 동쪽 전선을 직접 취재하고 있으니 꼭 참조했으면 싶다. 우크군은 810여단에 북한군이 투입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진행중인 러군의 대대전술단BTG단위의 기동토벌전에 일체의 현지 전술훈련조차 나아가 러군과의 ‘상호작전운용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군이 투입될 가능성이 있는 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의 판단으로는 ‘없다’.
둘째, ‘전략적’ 수준에서 북한군이 필요한 가이다. 1000킬로가 넘는 광할한 전선에 현재 70만가까운 러군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고 또 후방에는 40-50만 규모의 예비대가 있다고 한다. 총원 약 180만 규모라고 한다. 그리고 올해 말까지 예비병력포함 230만으로 증원예정이다. 그리고 탄약 등 장비가 부족한 징후는 발견되지 않는다. 러의 방산 역시 아직은 큰 문제가 없다. 이런 조건에서 먼저 우크군이 주장하는 약 1만명의 북한군은 주요전선인 돈바스와는 무관하다. 북러 조약의 적용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직 차요전선인 쿠르스크만 문제가 되는 데 현재 러의 재반격에 의해 우크군/나토군의 피해가 푸틴말로는 3만이 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대재앙이다. 그래서 전략적 차원에서, 아직까지는? 병력이나 장비나 북한군의 지원이 긴급히 요구되는 조건이 아니다.
셋째, 가장 중요한 ‘(국제)정치적’ 차원이다. 북한군 파병‘설’은 당장 젤렌스키 전대통령의 정치수명을 연장하고, 잘모르는 한국을 포함해 ‘(범)서방파’의 돈과 무기를 긁어 내는 것에 핵심적인 의미가 있다. 부차적으로는 쿠르스크전선의 대패를 북한병탓으로 돌리고, 또 쿠르스크전선에 투입된 용병으로 가장한 나토파병을 상쇄시키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그러나 북한군 ‘파병’은 - 그런 일이 실제 일어난다면 - 나토의 본격 파병의 구실을 주는 것이다. 즉 우크전쟁이 제3차대전으로 에스컬레이션된다는 말이다. 이는 우크라중립화를 통한 러시아 안보이익의 실현이라는 러의 전쟁목표를 거의 전적으로 수정하는 일이다. 3차대전에 대한 러시아의 새로운 정치적 결의와 준비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즉 푸틴이 3차대전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북한군 파병은 일어날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
푸틴이 이렇게 한국에서 무시당하는 것은 다 ‘후진국’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나같은 건 없는 건가요’ 이런 말이 나와도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