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냐 707이냐
벌여놓은 일엔 치다꺼리가 따르는 법. 양일 중 하루를 택해야만 하는 비정한 현실 앞에서 보름 넘게 고민하다 707 평창 행을 택했지만...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데 일이 손에 잡히랴. 결국 당일 아침 부랴부랴 티켓을 끊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하지만,
팬심은 엉덩이를 들썩이게 한다더라. 이왕 나선 길 오늘은 또 어떤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냐...
반갑게 손 맞잡을 식구들과의 해후, 7개월 만에 만나는 무대 위의 소프님, 기타 선율에 얹힐 슈벨 가곡, 공연 후의 거한 뒤풀이 등 혼자만의 상상을 하며 출발!
호사好事에 다마多魔는 의례 있는 일이나,
풀리지 않을 것 같았던 정체, 태극기부대 시위로 인한 통제, 광장 끄트머리에서의 유턴 금지, 주차장을 찾기 위한 배회 따위는 사실 魔 축에도 못 낀다. 그저 즐거움이 조금 유예되는 것일 뿐.
비빌 언덕이 필요해!
주차 후 지상으로 올라오니 갑자기 촌놈이 됐다. 어디로 가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폰이 울린다. 역시나 해밀-방장님이다. 이케이케 저케저케 알? 훈수대로 이동했더니 노랑머리가 보인다. 방장님 옆 초록의 풋풋 스타일로 변모한 사랑님이 다짜고짜 조공 도시락의 파이 한 쪽을 내민다. 배고프다며 찡얼거렸더니 입맛 다시면서도 남겨둔 모양이다. 맛난 건 자기들끼리만 다 먹은 거 아냐?
종민님은 다이어트 중
후덕하고 넉넉한 이종민님과는 초면이다. 잠깐 사이 20kg 늘었다는 말씀에 곁눈질, 상하로는 엇비슷한데 좌우론 감당이 안 된다. 열심히 현장 개근하신 게 2년 전이었다니 둥지 서열로는 고참이다. 억울한 마음에 민증을 까니 아래로 다섯 해다. 고참님, 앞으론 눈 까셔~
쭈야님은 마당발
쭈야님 손에 말린 프로그램북을 슬쩍 낚아채 살펴본다. 페이지마다 디어 슈벨 출연자들의 사인이 빼곡하다. 첫날부터 출근중이시란다. 햐~ 깡주님만큼 끓는 심장이 여기도 있었구나, 감탄하고 있는 와중에 로비를 지나는 장삼이사 분들과도 반갑게 알은체를 하신다. 더하여 마당발이신 게로구나.
백설공주는 깜장 투피스
어디엔가 검은 눈 내리는 나라가 있다던데. 오늘은 백설공주가 아닌 흑설공주님이다. 다소곳&조신 모드는 지난 해 평창의 사랑님/뮤직홀릭님과 닮아있다. 헌데 삼다수에 뭘 자꾸 타 드신다. 뭐? 비타민! 백설공주라도 일곱 난장이가 곁에 없으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알아서 챙겨 드시는 걸 보면.
텐션이 가라앉은 뽀샤샤님
소프님과 깔-맞춤한 원피스를 장착하신 뽀샤샤님. 안색은 여전하신데 텐션이 지난해만 못하다. 자칫하다간 바람잡이 역할을 쭈야님에게 뺐길 분위기다. 혹시... 뒤늦은 열혈 덕후로 옥장판 사태에 고민이 많으신 거 아닌가 몰러.
객석의 불이 꺼지자
연-핑크 드레스의 소프님과 백-바지의 박규희 기타리스트가 무대에 오른다. 외관상으론 바비인형과 말괄량이 삐삐의 유쾌한 조합이다.
첫곡은 박규희님의 독주다.
테너가 부르는 애잔한 노래(Schubert Lob der Tränen, D.711)를 기타로 편곡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uJtxCE55rY
“아, 이 마음은 무엇이 채워주려나.” 주저앉았다가도
“눈물은 지친 용기를 다시 일으킨다네.” 애써 일어서려는 의지가 담긴 노래다.
만약 슈베르트가 모닥불 피어오르는 강변 사장에서 기타로 연주를 했다면, 그가 평생에 걸쳐 단 한 번도 이루지 못했던 사랑을 얻을 수 있었지 않을까... 그만큼 듣는 이의 애간장을 녹이는 곡이다.
cf. (몰랐지만) 박규희님은 어떤 난해한 곡도 연주 가능한 최정상급 기타 연주자라고 한다. 프로필 중엔 알함브라/얀 에드문드 유르코프스키 기타 콩쿠르 우승이 있는데, 특히 2014년 에드문드 유르코프스키 기타 콩쿠르 우승은 여성으로선 30년 만이라고.
다음은 울 소프님이 나설 차례.
‘그 나라를 아시나요’부터 ‘오직 그리움을 아는 이만이’까지 「미뇽의 노래」 4곡이다.
두 달 전 자유게시판에 관련 글을 올리기 위해 괴테&슈벨에 푹 빠져봤지만 여전히 내겐 어려운 곡이다. 귀에 익히려 소프님이 2011.10.12. 예술의전당 공연으로 남기신 영상을 열 번 가까이 들어봤어도 여전히 쉽지 않은 노래다. 하여 (문외한의 자괴감은 내려놓고) 오늘은 소프님의 목소릴 빌어 미뇽의 감정만 느껴보기로 한다. 다행이다. 안광이 지배를 철한다는 옛말이 과히 틀린 게 아니었던 것인지, 소프님의 호소력이 통했던 것인지... 미뇽의 절절한 심정이 조금은 느껴진다.
15분간의 인터미션.
4분의 기타 연주와 16분의 노래로 1부가 마무리 된 까닭은 「미뇽의 노래」 곡마다 소프님의 원작 낭독이 있었기 때문이다. 소프님도 처음 해보시는 시도라고 한다. 둥지 식구들이야 자다가 웬 떡? 지그시 눈감고 소프님의 (노래 아닌) 낭랑한 음성을 즐겼지만, 청아한 노래만을 기대했던 일반 팬 분들은 다소 당황했을지도 모르는 대목. 어쨌거나 인터미션이 주어졌고 허리 운동을 하며 폰을 꺼내봤더니 반가운 깡주님이 영상톡을 올리시며 등장을 알리셨다. 그럼 그렇지. 차라리 앙꼬 없는 찐빵을 구하는 게 빠르지. 역시 깡주님이야.
일장일단.
2층 관람도 나름 운치(?)가 있다. 좌우론 마찬가지지만, 전후론 단독이라 시선에 걸리는 게 적어 몰입도가 높아진다. 평창 공연 땐 거의 앞줄이라 소프님이 나만 쳐다보시는 것 같아 몸이 굳었었는데... (출연진의) 표정과 디테일을 놓치더라도 시선과 호흡이 부담스러운 분이시라면 어중간한 자리보단 2층 관람이 대안일 것 같다. 양보해주신 쭈야님, 쌩스~
2부는
소프님의 노래 4곡과 중간에 슈벨 세레나데(D957) 독주로 구성.
1부 「미뇽의 노래」와는 달리 각기 독립된 노래인 터라 기타 독주를 중간에 삽입할 수 있었다.
구관이 명관이라고, 노래 중엔 물레질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리듬 덕에 ‘물레감는 그레첸’이 귀에 익어 반가웠다. 피아노가 아닌 기타 반주도 색다른 맛이 있었고. 나머지 3곡은 역시 어려워 소프님의 음성을 통해 감정만 따라갔다. 한편 박규희님의 찐팬이 아닌 일반 청중들도 익숙한 세레나데엔 자기만의 감성에 젖는 모습.
공연의 대미는 뭐니 해도 앙코르
경험이 적어서 그런지 이 대목은 항상 고민이다. 박수를 얼마동안 쳐야하는가. 적게 치면 출연진이 섭섭할 테고, 너무 오래 치면 부담을 줄 수 있고. 출연진-청중 또 청중-청중 간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오늘의 눈치싸움 결론은 2곡이었다. 공연의 모든 레퍼토리 중 마지막 노래, 슈벨 아베마리아에 오래 버텼던 귀가 결국 녹았다.
팬 사인회와 포토타임
“줄들 서시고, 차례대로 커몬!”
스타-질은 아무나 하나. 영화 홍보를 위해 2시간을 팬들에게 할애한 톰-형만큼이나 팬들에게 진심인 울 소프님. 테이블도 없이 그 많은 사인을 해주시고, 원하는 만큼 찍혀주시고. 내심 죄송하면서도 이런 때가 아니면 언제... 그러고 보면 먹고살기 힘든 건 소프님도 마찬가지? ㅋㅋ
새로운 포맷을 선보여 주신 소프님, 행복했습니다.
꿋꿋하게 버텨주신 해밀-방장님, 감사했습니다.
뒤풀이 없이 헤어진 여러분, 오늘은 안타까웠습니다.
뵙지 못한 식구님, 다음엔 마음은 두고 몸만 오세여.
첫댓글 사진&영상 정리는 운영진에서 알아서 해주시리라 믿고, 텍스트만 올립니다.
와 후기 대단합니다
정말 자세히 잘써주셨네요
부러우시죠? 그러게 뱅기 타고 오시라니까!
@낭만배달부 가려 했는데 애들방학하니 뱅기표가 거의 4천불 해서 네명 표사기 힘들어 올해 포기했어요 😿
후기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치사하게 지하철 핑계로 젤 먼저 튀셨어. 차도 한 잔 안 하시고. 나뻐~
회장님 빼면 다 낮설어서 조용히 있다 왔어요 ㅎㅎ
오셨었어요? 한번 얼굴 트면 담번엔 편해져요~ 다음엔 인사 나눠요~~~~~~~~
낯 가리는 건 제가 전문인디. ㅋㅋ
사랑님 말마따나 담엔 꼭 트시죠. 얼굴.
짝짝짝짝짝!!! 박수가 절로 나오는 후기네요. 눈 앞에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소리도 들리고예~ 진짜라예!! 박규희의 기타 소리에 실어서 노래하는 소프님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앞으로 낭만님이 소프님의 모든 연주회를 갈 수 있도록 그래서 기록을 남길 수 있도록 후원회를 조직하고 싶습니다! 그때까지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고 진척여부는 포항에 오셔서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맛있는 것을 대접하겠씸니다!!
오바쟁이 앤드류님!
포항에...직접... 아무래도 '지하철'에 대한 복수 같네. ㅋㅋ
저두 쮯대며 싸인받기 바빴네요. 소프님 피곤하실까봐 넘 질척대는 거같아서 왜이리 식은 땀이 나던지.. 둥지가족분들 아님 저 줄행랑쳤을 거에요. 월클은 월클이구나하면서 빛나는 소리들을 귀에 쏙쏙 담고 싶었어요~ 다음에는 좀 더 싹싹하게 인사할게요
단체 사진 중 제가 얼굴 못 튼 분이 4분이나 계셨눈디... 오디?
코로나 이전에는 유명한 연주자 공연후 대놓고 테이블 펼쳐놓은 사인회가 있었더랬는데~~소프님도 곧 그리하셔야 할 듯~ 팬카페 초기에는 기다리는 팬들이 저리 많지 않았었는데~~ 팬텀과 코로나가 소프님의 이름을 국내에 전염시킨 공이 크네요~~😊
(간이 테이블을 놓고) 소프님 앨범 판매하던 분들에게 가
"테이블 잠깐 빌릴 수 있을까요? 울 소프님 사인하시기 넘 힘들어서..."
당연히 빌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딱지 맞았어요. 넘해~
저 텐션이 많이 떨어졌나요?ㅋㅋㅋ 저도 오랜만에 뵙는 소프님이라 다 제껴두고 소프님만 바라보느라 그랬나봐요.ㅎㅎ 뒷풀이가 없어서 그래요~ 뒷풀이 갔음 엄청 나댔을텐데~~~🤣🤣🤣
가끔은 (소프님 옆에 있는) 식구들도 봐주세여.^^
@낭만배달부 소프님 담으로 낭만님을 젤 많이 뵌것 같은데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