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막인생- 제주생활(8)
2022.8~9.15
참깨를 털며
2022.8.5
금년에 참깨농사가 잘 되었습니다.
정성을 들여 가꿀 때는 이런 저런 이유로 기대치 이하였는데,
금년엔 참깨를 털고 난 참깨대를 마늘 덮개용으로 쓸 요량으로
파종시기보다 한 달 앞서 씨마늘로 남겨놓은 사이사이에 뿌려놓았는데
비가 많이 오지 않아서 기대이상의 수확을 거두었습니다.
아내도 신바람이 났습니다.
성당마트에 내놓을 물건이 별로 없었는데
지난 번 땅콩을 소량 판매했는데 인기가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길 기대합니다.
방금 짜온 참기름을 담고, 볶음깨도 용기에 담았습니다.
잎마늘 심는 날
2022. 8.11
오늘 일년 농사 중 가장 중요한
풀마농(잎마늘)을 심었습니다.
금년에는 마늘을 심고난 후 털고 난 참깨대를
마늘밭에 덮을 요량으로 참깨를 일찍 파종했는데
다행히도 잘 여물어 7말 정도 수확을 했습니다.
본당 마트에도 2말 기름을 짜서 팔고
나머지는 은인, 친적들에게도 나눌 생각입니다.
금년에는 생석회를 뿌리고,
비료도 일반 복합비료 대신 조금 비싼 다드린을 뿌렸습니다.
비가 온다는 예보도 있었지만 흐린 날씨에
적당히 바람이 불어 일하기에 최적의 날씨입니다.
파놓은 골에 알맞게 마늘을 흩어놓으면
심는 자매님들이 심기가 훨씬 편하다고 해서 골마다
적당량의 마늘을 뿌려놓았습니다.
그 결과인지 오후 2시에 마무리되었습니다.
약간 마늘이 모자라 한고랑 심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지나고 나면 그 뜻을 알게 되겠지요.
항상 나의 계획에서 벗어난 일도 지나고 나면
좋은 결과를 얻는다는 것을 여러 번의 체험으로
알았기 때문이지요.
며칠 후 지나가던 최 마리안나 자매님이 밭의 빈 여백을 보시고
마늘이 모자라냐고 물어서 그렇다고 했더니 씨 마늘을 주셨습니다.
그래서 여백없이 밭을 마늘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모든 것을 주님께 의탁하면
주님께서 항상 좋은 결과로 이끄신다는 것을 또다시 알게 되었습니다.
주님안에 하나
2022.8.21
오늘 용수공소 미사 후 의미있는 모임을 가졌습니다.
신창본당을 중심으로 조수공소, 용수공소, 김대건 신부님 표착성지 등으로
나누어져 있어서 본당중심의 일체감이 떨어진 것은 사실입니다.
오늘 용수공소 미사(저녁 8시) 후에 고발비나 자매님 댁에서
일치를 위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주님을 모시는 자리에 작은 주님(술)을 모시고 즐거운 자리를 가졌습니다.
특히 용수성지 사무장으로 오신
김 아우구스티노 형제님과 김 크리스티나 자매님 부부,
조수에서 오신 이영기 베드로 형제님, 이분도 형제님 부부,
본당 총회장님, 용수 공소회장님 부부, 율리아 총무님, 안나 단장님,
용수의 젊은 레오 형제님이 자리를 같이 하여 화합의 시간을 함께 했습니다.
물론 신부님과 수녀님도 자리를 함께 하셨습니다.
안주겸 반찬으로 준비해주신
한치무침, 삶은 전복, 돼지갈비찜도 훌륭했지만
귀한 성게알을 숟갈로 떠먹을 수 있도록 많은 양을 준비해주셔서
참석자 모두가 감탄의 소리가 터져나왔습니다.
음식을 장만해 주신 발비나 자매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세상 참 좁다
2022.8.25
오늘 새벽미사 후 한 자매를 만났습니다.
처음보는 분이기에 아내가 '처음 뵙겠습니다!"하고
인사를 하면서 대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자매(황 모니카)는 3일 전
서울에서 제주 한달살이를 하러 왔답니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딸과 함께~
성당에서 10분정도 떨어진 곳에서 사는데
매일 미사에 참례할 수 있고 자연경관이 아름다워 너무 좋다고 합니다.
남편은 사업을 하기에 같이 하지 못했지만
추석에는 제주에 와서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낼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서울에 있을 때 친하게 지내던
임 세례자요한 형제를 잘 안다는 말에 서로 공감대가 형성되었지요.
모니카 자매님은 체나콜로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계시며,
임 세례자요한 형제는 회장으로 활동하기에 잘 아는 사이인 것이지요.
세례자요한 형제는 나와는 같이 사목회 활동을 했고,
여주로 이사가기 전 같은 쁘리시디움에서 레지오 활동도 4년 간 했습니다.
너무 반가워 주차장에 서서 20여분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서 기념사진을 찍고 연락처도 공유하였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미사에 참례하니까 만나기로 하고 헤어지며
우리집도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같이 온 딸이 꽃꽂이를 좋아해서 시간이 날 때
제대 꽃꽂이를 도와준다는 문자와 함께
성모상 앞에서 찍은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학창시절 민병철 영어학원 다닐 때 배운 문구가 갑자기 생각납니다.
"What a small world!"
정자(亭子) 이야기
2022.9.5
지난 8월에 조그만 정자를 만들었습니다.
물론 제가 만든 것이 아니고 돈을 주고 만들었지요.
만들고 나서 지난 주일 처음으로 8명을 초대하여 개업식(?)을 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맥주, 그것도 생맥주가 마시고 싶어서
시내에 있는 대형마트에 가서 5리터 2통을 사서 맥주집에서 마시듯이
직접 따라서 마시는 분위기를 가졌습니다.
안주는 아내의 특별한 안주 골뱅이 무침을 선보였습니다.
을지로 본사에 근무할 때 유명한 맥주집인 '골뱅이 신사'에
나와 함께 3번을 방문해서 배운 것입니다.
여주에 집을 지을 때, 대부분은 아내가 관여했지만
정자와 집주위에 돌담을 쌓고 정원을 꾸미는 것은 제가 관여했지요.
일하다가 쉴 때는 정자에 드러누워 잠시 쉬기도하고,
한가할 때는 기타도 튕기며 노래도 흥얼거리고,
손님이 오시면 집안보다는 정자에서 환담을 나누는 장소였습니다.
그곳에서 많은 사람을 만났고 추억의 장소였지만
제주에 와서 정자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는데
아내가 만들자고 제안해 만들고 나니 다시 정자의 맛(멋)을 느낍니다.
비록 조그마한 정자이지만 이름이라도 붙여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주에서 서예와 수묵화를 배울 때
선생님이 호를 지으라고 해서 지은 호가 있습니다.
한 달여를 생각한 후에 심천(深泉)이라고 지었지요.
내고향 샘골(용천)의 천과
제2막 인생을 살았던 여주 도전리(원심동)의 심자를 합쳐서
깊은 샘이라는 뜻의 호를 짓고 낙관도 새겼지만 출품은 한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
지금은 용수리(龍水里)에 살고 있는데 마을이름도 물과 용이 들어가 있어
나는 물과 인연이 있는 모양입니다.
작명의 숙제가 하나 생긴 것 같습니다.
앞으로 3막 인생을 살고있는 제주도에서도
정자로 인한 좋은 추억이 만들어지길 기대해봅니다.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소소한 곳에서 찾을 수 있기에
늘 새로운 것에 대한 생각과 도전을 할 생각입니다.
새로움은 설렘과 함께 가슴을 뛰게 만드니까요.
한가위
9.10
한가위 전날 저녁입니다.
고향은 있지만 가지 못가고 컴퓨터 앞에 앉아
어떤 내용으로 포스팅 할까 잠시 생각하자니
문득 고향생각이 납니다.
고향에는 친구 동생 형님의 정이 어려있는 곳입니다
나의 그림과 동심의 이야기들 모두가
고향 동산에 꿈이 서리듯 움터있고
멱감으며, 서리하며, 뛰어놀며, 살아 숨쉬었던 지난날들은
세월의 흐름을 느끼며 그 시절을 돌아보며...
봄에는 연분홍빛과 가을엔 노란 미색의 황금 나락의
삶이 숨쉬고 있는 고향으로 단숨에 달려가고 싶습니다.
하지만 고향에 가도 옛 친구들도 별로 없고
부모님 묘소가 있던 선산도 없어진 지금은
갈 기회가 별로 없고 국민학교 동창 카톡방에서
옛일을 회상해보지만 점차 고향생각이 희미해집니다.
용인, 서울, 경기도 여주를 거쳐 이제 제주에 살고 있는 지금,
하나밖에 없는 딸이 손녀를 안고 왔습니다.
시댁이 제주시내에 있기에 그곳에서 차례를 지내고
한가위 당일 오후에 우리집으로 왔습니다.
한가위 연휴가 끝나고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간 첫 날
아침부터 가을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계속되는 실내생활이 갑갑해서
딸,손녀와 함께 데크로 나와서 가을비 분위기를 즐기다가
기타를 치고 싶었습니다.
너무 오래(2년) 만지지 않아서 먼지가 앉았지만
튜닝을 하고 기타줄을 튕기는데 어색했습니다.
코드를 잡는 손가락도 아프고 리듬도 어색했지만
몇곡을 부르면서 동영상을 찍었습니다(오늘 포스팅의 BGM)
혼자하기는 어색하지만 청중이 두명(딸, 손녀)이 있어서
즐겁게 노래를 불렀습니다.
박자도 안맞고 음이탈도 왔지만 그것이 오히려
청중에게 웃음을 줄 수 있지요.
2022.9.14 아침노을
2022.9.10 아침노을
2022.9.15 순례 성모님 오신 날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9월 15일)
2021년, 작년이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레지오 마리애가 설립(1921년)된지
100주년이 되는 해였다.
그러나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행사를 치루지 못하다가
올해 100주년 행사로 제주도내 모든 성당을 순례하는
"레지오 마리애 설립 100주년 성모님 행사"가 진행되었다.
순례 성모님께서 오신 날(9월 15일)은
공교롭게도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이었다.
이 날은 예수님의 십자가 길을 함께하신 성모님의 고통을 기억하는 날이다.
자식의 아픔은 어머니에게 더 크게 다가오는 법이다.
시메온은 성모님의 고통을 이렇게 예언하였다.
“이 아기는 이스라엘에서 많은 사람을 쓰러지게도 하고 일어나게도 하며,
또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되도록 정해졌습니다.
그리하여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 가운데,
많은 사람의 마음속 생각이 드러날 것입니다”(루카 2,34-35).
성모님의 고통을 묵상하고 기억하는 신심은 오래전부터 널리 퍼져 있었으며,
1688년 인노첸시오 11세 교황이 이 기념일을 정하였다.
1908년 비오 10세 교황은 이 기념일을 ‘성 십자가 현양 축일’ 다음 날인
9월 15일로 옮겨 예수님의 십자가 고통과 연계하여 기억하게 하였다.
9월 15일 새벽노을
5시 51분 부터 6시 23분까지 32분간의 동쪽 하늘의 모습입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변화무쌍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오히려 저녁노을보다 역동적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