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일 : 2026년 2월 19일
답사팀 : 35회 김영숙, 김명자, 김옥란, 최성주, 조용식
강화도의 심장이자 우리 민족의 영험한 기운이 응집된 성지, 마니산(摩尼山)으로 향하는 길은 묘한 설렘으로 가득했습니다.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강화의 들녘은 아직 겨울의 무채색을 띠고 있었지만, 그 적막함 속에는 곧 다가올 봄을 잉태한 대지의 묵직한 에너지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강화 초지대교를 건너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는 동안, 멀리서 굽어보고 있는 마니산의 실루엣은 마치 거대한 거인이 서해를 지키며 앉아 있는 듯한 위용을 뽐내더군요.
함허동천의 목련과 빙벽, 겨울의 끝에서 봄을 꿈꾸다
강화 마니산 산행의 시작점인 함허동천(涵虛洞天) 야영장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에 잠겨 있는 곳’이란 뜻을 품고 있습니다. 매표소로 향하는 길목, 앙상한 나뭇가지 끝에 맺힌 목련 꽃망울이 저희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찬바람에 몸을 잔뜩 웅크린 채 보송보송한 솜털을 두른 그 가녀린 꽃망울은 영하의 추위 속에서도 기어이 생명을 틔워내려는 강인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이 목련들은 총동문산악회 회원들이 방문하는 3월이면 활짝 피어 봄맞이 산행을 환하게 맞이해 줄 것입니다. 참고로 마니산 입장료는 어른 2,000원이며, 저희처럼 20인 이상 단체로 방문하시면 1,500원입니다.
이정표를 따라 2야영장으로 가시면 계곡로이고, 3·4야영장으로 가시면 능선로입니다. 두 길은 나중에 다시 만나게 되므로, 암릉을 타고 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즐기고 싶다면 계곡로를, 조금 더 편안하게 탁 트인 조망을 즐기고 싶다면 능선로를 선택해 보시기 바랍니다. 저희 답사팀은 겨울의 마지막 정취를 붙잡기 위해 계곡로를 택했습니다.
계곡로 입구에는 여름이면 시원하게 흐르던 물이 얼어붙어 장대하게 걸린 빙벽 전망대가 있습니다. 햇살이 투명한 얼음 조각들에 부딪혀 보석처럼 부서지는 광경은 오직 이 계절에만 누릴 수 있는 고귀한 보상이었습니다.
갈색 들녘이 품은 봄의 약속과 대지의 실핏줄
불규칙한 암석과 가파른 경사가 이어지며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기도 하지만, 시야가 확장되는 순간 가슴을 짓누르던 답답함은 단숨에 날아갑니다. 발아래로 강화도의 비옥했던 논들이 갈색 바둑판처럼 정갈하게 펼쳐져 있고, 그 너머로 서해의 은빛 물결이 어우러진 장엄한 파노라마가 연출됩니다.
지금은 황량한 갈색으로 잠들어 있는 논들이지만, 머지않아 초록빛 생명력을 뿜어낼 비옥한 대지의 약속이 느껴졌습니다. 특히 밀물이 빠져나간 해변은 마치 대지의 실핏줄이 드러난 듯 섬세한 물길의 흔적을 그려내어 자연의 경이로움을 뽐냅니다.
하늘 위로는 영종도 인천공항에서 출발한 비행기들이 하얀 궤적을 그리며 지나가는데, 발밑의 유구한 역사와 머리 위 현대 문명이 교차하는 풍경은 오직 마니산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즐거움입니다. 다만, 영상의 날씨에 등산로가 녹아내려 미끄러운 구간이 있으니 진흙길보다는 낙엽이 쌓인 곳이나 마른 지면을 골라 딛는 안전 산행을 당부드립니다.
360도 파노라마 조망과 단군 왕검의 숨결, 강화 참성단
정상으로 향하는 마지막 관문인 암릉 구간에는 반드시 마주해야 할 보물인 ‘참성단 중수비(塹城壇 重修碑)‘가 있습니다. 천연 암벽을 깎아 새긴 이 비석에는 숙종 43년(1717) 당시 무너진 참성단을 열흘 만에 다시 쌓았다는 기록이 담겨 있습니다. 비바람에 마모된 비문 사이로 흐르는 선조들의 정성은 이곳이 국가의 안녕을 빌던 소중한 성소였음을 묵직하게 전해줍니다.
마지막 ‘마니 계단’을 오르면 해발 472.1m 정상에 도착합니다. 정상에서는 반드시 몸을 360도 천천히 돌리며 강화를 온몸으로 느껴보시길 추천합니다. 사방으로 터진 시야 덕분에 마음속 응어리가 서해 바닷바람에 흩어져 사라지는 해방감을 맛보실 수 있습니다. 쉼터에서 마시는 시원한 물 한 모금과 함께 멀리 석모도, 교동도, 초지대교 등이 신기루처럼 넘실거리는 비경을 감상해 보십시오.
해발 472.1m의 마니산 정상목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나면. 마니산의 기운이 가득한 참성단으로 이동을 합니다. 강화 참성단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개방되며,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원리에 따라 쌓인 제단과 그 곁을 지키는 천연기념물 소사나무는 우리 민족의 강인한 기개를 보여주는 곳입니다.
고려, 조선 양 왕조에 걸쳐 국가는 참성단에서 도교식 제전행사인 초제(醮祭)를 거행했으며, <세종실록>지리지와 <동국여지승람> 강화도호부조에는 단군이 쌓은 제단이라는 전승을 전하고 있습니다.
하산은 평탄한 코스인 단군로 선택
하산은 완만하게 조성된 단군로를 택했습니다. 3.6km의 단군로 코스는 계단로(2.4km)보다 거리는 멀지만, 무릎의 부담을 덜어주리라는 기대를 품게 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마니산은 끝까지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나무 계단은 등산객의 인내심을 시험하며 하산길의 짭조름한 양념이 되어주었답니다. "아이고, 무릎이야"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오지만, 계단을 한 칸 한 칸 내려갈 때마다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는 서해의 풍경과 강화의 비경은 그 고단함을 기꺼이 씻어주기도 했습니다.
중간중간 나타나는 평탄한 흙길은 다리에 꿀맛 같은 휴식을 선사했으며, 하산길에 만나는 암석과 바위틈 사이로 억척스럽게 뿌리를 내린 소나무들은 포토존으로 손색이 없었습니다.
또다시 나무 계단을 만났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그리 길지 않은 느낌었습니다. 계단을 다 내려와 보니 ‘웅녀 계단’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칠선녀 계단, 마니 계단, 372계단, 웅녀 계단, 그리고 계곡로의 1004 계단까지 계단마다 이름을 지어준 것이 마니산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웅녀 계단에서 조금 내려온 곳에 벤치가 있습니다. 이곳에 앉아 참성단을 노래한 조선 후기 문신 죽석 서영보의 시문을 읽어보며, 잠시 휴식을 취해봅니다.
‘만길 현모한 제단은 푸른 하늘에 닿았고
소슬바람 은근한 기운이 내 마음을 밝게 해 주네
망연히 앉아 나의 견문이 좁았음을 생각 하느니
눈 아래 우리강산이 평안 하구나.’
마니산 정상에서 만났던 강화의 360도 풍경을 잠시 회상하며,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니 바로 아래 마을이 보입니다. 돌계단을 마지막으로 계곡로와 단군로의 갈림길을 만나며 강화 마니산의 여정이 마무리 됩니다.
산책과 힐링을 느낄 수 있는 마니산 치유의 숲
마니산 치유의 숲 안내판에 따르면, 마니산 입구에 조성된 길이 1km 정도 되는 숲으로 아이를 동반한 가족, 연인, 어른신들이 쉽게 둘러 볼 수 있으며, 곧게 뻗은 소나무와 삼나무 사이를 걷고 명상을 하다보면 스트레스는 날아가고 힐링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이번 강화 마니산의 C코스로 딱 맞는 구간이기도 합니다. 주요 산책 코스로는 단군 놀이터, 천부인 광장, 신단수 쉼터, 참성단 조형물, 성화 체험 시설, 소나무숲길 등이 있습니다.
특히 강화 참성단 복제 조형물은 마니산 정상에 있는 참성단을 실제 크기, 위치, 모양과 방향을 그대로 복제하여 굳이 마니산 정상에 있는 참성단까지 가지 않아도 참성단의 모습을 볼 수 있답니다.
또한, '널리 인간 세계를 이롭게 하리라'. 천부인 광장은 단군 신화 속 신단수 상징 조형물과 8개의 앉음 벽을 통해 전국 8도로 홍익인간 이념이 전파되어 한민족의 통합과 화합을 이루고자 하는 염원을 담은 공간입니다. 그리고 마니산 치유의 숲에서 피톤치드 가득한 소나무 숲길을 걸어 산행의 마지막 피로까지 말끔히 씻고 가는 것도 좋습니다.
식당은 마니산 매표소 입구의 ‘참송 식당’이며 강화 시래기와 들깨 그리고 소고기가 들어간 전골을 메뉴로 했습니다. 진한 들깨의 향과 씹을수록 더 맛깔스러운 시래기가 봄기운을 전해준답니다.
강화 마니산 코스별 안내
A코스 : 함허동천 야영장 – 계곡로(2야영장 방면), 능선로(4야영장 방면) – 참성단 – 단군로 – 매표소 (약 6.4km, 3시간 30분)
B코스 : 매표소 – 단군로 – 참성단 (편도 3.6km, 3시간)
C코스 : 매표소 – 마니산 치유의 숲
첫댓글 와우
조용식 후배님.
마니산 사전답사 후기
완전 끝내주네요.
글에도 산악인의 품격이
사진에도 삶의 감성이
풍성하게 녹아있네요.
30기수님들의 활약
40기수님들의 활약을
기다리며 기대하는
선배의 마음이
흡족하고 자랑스럽네요.
강화도 마니산 참성단
옛 추억을 불러
회상해주시니 고맙구요.
3월 총동산행에서
후배님들 지휘 따라
봄하늘 봄바람 봄햇살
마중하러 가겠습니다.
거기서 만나요.
우리!
선배님, 감사합니다. 민족의 정기가 깃든 강화 마니산 봄맞이 산행에서 좋은 기운 얻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