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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궁 제 25 장. 두번째. 第 25 章. 사막의 푸른 달빛. 2. 물품구입을 책임진 무삼수가 이틀을 돌아다닌후 돌아와 고개를 갸 웃거렸다. "거참, 이상한 일도 다있네? 보통 상로 인근에 사는 사람들은 낮 선 사람들을 꺼리지 않는 편이라던데 이 마을은 영 달라요." 만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려. 객점의 점원들도 눈치를 보고 있어요. 반가운 표정들 이 아닙니다!" 무삼수가 말을 이었다. "물건들을 팔려고 하지 않아 웃돈까지 얹어주는 형편입니다. 또 사막에 대해 묻기라도 하면 슬금슬금 꽁무니를 뺀다니까요! 마을 전체에 함구령(緘口令)이 내려진 것 같아요!" "으음. 사막으로 떠난 사람들의 소식도 듣지 못했겠구려?" "그렇다니까요! 필시 사연이 있을 듯 합니다." 중원의 무림인들이 이곳으로 몰려온지 벌써 두달 반이 지나고 있 다. 사막으로 들어간지도 한달이 넘는다. 그러나 돌아온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그 많은 사람들에 대한 소문조차도 없다. 더욱이 이곳 은 사막으로 들어가는 초입이다. 무림인들이 이곳을 거치지 않았을 리 없다. 그런데도 그들의 행방을 알 수 없다. 누군가 소문이 세지 않게 하기위해 마을 전체에 함구령을 내리고, 생필푼들도 함부로 매매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이는 정말 등골이 오싹한 일이었다. "아무래도 먼저 온 사람들에게 일이 생긴게 분명합니다. 천오백명 이 넘는 사람들이 이토록 감감 무소식일 수는 없어요. 정말 위헌한 모험입니다!" 예정보다 이틀을 더 머물며 수소문 해보았지만 역시 허사였다. 사 막으로 들어간 사람들의 소식은커녕 사막으로 가는 길도 가르쳐주 지 않으려 했다. 다행한 것은, 난주에서 이미 사막에 대해 아는 안 내자를 동행시켰다는 것이다. 힘들었지만 물품들도 모두 구입할 수 잇었다. 도일봉은 출발을 지시했다. "자, 이제 출발이다. 모두 마음 단단히 먹고, 주위경계를 소홀치 말라!" 그들은 다시 여행을 시작했다. 사나흘 동안은 거친 황무지라 해도 가끔씩은 나무와 풀들이 보이긴 했다. 그러나 닷새째부터는 풀들도 살지 못하는 지대로 들어서게 되었다. 사막이라 불리지만 모래가 아닌 잘잘한 자갈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이곳이 바로 자갈의 바다, 고비탄이다. 인적이 끊기고, 생명의 자취마져 모습을 감춘 지대에 들어서자 만 천은 대오(隊伍)를 재정비(再整備) 했다. 선두에 청룡기를 세워 길 을 열게 했고, 후미는 백호기를 두어 주위를 경계케 했다. 도일봉 과 만천, 무삼수 등은 중간에서 마차들을 몰았다. 만천의 표정은 더욱 굳어졌다. 안심이 되지 않는 것이다. 주위를 철저히 경계했으며 밤에는 열명씩 교대로 보초를 세웠다. 대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지만 만천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고비탄에 접어들면서 날씨는 더욱 기승을 부렸다. 밤에는 말도 못 한 추위와 게센 바람이 몰려왔고, 낮에는 작열하는 태양열이 끝없 이 펼쳐진 자갈밭을 데워 뜨겁게 했다. 낮과 밤의 차이가 대단히 심했다. 대원들이 비록 무공으로 단련되어 있었지만 이 대단한 기 온차에는 맥을 못추었다. 사막이 처음인 장군까지도 괴로워 했다. 열사(熱砂)의 사막(砂漠)! 고비탄을 횡단하는데 만도 열흘이 걸렸 다. 고비탄을 넘으니 바로 모래사막이었다. 그동안 여러지형을 횡단해 왔지만 보이는건 오로지 금빛 모래뿐인 이 사막의 풍경에는 대원들 이 완전히 압도당해 넋을 잃었다. 사방 어디를 둘러 보아도 모래외 에 보이는 것이 없다. 신기 하면서도 두려움이 몰려왔다. 도일봉은 장군 등에서 뛰어내려 사방으로 껑충껑충 뛰어보다가 두 손 가득 금빛 모래를 퍼올렸다. 모래는 금방 손가락 틈새로 빠져 흘러내렸다. "야. 정말 신기하기 이를데 없구나! 모래가 이토록 많다니. 내 전 에 바다엘 가 보았지만 이 사막의 모래는 바닷가의 모래와는 사뭇 달라!" 정말 걷기 힘든 길이었다. 장군부의 행보는 더욱 느려졌다. 낮에 는 뜨거운 태양과 모래 때문에 사람과 말이 함께 헉헉 댔고, 밤에 는 몸아치는 추위에 몸을 떨어야 했다. 낙타란 놈들만 제법 견뎌낼 뿐이다. 간혹 돌산을 지날 때 우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군데군데 작 은 초지도 지났다. 만천은 여전히 경계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우 물에 도착했을 때에는 먼저 마실 수 있는지 점검부터 했고, 독충 (毒蟲)이나 새로운 생물들에 대해서도 주의를 했다. 인가가 있는 넓은 초지에 당도 했을 때 장군부는 그곳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십여호의 천막들과 수 많은 양들이 들판 가득 풀 을 뜯고 있었다. 장군부는 떠돌이 상인 흉내를 내었다. 천막을 치고 있는 대원들을 살피던 도일봉은 저만치 물 웅덩이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도저히 참지 못하고 뛰어갔다. 날씨가 차갑긴 했지만 도일봉은 그대로 물로 뛰어들었다. 웅덩이 중간은 제법 깊 어서 한길이 넘었다. 물장난을 하고 있을샔 장군도 달려들었다. 도일봉은 오래전 저 아래 남쪽 바다에서 장군과 함께 하던 물놀이 를 기억해 내고 껄껄 웃었다. 더욱이 그 많은 날들을 모래먼지에 찌들렸다가 접해보는 물은 시원하기 짝이 없었다. 주근깨 아가씨 연화도 다가와 물놀이를 구경했다. 도일봉이 연화를 향해 물을 뿌 렸다. "주근깨 아가씨. 그대도 들어와요. 아주 시원한걸!" 그동안 두 사람은 제법 친해져 있었다. 연화가 깔깔 웃었다. "싫어요. 내가 뭐 그대처럼 장난꾸러긴줄 알아요? 그 모습을 보니 물에 빠진 새앙쥐만 같은걸요. 고양이가 와서 낼름 잡아 먹겠어 요!" 도일봉이 와락 뛰어나오며 마구 물을 뿌렸다. "난 물에 빠진 고양이다! 그대가 물에 빠지면 정말로 생쥐 같겠는 걸? 하하핫." "어마! 이러지 말아요. 사람들이 보잖아요!" "그럼 사람들이 안보는데서 할까, 응? 하핫핫." "피!" 연화는 입을 찌북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도일봉은 혼자 신이나서 장군과 함께 한동안이나 물놀이를 즐겼다. 물놀이를 끝내고 천막 쪽으로 걷고 있는데, 떠돌이 장삿꾼 차림의 장한들이 이쪽을 힐끔거리고 있었다. 사람을 유심히 살피는 눈빛이 다. 도일봉은 못본척 천막으로 돌아왔다. 도일봉은 대원들에게도 목욕할 시간을 주었다. 아홉명의 소녀들도 물을 길어다 천막 안에서 목욕을 했다. 저녁을 먹을 때 도일봉은 힐끗 저쪽에 앉아 있는 떠돌이 장삿꾼 차림의 장한들을 가르키며 입을 열었다. "저 자식들이 뭐하는 작자겠소, 만천?" 만천이 고개를 갸웃했다. "확실히는 모르겠으나 겉모양처럼 장삿꾼은 아닌 모양입니다. 아 마, 벌써 오랫동안 이곳에 죽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저 단단한 몸 집과 날카로운 눈매들을 보시오. 필시 무공을 익힌 자들이거나 군 사들일 것입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부터 죽 우릴 관찰하고 있어 요!" 무사무가 끼어들었다. "혹 사막의 강도들일 수도 있지 않겠소?" 만천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럴지도 모르지요. 아뭏튼 조심해야 겠어요. 강도이건 다른 자 이건 우리의 신분이 노출되서는 안됩니다. 이제 목적지가 얼마 남 지 않았으니 무슨 낌새가 있을 것입니다. 우린 여전히 상인흉내를 내야 해요." "그만 자둡시다. 내일 일찍 출발 해야지요!" 다음날 아침. 장군부 일행은 서둘러 자리를 정리했다. 초지를 떠날 때 떠돌이 장삿꾼 차림의 장한 두엇이 가가이 다가와 기웃거렸다. 대원 한명 이 눈을 흘기며 퉁명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보슈. 뭘 그리 기웃거리슈?" 장한이 뒷통수를 긁적거리며 넌즈시 물었다. "규모가 크구려. 어디로 가슈?" "북쪽으로 갑니다. 요즘은 초원 사람들도 비단을 좋아하거든!" "비단이오?" "왜? 사시겠소?" "아니, 아니외다. 먼 길이니 조심하구려. 요즘은 강도들이 많아 서..." 대원이 코웃움을 치며 팔둑을 걷어부쳤다. "까짓 강도쯤이야 한 손으로도 때려잡을 수 있지. 내가 길바닥에 서만 십년을 굴러다닌 놈이우!" 장한이 음흉스럽게 흐흐 웃는데 조장되는 대원이 핀잔을 주었다. "쓸데없는 잔소리 집어치우고 길이나 걸어!" 조장은 장한을 매섭게 노려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두 장한은 슬 그머니 돌아가 버렸다. 일행은 별 일 없이 한나절을 걸었다. 점심을 먹고 출발 하려는데 저만치 떨어져 경계하고 있던 대원이 달려왔다. "대장님, 꼬리가 붙었습니다. 저쪽 모래언덕 너머로 다섯놈이 따 라오고 있습니다." 도일봉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래? 초지에서 보았던 놈들이더냐?" "거리가 멀어 그것까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알았다. 계속 감시하고!" 대원이 달려가자 만천이 입을 열었다. "틀림없이 초지에 있던 그자들일 것입니다. 이제 우리의 신분이 탄로났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행동을 더욱 조심해야 겠어요!" "그렇겠군. 출발 합시다." 청룡기가 먼저 출발했다. 백호기가 출발할 때 도일봉은 무삼수를 따로이 불렀다. "자네가 수고를 해야겠어. 대원 몇 대리고 좇아오는 자들을 잡아 오게." 무삼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원 몇을 차출하여 슬그머니 무리를 이탈했다. 나머지는 계속 걸었다. 미행하는 자들을 잡는다고 떠난 무삼수가 두 시간이 지났는데도 돌아오지 않았다. 미행하는 자들을 잡았다면 벌써 돌아오고도 남을 시간이다. 도일봉은 할 수 없이 행보를 중단시켰다. 시간이 계속 흐르고 있는데도 무삼수 등은 돌아오지 않았다. 걱정이 늘어갔다. 조이강에게 십여기를 딸려 찾아나서게 했다. 어슴프레 해가 지기 시작할 때 조이강은 돌아왔지만 무삼수는 함께 오지 않았다. "곧 밤인데...큰일이군!" 주위가 완전한 어둠에 휩싸였을 때 도일봉은 불화살을 만들어 하 늘로 쏘아올리게 했다. 어쩌면 위험한 처지에 빠질 수 있으나, 당 장 무삼수를 찾아야만 했다. 달도 없는 캄캄한 밤하늘을 향해 불꽃 들이 솟아 올랐다. 대원들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게속 불화살을 쏘 아 올렸다. "저쪽입니다!" 누군가 서쪽을 가르쳤을 때 대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 서쪽 하늘 저편에서 반짝이는 불꽃이 하늘로 솟고 있었다. 불화살이다. 잠시후 같은 지점에서 또 한 대의 불화살이 솟아올랐다. "무삼수다!" 도일봉 등은 반가운 생각부터 들었다. 살아 있다는 것만도 기뻤 다. 만천이 명했다. "같은 간격으로 불화살을 쏘아 올리고, 주위를 더욱 철저히 경계 하라!" 혹 적이 쏘아내는 것일수도 있다. 무삼수라면 곧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무삼수등이 돌아온 때 는 새벽이 지나서였다. 무삼수 등은 극도로 지친 표정이었고, 대원 한명은 죽어서 말 등에 실려왔다. 낙타가 열한마리나 되었다. 도일 봉은 무삼수 등을 보고 낙심찬만한 생각이 들었다. 처음으로 희생 자가 생긴 것이다. 도일봉과 만천은 무삼수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 렸다. 대원들이 지친 대원들을 쉬게 하고, 희생자와 전리품인 낙타 를 챙겼다. 무삼수가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면목 없소이다. 우리가 너무 덤벙댄 모양이오!" 시무룩한 무삼수의 말에 도일봉이 고개를 저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자네가 덩벙댈 위인이 아니지 않은가!" 확실히 도일봉의 말대로 였다. 무삼수등은 결코 덤벙대거나 하지 는 않았다. 모래구릉에 몸을 숨긴 무삼수 등은 바짝 긴장한체 다가오는 다섯 명을 기습했다. 한명을 석궁으로 쏴 죽이고, 불시에 습격을 가해 남은 자들을 생포하려 했다. 그런데 그자들은 보통이 아니었다. 한 명이 급히 품 속에서 나무대롱을 꺼내 마개를 열고는 한 대원에게 던져냈다. 비릿한 냄새와 함께 대롱 속에서 십여마리의 곤충들이 대원의 몸에 쏟아져 버렸다. 무삼수등이 놀라 석궁으로 곤충들을 떼어낼 때 그자들은 낙타에서 뛰어내려 도망쳤다. 무삼수는 한 대원에게 부상자를 살피라 이르고 급히 그자들을 좇 았다. 그자들의 무공은 생각처럼 높지 않았다. 대원들이 쏜 석궁에 맞아 두명이 고꾸라졌다. 나머지 둘이 도망쳤다. 그들의 도망치는 솜씨는 그야말로 귀신같았다. 사방이 모래언덕인지라 몸을 숨길곳 이 없는 듯 했는데도 그자들은 구릉의 음지(陰地), 언덕 등성이, 순식간에 모래를 파고들어 숨기도 했다. 더욱이 가까이 다가갈 때 마다 던져내는 독물들은 정말 상대하기 껄끄러웠다. 그렇게 한나절 을 좇고 좇기다가 결국은 두명마져 잡게 되었다. 정잸날 지독한 추 격전 이었다. 무삼수는 조심조심 화살에 맞아 죽은 자들의 몸을 뒤졌다. 개인 병장기와 독물들이 가득한 나무대롱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무삼수 는 곧 몸을 돌렸다. 그러나 아무리 돌아보아도 길을 찾을 수 없었 다. 발자국은 이미 모래바람에 쓸려 지워져 버렸다. 어디를 돌아보 아도 망망 모래언덕 뿐이었다. 이쪽이 그쪽 같고, 그쪽이 또 저쪽 같았다. 밤이 닥쳐 왔을때는 초조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밤이 깊 엇을 때에야 하늘로 치솟는 불화살을 보았다. 무삼수등은 환호성을 지르며 불화살만 따라 걸었다. 하지만 거리가 상당했다. 보는 거리 완 천지차이다. 정말 긴 밤이었다. "사실, 그자들의 무공은 별 것도 아니었어요. 그러나 이 사막에 대해서는 너무 잘 알고 있더이다. 보기에 전혀 숨을곳이 없는데도 귀신처럼 사라지곤 했어요!" 생각하면 치가 떨리는 모양이다. "모두 내 불찰일세. 낮선 곳에 왔으면서도 ?불리 행동했으니 말 야. 쉬도록 하게. 내일 가면서 이야기 하세." 출발을 다소 늦추고 그자들에게서 얻은 물건들부터 세심히 살폈 다. 그자들은 길이가 짧고 날이 넓은 만도(彎刀)를 쓰고 있었다. 초생 달처럼 굽은 것이 중원의 만도와는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쓰임새는 비슷한 병기였다. 나무대롱에서는 지네같은 벌래와 전갈이 나왔다. 독물에 대해 다소 지식이 있는 장두가 나섰다. "이놈은 아마 전갈이라 불리는 곤충 같습니다. 독이 제법 무서워 요. 이건 나도 모르겠고요!" 지네와 비슷한데 지네는 아니었다. 전갈은 사막의 뱀과 나란히 맹 독을 지닌 곤충이다. 한 번만 물려도 신경이 마비되고 근육이 경직 된다. 무삼수가 쓴웃움을 지었다. "한명초(韓明焦)가 죽을땐 정말 끔찍 했어요! 이놈들에게 물리자 삽시간에 몸이 바비되고 경련을 일으키더이다. 일각이 지나기 전에 숨이 끊겼어요." 모두들 침통한 표정이었다. 한명초가 죽은것도 그렇거니와, 그자 들이 누군지 알아내지도 못했으니 앞으로 대처할 일이 깜깜하다. 장군부의 움직임은 이미 누군가에게 노출 되었을 것이다. 사막 전 체가 위험지역이 되버린 셈이다. 도일봉은 죽은 대원을 화장하여 뼈만 갈무리 했다. 낮선 사막에서 시체를 운반할 순 없기 때문이다. 어찌되었든 장군부는 계속 전진 했다. 위험이 있다지만 이제와서 돌아갈 순 없는 일이다. 부딪쳐 보는 도리밖에 없다. 몇일을 가도 초지를 발견할 수 없었다. 가도가도 끝없이 펼쳐진 모래 뿐이었다. 한명초의 죽움으로 인해 사기가 떨어진 대원들은 더욱 지쳐가고 있었다. 음식과 물은 충분했지만, 뜨거운 태양과 몰 아치는 추위 때문에 먹어도 맛을 느낄 수 없었다. 감기환자들이 속 출했다. 장두만이 바쁘게 움직였다. 작열하는 태양은 피까지 달굴 정도였다. 그때 누군가 커다랗게 부 르짖었다. "저기! 저기 초원이 보인다! 물도 있다!" 한 대원이 가르킨 곳에는 정말 광활하게 펼쳐진 초원이 있었다. 짙푸른 녹음과 높직한 산들이 우뚝우뚝 솟아있고, 한줄기 도도한 강줄기가 초원을 관통하며 흐르고 있었다. 그 초원이 남쪽 지평선 위에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어찌보면 손에 다을 듯 가까웠고, 또 어찌보면 가도가도 끝이 없을 먼 길처럼 보이기도 했다. "정말 초원이다!" "아이고, 시원한 물도 있다!" 모두들 환호성을 터뜨렸다. 마치 고향에라도 온 기분이었다. 벌써 나흘하고도 반나절 동안 푸른색을 구경하지 못했다. 모두들 기쁨의 환성을 지르며 낙타와 말들을 몰아 남쪽으로 달렸다. 만천은 이상 한 생각이 들어 소리쳤다. "멈춰라! 모두 멈춰! 어서!" 한참 신나게 달리던 대원들은 만천의 호통에 눈살을 찌뿌렸다. 그 러나 명령이 떨어졌으니 멈추지 않을 수 없다. 뒤늦게 달리려던 도 일봉이 만천을 돌아보았다. "무슨 일이오, 만천? 어째서 못가게 하는게요?" 곰곰 생각에 잠긴 만천이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대장은 지금 어딜 가려는 게요? 우리가 갈 길은 남쪽이 아니라 동쪽입니다!" "하하, 난 또 무슨 일이라고! 가까운 듯 하니 잠시 쉬었다 갑시 다. 모두들 지쳐 있어요." 고개를 흔들며 만천은 엉거주춤 서 잇는 대원들을 향해 호통을 내 질렀다. "너희들은 어찌그리 경망스럽게 움직이는 것이냐! 다시 한 번 명 령없이 움직이는 자는 엄벌에 처하리라. 명심하렸다!" 만천의 호통에 대원들은 그만 찔끔 하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만천 이 너무 소심하다고 투덜거리기도 했다. 만천이 대원들을 주욱 둘 러보며 말했다. "그리고...그붆들중 아침, 혹은 조금 전까지라도 저 초원을 본 사 람이 있느냐?" 만천의 황당한 질문에 모두들 어안이 벙벙 했다. 생각해보면 정말 황당한 일이다. 대원중 누구도 아침은커녕 바로 전에도 초원을 보 지 못했다. 그들은 벌써 사흘째 녹색을 보지 못했는지라 모두 눈을 크게 뜨고 초지를 찾고 잇었던 것이다. 조금 전가지만 해도 남쪽엔 아무것도 없었다. 도일봉이 물었다. "만천은 지금 저 초원이 갑자기 나타났다고 말하고 싶은거요?" 모두 똑같은 표정들이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을 지금 만천이 말하고 있는 것이다. 만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말하기는 어려워요. 하지만 필시 대장의 말 대롭니다. 저 만한 넓이의 초원이라면 아침에 발견하지 못했을리 없고, 어제라도 발견했어야 옳아요. 그런데 우리 70명 인원이 점심을 먹을 때 만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이건 말이 안되는 일이예요! 저 초원이 가짜 이거나 우리 눈이 잘못 되었을 겁니다." 듣고보면 만천의 말도 틀리지 않다. 그러나 초원은 분명 눈 앞에 펴쳐져 있지 않은가! 도일봉이 갑자기 부르짖었다. "아이쿠, 야단났다! 우린 사막귀신에게 홀린 모양이다!" 가바작스런 도일봉의 부르짖음에 대원들은 모골이 송연해 짐을 느 꼈다. "엄마야!" 마음약한 연화와 죽은 서로 부등켜 안고 비명을 질러댔다. 도일봉 또한 자기가 소리쳐 놓고 스스로 놀랐다. 본래는 대원들을 놀려주려고 일부로 크게 소리친 것이다. 하지만 쨮어놓고 보니 섬짓한 느낌이 들었다. 도일봉은 안되겠다 싶어 껄 껄 웃었다. "핫핫핫. 역시 여인네들이 제일 무서워 하는구나! 만천, 아는게 있나요?" 만천은 머리를 갸웃거리며 신중하게 입을 열었다. "글쎄올시다... 확실한 것은 소생도 모르겟소. 전에 어떤 기서(奇 書)를 읽은 기억이 있는데, 거기에는 저 동해(東海) 어느 곳에는 가끔 하늘이 맑고 청명할때면 수평선 위에 아주 화려한 누각(樓閣) 들이 보인다고 합니다. 말로는 용궁(龍宮)이 비치는 것이라고도 하 고, 아부들은 그것을 일러 해시신루(海市神樓)라 부릅니다. 물론 아주 가끔씩 잇는 일이고,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볼 수 있답니다. 저 초원이 갑자기 나타난걸 보면 아마도 동해의 해시신루와 비슷한 현상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대원들 모두 어리둥절, 갈피를 잡지 못하는 표정들이다. 그야말로 괴사(怪事)중에 괴사를 대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들이 역력하다. 몇 명의 대원들은 아예 노골적으로 있을 수 없 는 일이라고 비웃움을 날리기도 했다. 믿기 힘든 것은 도일봉도 매 일반 이었다. 하지만 도일봉은 크게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하하하, 과연 군사께선 아는것도 많으시오! 만약 그 무엇이냐? 해시...바닷가의 신비한 누각이 있다면, 이 사막에도 그와 비슷한 것이 잇을 수 있겟어요. 하긴 뭐, 물바다나 모래바다나 비슷한 점 은 있어요. 제기랄, 그럼 저걸 뭘로 불러야 할까? 모래위의 초원이 니 사상초원(沙上草原)이라고 할까? 자자, 모두 떨 것 없다! 계속 동쪽으로 간다. 만천군사의 명대로 명령없이 움직이는 자는 엄벌에 처하도록 하겠다. 계속 간다!" 대원들은 아직도 두렵고 불만스런 표정을 하고 대열을 정비한체 동쪽으로 걸었다,. 초원은 그대로 였다. 두시간 정도 걸었을 때였 다. 초원을 살피던 대원의 경악스런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아이고, 맙소사! 저것...저것...!" "아기고, 저럴수가! 사라진다, 사라져!" "부처님, 보살님! 나무아미타불!" 초원이 스러지고 있었다. 뚜렷하게 펼쳐져 잇던 초원이 마치 안개 에 휩싸이듯 뿌옇게 흐려지기 시작하더니 어느순간 일시에 자취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시니기하고, 놀랍고, 두려운 광경이었다. 대 원들은 너무 놀라 입만 벌린체 공포에 떨기도 하고, 낙타에서 뛰어 내려 무릅을 꿇고 부처님을 찾고, 어머니아버지를 불렀다. 사막귀 신에게도 빌고 빌었다. 도일봉이 혀를 내둘렀다. "정말 신기하고 놀랍구나! 세상에 이런일이 있다니! 만천군사의 말이 모조리 옳았어!" 뒷말은 일부로 대원들이 모두 들을 수 있도록 크게 말했다. 대원 들에게 만천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만천 또한 놀랍기는 마찮 가지였다. 다행한 것은 자신의 말이 틀 리지 않아 대원들에게 빈 말을 한 것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믿 지 않았던 부하들도 이번일로 인해 만천의 말을 더욱 믿게 되었다. 모두들 두려움에 떨고 있는지라 도일봉은 서둘러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 길을 쟤촉했다. 그날 또한 초지를 찾지 못하고 모래 위에서 천막을 치고 밤을 보 내야 했다. 이번일오 인해 이 사막이 얼마나 험악하고 두려운 존재 인 것을 깨달은 대원들은 한결 긴장하였다. 사막의 달빛은 차고 푸르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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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루라 하던가요???????????????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