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녀석아, 정신 좀 차려 보거라.”
“이보게, 독충. 이놈의 몸이 왜 이렇게 뜨거운가?”
오마왕은 의식을 잃었던 마대위가 어눌한 발음으로 뭐라고 웅얼거리자 화들짝 놀라 달려왔다.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보이던 마대위가 이레 만에 처음으로 입을 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대위는 아직도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고, 설상가상으로 온몸은 고열로 펄펄 끓고 있었다.
만독혈왕은 마대위를 진맥한 후 머리를 갸웃거렸다.
“그것 참 해괴한 일이군.”
만독혈왕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다시 진맥을 했다.
“내 칠십 평생에 이런 증상은 처음일세.
이레 동안 아무것도 못 먹은 녀석의 혈맥이 이처럼 왕성하게 뛰다니 말이야.
게다가 열은 또 왜 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으니 원…….”
혼세마왕은 마대위의 손을 꽉 잡으며 물었다.
“그, 그럼 이 녀석이 살아날 수 있다는 건가?”
“허허, 그걸 말이라고 하는가. 지금 이놈의 심장은 황소처럼 튼튼하다네.”
“어, 어찌 그럴 수가…….”
만독혈왕은 마대위의 입을 벌리고 물을 조금씩 흘려 넣어 주었다.
오마왕은 꼬박 하루 동안 마대위 곁에 머물면서 경과를 지켜보았다.
그러나 다음 날에도 그가 여전히 깨어나지 않자, 만독혈왕은 다급한 마음에 혼세마왕을 붙잡고 말했다.
“우리 중에서 자네의 내공이 가장 강하니 이 녀석의 경맥을 한번 살펴보게.”
“음!”
혼세마왕은 심각한 표정으로 두 손에 내공을 모았다. 그리고는 마대위의 맥문을 움켜쥐었다.
“크헉!”
돌연 혼세마왕이 시뻘건 피를 토하며 뒤로 튕기듯 나뒹굴었다.
“이, 이런! 괜찮은가?”
만독혈왕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혼세마왕의 등에 손바닥을 붙이고 진기를 불어넣었다.
“으음…….”
한참 후에야 혼세마왕은 기력을 되찾은 듯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지독한 탄기력이야. 마치 철벽을 후려친 느낌일세. 나의 내력은 아예 먹히지도 않으니.”
네 사람의 눈이 일제히 휘둥그레졌다. 혼세마왕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을 이었다.
“내가 쏟은 힘, 딱 그만큼의 힘으로 내력을 튕겨냈다네. 이건 내가 내 몸에 장력을 날린 꼴이야.”
만독혈왕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소리쳤다.
“아니,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단 말인가?”
그리고는 벌떡 일어나 지공을 이용해 직접 마대위의 혈도를 타격하기 시작했다.
타닥! 탁탁!
사마왕의 시선이 일제히 만독혈왕에게 쏟아졌다. 잠시 후 만독혈왕은 미간을 찌푸리며 탄식을 내뱉었다.
“허허, 알 수가 없군. 나의 힘도 먹히지 않는 듯 하이.”
“탄기의 기운은 없었나?”
만독혈왕은 머리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아마…, 강제로 경맥에 내공을 주입하려 할 경우엔 그 힘을 다시 튕겨내지만,
단순한 외부의 타격에는 반응하지 않는 것 같네.”
그때까지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던 혈영마왕이 갑자기 만독혈왕을 제치며 마대위에게 다가섰다.
“잠시 비켜보게.”
혈영마왕은 핏빛처럼 붉게 변한 손으로 다짜고짜 마대위의 가슴을 내려쳤다.
“아니, 천라혈수공을! 자네, 이 녀석을 때려죽이려고 작정했나?”
깜짝 놀란 마왕들이 황급히 혈영마왕을 만류했다.
하지만 혈영마왕은 마치 큰 충격을 받은 듯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는 두 눈을 부릅뜬 채 마대위를 뚫어져라 내려다 보았다.
한참동안 멍하니 있던 혈영마왕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기를 지켜보던 마왕들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비록 원래 내력의 일 할도 되찾지 못했지만,
그 정도 힘이라면 보통 사람의 몸으로는 견뎌 낼 수 없네. 그런데…, 이 녀석을 보게.”
그러면서 혈영마왕은 마대위의 웃옷을 벗겼다.
“이럴 수가!”
깨끗했다.
마대위의 피부에는 천라혈수공을 맞은 흔적이 전혀 없었다.
“우리 오마왕 중에서 대종사님과 싸워본 사람은 나밖에 없을 걸세.
비록 단 한 수에 제압당하긴 했지만……. 어쨌든 난 그분의 무공을 좀 안다네. 이건 분명히…….”
혈영마왕의 시선이 석순을 향하는 것과 동시에 나머지 마왕들이 한꺼번에 소리쳤다.
“대력금강기!”
대종사가 구마왕과 삼십육마군을 거둘 당시 대부분의 마인은 그의 위엄에 굴복했다.
그러나 혈영마왕처럼 일부는 대종사와 싸우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대종사는 세 가지의 무공을 사용하여 자신에게 저항하는 마인들을 모두 승복시켰다.
대종사는 자신의 무공 내력에 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마인들은 그 세 가지 무공을 각각
대력금강기, 무영금강수 그리고 천룡비라 명명했다.
이 세 가지의 무공 중 그들이 가장 놀라워한 것이 바로 대력금강기였다.
대개 외부의 직접적인 타격을 방어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이화접목이나 진기도인이라 부르는, 상대의 힘을 풀어내거나 흘림으로써 충격을 최소화 하는 무공이 그 첫 번째요,
내공을 외부로 표출시켜 피부를 철벽처럼 단단하게 만드는 기공과
거기서 보다 발전된 형태로 살상력까지 갖게 되는 강기공이 둘째다.
대력금강기는 강기공의 정점에 있는 무공으로 최고의 호신공이다.
그러나 모든 강기공은 상대의 장이나 권을 막아 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검기나 도기에는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천하제일의 무공을 가진 사람이라도 검기에 정통으로 맞으면 목숨을 부지할 수 없는 것이다.
허나 대력금강기는 달랐다. 한 번은 대종사가 검기를 날리는 고수에게 자신의 가슴을 무방비로 내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옷자락만 잘렸을 뿐 정작 대종사는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았다.
그러니 금강불괴에 가장 가까운 기공이 있다면 아마도 대종사의 대력금강기일 것이다.
오마왕은 석순 쪽으로 달려가 대종사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러나 대종사의 모습은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오마왕은 별 수 없이 마대위가 깨어나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시간이 흘러 사흘 뒤, 점차 열이 내리기 시작한 마대위는 다시 하루가 지나자 마침내 의식을 되찾았다.
“무, 물…….”
“이 녀석이 드디어 정신을 차렸구만!”
혼세마왕은 쏜살같이 연못의 물을 퍼다가 그에게 먹였다.
마대위는 정신없이 물을 마시고 난 뒤 고개를 들다 코앞에서 눈을 빛내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오마왕을 발견하자
기겁을 했다.
“헉! 왜, 왜들 이러슈?”
“이제 정신이 드느냐?”
“정신이 들다니…, 그게 무슨 말이요?”
혼세마왕은 측은하다는 표정으로 마대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쯧쯧, 이 녀석아, 네놈은 사흘이나 의식을 잃고 누워 있었단 말이다.”
“뭐요? 사흘이나?”
마대위는 잠깐 잠을 잔 것 같다고만 생각했는데 사흘 동안 의식을 잃고 있었다는 말을 듣자 어이가 없었다.
더군다나 의식을 잃고 있었다면.
“거참, 그럼 대종사님을 만난 게 꿈이었나?”
“뭐, 뭐라고! 그, 그게 무슨 말이냐?”
갑자기 대종사에 대한 말이 튀어나오자 오마왕은 마대위에게 질문 세례를 퍼붓기 시작했다.
당연하지 않은가. 3일 밤낮을 의식도 없이 쓰러져 있다 한 말이 대종사를 만난 것 같다니.
오마왕으로서는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
주위가 일순 조용해지자 마대위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안았다.
그 모습에 오마왕은 궁금함을 참지 못하겠다는 듯 마대위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한참동안 침묵을 지키던 마대위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음…, 내가 꿈을 꾸었던 모양이오.”
“꿈이라니, 대체 무슨 꿈을 꾸었는데 그러느냐?”
“신선인 듯한 노인을 만났는데 아무래도 그분이 바로 대종사님이셨던 것 같소.”
말을 듣던 오마왕은 일제히 탄성을 터뜨렸다.
“그래, 대종사님께서 뭐라고 하셨느냐?”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소. 단지…….”
마대위는 말을 멈추고 침을 한 번 꿀꺽 삼켰다.
“미소를 띤 채 나를 바라보셨소.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기도 하고 말이요.”
혼세마왕은 마대위의 코앞에 얼굴을 들이밀더니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보며 물었다.
“그게 다냐? 너를 쳐다보시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고?”
“그렇소.”
오마왕은 이상하다는 듯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다짜고짜 마대위를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퍼벅! 퍽!
“윽! 왜, 왜들 이러슈?”
퍽! 퍽!
“계속 때리면 가만있지 않을 거요!”
마대위가 엄포를 놓았음에도 오마왕이 멈추지 않자, 두 팔을 바람개비처럼 휘둘러 그들을 멀찌감치 뿌리쳤다.
“어이쿠!”
“에이 씨팔, 때리지 말라고 했잖소!”
오마왕은 비명과 함께 사방으로 나가 떨어졌다.
하지만 그들은 이에 개의치 않고 다시 마대위 앞으로 쏜살같이 모여들었다.
웬일인지 오마왕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또 때리려고 온 거라면 이번엔 나도 참지 않을 거요.”
마대위의 경고에 혼세마왕이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 녀석아, 괜찮은 게냐?”
주먹을 말아 쥔 채 방어태세를 취하고 있던 마대위는 혼세마왕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 참, 신나게 팰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괜찮으냐고 묻는 건 또 뭐요.
영감님들이야말로 어디 아픈 거 아니요?”
“이렇게 답답하기는! 우리가 그렇게 두들겨 팼는데 상처가 하나도 없지 않느냐.
게다가 우리 모두를 밀어냈던 그 힘은 무엇이고.”
그제야 마대위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는지 자기 몸을 훑어보았다.
“어라? 정말 그러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허허, 우리가 그걸 어찌 아느냐. 네놈이 설명을 해 줘야지.”
마대위는 잠시 기억을 더듬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대종사님께서 사라지신 후 그 자리에 뭔가, 말하긴 어렵지만 분명히 뭔가가 있었소.
그게 나한테 확 달려들었는데, 순간 끓는 기름솥에 들어간 것처럼 온몸이 뜨거워져서 정신을 잃은 것밖에는…….”
혼세마왕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머지 마왕들을 쳐다보았다.
“자네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나머지 마왕들은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 어떤 이유를 든다 하더라도 설명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만독혈왕은 마대위의 몸 상태를 꼼꼼히 확인했다.
그리고 어찌된 영문인지 마대위의 몸속에 대력금강기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불가사의였다.
단전이 파괴되어 내공을 익히지도 못하는 마대위의 몸속에 엄청난 힘이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강호의 밥을 조금이라도 먹은 사람이라면 말도 되지 않는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일이다.
하지만 오마왕은 마대위가 꿈속에서 만났다는 대종사님이 대력금강기를 주었다고 굳게 믿었다.
그만큼 그들의 대종사에 대한 믿음은 확고했다.
또한 그 말이 아니라면 마대위의 몸속에 있는 그 엄청난 기운을 설명할 길이 없다.
마대위의 단전은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에 무공을 익히거나 내공을 쌓을 순 없다.
그러나 지금 그의 피부는 대력금강기의 힘에 의해 철벽처럼 단단해져 그 어떤 외부의 타격에도 끄떡하지 않게 되었다.
오마왕 모두가 달려들어도 당할 수 없을 만큼의 근력을 소유하게 된 것이다.
“쳇, 결국 힘세고 맷집 좋은 바보가 됐다는 거구만.”
오마왕은 마대위의 퉁명스러운 말에 입맛을 다셨지만, 과히 틀린 이야기는 아닌지라 실소를 흘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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