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존재"를 발견하는 순간"
영화 기생충
(기생충)은 각자의 경험에 따라 감상하는 법이 다르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영화다.
누군가에게는 "계단의 영화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냄새의 영화"이고 또 다른
무엇이기도 한 것이다.
영화를 본 후 다양한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상가 건물 꼭대기에 살 때 내 방
까지 넘어오던 하수구 냄새가 떠오르기도 했고 나는 지금 몇층에 사는 걸까? 주로 가난
을 상징할 때 등장하는 옥탑방은 지상일까.지하일까? 뜬금없는 질문이 생기기도 했다.
영화는 박사장[이선균]가족이 캠핑을 떠났다가 돌아온 후 불안한 공존에 균열이 생기며
더 깊은 문제의식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내가 인상깊게 본 장면은 주인 없는 집에서 파티를 벌이던 기택[송강호]가족이 그 집 지하
아래에 사는 쫓겨난 가정부 문광[이정은]의 남편을 발견했을 때다.
또한 예기치 않게 일찍 도착한 박사장 가족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기택가족이 재빨리 몸을
숨기던 순간이다. 자신의 존재를 감춰야 생존할 수 있는 그들의 몸놀림이 마치 발견되자마자
샤샤삭"숨어버리는 바퀴벌레의 몸놀림과 같았다.
어쩌면 우리 사회는 기택 가족과 문광 부부처럼 어떤 존재는 아예 없는 존재"로 만들어
그들을 애써 발견하지 않고 그들이 계속 그 상태로 숨죽여야 "니이스"하게 유지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나에게 이 영화는 실존하지만 없어야 하는 존재"들에 관한 영화다.
그런 존재들은 언제 드러나는가? 기택의 말과 냄새가 감히 "선을 넘어 존재감을 가졌을 때
박사장은 그제서야 기택의 얼굴을 응시한다.
경멸과 경고의 의미로 위장된 기택 가족의 진짜 얼굴은 참혹한 범죄현장에서야 드러나고
누군가는 죽여야만 살았던 인물로 호명된다.
주로 계급에 도전할 때나 사회문제로 드러나는 것이다.
현실과 영화는 얼마나 다를까? 땅이 아닌 공중에서 투쟁을 벌리거나 생활고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성]범죄 대상이 되어야 비로소 드러나는 존재들이 있다.
그 전까지는 숨죽여 지내다 사회가 정한 선을 넘었을 때 혹은 피해자가 되었을 때 그제야
우리는 그들의 얼굴을 궁굼해한다.
물론 지상과 지하로 상징되는 계급이 존재하는 현실을 모르지도 않는다 그러나 영화를 본후
자신이 경험한 가난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일까?
너무 늦지 않게 [없는 존재]를 발견해내고 지상과 지하로 분리된 선의 경계를 어떻게 재구성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이런 고민을 하던 중 최근 발견하게 된 반가운 이들이 있다.MBC예능 [가시나들] 속 할머니
들이다 가장 시작하기 좋은 나이들"이라는 뜻의 [가시나들]은 이제 막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할머니들과 20대 연예인들이 함께 지내며 서로 이해하는 관찰 예능이다.
"가시나들"은 그동안 사회가 주복하지 않았던 할머니들을 00씨라는 이름으로 호명한다
그들이 "가시나가 어디 감히! 라는 말을 들으며 살아야 했던 인생을 말하고 20대 걸그룹
맴버들은 헐렁한 몸빼차림으로 할머니들과 쑥버무리를 만드는 청년으로 재인식하는 순간
들은 우리가 굳이 주목하지 않았던 존재들을 긍정적으로 드러내는 반짝이는 신호다
이런 신호는 할머니들이 화면 바깥에 있는 촬영 스태프들을 대할 때 더욱 빛난다.
촬영 스태프들은 출연진이나 시청자 사이에서 암묵적으로 "없는 존재"다.
그러나 방송은 잘 모르지만 인생은 너무 잘 아는 할머니들에게는 눈 앞에서 열심히
일하는 그들이 "있는 존재"들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촬영 상식에는 어긋날지라도 음식을 챙겨주고 기어이 그들을 불러서 한 상에서
밥을 먹게 한다.
이런 할머니들의 시선이 고맙고 이런 할머니들을 발견해준 제작진에게 고맙다.
기생충]을 보고 난 후 "명징하게 직조한 그 어떤해석보다 "가시나들"속 할머니들을 통해
영화가 드러낸 불편한 진실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에 관한 통찰을 배웠다.
오수경 /자유기고가
http://cafe.daum.net/daum1000
공감/책속의 한줄
첫댓글 영화 기생충도
tv프로그램 가시나들도 보고 싶어지네요...
보면서 공감을 할둣....
영화볼만하구요 가시나들 어제 처음 보았는데 재미와 인간미가
넘치는 따뜻한 프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