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병(痼疾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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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병이란, 오랫동안 앓고 있어 고치기 어려운 병이나 오래되어 바로잡기 어려운 나쁜 버르장머리를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요즘 세상에 안 고쳐지고 못 고치는 병은 없다. 아주 특수(특별)한 병을 빼놓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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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을 크게 두 부류로 나누라면 난치(難治)와 불치(不治)가 아닐까? 불치는 도저히 어찌할 방법이 없다면 난치는 어렵긴 하지만 그래도 조섭(調攝)이나 섭생(攝生)을 잘하면 고칠 수 있는 병 쯤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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某종편의 어떤 인기 프로그램인‘나는 자연인이다.’에 보면, 의사도 손을 놓고 가족들과 마지막 작별 인사나 하라던 병자들이 심산유곡에 은거하며 자연인으로 살아가며 불치나 난치병을 극복했다는 인간 승리의 스토리를 자주 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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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병은 사전적 의미 부여에서 육체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으로 나뉠 수 있을 것이다. 육체적 고질병은 차치하고 정신적 고질병 중에는 직업병(職業病)이라는 것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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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종편에서 인기리에 방영되던‘회장님 사람들’인가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어쩌다 채널 교체를 하며 지난날 낯이 익었던 탤런트들이 등장하면 7080시대의 반가운 얼굴들을 보며 그때 그 시절을 회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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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미 아들 "시청자 곁에 머물렀던 김수미로 기억해달라“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4/10/25/4ZVZ2BDBJNEV3M37CUIQUKTP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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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고인의 명복을 빈다. 좋은 데 가셔서 이승의 번뇌. 욕심 모두 잊고 버리고 자연인으로 돌아가 편히 휴식을 취하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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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다. 고인은 나보다 1살 적은데 벌써 영면하기에는 아까운 나이다. 그러나 어쩌겠나 이 또한 조물주의 뜻인즉. 그러나 일단 고인의 명복은 빌었고, 유가족이 들으면 성질나겠지만 여느 문상객(?)처럼 애달프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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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이 출연하는 프로를 보며“저 양반 왜 저러지? 빨리 병원에 가야 하는 거 아닌가?”, 아내와 함께 그런 생각을 하며 대화를 나눈 게 꽤 오래되었다. 왠지 그런 느낌이 자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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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결국 어제 그런 비보를 접하고 나는 아내에게 짜증스럽게 얘기했다. “진작 병원에 갔어야 하는데...명을 재촉했구먼”이라고. 짜증도 짜증이지만 화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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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여러 직업군이 있지만, 그중에서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직업이 있다. 가령 스포츠 스타라든가, 배우. 가수 통칭 연예인들 말이다. 문제는 이런 직업군의 사람들이 많이 미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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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칠 때 떠나라”라는 말이 있다. 솔직히 말이 쉽지 행동하기는 어려운 얘기다. 한참 인기 상승 중이고 박수받는데 어찌 떠날 수 있으며 떠나란 말인가?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본인은 안다. 그래서 하는 변명이‘경기장(그라운드)에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아니면 카메라 앞에서...’라며 비장(?)한 각오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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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솔직히 미련한 얘기들 아닌가? 뭐... 국가를 위해 전쟁터에 나간 것도 아니고 국가를 위해 전투를 벌이다 산화한 것도 아니잖아? 어쨌든 모든 게 개인의 영화 영달(榮達)을 위한 거 아닌가? 그래도 스포츠 스타는 나이를 먹어가며 자신의 체력. 기력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대중의 환호 속에 과감히 은퇴하는 모습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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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통칭 예인들은 그게 잘 안되는 모양이다. 물론 자신의 몸뚱이 가지고 자신이 선택한 길이고 일이지만, 고질병에 너무 노출되었다. 결국 같은 고질병이라도 불치병으로 자신을 망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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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면 썰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