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궁 제 26 장. 두번째.
第 26 章. 사로잡힌 군웅(群雄)들.
2.
양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네. 거의 대부분 사람들이 보물에 눈이 어두워 난장판을
벌이고 있을때도 몇몇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살폈지. 이
곳에 오기 전에도 이미 이상한 움직임을 감지했던 것이고, 그 움직
임을 좇아 이곳까지 온 것이네. 하지만 한달이 지나도록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지. 사람들은 여전히 지칠줄 모르고 고성 지하를 발
굴하고 있었네. 제법 깊은 곳까지 들어갔지. 주위를 살피던 사람들
도 점차 긴장을 풀기 시작했어."
도일봉이 참지 못하고 나섰다.
"그때 누군가 불쑥 나타났군요? 사람이 긴장을 풀 때 가장 위험한
순간이지요!"
양노인이 잠시 도일봉을 바라보았다.
"자네말이 맞네. 사람들도 발굴작업에 지쳤고, 주위를 살피던 사
람들도 긴장을 풀기 시작했어. 실망한 사람들중 몇이 돌아간다고
고성을 떠나기도 했지. 그런데 어느날...벌써 한달이 지났네. 고성
을 떠났던 사람들이 헐레벌떡 달려왔다네. 고성이 군사들에 의해
완전히 포위 되었다는 것이었네. 우린 모두 믿지 않았지. 하지만
곧 현실로 닥쳐왔네. 고성을 빠져나갈 길은 차단 되었고, 빠져나갈
방법이 없었네. 군사들에 의해 물셀틈 없이 포위당하고 말았어! 군
사들은 고성 주위에 석진(石陣)을 베풀고, 그 뒤에서 각종 화기들
을 동원해 지키고 있었어. 군사의 수가 사천이 넘네."
도일봉이 무릅을 쳤다.
"하. 대단하다! 그야말로 독 안에 든 쥐로구나! 어떤놈이 그처럼
치밀한 계략을 꾸몄는지 얼굴이나 보고싶구나!"
도일봉의 감탄사에 두 노인이 눈을 흘겼다. 양노인이 말을 이었
다.
"독 안에 든 쥐였지! 정말 사면초가(四面楚歌) 였다네. 사람들은
어떻게든 탈출을 시도해 보았네. 하지만 허사였어. 석진과 그 뒤에
배푼 함정과 암기장치에 걸려 숱한 사람들이 희생되었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우리가 움직이기 전에는 군사들도 움직이지 않았네.
벌써 한달이 넘도록 대치하고 잇는 상태야. 우린 처음, 우릴 굶어
죽이려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네."
만천이 나섰다.
"굶어 죽는다면 그것도 좋고, 시간을 벌자는 생각이겠지요. 그동
안 빈집털이를 해야 하니까요!"
도일봉이 다시 감탄을 터뜨렸다.
"옳커니! 이것이야 말로 조호이산지계(調虎移山之計)의 극치(極
致)로다!무림을 한 입에 집어 삼키려는 야심이로구나. 나보다도
한 수 위인걸!"
정말 등골이 서늘한 말이었다. 이곳의 무림인들과 중원의 빈 집이
한꺼번에 무너지면 전 무림은 그날로 끝장나는 것이다. 정말 끔찍
하고 대단한 음모였다. 양종보 같은 노무사도 두려움을 느끼고 마
른침을 꼴깍 삼켰다.
"한달쯤 되면서부터 식량이 떨어지기 시작했네. 우리는 굶주림을
걱정하기에 앞서 자네들 말대로 중원이 걱정되기 시작했네. 어떻게
든 중원으로 소식을 전해야만 한다고 의견이 모아졌어. 우린 타고
온 말과 낙타들을 잡아먹으며 대책을 세우기 시작했네. 각파에서
우두머리들이 모여들었지."
군웅중에는 좋게든 나쁘게든 명성 있는 자들이 적지 않았고, 뛰어
난 자들이 적지 않았다. 소림사, 화산파, 공동파, 개방, 곤륜파등
정파무림의 태두(泰斗)들이 있었고, 이룡산의 강도 이림, 태행산
(太行山)의 녹림도 곽웅(郭雄), 장강의 백룡문(白龍門)등 도적집단
의 우두머리들이 있었다. 그 외에도 거경방, 청응방, 신권문등 해
적, 수적들도 있었다.
이들 군웅중 가장 명성이 높고 나이가 많은 자가 바로 마운수 양
종보였다. 다은으로 개방의 황개노인, 낭인무사(浪人武士) 철검(鐵
劍) 조휴익(趙休益), 화산장로 매화신검 낭청도장이었다. 사람들은
이들을 중심으로 정과 사가 한데 뭉쳤다.
"...우린 두가지 방법을 대책으로 세우고 사람들을 배치했네. 황
개가 군웅들을 이끌고 한바탕 소란을 피우는 사이에 나와 얼마간의
별동대(別動隊)가 고성을 탈출하고자 시도한 것일세. 그것이 삼일
전 일이야..."
방법은 그것 밖에 없었다. 밖의 도움이 없는한 결코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많은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다만 몇이라도 빠져나
가 중원에 소식을 전하고 도와주길 바랄 뿐이었다. 별동대는 열둘
로 구성되었다. 양정보, 낭청도장같은 일당백의 고수들이다.
삼일전에 고성안의 전 인원이 하나가 되어 결사적으로 공격을 감
행했다. 한곳을 집중적으로 공격했고, 밤새 이어졌다. 그리고 새벽
에 양종보 등의 별동대가 출발했다. 그 소란중에 무사히 석진을 빠
져나왔다. 바로 직후부터 함정과 암기등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넷
이 순식간에 쓰러졌다. 양종보는 뒤 돌아보지 않았다. 함정과 암기
장치를 뚫자 이번엔 군사들이 좇기 시작했다.
"우리 여덟명은 백여명의 군사들에게 좇기게 되었네. 몇 명 죽이
고 다시 도망치고 하면서 좇겼지만 희망이 없었네. 우린 두패로 갈
라지기로 했지. 군사들이 두패로 갈라진다면 무공이 강한 우리가
유리할 것이라 생각한 것이야. 두 패로 갈려서도 계속 좇기기만 했
지. 그리고 끝내 포위되어 공격을 받았네. 군사들은 정말 훈련이
잘 되어 있더구만. 다른쪽 사람들이 당하지 않았길 바랄 뿐일세."
양종보 노인은 긴 말을 끝냈다.
"도대체...누가 있어 이런 엄청한 음모를 꾸몄을까요? 이같은 철
저한 안배는 접어 두고라도, 대체 어느집단이 이같은 조직과 능력
이 있단 말입니까? 일개 문파로선 엄두도 못낼 일입니다!"
만천은 두렵고도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양종보 노인이 고개
를 끄덕였다.
"내가 알기에 중원엔 그만한 세력이 없네. 항간에 의혈단의 담진
자(憺眞子)란 자가 세력을 떨치고 있지만 그가 이같은 일을 꾸몄으
리라곤 생각지 않네."
도일봉이 고개를 저으며 나섰다.
"흐음. 노인장께선 의혈단을 너무 과소평가(過小評價) 하시는 것
같군요? 나도 아직 그들에 대해 확실히 아는 것이 없습니다만, 현
재 이같은 대규모의 조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은 그곳 뿐입니다.
그들에겐 이같은 일을 꾸밀 능력이 있고, 힘은 남아 돌아가는 실정
입니다. 더욱이 이 일은 무림에 한하여 생각할 것이 아닙니다. 현
재, 이곳에서 무림인들을 억류하고 있는 것은 무림세력이 아니라
군인들인 것을 알아야 해요!"
양종보 노인은 아직 그런 것 까진 생각해 보지 않았는지 크게 놀
라며 도일봉을 바라보았다.
"자네가 의혈단을 안단 말인가? 그리고 이번일을 몽고 조정에서
벌인 일이라고 말하고 싶은겐가?"
도일봉이 고개를 끄덕였다.
"노인장도 알다시피 의혈단은 소리없이 움직이고 잇는지라 그 실
체를 파악하긴 어렵지요. 하지만 의혈단은 이미 중원의 전지역에
세력을 뻗고 있는 것 만은 확실합니다. 의혈단이란 집단은 일개 단
체가 아니라 문어발 식으로 여러개의 조직이 합쳐진 연방제(聯邦
制)인 줄도 모르고요! 무림에 가끔 등장하는 하대치란 자와 그의
추종자들인 금포인들도 의혈단의 한 지파일 것입니다. 이건 내 말
이 아니라 황개노인의 짐작입니다."
낭청도장이 의아한 듯 물었다.
"자네가 황개도 알고 있단 말인가?"
"왜 모르겠습니까! 그늙은...노인네는 나를 가지고 놀다가 하마
터면 하대치 손에 죽게할뻔 했어요. 그후 소림사에 있을 때, 그 일
이 미안했는지 찾아와서 무공을 가르쳐 주더군요. 또 한가지! 이건
내 생각입니다만, 의혈단의 그 담진자라는 자, 어쩌면 실제 인물이
아니거나 실제 인물이라 해도 일개 하수인에 지나지 않을수도 잇습
니다."
이같은 말에는 만천까지도 깜짝 놀랐다. 도일봉이 아직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양종보 노인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
어보였다.
"그리 말하는 근거가 있겠지?"
"확실한 근거는 없어요. 짐작일 뿐입니다. 하지만 내가 잘 아는
한사람이 있는데, 나이가 젊고 패기가 넘칠뿐만 아니라 대단한 자
부심, 똑똑한 머리, 막대한 재력과 높은 신분, 일하려는 의욕과 불
타는 투지가 있어요.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후에 밝혀 지겠지만 현
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그가 바라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만
은 사실입니다."
세 사람은 어안이 벙벙하여 할 말을 잊었다. 낭청도장이 물었다.
"세상에 그런 완벽한 조건을 지닌자가 있다던가?"
"왜 없겠어요! 나는 그런 사람을 이미 두명이나 보았습니다. 한사
람은 저 아래 강남땅의 청운장주 문국환, 문형이고 또 한사람은 나
와 친구가 되는것도 거절한 몽고청년 입니다. 청운장주나 그 몽고
귀신이나 어느쪽도 기울어지지 않는 호적수요, 대단한 룡(龍)입니
다. 그들보다 지위나 재력은 모자라지만 그들과 필적할만한 두 사
람이 더 있는데, 그중 한명은 낙양수재 만천 설문이고 다른 한명은
바로 나, 밤고양이 도일봉입니다. 이건 자화자찬(自畵自讚)이 아니
라 엄밀하게 비교하고 따져봐서 내린 결론입니다. 그 몽고귀신은
천하의 모든곳에 산재해 잇는 몽고군사들을 움직일수 있는 권한과
세력이 있어요!"
두 노인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뻥도 이만하면 기가 질릴 판
이었다. 만천이 급히 물었다.
"대장이 말하는 자가 바로 그 몽고청년 바얀을 가르키는 것입니
까?"
"바얀 정도라면 충분히 이같은 일을 꾸밀 수 있어요! 그는 평소부
터 일하길 좋아했고, 중원무림에 잠재해 있는 힘을 두려워 하고 있
었어요. 무림을 쓰러뜨리면 몽고가 영원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
다니까요! 실지로 그는 여러곳을 돌아다니며 일을 벌이고 있어요.
바얀이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입니다."
모두들 할 말이 없었다. 도일봉의 말대로라면 진정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눈 앞에 중원무림이 와르르 무너지는 환상이 보였
다. 세 사람이 아직도 멍한 표정인데, 도일봉이 껄껄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핫.그렇다고 너무 기죽을건 없어요! 만약 진짜로 내 생각대로
그 바얀이 원흉이라 해도 그가 혼자 날뛰지는 못할 것입니다. 세상
엔 공교롭게도 천적이라는 것이 반드시 있게 마련입니다. 바얀의
천적은 바로 여기 있으니까요! 그저 그 파란눈의 양도깨비 하대치
만 없으면 문제 없어요. 나에겐 하대치가 바로 천적이거든요. 자
자, 이제 어떻게 할지 정해보지요."
양종보 노인이 퍼득 정신을 차렸다.
"그렇지! 우선 이러한 사실을 중원에 알려야 할게야. 그리고나서
공성에 있는 사람들을 구할 방도를 마련해야지."
만천이 말했다.
"저희중 몇사람이 되돌아가도 되겠습니다만, 사람들은 저희말을
믿지 않을 것입니다."
도일봉이 맞장구 쳤다.
"그래요, 그래! 사람들은 본래 저희만 잘났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낭청도장이 양노인을 바라보았다.
"선배께선 이곳에서 일을 보도록 하십시오. 제가 달려가 보겠습니
다."
늙어보이기는 낭청도장이 더햇지만 실지 나이는 양종보가 거의 십
년은 연배다. 양종보는 그야말로 황개노인과 함께 이시대 최고령의
노익장(老益壯)들인 것이다.
양종보 노인은 잠시 생각했다.
"지금으로선 그 방법밖에 없겠어요. 대신 수고좀 해주셔야 겠어
요!"
"저희 대원 몇이 도장님을 모시도록 하지요?"
만천의 말에 낭청도장은 고개를 저었다.
"아닐세. 여럿이 움직이면 눈에 띄기만 쉬울게야. 혼자 가도록 하
겠네. 더욱이 여기는 한 사람이라도 더 필요한 실정아닌가!"
양종보 노인은 지체할 일이 아님을 느끼고 낭청도장을 한쪽으로
데려가 여러 가지 당부의 말을 들려주었다. 만천은 곧 두 마리 낙
타와 말 한필, 음식과 물을 준비해 주었다. 낭청도장은 곧 그곳을
떠났다.
양종보가 떠나가는 낭청도장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무일도 없어야 할텐데..."
중원무림과 낭청도장에게 모두 해당되는 말이었다.
만천은 곧 소두목들을 한자리에 불러들였다.
"이곳도 안전한 곳은 아닙니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실종 되었으
니 군사들은 이미 우리가 근처에 있다는 것을 알아챘을 것이예요.
다시 자리를 옮겨야 합니다."
양종보 노인이 입을 열었다.
"고성 주변은 물론 이 사막 전체가 위험지역이라 생각해야 할걸
세. 내 그동안 고성에 있으면서 군인들이 어디쯤 포진하고 있으며,
초소가 어딘지 대충은 알아두었네. 들어두면 도움이 될게야."
"그러시다면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양종보 노인은 그동안 알아낸 군사들의 배치현황에 관해 아는대로
설명을 시작했고, 만천은 그 말들을 종이위에 그려나갔다. 거친 황
무지가 고성 사방으로는 십여리에 걸쳐 펼쳐저 있으며 점점이 초지
가 자리잡고있었다. 본진의 위치, 군사들의 배치상황, 초소의 위
치와 인원등이 지도로 작성되었다. 그려진 지도대로라면 고성은 군
사들에 의해 이중으로 포위되어 있는 실정이었다.
"헝, 이 정도라면 안에서는 물론, 밖에서도 뚫기 힘들겠군요! 우
리 힘으로는 어림도 없겠어요."
두려움을 모르던 황삼산도 혀를 찻다.
"우린 겨우 70명 인데 적은 삼천오백이라? 이건 너무하구만!"
"어쩌면 좋을까?"
모두들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때 도일봉이 죽봉으로 땅을 쿡 찍
으며 입을 열었다.
"우린 할 수 있어! 미리 겁먹을건 없단 말야. 옛날에 저 유명한
송나라 장군 악비(岳飛)는 겨우 오십기로써 금나라 십만을 맞아 싸
워 대승을 거두었단 말씀이야. 우린 겨우 70기에 불과하지만 적들
도 삼천오백에 지나지 않잖아! 더욱이 우린 한군데 뭉쳐있고, 적은
사방으로 분산되어 있어. 우리는 적을 알고, 적은 우릴 모르니 더
욱 유리하겠지. 고성안의 사람들도 허수아비가 아니니 길만 터주면
호응을 할게야. 이런걸 기초로 작전을 구상한다면 지지는 않을걸.
자자,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 보자!"
보물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군사들이나 무림인들을 고성
에서 좇아버려야 한다. 도일봉은 본래가 이기주의(利己主義)에 욕
심쟁이 인지라 무림인들과 군사들이 서로 싸우든 말든 상관하지 않
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보물을 얻기 위해서는
결국 한바탕 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양종보는 물론 그런 도일봉의 심중을 알지 못했다. 다만 용기가
있고 결단력 있는 모습이 제법 대견스러웠을 뿐이다.
만천이 입을 열었다.
"이만한 정보로 작전을 구사하기 힘듭니다. 더욱이 안전한 자리부
터 확보 해야지요. 노선배님께서 말씀하신 여기, 이곳엔 군인들이
별만 없다고요?"
지도에 그려진 고성의 북쪽 오리지점에 작은 초지가 있었다. 양종
보가 고개를 끄덕였다.
"없을 것이네. 고성의 북쪽은 돌산인 관계로 접근하기가 힘들어.
군사들도 그쪽에 대해서는 지키는 시늉만 하고 있는 실정일세. 오
르기도 힘든 험한 돌산이야."
"좋습니다. 이 작은 초지는 고성 밖에 위치해 있고, 이중 포위망
중간지점에 있군요."
무삼수가 웃었다.
"우리가 이곳으로 숨어든다면 적의 집 안에 있는 셈이니 발각될
우려가 적겠군요. 좋은 생각입니다!"
"등잔밑이 어둡다(燈下不明)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지요! 숨어
들어갈 수 있다면 안성마춤 입니다."
도일봉이 헤실헤실 웃었다.
"우리 장군부 대원들은 모두 똑똑하단 말씀이야! 우리는 계속해서
호랑이를 산에서 불러내는 방법을 씁시다. 황삼산이 청룡기를 이끌
고 다른 쪽에서 시비를 걸면 이쪽 놈들이 도우러 갈 것이고, 우린
그 틈에 안으로 숨어드는 것이에요."
만천이 웃었다.
"우린 안으로 들어간다 해도 청룡기가 못들어오면 어쩝니까?"
"그야 알아서 해야지!"
"그러지 말고 이렇게 하십시다. 한꺼번에 처들어 가는 겁니다."
만천은 모두 머리를 맞대게 하고 한동안 쑥덕숙덕 이야기 했다.
모두들 박수를 치며 좋은 방법이라고 히히덕 거렸다.
일은 언제나 청룡기가 앞장을 섰다. 황삼산은 그중 날렵한 대원
열을 차출하여 별동대를 만들어 밤이 으슥해진 연후에 야행복(夜行
服)을 차려입고 한쪽 초소를 향해 접근했다. 무삼수가 아무래도 걱
정 된다는 듯 함께 동행했다.
초소에는 칠팔명의 군인들이 모닥불 주위에서 몰아치는 사막의 밤
추위를 피하고 있었다. 오랜 파견근무 때문인지 바짝 긴장된 표정
들은 아니었다.모닥불 옆에는 상호연락(相互連絡)을 위해 마련된
봉화(烽火)가 마련되어 있었다.
대원들이 모두 석궁의 안전장치를 풀고 화살을 걸었다. 황삼산이
시기를 기다렸다.
"봉화가 오르지 못하게 해야한다. 도망치는 놈은 한놈으로 족해!
자, 공격!"
씨익!
씨익!
석궁이 발사되었다. 단번에 세명의 보초들이 고꾸라졌다. 황삼산
이 먼저 뛰어나갔다. 무삼수와 대원들이 곧바로 따랐다.
"앗. 웬놈이냐!"
"적이다! 봉화를...애코!"
보초들이 깜짝 놀라 당황하면서 먼저 봉화를 올리려 했다. 그러나
황삼산등이 불시에 달려들어 먼저 불을 붙이려는 자 먼저 처치했
다. 그리고는 투닥투닥 백병전(白兵戰)을 벌였다. 청룡기 대원들의
수가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청룡기는 점차 밀리기 시작했다. 그때
두명의 군인들이 재빨리 뒤로 빠져 아랫쪽 초소를 향해 달리기 시
작했다. 그걸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대원 두명이 석궁의 방아쇠를
당겼다.
씨익!
한 대의 화살은 정통으로 한명의 군인 등을 꽤뚫었다. 나머지 한
대의 화살은 약간 빗나가 한명의 허벅지를 파고들었다. 허벅지에
화살을 맞은 군인은 비명을 지를 겨를도없이 때굴떼굴 굴러서 어
둠 속으로 사라졌다.
황삼산은 남은 군인들을 단숨에 처치해 버렸다.
"빨리, 빨리!"
황삼산이 어둠속을 향해 낮게 소리치자 마차와 낙타들, 말과 사람
들이 우루루 몰려나왔다. 장군부 대원들이다. 장군부가 초소를 무
사히 지나 한쪽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황삼산은 재빨리 흔적을 지웠다. 그리고는 저희들끼리 병장기를
쨍 쨍 부딪치며 싸우는 흉내를 냈다. 잠시후.
저쪽 어둠 속에서 봉화연기가 솟고, 불화살이 치솟더니 급한 말발
굽 소리가 들려왔다. 일을 끝낸 황삼산등은 말에 올랐다. 몇 명의
적들이 보이자 대원 몇이 갑자기 찢어지는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는 재빨리 도망쳤다. 구원병이 달려 왔을때는 죽어 넘어진 동료들
만 보았다. 어둠 속에서 또 다시 화살들이 날아왔다. 도착한 군인
들이 전투준비를 하는데 저쪽에서도 구원병들이 달려왔다.
"적들이 무섭다. 가자!"
대원들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석궁을 마구 쏘아대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군인들이 우루루 추격을 시작했다. 황삼산은 다른쪽 초
소를 향해 달렸다. 초소에 다다를 무렵 길게 휘파람을 불자 초소에
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쏟아져 나온 사람들은 황삼산등은 그
냥두고 뒤좇아 오는 군인들을 향해 마구 활을 쏘아댔다. 어둠 속을
돌아 미리 와 있던 장군부 대원 들이었다. 멋도 모르고 달려오던
군인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한순간에 열몇명의 추격병
들이 전멸해 버렸다.
추격병을 모조리 처치해 버린 장군부 대원들은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남은 황삼산이 재촉했다.
"어서가자!"
황삼산과 별동대는 말을 몰아 멀리 달려 갔다가, 이내 흔적을 지
우며 돌아왔다. 그들은 장군부 대원들이 사라진 방향으로 가면서
남은 흔적들을 깨끗이 지웠다. 군인들이 타고왔던 말들까지 몰고
갔다. 이러게 한바탕의 연극이 막을 내렸다.
다음날 오후.
약속된 장소에서 만난 장군부의 전 인원은 조심조심 일차 목적지
인 작은 초지를 향해 나아갔다. 그런데 만천과 양종보 노인의 표정
이 좋질 않았다. 도일봉이 만천을 향해 말했다.
"만천, 내가 포로들을 죽였다고 기분이 나빠진거요?"
이곳으로 오기전에 도일봉은 포로가 필요 없다며 열세명의 생목숨
을 끊어 모래에 파뭏어 버렸다. 그것이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다.
만천도 물론 어쩔 수 없이 포로들을 죽였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포로들을 돌려 보낼 수도 없는 일이고, 그렇다고 함께 동행할 수도
없었다. 그런걸 알고는 있지만 반항할 힘도 없는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은 기분 좋을리 없었다. 도일봉이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
"기분은 이해하지만 계속 그래서는 못써요! 그들은 적입니다. 또
한 독하지 못하면 장부가 아니라고 했어요. 죽은 자들을 생각하기
보다는 살아있는 자들에게 신경쓰면 다소 편할 수도 있겠지요."
말이야 옳고 쉽다. 하지만 언잖아진 기분이 쉽게 풀어질 것 같지
는 않았다. 생명이란 그래서 서글픈 것인지도 모르리라!
초지에 도착했다. 숲이나 나무들이 있는것도 아니었다. 돌산에 몇
구루 나무들이 있고, 누가 언제 만들어 두었는지 우물이 한곳 있을
뿐이었다. 장군부는 돌산 으슥한 곳에 자리를 잡고 천막을 쳤다.
도일봉은 소두목들과 함께 남쪽 저 앞에 우뚝 솟아있는 바위산을
바라보았다. 바로 진짜 목적지이고, 군웅들이 갇쳐있는 고성이 있
는 곳이다. 돌산 뒤로 제법 울창한 숲이 보였다. 숲 너머로 황폐한
성의 뾰족한 지붕들이 간혹 눈에 들어왔다.
"성을 둘러싼 초지가 넓지는 않군요."
도일봉의 물음에 양종보 노인이 입을 열었다.
"거대한 돌산인 셈이야. 삼천명 인원이 완전히 포위할 수 있는 그
만한 넓이지."
만천은 고개를 끄덕이며 발이 빠르고 몸이 날렵한 대원 몇을 차출
하여 근처를 정탐시켰다.
양종보 노인의 말대로 북쪽으로는 군인들이 거의 없다. 남쪽과 동
쪽에 인원이 치우쳐 있었다. 만천은 게속해서 정탐을 보냈다. 그리
고는 정탐 내용들을 토대로 더욱 상세한 지도를 그려 나갔다.
삼일동안 정보들을 종합해본 만천이 입을 열었다.
"저들은 필시 이곳에주둔해 있던 군사들은 아닐 것입니다. 양노
선배께서는 저 군사들이 어디서 왔다고 생각 하십니까?"
양종보 노인은 만천의 저의가 무엇인지 몰랐으나 대답은 했다.
"글세. 이 인근엔 이곳 고성외에 넓은 초지도 없고, 사람이 살고
있다해도 겨우 이삼십명에 지나지 않네. 방원 이삼백리 안에 저만
한 군사들이 주둔할 곳은 없을게야."
만천이 도일봉을 바라보았다. 도일봉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생각도 같아요. 군사놈들 꼴을 보니 어중이떠중이가 모여있는
것 같지는 않고, 한곳에 오래 머물며 함께 훈련하던 군사들이 틀림
없어요. 그만한 군사들을 주둔시키고 먹여 살릴 수 있는 곳이라면
역시 우리가 지나온 쑤웨이란 곳 밖엔 없어요."
"확실히 그럴 겁니다. 쑤웨이도 따지고보면 큰 도시라 할 수 없으
니 삼천명 보다 더 많은 군사들은 주둔해 있지 않을 것입니다. 저
들이 모두 쑤웨이에서 왔다면 지금 그곳은 텅 빈집이나 다름 없겠
지요?"
"그렇겠지..."
"우리에게 얼마간의 군사무기가 있고, 불시에 기습을 가한다 해도
삼천오백의 군사들을 당해내긴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저들중 얼마
간의 인원이라도 빠져준다면 승산은 더 높아 지겠지요."
"이를 말이겠소! 꾀주머니가 터졌구려!"
도일봉의 말에 만천이 씨익 웃었다.
"우리는 계속 조호이산지계를 써먹어야 합니다. 이 음모를 꾸민자
도 역시 이같은 계략을 이용했지요."
도일봉이 픽 실소를 지었다.
"빈집털이를 하잔 말이구려! 이건 역시 무삼수가 적격일걸?"
"청룡기가 도와야지요!"
도일봉과 무삼수가 서로를 바라보며 껄껄 웃었다.
첫댓글 즐독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잘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즐독합니다,
즐감요감사해요~^^
감사합니다
잘밨어요
즐독입니다
감사 잘 보고 갑니다. 즐독
즐감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잘읽었습니다
빈집 털이 ?????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