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연찮게 서울의 한 대학가 주택단지를 돌아봤습니다. 휴일에 차 한 잔 마시려고 커피숍을 찾던 참이었는데, 주택가 담벼락이나 전봇대에 붙은 원룸, 이른바 자취방 임대료를 보니 저절로 한숨이 나오더군요.
오래된 다가구·다세대주택의 원룸이라고 해봐야 전용면적이 20㎡ 안팎일 텐데 임대료가 보증금 1000만원에 월 50만~60만원씩하더군요. 거의 없지만 가끔 눈에 띄는 전세는 같은 크기가 대략 7000만원 선. 대학생들 참 난감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그냥 지나쳤지만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전셋값을 고려한 월 임대료가 너무 비싸더군요. 전세 7000만원짜리 집이 월세로 하면 보증금 1000만원에 월 50만~60만원인 겁니다.
전월세전환률이라고 하죠, 전셋값을 월세로 돌리는 데 적용되는 이율 말입니다. 가만히 보니 대학가의 전월세전환율이 무려 연 12%에 이르는 겁니다. 보증금을 1000만원 낮출 때마다 월세가 10만원씩 늘어나는 셈입니다.
전월세전환율 강북이 더 높아
하지만 최근 서울시가 내놓은 1분기 서울의 전월세전환율은 평균 7.7% 정도였습니다. 예컨대 전셋값을 1000만원 낮출 때마다 월세는 약 6만4000원이 되는 겁니다. 그런데 왜 대학가 원룸의 전월세전환율을 이렇게 높은지….
그래서 자료를 다시 뒤적여 봤습니다. 올해 1분기 서울의 전월세전환율은 보증금 1억원 이하 주택이 평균 8.6%, 1억~2억원 주택이 6.6%, 2억~3억원 초과 주택이 6.7% 였습니다. 주택유형별 전월세전환율은 모든 권역에서 단독·다가구, 다세대·연립, 아파트 순으로 높았습니다.
결국 저렴한 집이 오히려 더 전월세전환율이 높았다는 의미죠. 이 같은 현상은 아파트에서도 나타납니다. 구별 전월세전환율은 종로구가 평균 8.8%로 가장 높고 오히려 집값이 비싼 강남권(서초·강남·송파구)이 더 낮았습니다. 서초구가 6.9%, 강남구가 7.5%, 송파구가 7.4%입니다.
부동산중개업소들은 이 같은 현상이 일반적이라고 말합니다. 작은 집일수록 단위면적당 월셋값이 더 비싸다는 거죠. 이런 현상이 보편적인 건 공실이 생기고 월세가 밀릴 것을 대비해 미리 안전장치를 만들어 둔 때문으로 보입니다.
제도적 보완 등 장치 필요
쉽게 말해 월세 지불 능력이 낮다 보니 혹시 발생할지 모를 위험에 대비하는 거죠. 예컨대 이런 겁니다.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신용도가 낮으면 오히려 대출이자가 더 비싸지는 것과 같은 겁니다.
▲ 원룸이 몰려 있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일대 원룸촌.
대출이자는 대개 담보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소득이 적을수록, 또 카드 연체 등으로 신용도가 낮을수록 올라갑니다. 은행에서 혹시 모를 연체 등을 감안해 수익을 잡는 거죠.
전월세전환율도 이와 비슷한 이유로 집값이 쌀수록, 집이 작을수록 비싸게 매겨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문제는 작은 집, 즉 원룸이나 단독·다가구주택에 세들어 사는 사람들은 대개 대학생·사회초년생이거나 서민, 장애우 등 사회적 약자라는 겁니다. 이들의 주거 복지가 위험을 받고 있다는 얘기죠.
물론 이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한 장치는 있습니다. 현재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에서는 전월세전환율 상한선을 10%로 못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강제성도 없고 강제할 길도 없어 대학가 등 일부 지역에선 12%에 이르는 겁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제도적 보완 등이 필요해 보이는 부분입니다.
자료원:중앙일보 2014. 5.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