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 '대통령실 대법관 제청 거부' 공개 비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5일 오전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앞서 국회 접견실에서 열린 국회의장단과의 환담에서 배석한 김명수 대법원장과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대법관 후보 2명 제청 과정을 두고 특정 후보를 반대하는 듯한 반응을 보인 대통령실을 향해 사법부 내에서 공개 비판이 나왔습니다.
수도권 지역 A 판사는 어제(15일) 법원 내부망에 '걱정과 참담 사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이 글에서 A 판사는 "'특정 정치성향 후보자가 제청되면 임명을 거부할 수 있다'는 공개언급은 해당 후보 제청을 행정부가 임명거부해 정쟁화하겠다는 예고나 다름없다"며 "임명거부 실행은 헌법상 권한행사일지라도 임명거부 예고는 법에 없는 정치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앞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대법관 후보 8명을 최종 추천한 뒤 대통령실 관계자가 '특정 후보 2명'을 거론하며 이 후보들이 제청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을 거부할 수 있다고 밝혔다는 보도들이 나온 바 있습니다.
대통령실이 거부한 후보가 정계선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와 박순영 서울고법 판사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한 가운데 실제로 김명수 대법원장은 두 후보가 아닌 서경환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권영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제청했습니다.
A 판사는 "대법원장 제청, 국회 동의를 받은 후보자라도 임명이 부적절하면 대통령이 임명을 거부하면 될 일"이라며 "누군가 특정인의 대법관 취임을 못마땅해 한다 해도 대법원장이 제청을 못 하게 하는 건 헌법이 정한 바가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A 판사는 김 대법원장을 향해서도 "제청권 행사에 장애가 있었어도 극복해 권한을 월바르게 행사했어야 했다"며 "존 로버츠 미국 연방대법원장처럼 '우리 사법부에 편향된 법관은 없다'라고 할 수도, 김병로 전 대법원장처럼 '제청에 이의 있으면 임명 거부하시오'라고 할 수도 있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대법원장께서는 장애를 무시하기로 하셨나 보다, 아무도 이번 제청이 임명거부 예고와 무관하게 이뤄졌다고 보지 않는 것 같다"며 "이번 사태가 유야무야 잊힌다면 머지않아 대통령 측의 임명거부 예고가 상시로 이뤄지는 세상, 대법관 물망에 올라 통치자의 '아그레망'을 얻기 위해 연구회 가입 여부에 신경 쓰는 법관들을 보게 될까 걱정된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