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근원은 물이며 인류의 문명도 물과 함께 흥하고 쇠하는 것을 거듭해왔다. 인류의 4대 문명이 모두 황허강ㆍ나일강ㆍ갠지스강ㆍ티그리스-유프라데스강 유역에서 생겨났다. 모든 인류의 역사와 문화는 크고 작은 강을 중심으로 생성돼왔다.
오늘날 도시의 하천은 바로 그 도시의 역사와 문화 공간일 뿐만 아니라 주민의 생활공간, 관광자원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나아가 도시의 하천은 도심과 외곽의 생태계를 연결하는 생태축이다. 빌딩 숲 사이의 바람 길과 냉각수 역할을 통해 ‘열섬’(Heat Island) 현상으로 뜨거워지는 도시를 평균 0.6도까지 식힐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나라에서 급속한 도시화와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도시의 혈관인 강과 하천이 멍들었다. 도로와 주택건설을 위해 하천이 복개되기도 하고 홍수방지를 위해 제방은 콘크리트로 바뀌었다. 공장폐수와 생활하수로 인한 수질오염은 하천을 우리 곁에서 멀어지게 했다.
이와 같이 사람들로부터 멀어진 하천을 성공적으로 되살린 많은 사례가 있다. 일본은 지난 90년대부터 하천환경을 복원해 다양한 물 문화행사와 접목하고 있다. 아이치현의 뗏목타기, 기후현의 오리를 이용한 낚시놀이 등은 지방도시를 널리 알리고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베니스는 수상관광 도시의 대표적 성공사례이며 파리ㆍ런던 등 유럽의 유명도시는 모두 강을 도시의 상징적 문화공간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태국의 방콕은 차오프라야강을 따라 수상택시를 타고 왕궁ㆍ사원ㆍ수상시장 등 다양한 전통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개발해 ‘동양의 베니스’라는 별칭을 얻었다.
우리의 하천은 어떠한가. 고도성장과 압축개발 속에서 많은 하천이 오염되고 망가져 주민들로부터 외면당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 하천도 생명이 살아 숨쉬고 인간과 함께 어우러지는 문화공간, 생활교육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나아가서는 관광자원의 역할도 톡톡히 하도록 조성돼야 한다.
앞으로 우리 하천도 지역특성에 맞게 친환경적으로 보전ㆍ정비해 주민의 생활공간으로 활용할 뿐만 아니라 주변의 역사, 그리고 문화와 어우러진 교육공간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정비할 계획이다. 98년부터 추진해온 하천환경정비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올해부터는 전국을 대상으로 그 지역의 특성과 연계한 테마형 도시생태 하천조성 사업을 시행하려고 한다.
우리는 이미 서울의 양재천을 비롯해 성공적으로 하천을 복원했거나 현재 복원 중인 사례가 있다. 예를 들어 함평군의 테마는 나비이다. 환경이 훼손된 함평천에 나비 생태계를 복원해 나비관광 도시로 육성하는 데 성공했다. 안양시는 버들치 도시이다. 오염된 하천의 대명사였던 안양천이 1급수 어종인 버들치 서식처로 다시 태어난다. 상주시는 강과 도심을 잇는 대규모 자전거 도로망을 조성해 자전거 관광도시를 만든다. 낙후된 지방도시가 주변 하천환경을 활용해 새로운 관광테마 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하천은 단순한 물길이 아니라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자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