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와 숫자가 모여 기록이 됩니다. 그리고 역사로 발전합니다. 야구란 스포츠는 그렇습니다. 기쁨, 슬픔, 괴로움, 그리고 즐거움이 담겨 있습니다. 올 시즌 KBO 리그를 휘감는 숫자의 즐거움을 전해드립니다.
[스포츠투아이 홍승규] 4일 현재 승률 5할로 7위. KBO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이 걸린 5위와의 승차는 3경기. 잡힐 듯하면서도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 그래도 아직 24경기가 남아있어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다. LG 얘기다.
시즌 막판 LG의 5위 경쟁은 팬들에게 희망일까, 고문일까. 마운드만 놓고 보면 지금쯤 상위권 굳히기에 들어 갔어야 한다. 팀 평균자책점 1위(4.26), 리그 최강의 마운드다. 선발과 불펜진을 나눠보더라도 평균자책점이 각각 1, 3위. 후반기 들어 주춤하지만 여전히 강력한 방어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KBO 리그를 살펴보면 선발 평균자책점 1위를 한 팀은 대부분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딱 두 번의 예외가 있었는데 리그 최약체 불펜으로 고전했던 2012년 KIA(5위)와 2013년 1군 데뷔한 NC(7위)다. NC는 당시 신생구단 혜택을 받아 외국인 투수 3명을 보유해 단지 선발진만 강했을 뿐이었다.
그 동안 상위팀들은 단단한 마운드와 함께 공격력도 강했다. 경기당 평균득점, 순수장타율(장타율에서 타율을 뺀 값) 모두 상위권에 속했다. 공격과 수비가 조화를 이루며 가을야구를 만끽했다. 두산의 KBO 한국시리즈 2연패 원동력은 단순히 ‘판타스틱 4’에 그치지 않았다. 타선도 타격 전 부문 1위를 마크한 결과다.
LG는 올 시즌을 앞두고 차우찬과 FA 계약을 맺으며 강한 마운드를 완성했다. 각종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데이비드 허프가 부상으로 고전했지만, 마운드 지표만 놓고 보면 투자는 성공적인 결실을 맺었다.
그러나 야구가 아무리 ‘투수놀음’이라 해도 어느 정도 공격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승리할 수 없다.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실점을 최소화하고 득점을 극대화하는 거다. LG는 강한 마운드를 보유했지만, 공격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팀 타율 7위(0.283)에 경기당 평균 득점은 전체 9위에 그친 4.87점. 타선이 효과적으로 점수를 뽑아내지 못한 결과가 지금의 불안한 처지를 초래했다. 타고투저 시대를 부정하며 홀로 투고타저 흐름이다. 무엇보다 장타력 부재가 심각하다. OPS(출루율+장타율) 9위(0.752), 순수장타율 10위(0.119)로 참담한 수준이다.
LG는 리빌딩이 진행 중이다. 그 동안 이병규(9, 은퇴)와 이진영, 박경수(이상 kt) 등이 팀을 떠났고, 젊은 타자들이 자릴 채웠다. 따지고 보면 LG는 2000년대 들어 줄곧 체질 개선에 힘써왔다. 그러나 장타력 침체는 아무도 풀지 못했다. 올해도 팀 홈런과 2루타 모두 최하위다.
최근 10년간 성적을 살펴보면, 주요 공격 지표 모두 하위권 늪에서 허우적댔다. 순수장타율 수치는 2010년 4위(0.135)를 찍은 이후 미끄러졌고, 전체 안타에서 장타가 차지하는 비율도 하락세다. 지난해 루이스 히메네스의 활약에 힘입어 소폭 반등했던 선발 중심타자(3-5번) OPS도 올해 제자리인 꼴찌로 돌아갔다. 최근 4년 중 세 차례 최하위다(2014년 9개 구단 체제). 올 시즌 LG에서 박용택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선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
장타율과 팀 평균 득점의 상관관계는 여러 연구결과에서 드러난 바 있다. 출루율에 1.8을 곱한 뒤 장타율을 더한 값을 4로 나눈 GPA도 OPS 이상으로 팀 평균 득점과 관련이 있는 지표다. 장타율이 과대평가되는 OPS를 보완하기 위해 개발된 기록으로, LG 타선은 2014년 이후 줄곧 하위권을 전전해왔다(0.262-0.252-0.267-0.258).
타구는 빠르게 날아갈수록 장타로 연결될 가능성이 커진다. 여기에 이상적인 각도가 더해질 경우 홈런으로 이어진다. 시속 145km 이상의 속도로 날아간 타구를 ‘강한 타구’라고 규정할 때 강한 타구 중 가장 많은 홈런이 나온 각도는 25도에서 29도 사이다. 전체 타구 중 58%가 홈런으로 연결됐다.
스포츠투아이가 운영하는 KBO 리그 타구추적시스템(HTS)에 따르면 LG 타선의 전체 인플레이 타구(번트 제외) 중 강한 타구 비율은 27.1%에 불과하다. 리그 9위에 해당한다. LG 타선에 장타가 부족한 이유다. 같은 구장을 쓰는 두산(37.4%)를 비롯해 6개 구단이 30%가 넘는 비율을 나타냈다. LG에는 빠른 타구를 만들어내는 타자가 부족하다.
시속 145km가 넘는 타구 역시 낮은 각도로 날아갔다. LG의 평균 각도는 10.4도. 담장 밖으로 날아가기 어려운 타구가 많았다는 뜻이다. 빠른 타구도 다른 팀에 비해 부족하고 이상적인 각도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반면 팀 홈런 1, 2위 SK와 두산은 나란히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각각 평균 14.6도, 13.4도). 팀 평균자책점 7위(5.10)에 팀 타율 꼴찌(0.270)인 SK가 LG에 1.5게임 앞서며 팽팽하게 순위다툼을 할 수 있는 힘은 바로 이 같은 타격성향 덕분이다.
LG가 고전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잡아야 할 경기를 놓친 탓이다. 3경기차는 3연전 맞대결을 싹쓸이할 경우 따라잡을 수 있는 범위다. 반대로 모두 내줄 경우 동률을 이루거나 승차가 6경기차까지 벌어진다. LG는 5월 이후 3경기차 이내의 팀들과 맞붙은 34경기에서 14승 20패, 승률 0.412에 머물렀다(8월 이후 2승 6패). 같은 기간 34경기를 뺀 나머지 경기에서 승률 0.517(30승 28패 2무)를 나타낸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반면 6월 30일까지 LG와 공동 4위를 유지했던 두산은 이후 중위권 팀들을 잇따라 물리치며 2위로 올라갔다. 롯데도 해당 경기에서 6할이 넘는 승률을 기록했다.
LG의 약점은 34경기에서 더욱 눈에 띄었다. 경기당 평균 득점은 시즌 수치보다 1점이나 낮은 3.91점을 나타냈고, 순수장타율도 간신히 0.100대를 지켰다. GPA도 다른 네 팀보다 턱없이 낮은 0.237. 팽팽한 경기일수록 장타가 빛나기 마련이다. LG는 중요한 길목에서 빛을 던져주는 장타의 효과를 보지 못했다.
장타력 부재는 단숨에 해결될 일은 아니다. 외국인타자 한 명에게 그 짐을 다 맡길 수는 없다. 과연 LG는 올 시즌 극적으로 KBO 포스트시즌 진출 티켓을 거머질 수 있을까. 매 시즌 가을야구 진출을 놓고 아슬아슬한 순위싸움으로 팬들의 심장을 쫄깃쫄깃하게 만드는 재미도 있겠지만, 마운드 왕국에 더해 오랜 숙원인 장타력 부재마저 해결한다면 앞으로는 편안하게 가을 잔치를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
첫댓글 자책점은 era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era+로 해야죠.
잠실이나 고척을 홈으로 쓰는 투수들은 모두 기록이 좋게 마련이죠.구장 팩터 감안해야죠. 더 중요한 것은 투수라면 FIP도 있고, WPA 등등 지표가 많습니다. 방어율로만 평가하는 것은 초딩 수준이죠.
구장이 크니까요.
전반적인 기사내용은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