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궁 제 30 장 첫번째.
第 30 章. 고성탈출(孤城脫出).
1.
도일봉은 만천등이 방어진을 치고, 굴을 파들어 가는 것을 보고
곧 이수복과 함께 안쪽으로 달렸다.
중간 대전으로 돌아온 도일봉은 우선 여섯군데 통로에 똑같은 흔
적을 남기고 한곳으로 향했다. 밧줄로 서로를 연결하여 떨어지지
않도록 하고, 이수복은 뒤에서 횃불을 들고 따랐다.
"조심하게. 잘 살피고!"
"네. 대장님도 조심 하십시오!"
그들은 통로를 따라 조심조심 걸었다. 한동안 걸었는데도 암기장
치나 함정은 발견하지 못했다. 오히려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도일
봉은 만천이 했던 것처럼 표식을 남기며 걸었다. 한참을 가다보니
세갈래 길이 나타났다. 가운데 통로로 들어섰다.
"여직 암기나 함정이 눈에 뜨지 않은게 오히려 수상하다. 어쩌면
정신을 풀겨 하려는 수작인지도 몰라. 긴장을 풀지마."
"네."
"표식은 계속 남기고 있지?"
"네."
한참을 더 걸어도 함정은 보이지 않았다.
"제기. 사람을 잘도 가지고 노는구나!"
하염없이 걷고 또 걸었다. 배가 고파오는 것으로 보아 벌써 한나
절은 지난 것 같았다. 하지만 통로는 여전히 끝이 없다. 도일봉이
고개를 갸웃할 때 이수복이 소리쳤다.
"대장님, 보십시오!"
"걸음을 멈추고 살펴보니 동굴벽 밑에 수북히 쌓아놓은 돌무더기
가 있었다.
"어라? 이건 우리가 표시해둔 것 아닌가?"
"그렇습니다. 우린 지금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듯 합니다. 미로(迷
路)입니다."
"미로라? 어쩐지 이상 하더라니! 암기나 함정에 정신이 팔다보니
똑같은 길을 걷는것도 몰랐구나. 어떤 놈인지 몰라도 이 통로를 만
든놈은 정말 귀신이지 사람은 아닐게야!"
정말 머릿컬이 곤두서는 일이다.
"돌아가세."
되돌아 오며 살펴보니 같은 길을 세 번이나 돌고 있었다. 힘들게
되돌아와 보니 대전에서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놈들이 벌써 여기까지 왔구나. 서둘러야 하겠다!"
두 사람 모두 긴장으로 인해 지치고 피곤했지만 쉴 시간이 없었
다. 도일봉은 망설이지 않고 왼쪽길로 접어들었다. 차가운 바람이
쉬익 하고 불어왔다. 두 사람은 으시시 몸을 떨었다.
"사막에 이런 차가운 바람이 불다니 요상하구나! 조심 해야겠
다...아이쿠, 피해라!"
조심하라고 경고까지 한 도일봉은 무엇인가 발에 걸리는 것을 느
끼고 바닥을 구르며 소리쳤다.때를 같이하여 날카로운 파공성과
함께 금빛이 번쩍 거렸다. 금빛은 곧바로 맞은편 벽에 부딪쳐 쇳소
리를 냈다. 이수복이 달려와 부축했다.
"괜찮으십니까?"
도일봉은 왼쪽 어깨를 움켜쥐고 오만상을 찡그렸다.
"아이고, 아파라! 괜찮긴 뭐가 괜찮아! 이놈의 동굴은 온통 요상
한 것 천지로구나. 암기가 첫발짝부터 튀어 나올줄 내가 어떻게 알
았겠어? 아이구, 아야..."
이수복이 어깨를 살펴보니 약간 스친 것 뿐이었다. 지혈을 하고
상처약을 발라주었다. 도일봉이 엄살을 멈추고 털고 일어섰다.
"가세."
"대장님, 저길 보십시오."
땅에 떨어진 암기.
"어라! 이건 금이 아닌가?"
도일봉은 암기를 주워들었다. 유성표(流星剽) 모양을 하고 있지만
묵직한 것이 분명 금이었다. 유성표 가운데에는 붉은 전갈이 그려
져 있었다. 그런 것들이 모두 서른 여섯 개나 되었다. 금으로 만든
암기를 보자 도일봉은 어리둥절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통로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는 모양이다! 다른 곳과는 달리
금으로 만든 암기를 장치해 놓다니. 음, 이건 정말 쓸만한데? 내가
쓰면 좋겠다. 다시 가보자!"
이수복도 한마디 했다.
"이 굴을 만든 자의 정신상태가 의심 스럽군요. 좀 돌았던 모양입
니다. 그러니 지도를 만들어 세상에 내놓고도 이처럼 사람을 놀래
킥? 금으로 암기까지 만든 것이 아니겠습니까? 보물이 세상에 나
가는 것을 싫어 했을까요?"
"그런지도 모르지. 하지만 정말 대단한 놈이야! 집으로 돌아가면
나도 이같은 무시무시한 장치를 해야겠다. 어떤 놈이고 함부로 들
어오다간 고슴도치가 되고말걸! 우리에겐 팔진도가 있으니 동굴과
비슷한 효과가 있을거야."
도일봉은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전진했다. 한동안 아무것도 발
견하지 못했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공기는 더욱 서늘해 졌다. 이수
복은 계속 표식을 해두며 따랐다.
"빌어먹을 동굴! 내가 방심하기를 기다리는구나!"
삼장 뒤를 따르는 이수복도 같은 생각이었다.
"조심하는게 상책입니다."
앞으로 좀더 들어가니 굴이 급격히 꺽어돌고 있었다. 도일봉은 손
을 흔들며 멈추었다.
"아무래도 이곳이 수상해! 확인 할 때까지 그 자리에서 꼼짝 말
게!"
도일봉은 횃불을 들어 바닥, 벽, 천정까지 두루 살펴보았다. 아니
나다를까! 바닥에서 가느다란 금사를 발견했다.
"헤헤. 여기 장치가 있구나. 도일봉을 속이기는 쉽지 않을걸! 어
디..."
죽봉 끝으로 금사를 건드려 놓고 재빨리 물러섰다,. 어김없이 장
치가 격발되고 은빛들이 무수히 번쩍 거렸다. 맞은편 벽에 무딪쳐
떨어진 암기를 살펴보니 은으로 만든 북이었다. 역시 36개, 가운데
엔 붉은지네가 그려져 있었다. 이수복이 암기들을 주워 건네주자
도일봉이 사양했다.
"이번엔 자네 것일세."
"고맙습니다."
"방심하지 말고."
"네."
두 사람은 다시 전진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도일봉이 당하고
말았다. 모퉁이를 바로 돌자 발 밑이 푹 꺼져버린 것이다. 극도로
조심을 했지만 이처럼 가까운 곳에 함정이 있을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으악!"
도일봉은 비명을 내지르면서도 죽봉으로 벽을 후려쳐 솟아오르려
했다. 그러나 어림없는 일이었다. 밑으로 꺼진 즉시 바닥 벽에서
암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솟구쳐 오르면 머리가 뚫릴 판이다. 도일
봉은 헛바람을 들이키며 다시 아래로 추락했다. 죽봉을 아래로 뻗
고 떨어지는데 갑자기 허리에 통증이 몰려왔다. 한순간 멈추었다가
천천히 떨어졌다. 이수복과 밧불이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떨
어지는 힘이 강해 퀮리수복이 질질 끌려왔다. 죽봉이 바닥에 다았
을 때에야 겨우 멈추었다. 아래를 보니 한자가 넘는 날카로운 강침
들이 빽빽이 박혀 있었다.
"휴우, 간 떨어질뻔 했다! 수복, 무사한가?"
"네. 대장님은 어떻습니까?"
"간이 목구멍으로 넘어 왔다가 다시 들어갔어. 끌어 올릴 수 있겠
지?"
"네."
이수복은 천천히 밧줄을 감아 끌었다. 겨우 올라선 도일봉은 바닥
에 털퍼덕 주저앉았다. 이마와 등줄기로 식은땀이 줄줄 흘러 내렸
다. 이수복도 마찮 가지였다. 정말 온 몸이 떨리는 함정이다. 두
사람은 한동안 말도 못하고 숨만 헐덕 거렸다. 머리위를 스쳐 지나
간 암기는 은비도(銀飛刀) 였다. 역시 36개, 붉은거미가 그려져 있
었다.
"아이고, 온 몸이 쑤시고 아프구나!"
"물좀 드십시오."
"자네도 앉게. 잠시 쉬며 음식이라도 먹어두세."
"그러는 것이 좋겠습니다. 정말 무섭군요."
두 사람은 마른음식을 물과 함께 씹었다.
"한순간도 방심하면 안되겠다. 쉬었으니 가자. 저쪽은 우리보다
더 힘들게야."
"네."
도일봉은 은비도를 챙기고 계속 전진했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공
기는 서늘해 졌고, 습기가 많아졌다. 천정에선 물방울들이 떨어지
기 시작했다. 한순간 한순간을 방심하지 않았으나 연이어 30여번이
나 암기와 함정에 걸려 골탕을 먹었다. 덕분에 각종 암기들을 얻었
다. 모두 36개씩이고, 각종의 곤충들이 그려져 있었다. 금매화표
(梅花剽)가 있는가 하면 은구슬이 있고, 금화(金花)와 은투골정(銀
透骨丁)이 있었다. 암기들만 값으로 따져봐도 엄청난 금액이었다.
도일봉은 처음 얻었던 금유성표와 은비도만 허리춤에 꼽고 나머지
는 자루에 담았다.
도일봉은 그간 여러군데 상처를 입었다. 이수복도 몇군데 상처를
입었다. 이젠 걷기도 힘들었다. 긴장 때문에 얼마나 걸었는지 알
수도 없었다. 제일 참기 힘든 것은 쏟아지는 잠이었다. 오직 오기
와 인내력으로 버티고 있을 뿐이다. 둘은 적당한 곳에서 잠깐 쉬며
남은 음식과 물을 먹었다. 만천 쪽도 이미 음식이 바닥났을 것이
다. 그들을 생각하면 쉴 마음도 나지 않는다.
"수복. 일어나게. 계속 가야지."
"네. 대장."
이수복의 눈꺼풀도 반쯤 감겨 있었다. 이제 횃불도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그들은 계속 전진했다. 한시간여를 걷는데도 암기나 함정
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을 놓진 못했다. 벌써 삼십번이 넘
도록 충분히 놀랐으므로 마음놓을 겨를이 없었다. 문득 도일봉이
걸음을 멈추었다.
"가만. 자네, 저소리 들리지?"
"무슨...?"
이수복은 귀를 기울여 보았다. 횃불 타는 소리,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외에 들리는 것은 없었다. 그러나 도일봉의 귀에는 분명 다른
소리가 들렸다.
"바람 소리 같기도 하고? 물소리...그래. 물소리다!"
"네? 지하에 개울이 있겠습니까?"
"전에도 동굴에서 흐르는 물을 본 적이 있네. 가보세."
도일봉은 조심하면서 걸었다. 앞으로 갈수록 물소리는 뚜렷해 졌
다.
"정말 개울물 소리군요! 정말 놀라운데요? 동굴에 개울이 있다
니!"
"이상한 일이 한두 가지던가! 지하수맥이 있겠지. 가세."
물소리 때문에 갈증이 심해졌다. 발걸음이 은연중 빨라졌다. 한참
을 가다보니 동굴이 갑자기 넓어졌다. 무언가 불에 반사되어 반짝
거렸다.
"조심해라. 또 밟았다!"
도일봉이 뒤로 화살처럼 퉁겨 물러섰다. 그동안 수없이 당했는데
도 또 한 번 당하고 만 것이다. 바닥을 굴렀는데도 옆구리를 할퀴
며 지나갔다. 다행히 상처는 입지 않았다. 이번엔 무당벌래가 그려
진 마름쇠였다. 은이다.
은마름쇠를 챙기며 보니 바닥에 물이 흐르고 있었다. 횃불에 물이
반사되어 눈이 부셔 암기장치를 발견 못했던 것이다.
"정말 물이로구나!"
물은 철철 힘차게 흐르고 있었다. 묵이 타는 것 같았던 둘은 두손
가득 물을 퍼담아 마시고, 얼굴에 뿌렸다. 물이 얼음처럼 차서 손
과 이가 시렸다.
"물맛 좋다. 아. 살 것 같다!"
이수복도 똑같은 마음이었다. 물을 마신 그들은 다시 걸었다. 물
길 따라 길이 나 있었다. 한동안 걷던 도일봉이 고개를 갸웃했다.
"수복, 우린 내려가고 있는 것이냐? 아니면 올라가고 있는 것이
냐?"
"네? 무슨..."
이수복은 무슨 소리냐는 듯 도일봉을 바라보았다. 물을 따라 가고
있으니 당연 내려가는 길일 것이다. 그러나 이 동굴은 요상함 천지
다. 도일봉은 물을 한줌 떠서 바닥에 뿌려 보았다. 바닥의 물은 물
길과는 반대 방향으로 흘러 갔다.
"허어, 이런 괴이한 일이 있나. 이 물은 위로 흐르고 있다!"
둘은 이 듣도보도 못한 괴사(怪事)에 눈을 크게 뜨고 서로를 바라
보았다. 이건 대체 무슨 귀신의 장난이란 말인가? 이 동굴은 아마
도 미친 모양이다. 이수복이 갑자기 손뼉을 쳤다.
"아하. 그렇군요! 이 물은 틀림없이 위로 흐르고 있습니다. 지하
수는 때로 지상으로 솟구치지 않습니까? 이 물은 틀림없이 지상으
로 솟구치고 있는 것입니다."
과연 이수복의 말대로였다. 세상에 물이 거꾸로 흐르는 것을 설명
하기 위해서는 오직 그같은 경우 뿐이다. 물이 지산으로 솟구치는
것이라면 나갈 수 있는 길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통로는 바로
앞에서 끝나 있었다. 더 이상 갈 곳이 없었다.
"이런 빌어먹을!"
길은 끊겼고, 물은 바위를 뚫고 흐른다. 맥이 탁 풀렸다. 낭패감
에 힘이 쭉 빠졌다. 둘은 땅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말할 기운도
없었다. 한동안 멍청하게 물만 바라보고 있던 도일봉이 문득 이상
함을 느끼고 입을 열었다.
"가만, 수복. 불을 꺼보게. 어서!"
이수복은 어리둥절 하여 불을 껐다. 횃불이 완전히 꺼졌는데도 동
굴안은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바위를 뚫고 흐르는 물 속에서 은
은한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도일봉은 벌떡 일어서며 환호성을 질
렀다.
"그렇다, 그래! 우린 이제 밖으로 나갈 수 있다. 하하 하하핫!"
너무 기쁜 나머지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이수복은 멀둥이 도일봉
을 바라보았다. 도일봉은 물 속을 가르켰다.
"봐라. 물 속을 보란 말야. 이 물은 정말 밖으로 통하고 있다!"
이수복은 그제서야 알았다는 듯 무릅을 쳤다.
"정말 그렇습니다, 대장! 정말 밖으로 솟구치고 있어요!"
"암기는 서른 여섯 개이고, 우리는 이미 서른 두 군데의 암기장치
를 지나왔다. 암기는 분명 서른여섯 군데에 장치되어 있어!"
"그럼 네군데 남았는데요?"
"모르고 지나쳤을 수도 있어. 이놈의 동굴은 워낙 괴상망측하니
혹여라도물 속에 있는지도 몰라."
"그렇기도 하겠군요."
"어찌되었든 물 속이 곧 길이다. 나가지 않을 수 없어. 자, 서두
르자. 밧불이 물 밖까지 다으려나 모르겠다. 내가 먼저 나가 보겠
다. 밧줄을 잘 잡고 있게."
밧줄은 삼십여장이 조금 넘었다. 도일봉은 밧줄을 허리에 단단히
메고, 죽봉을 넘겨주었다. 옷을 잘 갈무리 했다. 이수복이 횃불을
잡고 긴장한체 지켜보았다.
도일봉은 천천히 물 속으로 들어섰다. 뼛 속까지 얼어붙는 것처럼
차가왔다. 물살도 제법 세차다.
"가겠네."
도일봉은 물 속을 살폈다. 반경 석자정도의 넓이였다. 빠져 나가
기에는 그다지 좁지 않다. 도일봉은 숨을 깊게 빨아들인후 물 속으
로 잠수했다. 물살을 따라 흘러갔다. 뭔가 걸리는 기분이 들었다.
'제기...'
물 속에도 암기장치가 있다. 도일봉은 최대한 벽 쪽으로 불었다.
뒤쪽에서 뭔가 날아왔다. 두 개의 강침이 허벅지를 파고들었다. 나
머지는 물살을 타고 흘러갔다. 너무 아파서 비명을 내지르는 통에
몇번이나 물을 삼켰다. 도일봉은 밧줄을 세 번 당겼다.
이수복이 신호를 받고 줄을 잡아 당겼다. 도일봉은 허우적 거리며
되돌아 헤엄쳤다. 물살이 세차서 헤엄치기도 힘들었다. 또 몇번 물
을 들이켰다. 한껏 힘을 써서야 겨우 안으로 되돌아 올 수 있었다.
"제기랄. 정말 암기가 있다!"
이수복은 서둘러 허벅지를 살폈다. 금으로 된 강침이다. 나선모양
으로 파여 있어 물 속에서도 속도를 내도록 제조했다.
"정말 소름이 끼치는구나!"
도일봉의 넋두리에 이수복이 상처를 싸매며 물었다.
"통로가 얼마나 깁니까?"
"몰라. 꽤 긴 모양이다. 다시 해야겠어."
"위험하지 않을까요?"
"부딪쳐 보는 수 밖에. 가겠다!"
상처를 단단히 싸맨 도일봉은 잠깐 쉬고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갔
다. 찬 물 때문에 허벅지의 상처가 꽤 고통 스러웠으나 참을 수 밖
에 없었다. 도일 봉은 숨을 깊게 빨아들이고 다시 물 속으로 잠수
했다. 최대한 빨리 헤엄쳐 나갔다. 이십장을 왔는데도 아직 먼 것
만 같다. 숨이 차오른다. 좀 더 나아가자 앞이 갑자기 밝아지며 물
이 위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도일봉의 몸이 물살에 휩쓸려 올라가
다가 뭔가에 막혀 멈추었다. 쇠그물이었다. 발로 차 보았으나 꼼짝
도 하지 않았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
도일봉은 허리에 감고 있던 화사를 풀었다. 숨이 꽉꽉 막혀왔다.
화사를 휘둘러 그물을 내리쳤다. 구리로 만든 그물이다. 힘을 쓰다
보니 입을 열렸다. 어쩔 수 없이 물을 들이켰다. 두 번, 세 번 내
리치자 그물이 갈가리 찢겨 나갔다. 몸이 물살에 휩쓸려 다시 위로
솟구쳐 올랐다. 바로 앞에 가느다란 줄이 보였다. 어쩔 수 없었다.
도일봉은 몸을 최대한 끌어당겼다. 몸이 솟구치며 줄을 건드렸다.
뭔가가 빠르게 날아왔다. 도일봉은 머리와 가슴을 최대한 보호했
다. 엉덩이 쪽으로 뭔가가 파고들었다. 그리고 물 밖으로 솟구쳤
다.
"퓨우!"
공기가 이렇듯 달고 맛이 있는지 처음으로 알았다. 눈을 파고드는
푸른 하늘과 초지는 더욱 반가왔다. 도일봉은 벌벌 기어서 물 밖으
로 나왔다.
"아이고, 아파라. 정말 지독하구나!"
엉덩이만 맞은줄 알았는데, 어깨와 등에도 하나씩 맞았다. 도일봉
은 하나씩 뽑아내며 마구 비명을 질렀다. 정말 지독하게 아팟다.
은으로 만든 강침이다. 물에서 속도를 내기위해 역시 나선을 그려
넣었다. 도일봉은 화사를 허리에 감고 밧불을 세 번씩 쳾;꾿번을
당겼다. 그러자 잠시후 밧줄이 세 번 당겨졌다. 이수복이 신호를
받은 것이다.
도일봉은 주위를 돌아보았다. 연못이 꽤 넓고 중앙에 물이 솟구치
고 있었다. 북쪽으로 돌산이 보이고, 고성은 서남쪽에 있었다. 우
물과는 상당한 거리차가 있었다. 날이 저물고 있었다.
그때 밧불이 당겨졌다. 끌어달라는 신호다. 도일봉은 천천히 밧불
을 끌어주었다. 이십여장을 끌었을 때 밧줄이 무거워 졌다.
"큰일났다!"
이수복이 견디지 못하고 몸부림치는 모양이다. 도일봉은 서둘러
밧불을 끌었다. 잠시후 이수복이 물 밖으로 솟구쳐 나왔다. 기절했
는지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도일봉은 서둘러 잡아 끌었
다. 이수복을 똑바로 뮏히고 배와 가슴을 눌러주었다. 꾸룩꾸룩 물
이 넘어오고 이수복은 곧 깨어났다.
"제가...죽지 않았군요!"
"재수없는 소리말게. 숨을 계속 크게 들이쉬게. 정말 고생했네."
"저야 뭐...또 암기에 맞으셨군요?"
"정말 재수없게도 엉덩이를 마꾵았네. 약좀 주게."
정신을 차린 이수복이 보따리에서 금창약을 꺼내 주었다. 대충 약
을 바름 도일봉은 서둘렀다.
"잠시 쉬면 어떨까요? 그 몸으로 움직였다간..."
"그냥 가세. 남은 사람들을 생각해야지!"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부축해 드리지요."
이수복은 도일봉을 부축하여 걷기 시작했다. 도일봉은 양쪽 다리
를 모두 절둑거렸다. 날이 완전히 어두워 졌을때야 우물에 도착할
수 있었다.
"누구냐?"
주위를 경계하던 대원들이다. 이수복이 입을 열었다.
"나, 이수복이야. 대장님도 함께 계셔. 부상을 당하셨어!"
"뭐야?"
대원 둘이 달려왔다.
"아니, 어찌된 일입니까?"
도일봉이 손을 흔들었다.
"시간없다. 어서 가자!"
한명의 대원이 달려가고 남은 대원이 도일봉을 부축했다. 무삼수
가 달려왔다.
"아니, 세상에! 이게무슨 꼴입니까? 다른 사람들은?"
"갇쳐있네. 어서 떠날 준비를 서두르게. 기동력을 위주로 하고,
필요없는건 모두 버리도록 하게. 마차는 모조리 비워두고. 어서 대
원들을 내려보내 통로를 뚫도록 하게. 만천등이 벌써 음식과 물이
떨어졌을 게야! 어서 서두르게, 어서!"
"그렇지 않아도 걱정하고 있었어요. 오늘이 지나면 우리가 들어가
보려고 했소이다. 자, 모두 서둘러라!"
도일봉을 안치시킨 무삼수는 여인들에게 떠날 준비를 시키고, 대
원들은 장비를 챙겨 우물로 내려보냈다.
"빨리 가라, 빨리 가! 무림인들이 통로로 들어와 굴을 무너뜨렸
다. 지금 만천등이 그놈들을 막으며 굴을 뚫고 있어. 서둘러야해!"
"알았으니 쉬고 계시오."
무삼수는 이십명의 대원들을 이끌고 굴로 들어갔다. 앞을 막는 것
이 없으니 주섬거릴 이유가 없다. 그래도 두시간을 달려서야 막힌
곳에 도달할 수 있었다. 저쪽에서 힘껏 노력을 했을테고, 이틀이
지났는데도 굴은 여전히 막혀 있다.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니 맞은
편에서 공사하는 소리가 들렸다.
"저쪽은 무사하다. 우리도 신호를 보내라!"
대원들은 쇠지렛대를 들어 벽을 두드렸다. 줄기차게 두드렸다. 한
참이나 두드렸는데도 저쪽에선 알아듣지 못한 모양이다.
"규칙적으로 두드려. 멈추지 말고!"
한참을 두드리고 있자니 저쪽에서 문득 작업을 멈추었다. 이쪽에
서 규칙적으로 두드리다 멈추니, 저쪽에서도 규칙짞적으로 벽을 두
드렸다. 모두들 환호성을 질렀다.
"저쪽에서 들었다. 자, 작업을 시작하자!"
첫댓글 잘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감요감사해요~^^
감사합니다
즐독입니다
잘밨어요
감사 잘 보고 갑니다. 즐독
감사합니다
즐감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잘읽었습니다
즐감요
감사히 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