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으로부터 14년전인 2005년 4월, 당시 큰 인기를 누리던 연예인 김상혁씨가 음주운전 사건에 휘말리자 언론에 이런 말을 했습니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어요"
술 마신 뒤 운전을 한 게 분명한데도 음주운전을 안했다는 이 말은 반성 대신 발뺌만 하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낳았습니다. 이후 네티즌들은 "때린 것은 맞는데 폭행은 안했어요" "컴퓨터게임은 했지만 모니터는 안켰어요" "물건은 훔쳤지만 도둑질은 안했어요" 같은 엄청난 패러디를 낳으며, 사실상 김상혁을 잠정 은퇴하게 만들었는데요.
여기서 잠깐. 그런데 우리 일상에서 의외로 많이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안했다"고 당당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풀스토리, 오늘은 도대체 왜 술을 마셨는데 음주운전은 안했다고 하는지 2가지 사건의 전모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주상복합아파트의 지하주차장에 이중주차를 하게 된 한사발씨. 그리고 친구들과 술을 마시러 주차장을 떠납니다.
술을 한창 마시던 한씨는 이중주차한 차를 빼달라는 연락을 받고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곤 자신의 차를 10m 정도 운전해 앞으로 빼주던 순간, 누군가의 신고로 음주단속에 걸립니다.
그러나 한씨는 경찰에게 "도로가 아닌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옮겨준 것이니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고 항변했습니다.
실제 도로교통법 상 아파트 주차장은 도로로 볼 수 없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씨는 정말 음주운전에 해당되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도로가 아닌 곳에서 차를 몰았다고 해도 분명히 운전으로 보는 상황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씨처럼 술을 마신 경우에는 도로가 아닌 곳에서 차를 몰았어도 운전에 포함시킵니다.
그러니까 술을 마신 직후에는 아파트 주차장처럼 도로가 아닌 곳에서 운전대를 잡았어도 음주운전이 되는 겁니다.
다음 두번째 사건. 나주취씨는 분명히 술을 마신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고 100m 정도 차를 몰았는데도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고 항변합니다.
대체 나씨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사건이 벌어진 날, 나씨는 직장 동료들과 회식을 하고, 대리운전을 불러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그런데 집 근처에 다와서 나씨와 대리운전 기사 사이에 심한 말다툼이 벌어집니다.
화가 난 대리운전 기사는 나씨를 골탕 먹일 생각으로 도로 한가운데 차를 세워놓고 그대로 자리를 떠났습니다.
이에 나씨는 도로 한가운데 차량을 정차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해, 도로 옆으로 차량을 옮기기 위해 운전대를 잡고 100m 정도 운전을 했습니다.
나씨는 이 과정에서 대리운전 기사의 신고로 현장에 온 경찰에게 음주운전으로 적발됐고, 면허취소 처분을 받습니다.
그러나 나씨는 너무 억울했습니다. 자신이 운전을 한 것은 일종의 긴급상황으로 도로 한 가운데 정차를 계속 했다간 큰 사고가 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법원까지 간 이 사건에서 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요?
법원은 나씨 손을 들어줬습니다. 음주운전 동기와 당시 상황를 참작할때 나씨에게 음주운전을 적용해 면허를 취소한 것은 지나치다는 판결을 내논 겁니다.
이것이야말로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안했다"는 표현이 딱 맞는 사례로 꼽힙니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도로든, 도로가 아니든 술을 마셨다면 절대 음주운전을 해선 안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술 마신 뒤 긴급상황으로 불가피하게 운전해야 할 경우에는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먼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