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브노아를 만나 이틀이 되었을 때부터, 앞으로 되는 데 까지는 항상 같이 다니기로 했다. 그런데 나는 카우치서핑 요청을 이미 곳곳에 보냈기에, 나 혼자 간다고 요청을 보냈던 호스트들에게 이젠 나 혼자 가는 것이 아니라 프랑스 부부 일행이 생겼으니 세 명이 카우치서핑을 하겠다고 다시 메시지를 보내야 했다. 애석하게도 핸드폰 문자가 아니었기에 바로 답장을 확인할 수가 없었고, 다음 도시였던 요안니나로 가는 와중에도 카우치서핑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신할 수 없던 상황이었다. 만약에 요안니나에서의 호스트가 세 명까지는 호스팅 할 수 없다고 거절해버린다면 우리는 그냥 낙동강 오리알 신세.
그리스 국경 넘자마자 바로 히치하이킹에 성공.
국경 넘자마자 바로 히치하이킹을 시도하는데 바로 차 한 대가 선다. 이번에도 알바니아인. 그리스 테살로니키로 가는 차. 요안니나와는 반대방향이다. 원래는 30km정도만 태워주기로 했었는데, 고속도로에 오르고 나서 보니 딱히 우리를 내려 줄 데가 없었다. 그래서 안전히 내려줄 수 있을 만한 곳에 내려주겠다고, 조금만 더 가서 내려준다고, 조금만 더 가서 내려준다고 그러다가 나중에는 그냥 요안니나까지 다 데려다줬다. 어찌나 고맙던지. 보통은 고속도로고 나발이고 그냥 세워서 내려주는데, 그 사람은 우리 때문에 200km정도는 반대로 왔더라 역시나 알바니아인은 끝까지 친절하구나! 정말 너무 고마웠다.
이 사람은 알바니아인으로써 그리스에서 일 하면서 그리스인에 대해 엄청나게 반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뭐 어느 나라를 가나 옆 나라사람들과 사이 안 좋은 것은 똑같지만 그리스-알바니아는 많이 안 좋은 것 같았다. 알바니아인이 그리스에서 고된 일, 힘든 일 저임금으로 하고 있는데, 그리스인은 알바니아인이 일자리를 다 뺏어간다고 생각하고, 알바니아인은 힘들게 일하면서 인종차별 받는다고 생각하나보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긴 하는데...
드디어 요안니나에 도착. 산 밑에 큰 호수를 끼고 있다.
내리자마자 바로 넷북을 켜고 와이파이 되는 곳이 어디 있나 뒤져 본다. 우리 세 명이 카우치서핑 하러 간다고 메시지 보내고 나서 아직 답장을 못 받았었기에 셋이 같이 똥줄 좀 태웠다. 만약에 거절당하면 다시 히치하이킹 하다가 텐트치고 자거나, 또 아무데나 들어가서 재워달라고 하려고 했었다.
이번 호스트들. 둘 다 미대생으로 기억하는데, 그래서였는지 집안 분위기와 패션센스가 남다르더라.
셋이 가슴 졸이며 메시지를 확인. 뭐 그런걸 걱정 하냐고 그냥 언넝 오라는 아주 쿨한 메시지가 도착. 셋이서 하이파이브 하고 집으로 찾아가는데 길거리의 문자들이 낯설다. 아 여기가 그리스는 그리스구나.. 수학기호로 많이 쓰던 알파, 델타, 시그마 이런 기호들이 문자에 많더라. 덕분에 길 한번 제대로 헤매야 했다.
6개월간 그렇게 카우치서핑을 많이 하고 다녔지만 핸드폰이 있던 적은 많지 않았다. 이 얘기 하면 만나는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다니냐고 물어보고, 100명 넘게 호스팅 했던 사람도 핸드폰 없는 게스트는 니가 처음이란 말도 하고 그랬는데, 나만 안 불편하면 되는 거 아닌가? 라고 항상 생각했었다. 핸폰 없어서 불편한 줄은 몰랐는데 생기니까 편한 건 알겠더라. 나 혼자였으면 길에서 헤매면 정말 알아서 혼자서 해결해서 가야되는데, 브노아&마리네가 핸드폰을 가지고 다녀서 전화 한통으로 상황 끝. 아.. 정말 편하더라.
왼쪽 오른쪽 끝이 우리 호스트 아틀란티스와 이리아, 왼쪽에서 두번째가 일행 마리, 그 옆이 나.
첫날은 셋이 그냥 뻗어서 잤다. 너무 피곤하더라. 전날에 음식점에서 잠 설치고, 히치하이킹하다 와서 셋 다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다음 날은 호스트들과 다섯이서 같이 관광 다니고 밥 먹고 오랜만에 커피마시면서 여유 좀 부렸다.
요안니나 시내에 있는 성. 위에 사진인 구 시가지에서 더 들어가면 나온다.
오랜만에 관광 같은 관광 다녔다. 구 시가지는 그냥 관광지고 성은 텅 비었지만 해 질 때 되니 볼 만 하더라.
커피 마시러 카페로 들어가는데 테이블 절반은 보드게임 하는 사람으로 가득 차 있다. 예전에 사라예보에서 배웠던 타블라!! (4. 사라예보에서의 카우치서핑, 당황스러웠던 만남 그리고 백개먼 http://bananabackpack.egloos.com/2045795) 여기서는 (그리고 대부분의 서구권에서는) 백개먼이라고 하더라. 그리스 사람들이 터키를 그렇게 싫어하는데도 게임은 재미 있나보다.
요안니나의 호수. 아침에 봤던 것과는 또 다른 분위기.
나를 계속 따라오던 개. 30분 후에 떠나가긴 했지만..
나중에도 계속 보게 되지만, 그리스의 길거리에는 개가 정말 많다. 개인적으로 길에서 개들 보면 쓰다듬고 데리고 다니면서 잘 노는 편이다보니 내게는 어딜 가도 놀이터. 개고기도 잘 먹는다고 했던 내가 개랑 잘 노는 걸 보면서 서양 애들은 신기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June 그래도 한국가서 개고기 먹을 꺼야? 응ㅋㅋ 당연하지.
요리하는 마리. 여행 다니려면 기본적인 음식은 할 줄 알아야한다
도착해서 하루 밤 자고 하루 잘 놀았으니 이제 다음 날 준비를 해야 한다. 저녁밥은 마리가 하고 다음날 도시락은 내가 싸기로 했다. 어지간한 서유럽 국가들보다 더 물가 비싼 그리스에서 외식하고 다니기는 부담스럽다.
대부분 서유럽의 경우 외식비는 비싸도 마트에서 장보면 싸게 살 수 있었는데 그리스는 심지어 마트에서 장보는 것도 비쌌다. 프랑스에서 온 마리와 브노아도 자국보다 더 비싼 것 같다고 했으니 말 다했다. 임금은 프랑스보다 낮은데 물가는 프랑스보다 비싼 것 같다고 그러더라. 그때만 해도 나는 옆에서 그러려니 했는데 귀국해서 마트 돌아다니다가 그리스에서 보다 더 놀랐다. 기본적인 식재료인 야채, 고기, 과일 구입은 세계 어디보다 한국이 더 비싸더라. 참 살기 힘든 나라다.
저녁 먹고 몇 시간이나 수다 떨고 놀다가 카드게임으로 마무리. 서양에는 네댓 명이 트럼프 카드로 할 수 있는 갖은 종류의 게임이 있더라. -_-;; 혼자 카우치서핑 다닐 때는 알 수 없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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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재밋게 보고 있습니다,,,
네 댓글 계쏙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ㅋ
용기있는 좋은 경험 현장감있는 후기 즐겁게 잘쉬어갑니다 ...
네 감사합니다~! 계속 올릴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