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팀에게 카푸치노를 만들어주는 손놀림을 보고 한눈에 알았다. 센스 있고, 손끝 야무진 여자라는 것을.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우유 거품을 내고, 갓 뽑아낸 에스프레소 커피 위에 우유 거품을 얹은 다음 계핏가루까지 솔솔 뿌려 내는데 그 손놀림이 번잡스럽거나 어려워 보이지 않고 뜨거운 물에 티백 하나 넣는 것만큼이나 간단하다. 역시 알고보니 푸드 스타일링과 요리클래스를 여는 ‘벨본느 쿠킹 스튜디오’ 운영자. 그녀의 집을 채우고 있는 가구는 모두 미국에서 가져온 것이다. 한국의 아파트라는 상황에 맞닥뜨리니 외국에서처럼 자유롭게 배치할 수 없어 다른 집과 다를 것 없이 평범하게 꾸몄다고 얘기하지만, 평범한 베란다를 아무런 개조 없이 와인바처럼 바꾼 센스나 프랑스에서 요리를 공부하는 동안 구입했다는 주방 도구와 그릇 등을 보니 모두 ‘악’ 소리가난다. 디자인만큼이나 너무나 실용적이었던 그녀의 살림살이들.
남편 손님, 와인 접대가 가장 만만하다 ∥ 집안에 와인바를 만들었을 정도로 부부가 와인 애호가. 와인바는 베란다에 그릇장 두 개를 벽 쪽으로 나란히 붙이고, 창가를 향하도록 콘솔 두 개를 길게 붙여 꾸몄다. 와인 안주로는 치즈와 과일, 크래커 등 3가지를 큰 접시에 한꺼번에 담아 낸다. 남들과 다른 점은 안주용 앞접시를 준비하는 것. 와인과 안주만 달랑 내면 약간 모자란 듯 보이지만 빈 접시라도 앞접시를 함께 내면 신경 쓴 듯 근사해 보인다.
주방에서 찾아낸 신기한 도구 ∥ ① 타이머 저울 - 요리할 때 필요한 두 가지가 함께 있어 편하며 색상과 디자인도 예뻐 주방에서 인테리어 소품 역할을 톡톡히 한다. ② 뒤집개 - 부침개용 뒤집개 2개가 겹쳐진 형태. 햄버거 등을 구울 때 정말 좋은데 고기를 사이에 넣고 누르면 부서지지 않는다. ③ 껍질 필러 - 이 필러를 쓰면 레몬껍질이 톱밥처럼 갈아진다. 이것을 드레싱에 넣으면 훨씬 향긋하고 달콤하다. 샌드위치용 스프레드를 만들 때도 good. ④ 레몬 주서 - 즙을 내기보다는 자몽이나 오렌지 주스를 만들 때 더 요긴하게 사용. 과일을 반으로 잘라 꾹 누르면서 돌려주면 싱싱한 주스를 바로 마실 수 있다. 믹서보다 훨씬 간단. 특히 자몽즙에 꿀이나 설탕을 섞어 끓여 따뜻하게 마시면 감기 걸렸을 때 좋다.
⑤ 와인 뚜껑 - 와인병 안의 공기를 뺄 때 사용한다. 맛이 변하지 않는다. ⑥ 야채 닦는 솔 - 감자 모양은 감자를, 버섯 모양은 버섯을 닦을 때 사용한다. 버섯은 원래 깨끗한 야채니까 물에 씻는 대신 이 솔로 머리 부분만 살살 밀어 그대로 조리한다. 물기가 닿지 않아 훨씬 깔끔한 버섯 요리를 만들 수 있다. ⑦ 손잡이 달린 망 - 삶은 국수나 나물을 헹굴 때, 포도나 딸기 씻을 때 너무 편하다.
거울로 힘준 침실 ∥ 외국에 있으면서 느낀 것은 외국 사람들은 침실을 무척이나 로맨틱하고 안정된 공간으로 꾸민다는 것. 침실을 꾸밀 때는 침대 위치를 가장 먼저 정하는데, 외국에서는 방의 중앙에 놓는다. 그래야 안정감이 있기 때문. 귀국해서는 침대를 가운데 놓고 양쪽으로 사이드 테이블을 놓아 훨씬 더 안정감을 주었다. 밋밋한 방 한구석에 침대를 향하도록 큰 거울을 놓으니 로맨틱하게 느껴진다.
손님 왔을 때, 1회용 커피보다는 에스프레소를 낸다 ∥ 외국에 있을 때부터 가장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는 에스프레소 머신. 피곤할 때 진하게 마시면 피로가 풀린다. 손님들에게는 카푸치노나 카페라테를 권하고 여기에 과자나 케이크를 함께 내는 편. 과일을 낼 때도 있는데 특히 포도를 낼 때는 흐르는 물에 씻은 다음 그 위에 뜨거운 물을 한 번 끼얹고 다시 찬물을 끼얹어 낸다. 과일색이 선명해진다.
Case 2> 대치동 지연 씨
집 전체를 영국 스타일의 앤티크 가구와 로라 애슐리 장미 무늬 레이스, 샌더슨 꽃무늬 벽지와 패브릭으로 꾸민 지연 씨. 그녀는 대학교 2학년 때 떠났던 프랑스 배낭여행에서 처음 앤티크 가구에 반한 이후로 아이를 낳고 나서 남편과 함께 떠난 3년의 유학생활 동안에도 쇼핑 대신 아이를 안고 박물관과 앤티크 가구 매장을 돌며 앤티크에 대한 무조건적인 애정을 키웠다. 그렇게 기른 안목으로 한국에 돌아와 꾸민 집. 놀러온 사람들마다 그녀가 모은 가구를 탐내고 인테리어를 부탁하는 바람에 얼마 전부터는 전공인 미술을 약간 뒤로 하고, 인테리어 컨설팅(ANTIQUE 地鍊) 일을 시작하였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는 법’이지만 한국에 돌아와서도 버리지 않는 외국에서의 생활습관 2가지. 바로 거실을 아늑하게 보이도록 가구를 벽 쪽으로만 붙이지 않고 중앙에 의자를 놓는 것과, 상을 차릴 때 1인분씩 따로 내는 것이다. 인원이 많을 경우엔 뷔페식으로 차리기도 하는데, 이렇게 하면 남기는 음식도 없고, 제대로 차린 듯한 인상을 줘 사람들이 두고두고 고마워한다고.
1인분씩 차려 내는 테이블 세팅 ∥ 외국에 살면서 처음 매트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괜찮은 방법이라 지금까지 음식을 차릴 때마다 이용한다. 몇 가지 디자인을 가지고 음식에 따라 바꿔가면서 사용하는데 매트에 음식을 올려 내면 훨씬 차린 듯한 느낌을 주고 식탁도 풍성해 보인다. 손님이 많을 땐 덜어먹을 수 있도록 뷔페식으로 차리는 것이 편하다. 뷔페식으로 차릴때도 개인용 매트에 서빙접시를 올린다.
주방에서 찾아낸 도구 ∥ ① 치즈용 칼 - 위로 뾰족하게 튀어나온 것은 포크 역할을 하는 것. 치즈를 자른 다음 이 부분으로 콕 찍어 크래커에 올리고 칼로 펴 바르는 것. ② 버터용 칼 - 사용해보면 아주 편한데, 끝에 칼날이 있어 빵이나 치즈를 자르기 좋다. 치즈를 빵에 바르는 일까지 이 칼 하나로 해결된다. ③ 치즈 슬라이서- 치즈를 긁을 때 사용하는 것. 슈퍼에 가면 갈아 파는 치즈도 있지만 이걸로 직접 갈아서 먹는다. 덩어리 치즈가 훨씬 맛있으니까. 얇게 슬라이스되거나 채 썬 것처럼 되는 등 칼날 모양도 여러 가지.
④ 서빙도구 세울 수 있게 만든 나이프와 포크 - 디자인이 예쁘면서도 아이디어가 좋아 아끼는 아이템이다. 손님이 많이 오시는 날에는 뷔페식으로 차리는데, 그때 스테이크 등 큰 고기를 담은 쟁반 위에 두고 스스로 서빙해 먹을 때 사용한다. ⑤ 주스 스틱 - 배낭여행 갔을 때 구입한 것으로 동그란 손잡이 부분에 색색의 물이 들어 있다. 투명컵에 주스를 담아 낼 때 이것 하나만 꽂아도 훨씬 근사해 보인다.
의자를 가구 옆에 두는 이유 ∥ 드레서, 그릇장, 콘솔 옆에는 꼭 의자가 하나씩(혹은 양쪽에) 함께 놓여져 있다. 덩치큰 가구 하나만 덩그러니 있는 것보다는 어딘가 채워지고 안정된 느낌. 가구를 하나 놓을때도 삼각형 구도를 기본으로 해야 안정감 있어 보이기 때문에 콘솔 위에는 액자 혹은 스탠드를 중앙에 놓고 가구 양쪽에 의자를 놓는것. 의자를 사용할 때는 앞쪽으로 돌려서 사용한다.
가족을 한데 모으는 가구 배치 ∥ 거실에서 눈에 띄는 것은 거실 중앙에 떡하니 놓인 3인용 소파와 콘솔형 탁자. 이런 서구식 가구배치는 훨씬 마음도 안정되고, 휑하니 비어 보이는 공간을 더 아늑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중앙에 소파만 덩그러니 놓아두면 소파 뒷면이 너무 단조로워 보이니까 탁자 하나를 뒤에 붙이고, 그 위에 스탠드를 올려두었다. 어느 방에서나 안정감있는 모습.
Case 3> 분당 양정원 씨
밥 한번 해보지 않은 실력으로 결혼하자마자 요리책 한 권 달랑 들고 건너간 미국에서 8년을 살다보니 이젠 요리가 취미이자 특기가 되었다는 양정원 씨. 그곳에서는 인건비가 비싼 데다 대형 할인매장에만 가도 필요한 요리재료나 도구, 가전제품, DIY 도구가 다양해 여자들이 대부분 모든 일을 직접 한다. 자연히 살림 실력이 늘 수밖에 없는 것. 그런데 2년 전 한국에 돌아와보니 한국에서는 본인이 직접 하는 것보다 사거나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어서 ‘내가 한국에 있었다면 이렇게 살림실력이 늘었을까?’ 싶을 때가 많다.
주방에서 찾아낸 도구 ∥ ① 마늘 슬라이서 - 홈에 마늘을 놓고 손잡이를 꾹 누르면 마늘이 슬라이스 되어 나온다. 편하고 간단해서 아주 요긴하게 사용중. ② 고기 망치 - 고기를 연하게 하기 위해 두드릴 때 사용. 칼로 하다보면 고기가 어느 순간 너덜거리게 되는데, 이걸 사용하면 절대 그럴 일이 없다. ③ 국물 망 - 외국에서도 육수를 많이 사용하므로 이 제품은 필수. ④ 레몬 필러 - 레몬과 오렌지 껍질은 요리할 때 요긴하게 쓰인다. 잘게 채 썰어 사용하기도 하는데 너무 번거로우니까 이 필러로 그냥 필요한 만큼 긁어 사용한다.
⑤ 하트 모양 틀 - 달걀 프라이나 팬케이크를 할 때 이 틀 안에 반죽을 부으면 하트 모양으로 만들어진다. 모양이 예뻐 아이들이 좋아한다. 사용하지 않을 때는 손잡이를 접어 납작하게 보관. ⑥ 자몽 숟가락 - 숟가락 모양이 끝이 뾰족하게 생긴데다 가장자리가 톱니 모양으로 되어 있어 자몽 알갱이만 쏙 파 먹기 좋다. ⑦ 국자홀더 - 사용하던 국자를 올려두는 데 사용.
지금도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는 소형가전 ∥ 외국에는 정말 가전제품 종류도 많았고, 아깝지 않을 정도로 사용했다. 많은 일을 직접 해야 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일손을 덜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것. 그중에서도 지금까지 잘 사용하고 있는 건 3가지. 먼저 필립스 와플기. 와플뿐만 아니라 붕어빵이 먹고 싶을 때마다 와플 반죽 사이에 팥을 넣어 붕어빵인 양 만들어 먹었다. 와플가루를 물에 개어 틀에 붓고 뚜껑만 덮어 익히면 완성되기 때문에 너무나 편리한 제품. 커피분쇄기는 두 개가 있다. 하나는 원두커피를 갈 때 사용하고, 나머지 하나는 찹쌀이나 말린 재료를 갈아 요리할 때 사용. 요즘 한국에서도 유행하는 슬로쿠커는 정말 편한 제품이다. 멸치 국물이나 쇠고기 국물을 낼 때, 죽이나 스튜를 끓일 때는 물론 미역국 등을 끓일 때도 사용하는데, 재료를 모두 넣고 뚜껑을 닫은 다음 버튼만 눌러두면 끝. 그렇게 해두고 외출했다 돌아와 먹기만 하면 된다.
냉장고에서 찾아낸 요리 재료 ∥ ① 스프레이 타입 식용유 - 기름이 적게 드는 요리를 할 때 주로 사용한다. ② 와인 식초 - 샐러드를 할 때나 고기 재울 때 넣으면 누린내가 없다. ③ 발사믹 식초 - 한국 요리할 때도 이것을 넣으면 맛이 확 달라진다. 특히 간장에 물엿, 발사믹 식초를 넣고 끓여 스파게티 소스로 사용하면 느끼하지 않은 스파게티를 먹을 수 있다. ④ 케이준 양념 - 닭 요리는 물론 고기 양념을 할 때도 사용. 매콤한 맛이 나서 한국 사람들 입맛에 정말 잘 맞는다.
찹쌀가루로 만든 빵 ∥ 외국에서 떡이 먹고 싶을 때마다 만들어 먹던 것. 유학생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버전이 있을 정도로 인기 있는 메뉴이기도 하다. 찹쌀가루에 베이킹소다와 우유, 콩, 건포도, 흑설탕 등 빵 만들 때 사용하는 재료를 넣고 찜통 대신 오븐에 구워 만든다. 속은 찹쌀떡이지만 겉은 빵처럼 보인다. 아침 대신 먹어도 무척 든든.
첫댓글 부러워요~~~ㅜㅜ
집이 멋스러워 보이긴 하네요.. ^^
감각과 센스는 거저얻을수 있는게 안닌것같네요.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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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