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소설의 계절
여름이면 나는 소설을 즐겨 읽는다.
다른 계절에 안읽던 추리소설도 애써 찾아 읽으려는 편이다.
그것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더위를 이기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요즘에야 마음만 먹으면 에어콘 바람에 샤워할 수 있기 때문에
더위를 추리소설로 이긴다는 말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여름이면, 소설을 즐겨 읽게 된다.
아직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입하가 지난지 벌써 꽤 되었으니 여름이라 할만하다.
이번에 집어든 소설은 '핑거스미스'란 소설이다.
영국 작가 세라 워터스란 사람이 쓴 소설이다.
핑거스미스는 소매치기란 뜻을 가진 속어이다.
이 책은 예전부터 인터넷 서점이나 블로그에서 평이 좋아서 보려고 했던 것인데,
양장본으로 가격이 만만치 않아 고민하다가
지름신이 강림하였을 때 내질러버렸다.
가격이 만만치 않았던 이유가 있었다.
페이지가 700페이지가 넘어서 들고 보기에 버거울 정도였다.
출판사는 열린책들.
분책하지 않고, 한권으로 출간해준 출판사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소문답게 재미있었고, 여름철에 읽을만하다 할 수 있다.
1. 수전 이야기
17살 먹은 두명의 여자가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다.
그 중에 한명이 수전 트린더이다.
그는 1844년에 영국 런던의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랜트 스트리트에서 태어났다.
이것이 바로 이 소설의 배경되겠다.
수전의 어머지는 교수형에 처해졌고, 그로 인해 수전은 고아로 자라났다.
다행히 남의 아이들을 보살펴 주는 보모 일을 하는 석스비 부인이
수전을 보살펴 주어 외롭지 않게 자랄 수 있었다.
석스비 부인은 도둑들의 장물을 사고 파고 장물애비 입스씨 집에 같이 살고 있었다.
가난하지만 평범하게 자라던 수전에게 평범하지 않은 일이 생긴 것은
수전의 나이 17세였다.
그들과 알고 지내던 젠틀먼이 와서 한가지 제안을 한 것이다.
젠틀먼은 잘나가던 집안의 아들이었는데,
가세가 기울어 지금은 몰락하고 사기꾼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다.
알고 보니, 잘나가던 집안이라던 그의 말도 거짓이었다.
그는 그림도 잘 그렸다.
브라이어 지방의 한 시골에 부자인 릴리씨를 알게 되었고,
릴리씨는 책을 만드는 일을 하는데, 젠틀먼에게 그림을 부탁해서
릴리씨 집에서 며칠 머물렀다고 한다.
그런데, 릴리씨의 조카 모드 릴리를 알게되었고,
모드 릴리 역시 고아로써 어머니의 많은 유산을 물려 받게 되어 있었는데,
조건은 모드가 결혼을 해야만 상속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젠틀먼은 수전의 도움을 받아 모드와 결혼하고,
결혼한 후에는 모드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고
그녀의 재산 1만5천 파운드를 낚아채자는 제안을 하였다.
수전은 그동안 모드의 하인이 되어 젠틀먼과 모드가 결혼하는데 도움을 주는 역할이다.
그것에 대한 댓가는 3천 파운드이다.
조금 말성이던 수전, 3천 파운드에 그 말성임이 넘어가고,
석스비 부인도 반대하지 않았다.
그들이 천성이 착하긴 하지만, 그들은 어차피 핑거스미스였던 것이다.
2. 계략
수전은 수전 스미스란 가명으로 릴리씨 집에 가게 된다.
런던과 수십마일 떨어진 그곳은 한적한 시골에 위치하였다.
모드 릴리 역시 태어날 때 엄마를 잃어 고아로 자랐다.
학자인 삼촌이 엄격한 교육을 가르쳤다.
모드는 수전에게 참 친절히 대해주었다.
수전이 보기에 모드는 순진한 시골 처녀일 뿐이다.
모드가 악몽을 자주 꾸게 되어 수전은 모드와 같이 잠을 자 주기도 하였다.
그 이후 자매같이 밤마다 잠을 같이 자게 되었다.
잠깐씩 수전은 그렇게 착한 모드를 속이려고 하니 갈등을 하기도 하지만,
3천 파운드의 유혹이 그런 갈등을 없애주었다.
그림 작업을 위해 다시 릴리씨 집에 온 젠틀먼.
그는 이곳에서 리처드 리버스란 이름으로 불렸다. 물론 사기를 위한 거짓 이름이다.
이제 본격적인 작전이 시작되었다.
젠틀먼은 모드에게 그림을 가르치기도 하였는데,
젠틀먼은 모드에게 최대한 친절을 베풀고 구애를 하였다.
수전이 보기에 모드는 그를 사랑하기 보다는 두려워하는 것 같이 보였다.
하지만, 모드는 자신을 사랑할 남자는 그밖에 없다면서 청혼을 받아들이게 된다.
물론 수전이 옆에서 젠틀먼을 칭찬하고,
그가 얼마나 모드를 사랑하는지 모른다며 거들었다.
모드와 젠틀먼, 수전은 야반도주를 계획하고 D-day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D-Day가 다가올수록 모드는 더울 불안해했다.
수전은 자주 모드가 불쌍하다고 생각되었고,
어떤 때는 젠틀먼과 이 작전에 대해 실랑이를 벌이기도 하였다.
이것은 수전이 모드를 불쌍히 여긴 이유만은 아니었다.
수전은 모드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된 것이다.
모드 역시 수전을 사랑하고 있었다.
그들은 동성애이지만, 사랑의 선을 넘게 되었다.
이 일이 있은 후, 수전은 다시 냉정을 되찾고, 야반도주의 날은 하루하루 다가왔다.
3. 첫번째 반전
드디어 계획한 날이 다가왔다.
수전과 모드는 집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젠틀먼과 합류하여
브라이어를 떠났다.
젠틀먼이 사전에 계획하고 있어, 그들은 몰래 결혼을 하였다.
그런데, 모드는 이 결혼을 좋아하지 않는 듯,
날이 갈수록 몸이 안좋아지고, 초췌해졌다.
이런 모드를 볼수록 수전은 죄책감을 느끼지만,
그때마다 3천 파운드가 마음을 바로 잡게 하였다.
결국 모드를 정신병원으로 입원시키는 날이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모든 것이 끝난다.
그런데, 정신병원에서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끌고 간 것은
모드가 아니고, 수전이었다.
수전은 당황하였고, 젠틀먼과 모드에게 소리를 질렀지만,
그들은 모두 수전을 외면하였다.
그렇게 수전은 배반을 당한 것이다.
수전은 정신병원에 갇히고 만다.
4. 모드 이야기
지금까지 수전의 일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전개된 소설은
모드의 일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바꾸어 전개하게 된다.
모드의 입을 통해 전개되는 이야기는
어떻게 수전이 배반을 당하게 되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모드는 정신병자였던 엄마가 정신병원에 있을 때 태어났고,
어린 시절을 정신병원 간호사들 사이에서 자랐다.
그러다보니 성격은 자유분방하였고, 약간은 자기 중심적이었다.
그러던 모드에게 어느날 삼촌이란 사람이 와서 데리고 갔다.
삼촌은 책에 관련된 일을 했고, 자신의 책에 대한 심한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모드에게 엄격한 교육을 가르친 후,
자신의 비서를 쓰기 위해 그녀를 데리고 온 것이다.
모드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채찍질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간혹 낯선 삼촌들의 친구들 앞에서
낯뜨거운 애정소설을 낭독하게도 하였다.
모드에게는 이런 생활이 감옥과 같은 생활이었다.
시골 한적한 곳에 이웃하나 없는 저택.
삼촌에 의해 통제된 생활.
그녀가 하고픈 것 한번 하지 못하고,
가고 싶은 곳 한번 가지 못하는 그런 삶이었다.
자연히 모드는 자유를 동경하게 되었고, 책속에 그려진 런던을 동경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손님으로 온 리처드 리버스, 즉 젠틀먼의 제안을 받게 된다.
5. 또다른 계략
리처드는 모드가 자유를 갈구하고 있음을 파악하고,
감옥같은 저택에서의 탈출을 도와주겠다고 제안하였다.
그에 대한 댓가는 모드의 상속 절반이었다.
모드는 자유를 위해서라면 그정도 댓가는 충분하다 생각하고
리처드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다.
계략은 이렇다.
리처드가 수전이라는 아이를 데리고 와서 모드의 하인 일을 하게 된다.
수전과 리처드가 가짜로 계획한 모략을 모드에게 다 말해준다.
그것은 모드와 리처드의 계략에 대한 미끼였던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수전은 모드의 하인으로 일하기 시작한다.
모드는 얌전한 척 하면서 계획에 동참한다.
하지만, 진실하게 받드는 수전을 보면서 다른 감정이 생기게 되고,
그 감정은 사랑으로 꽃피우게 된다.
모드는 수전과 마찬가지로 수전을 속이고 있다는 사실에 갈등을 하게 된다.
자유와 사랑 사이의 갈등이다.
이것을 눈치챈 젠틀먼은 수전이 3천 파운드를 노리고 속이고 있음을 확인시킨다.
모드는 여러번의 갈등 때문에 몸은 초췌해지지만,
결국 계획대로 수전을 정신병원에 감금시킨다.
그리고 리처드를 따라 런던에 도착하게 된다.
6. 두번째 반전
런던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자유가 아닌 잔혹한 또다른 진실이다.
리처드는 모드를 데리고 랜드 스트리트의 석스비 부인 집으로 데리고 온다.
그리고 새로운 사실이 리처드와 석스비 부인과의 입에서 나오게 된다.
지금까지 이 모든 계획은 석스비 부인이 계획했다는 것이다.
수전에게 그렇게 잘 해주었던 석스비 부인이었는데,
그녀가 수전을 정신병원에 감금시키는 일에 동참했다니,
아니 그 일을 주도했다니, 독자들은 놀랄 일이다.
석스비 부인의 계략은 이랬다.
17년 전 석스비 부인의 집에는 억압된 생활에서 탈출한 한 숙녀가 도망쳐 왔다.
그녀는 임신한 몸이었고, 이내 딸아이를 낳았다.
그녀는 곧 아버지와 오빠에게 발각될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 숙녀는 자신의 딸을 자신과 같은 생활을 하게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석스비 부인과 일종의 계약을 하게 되었다.
자신의 아이를 석스비 부인이 보살펴서 평범한 아이로 키워 달라고 했으며,
그 대신 다른 아이를 자신에게 달라고 하였다.
그 대신 자신의 딸이 18번째 생일이 될때 자신의 유산 중 절반을
석스비 부인에게 주기로 했던 것이다.
석스비 부인과 숙녀는 계약서를 작성하였다.
얼마 안있어 숙녀의 아버지와 오빠가 들이닥쳐 숙녀와 바뀐 아이를 데리고 갔던 것이다.
수전이 바로 그 숙녀의 딸이었고,
모드는 수전 대신 끌려간 아이였다.
아버지에게 끌려간 숙녀와 아이는 곧바로 정신병원에 감금되었던 것이다.
한편, 수전이 18번째 생일이 되어 어머니의 재산을 물려 받을 즈음,
석스비 부인은 그녀의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17년간 준비해온 일을 착수하게 된 것이다.
사기꾼 젠틀먼은 더없이 좋은 조력자였다.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모드. 충격을 받았다.
그는 석스비 부인 집에 갇힌 신세가 되고 만다.
7. 또다른 진실
모드는 탈출시도를 한다.
목적지가 어디인지도 모른다.
그저 이 좁은 방에서 나가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이 내막을 모르고 있는 수전에게 가서 진실을 이야기하고
자신의 용서를 구하고 싶을 뿐이다.
모드는 2달이 지난 어느날, 감시 소홀을 틈타,
석스비 부인집으로부터 탈출을 성공하지만,
갈곳없음을 알고 다시 석스비 부인 집으로 되돌아온다.
그런 모드에게 석스비 부인은 또다른 진실을 이야기한다.
그것은 바로 모드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이다.
모드는 원래 수전의 어머니인 줄 알았던 교수형에 처했던 사람.
그 사람이 자신의 어머니인 줄 알았다.
하지만, 모드는 바로 석스비 부인의 딸이었던 것이다.
석스비 부인은 자신의 딸을 숙녀로 키우고 싶어서
17년 전 그런 결정을 했던 것이다.
8. 수전의 탈출
이 쯤에서 소설은 다시 수전의 일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바뀌게 된다.
정신병원에서 수전은 그야말로 분노하게 된다.
그리고 수전의 생각과 달리 정신병원에서 자신의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19세기 정신병원에서의 간호사의 환자에 대한 횡포는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다.
수전은 매일 같이 폭력에 시달렸다.
그러던 중, 그는 뜻밖의 사람으로부터 빛을 보게 된다.
그는 바로 릴리씨의 하인이었던 찰스였다.
그는 리처드 리버스씨가 떠난 이후, 그를 찾아 집을 떠났다고 한다.
리처드가 그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었기 때문에,
그를 찾아가면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순진한 찰스. 리처드가 엄청난 사기꾼임을 몰랐던 거다.
수전은 정신병원에서 생활 몇달 뒤,
찰스의 도움으로 정신병원 탈출에 성공하게 된다.
수전은 석스비 부인 집을 찾아간다.
아직까지 수전은 진실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석스비 부인을 찾아가면
그녀가 보살펴 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석스비 부인집에 찾아간 수전.
그곳에서 젠틀먼과 모드가 있는 것을 놀랜다.
특히 모드와 석스비 부인이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더욱 놀라게 된다.
수전이 나타나자 모드와 석스비 부인, 뒤늦게 집에 들어온 젠틀먼 모두 놀라게 된다.
실랑이가 벌어지고, 우발적인 사고가 발생하였는데,
그것은 바로 모드가 젠틀먼을 찌른 것이다. 젠틀먼은 피를 많이 흘려 결국 죽고 말았다.
이를 뒤집어 쓴 석스비 부인.
수전은 뭐라 할 수 없었다.
그저 그동안 자신을 보살펴 준 석스비 부인에게 매일 면회를 갔다.
그리고 모드도 다른 시간에 석스비 부인에게 면회온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결국 석스비 부인은 교수형에 처해졌고,
수전은 석스비의 유품을 받게 되었다.
그 중에 석스비 부인의 옷 속에 숨겨있던 계약서를 하나 발견하게 된다.
바로 수전의 진짜 어머니와 석스비 부인 사이의 계약서.
그것을 통해 수전은 그동안 몰랐던 놀라운 소식을 알게 된다.
수전은 그 순간 자신 못지 않게 비구한 삶을 살았던 모드를 생각하게 된다.
자신만 불쌍한 것이 아니라 모드 또한 불쌍한 삶을 살았던 것이다.
자신이 가졌던 모드에 대한 미움은 이내 눈녹듯이 사라지게 된다.
수전은 그 길로 모드가 있을 거라 생각되는 브라이어 저택을 찾아간다.
모드가 떠난 이후 모드의 삼촌 릴리씨는 큰병을 얻어 이미 운명한 상태였다.
그 곳에는 모드가 하인 한명과 함께 지내고 있었다.
다시 만난 수전과 모드.
그들은 다시 지난 슬픈 과거를 뒤로 하고 희망의 두손을 마주 잡게 된다.
책제목 : 핑거스미스
지은이 : 세라 워터스
펴낸곳 : 열린책들
펴낸날 : 2006년 9월 30일
정가 : 15,000
독서기간: 2008.06.23 - 2008.06.28
페이지: 726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