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걱정? 일의 달콤함에 지칠 틈 없어요"
[머니위크]은퇴, 그 후의 삶...김한수 비지팅엔젤수코리아 대표
이정흔 기자 | 05/26 09:44 | 조회 133
시니어홈케어 서비스 업체 비지팅엔젤스코리아에 들어서자마자 눈길을 잡아 끈 것은 김한수 (62) 대표의 책상 앞에 놓여진 달력이었다. 하루도 빈칸이 없을 만큼 빼곡하게 채워진 일정표. 대부분이 비지팅엔젤스코리아의 가맹점을 모집하기 위한 사업설명회와 프랜차이즈 박람회라고 한다.
지난해인 2007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직접 가정을 방문해서 노인들을 돌보는 시니어홈케어 서비스를 도입하는 데 성공한 비지팅엔젤스코리아. 이 사업을 이끌고 있는 김 대표는 아직은 생소하기만 한 시니어홈케어서비스를 국내에 알리기 위해 나이를 잊은 채 전국을 뛰어다니고 있는 중이었다.
서울,경기 지역은 물론 부산, 전주 등 전국적으로 잡혀있는 사업설명회 일정을 소화해내기 위해서는 일주일에도 몇번씩 기차에 몸을 싣고 먼 여행을 떠나야한다. 중간중간 프랜차이즈 박람회 참가를 위해서는 없는 시간을 쪼개가며 준비를 해도 모자랄 지경이다.
이 많은 업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벽 6시에 출근해서 밤 11시에 퇴근하기 일쑤고 달콤한 주말은 이미 반납한 지 오래다. 하지만 김 대표의 얼굴엔 웬일인지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60세가 넘어 시작한 일인만큼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그 많은 업무를 모두 소화해낸다는 게 체력적으로도 꽤 벅찰것 같은데 김 대표는 "지칠 틈이 없다"며 싱글벙글이다.
"벌써부터 전국적으로 가맹점 문의 전화가 끊임없이 걸려올 만큼 우리 사업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또한 높은 편입니다. 박람회나 사업설명회 한번 준비하는 게 아무리 어렵고 고되다고 해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그 현장을 보고나면 어떻게 지칠 수가 있겠습니까. 무엇보다 오랫동안 바라던 사업인 만큼 일에 대한 만족도가 높습니다. 늙어서까지 오래도록 일할 수 있고 자긍심까지 얻을 수 있으니 일거리가 쌓여갈수록 오히려 더 행복해지는 것 같습니다."
◆30대, 새로운 꿈을 얻다.
김 대표가 시니어홈케어 사업에 처음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28년 전인 1980년. 김 대표는 그 당시 미국 맨하탄에 있는 라이프주택의 미국지사에서 차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는 TV광고를 통해 '시니어홈케어'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다고 한다. 그의 나이 34세때였다.
"그 당시만 해도 고령화사회에 대한 경각심이 지금처럼 높지는 않을 때입니다. 그러니 노인을 집에서 돌보아주는 시니어홈케어는 나에게도 생소한 용어였죠. 그런데 아무것도 모르는 내 눈에도 참 유용한 사업 같아 보였습니다. 그때부터 시니어홈케어 서비스에 대해 조금씩 공부를 하기 시작했죠."
그는 일단 맨해튼에 있는 '시니어홈케어연구실'을 찾았다. 시니어홈케어에 대해 보다 전문적으로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어떻게 보면 무작정 찾아간 연구실이었는데 그곳에서는 나를 아무거리낌없이 반겨주었습니다. 그 당시 부소장이 나에게 많은 얘기를 해줬는데 아직도 그때 들었던 말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나에게 있어 '제2의 인생 설계'는 그때부터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김 대표는 그 당시 부소장이 들려주었다는 '시니어홈케어 산업이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이렇게 정리했다.
첫째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간수명이 늘어난 만큼 시니어홈케어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둘째 각국 GNP가 증가함에 따라 노후에 시니어홈케어를 이용할 수 있을 만큼의 재정적인 여유를 갖고 있는 노년층은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것이다. 셋째 고령인구가 증가함에따라 각국의 복지정책 예산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며 시니어홈케어산업은 정부 정책에 따라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업군에 속한다. 넷째 시니어홈케어산업은 노인을 돌보는 봉사의 성격을 지닌다는 점에서 수익창출과 함께 개인적인 긍지를 누릴 수 있다.
물론 네가지 이유들이 모두 시니어홈케어산업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고도 남을 만큼 중요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그중 김 대표의 마음을 이끈 것은 무엇보다 수익창출과 함께 봉사를 실천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호기심 하나만 갖고 문을 두드린 그 연구실에서 그는 노인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겠다는 인생의 사명감을 얻게 된 것이다.
◆60대, 꿈을 위한 첫발을 내딛다.
그러나 그가 막상 이 사업을 시작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국내에 비지팅엔젤스라는 이름을 걸고 사업을 시작한 것이 지난해 10월쯤. 61세가 돼서야 비로소 꿈을 향한 첫발을 내디딜 수 있었던 셈이다.
"이 사업을 시작하기 바로 전인 2007년 3월까지 라이프주택을 거쳐, 예술의 전당, 그리고 토다건설의 부사장으로 계속 일을 해왔습니다. 은퇴 후 바로 이 사업을 시작한 만큼 지금도 '은퇴를 했다'는 느낌은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건설업에서만 일을 해오던 내가 이제야 드디어 오랫동안 준비해 온 사업을 시작하게 됐으니 나에게 있어서는 제2의 인생 시작점이나 마찬가지인거죠."
김 대표는 30년이라는 세월 동안 꾸준히 시니어홈케어 사업을 준비해 왔다고 한다. 시니어홈케어 서비스가 먼저 실시되고 있는 미국, 유럽, 독일 등의 자료를 낱낱이 조사하는 것은 기본이고 업계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미국의 시니어홈케어 업체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각 자치구별로 노인 인구의 비율을 꼼꼼하게 파악하기도 했다. 이런 덕분에 노인장기요양보험에 대해서는 이제 박사가 됐다.
비지팅엔젤스도 사업 준비를 위해 방문했던 회사들 중 하나였다. 1998년 미국에서 설립된 비지팅엔젤스는 현재 미국과 캐나다를 포함한 북미지역에만 325개의 지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독일 등 유럽은 물론 싱가포르와 우리나라 등 아시아지역으로 확장해 가고 있는 세계적인 기업이다.
김 대표는 직접 미국을 오가며 비지팅엔젤스와 협의 끝에 지난해 국내에 비지팅엔젤스코리아를 설립하고 비지팅엔젤스의 홈케어 서비스를 들여오는 데 성공했다.
"처음부터 실버 창업을 염두에 두고 사업 준비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오랜 세월동안 천천히 준비해 왔던 모든 과정이 무엇보다 든든한 노후 자산이 된 셈이죠. 지금 돌이켜보면 남들은 은퇴 후에야 시작한다는 노후준비를 나는 30대부터 시작했던 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요. 오래 준비한 만큼 누구보다 안정적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으니 이보다 더 든든한 노후준비가 없었던 셈이죠."
◆세계적 홈케어 서비스 접목
김 대표는 비지팅엔젤스의 서비스는 흔히들 알고있는 간병인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서비스라는 점을 몇번이고 강조했다. "비지팅엔젤스는 단순히 아픈 사람들을 돌보며 시킨 일을 처리하는 역할만을 담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케어기버(노인요양보호사)들이 노인들의 신체 수발, 가사 수발, 정서 수발까지 전반적인 생활을 돌보아 드리는 거죠."
독자적인 시니어홈케어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었음에도 김 대표가 비지팅엔젤스라는 세계적인 기업과의 제휴를 선택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노인들을 돌보아 주는 서비스인만큼 그 서비스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한 노하우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 노하우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혼자 힘으로 부딪치는 것보다는 큰 규모의 기업으로부터 노하우를 전수받는 것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에게도 훨씬 좋을 수 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생각이었다.
"비지팅엔젤스는 세계적인 규모의 회사인 만큼 노인을 돌보는 데 있어서는 그 어느곳보다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는 곳입니다. 그 노하우를 국내에 들여올 수 있다면 국내에서도 제대로 된 홈케어 서비스를 실현할 수 있게 되는 거죠."
김 대표는 "아직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홈케어 서비스라는 것이 낯설지만 앞으로는 점차 집에서 보살핌을 받는 홈케어 서비스가 늘어날 것"이라고 진지하게 말을 이어간다.
"사람은 늙으면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지는 법입니다. 부모들은 나이가 들면서 편안한 집에서 머물고 싶어하지만 건강 등의 이유로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지팅엔젤스는 이런 노인들의 마음을 바탕에 두고 있는 서비스입니다. 그러니 이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무엇도 아닌 바로 '마음'입니다. 진짜 내 부모를 모시는 것처럼 정성스레 노인들을 모시는 진정한 홈케어 서비스를 실현하고 싶습니다."
"나도 늙으면 우리 서비스를 이용해야는데 허투루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는 그의 말에서 '진심을 다하는 서비스를 만들어가겠다'는 그의 사업철학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사명감으로 시작한 일인만큼 자신의 기력이 다할때까지 노인요양제도의 정착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김 대표. 어렵게 내디딘 그의 첫걸음이 그 자신에게는 물론 우리 모두의 풍요로운 노년기를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