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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및 보호자 정보 스크랩 최근 암 수술의 진화
브이맨2 추천 0 조회 258 16.11.02 15:59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최근 암 수술의 진화

 

“암입니다” 의사의 선고에 환자는 걱정과 두려움으로 그야말로 정신이 혼미해진다. 그리고 애타는 마음으로 의사의 다음 말을 기다린다. “다행히 수술할 수 있습니다.” 의사의 말이 떨어지자 비로소 안심이 되어 무릎이 풀린다. “수술할 수 있으면, 살 수도 있겠네요.” 종종 암환자에게 수술은 ‘희망’이라는 다른 이름이 되기도 한다. 암 수술은 과연 암환자의 완치와 생사를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고형암(장기 등에 암 종양이 자라는 암)의 경우 가장 우선적으로 사용되는 치료법은 수술 치료다. 수술을 통해 암 종양을 떼어내는 것이 가장 확실한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여러 이유로 수술이 여의치 않을 때, 혹은 수술 치료만으로 완벽한 치료를 장담할 수 없을 때 차선으로 선택되는 것인 항암화학치료와 방사선 치료다. 때문에 수술로서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은 암의 병기와 악성도가 낮아 쉽게 완치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 20세기, 수술법의 발달이 의학의 발달을 견인하다

  

 

전설의 명의 화타가 관우의 상처를 째고 뼈에서 독을 긁어냈다는 옛 이야기에서도 알 수 있듯, 환자의 환부를 열어 치료하는 외과적 수술은 꽤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다. 그러나 현대와 같은 형태로 외과 수술이 발전하게 된 것은 19세기 중반의 두 가지 획기적인 사건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 첫번째 사건은 흡입 마취법의 도입이다. 흡입 마취법은 마취 가스를 흡입하게 해서 전신 마취를 하게 하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의료진은 훨씬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수술 중의 통증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두번째는 석탄산(carbolic acid)의 등장이다. 석탄산은 1864년 리스터가 소개한 세계 최초의 소독약이다. 수술에 소독약을 사용하게 되면서 수술 중에 감염되는 일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던 것이다.

 

이후 20세기 초반, 빌로스(Christian Albert Theodor Billroth, 1829-1894)나 홀스테드(William Stewart Halsted, 1852-1922) 같은 많은 외과학 거장들에 의해 비로소 근대적 의미의 표준 수술 기법이 창시되었다. 이 시기에 외과 수술 기법의 발전은 곧 의학 전체의 발전을 주도한다고 할 만큼 눈부신 진보를 이루었다. 그리고 외과 수술의 발달은 곧 암치료의 발달로도 이어졌다.

 

◆ 유방을 다 들어냈다고? 유방암으로 본 암 수술의 과거

유방암의 외과적 치료 역사를 살펴보면 암치료에 대한 외과 수술의 변화를 이해할 수 있다. 앞서 말한 외과 의학의 거장 홀스테드는 최초의 근대적인 유방암 수술법인 ‘근치적 유방절제술(Radical mastectomy)’을 개발했는데, 그는 유방 전체와 주변 림프절, 그리고 심지어 흉근을 함께 제거함으로써 유방암을 완치할 수 있다고 여겼다. 또한, 홀스테드는 “유방암이 발생하여 어느 정도 진행을 하게 되면 주변의 림프절로 먼저 전이를 하고, 림프절에 자리를 잡은 암세포가 계속 성장하여 어느 시점을 지나면 다른 장기로 전이한다”(Halsted’s view)고 믿었다.

 

이런 믿음은 이후 ‘암세포가 퍼질 수 있는 부위를 가능한 많이, 넓게 제거할수록 완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수술 치료 방침의 근거가 되었다. 하지만 실제 근치적 유방절제술을 받은 환자들을 장기적으로 추적한 결과는 뜻밖이었다. 기대와는 달리 수술을 받은 이 중 상당수 환자에게서 유방암이 재발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유방암 환자의 생존율에도 큰 변화가 없었다.

 

홀스테드의 생각에 회의를 품은 다른 의사들은 “유방암은 발생한 시점에서 작은 암세포들이 온 몸에 퍼져있을 것이다. 때문에 완치를 하기 위해서는 수술만으로 부족하며, 보조적인 전신요법이 필요하다”(Anti-Halsted’s view)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 생각이 완벽하게 옳은 것은 아니었지만, 이런 사고의 전환은 암의 진행과 전이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덕분에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 요법 등 수술을 보조할 방법들을 적극적으로 찾게 되었던 것이다.

 

암을 치료할 때 완치를 목적으로 한다면, 암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 치료는 가장 중요하고 확실한 치료법이다. 그러나, 일부 초기 암을 제외하면 대부분 수술 외에도 항암제나 표적치료제, 방사선 치료 등을 추가로 사용해야 완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즉, 수술만으로 암을 완치하고자 했던 것에서 벗어나 20세기 이후 적극적으로 다른 보조 치료법을 찾으려던 노력이 현재의 암치료 방침을 완성시켰다고 볼 수 있다.

 

◆ 암 수술의 최근 추세, 앞으로의 암 수술은 어떻게 변할까?

20세기 암 수술과 현재의 암 수술이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바로 악성 종양을 제거하면서 주변의 정상 조직과 배액 림프절을 함께 제거한다는 수술 원칙이다. 암이 전이될 가능성이 높은 부위를 함께 제거하여 암의 진행 정도를 정확하게 판단하고 동시에 암의 재발을 막으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가능한 한 수술로 절제하는 부위를 줄여서 합병증과 후유증을 줄이려는 추세다. 과거에는 유방 전체를 완전히 절제했지만, 1980년대부터는 단발성 초기 유방암에 대해서는 유방의 일부분만을 제거하고 방사선 치료로 재발을 억제하는 치료가 보편화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는 유방암 수술의 60% 이상은 유방의 일부만 제거하는 ‘보존술’이다.

 

또한 림프절로 전이가 되지 않은 듯한 초기 유방암을 수술할 때는, 미리 몇 개의 감시림프절(Sentinel lymph node)를 검사해서 암이 전이되었는지를 확인하고, 암세포 전이가 없는 것이 확인되면 림프절을 제거하는 액와림프절곽청술(Axillary lymph node dissection)은 시행하지 않는 수술법도 일반화되어 있다. 이런 식으로 ‘문지기’격인 림프절의 전이 여부를 검사해 최소한으로 절제하는 수술법은 림프부종이나, 수술 부위 감각 이상 등 합병증과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

 

이처럼 최근의 암 수술의 추세는 ‘생존율에 차이가 없다면, 가능한 한 수술 관련 합병증을 줄이고, 장기의 손상도 최소화하는’ 쪽이다. 어쩌면 소극적이라 볼 수 있는 이런 수술법이 효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국소 항암 치료법인 방사선 요법과, 전신 항암치료법인 항암화학요법이 발달해서 수술 치료의 보조 역할을 충실하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암 수술에 있어서 새로운 흐름이 하나 더 생겨났다. 바로 ‘최소침습시술(Minimally invasive procedure)’의 보편화이다. 최소침습시술이란, 수술할 때 몸에 내는 상처를 최소로 줄인다는 의미다. 예전에는 칼을 이용해서 환부를 절개해서 눈으로 보면서 수술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술의 발달로 손가락 한 두 마디 정도의 작은 구멍만 내고서도 암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이 가능해졌다. 작은 상처를 내고 거기에 기구를 밀어 넣어 암세포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이른바 복강경, 흉강경, 내시경 등의 기구를 이용한 수술이 바로 최소침습시술의 대표적인 사례다.

 

암이 발생한 부위에 따라 다양한 최소침습시술 방법들이 지금도 꾸준하게 개발되어가고 있으며, 아직 일부 암에 대해서지만, 정밀한 로봇을 이용한 로봇수술(Robotic surgery)의 사용도 점차 확대되어 가고 있다. 앞으로는 아예 상처가 생기지 않는 수술법 즉, 무침습(Non-invasive procedure)수술로까지 발전할 것으로 예상하는 이도 있다.

 

그 외, 암 수술을 포함한 전체적인 외과 수술의 주요 흐름으로 ‘수술의 정형화’ 현상을 짚고 넘어 갈 수 있다. 기관, 지역, 국가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시도되었던 수술 방법들이 통일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역과 국가간의 편차가 없어지고, 같은 질환에 대해서는 동일한 수술을 동일한 수술 방법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려는 움직임이다. 현재 국내 암 관련 학회에서는 암 치료에 관한 국제적으로 공조된 임상진료지침을 마련해서 보급하는 일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우리나라는 비교적 정형화가 잘 되어 있는 편이다. 즉, 전국의 어느 병원에 가든, 수술을 해야 하는지, 해야 한다면 어떤 수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동일한 조언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아직 외과 수술의 특성상 같은 이름의 수술이라 해도 그 세부 시술 과정이 외과의에 따라 일부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중요한 점은 그 세부 시술 과정의 차이점에 대한 안전성과 효용성 평가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암 수술의 정형화가 보다 발전된다면, 머지 않은 미래에서는 수술 방법을 결정한 의사가 컴퓨터의 시작 버튼을 누르면, 로봇이 완벽하게 프로그래밍된 수술을 시행하는 자동화 수술이 이루어질 지도 모를 일이다.
△ 작성: 서울아산병원 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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