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안개꽃이 조금 긴 배낭여행을 떠난다기에 뭔가 재밌는꺼리를 찾다가
주말여행을 함께 다녀왔습니다.
영덕으로 대게를 잡으러 7번 국도를 타고 가는 길은 봄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너무 좋은 날씨였습니다.
바닷가의 허름한 민박집에 아는분이 먼저 자릴잡았다기에 우리도 그 옆방 하나를
얻어놓고 대게를 먹으러 갔습니다.
정말이지 안개꽃 팔뚝만한 다리를 지닌 대게가 나왔습니다.
우리같이 먹성 좋은 사람들도 한사람이 한마리를 먹어내기에 벅차더군요.
그래도 우리가 누굽니까.
차곡차곡 밀어넣으니까 다 들어가더군요.
거기다가 게장에 비벼서 나온 밥까지 싹싹 비우고 나니 더 없이 행복해진
우리의 배^^
민박집은 아무것도 없이 오래된 구식 티뷔 한대가 방구석을 지키고 있었고
저녁인지 아침인지 모르겠지만 6시50분에 멈춰선 하늘색에 금박무늬가 들어 있는 촌스런 사각시계 하나,
목각으로 테두리가 쳐진 작은 사각거울 하나가 그 방 장식의 전부였습니다.
쪽창이 나있는 쪽의 벽엔 여섯개의 못이 박혀있는 나무가 옷걸이를 대신하고 있었습니다.
그 창으로 타고 들어온 티뷔선이 전봇대의 전선줄처럼 천장을 가로 질러서 오래된 티뷔를 마술상자처럼 저절로 켜졌다 꺼졌다 만들고 있었습니다.
새벽까지 수다를 떨던 우린 파도소리를 자장가로 듣고 달콤한잠에 빠졌습니다.
똑똑똑
굳이 커텐을 걷어서 누군지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습니다.
벌써 아침이 된거고 밥이 다 되었다는 것을.
크크 우린 겨우 눈꼽만 떼고 잘 차려진 밥상에 얼굴을 들이 밀었습니다 (아 뻔뻔^^)
벌써 9시기 훨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여행지에서 아는 사람을 만난다는게 이렇게 플러스로 작용하더군요^^
조금 늦어서 수산시장의 배들어 오는 것은 보지 못하고 그냥 사왔다면서
오늘 길에 문어가 살아서 꽥꽥 거려 대체 이게 무슨 소린가 했다길래 문어가 꽥꽥 거리는지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그러니까 아침상엔 게를 넣고 끓은 시원한 찌게가 있었고
문어, 멍개,해삼, 광어,한치.......
음.....역시나 이웃은 잘 만나고 볼일이고 줄은 제대로 서야한다는 걸 다시한번 실감한 아침이었습니다.
끄~~~~~~~억
역시나 배가 만족해 하더군요.
디저트까지 다 마시고 나니까 이제서야 빈입이 미안해져서 용감하게 설거지를 했습니다.
바닷가 산책을 마치고 할 일 없는 우린 바닷갈 맴돌다가 다시 민박집으로 돌아와 벽에다 등을 기댄 후 이런저런 이야길 나누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커피 한잔을 마신 후 할머니와 인사를 나눈 뒤 영덕을 떠나왔습니다.
아래 그림은 할머니네 마당에서 본 바다랍니다.
그 빨랫줄에 맘을 널어두면 아마도 맘속에서 계속 바다내음이 날것도 같았습니다.
바닷바람과 햇살에 잘 말려져서 맘이 늘 뽀송뽀송해질것도 같았습니다.

첫댓글 와..두분좋겠네요///..대게먹고 싶어요..ㅠㅠ
히히 정말 맛나게 잘먹었답니다~
점점........ㅡ.ㅡ;;;ㅠㅠ
두분 정말 좋았겠네요.^^ 언젠가 지인들과 안면도의 어느 민박집에서 영덕대게는 아니지만 그래도 꽃게탕끓여 먹고, 노을진 바닷가에서 소주한 잔과 함께 먹었던 조개구이생각이~~ -.- 으~~~~먹고 싶다~~^^
예전 7번 국도를 따라 15박 16일로 여행을 햇더랬습니다. 저와 가장 친한 친구와 부부동반,, 부산에서 시작해서 화진포까지 느릿느릿 갔엇지요. 가다가 민박도 하고 텐트도 치고... 제가 지금껏 다녀본 여행중 가장 느긋하고 기억에 남게 다녀온 여행이었구요. 시절이 맞지 않아 박달게는 먹어보지 못햇지만....
커피님 참 멋있는 분이세요....!!,,,지각님 멋진건 예전부터 잘 알고 있지만....커피님도 만만치 않군요.....
love님 노을진 바다에서 조개구이라~~ 수주까지 캬~~ 멋져요 상상만으로도~ 저도 지각대장님 하셨다는 그 느긋한 여행을 좋아한답니다. 예전에 그렇게 길게는 아니더라도 가본적이 있었는데 아직까지 좋은 감정으로 남아있죠. 스파님 히히~꾸벅^^*
커피님 어디인지 자세히 가르쳐 주세요.. 4월 345일에 모처럼 여행을 하려고 합니다.. 꼭이요..
삼사해상공원이라고 예전에 그대 그리고 나 촬영지가 있어요. 거기엔 통나무집처럼 생긴 독립된 숙소가 있는 듯했구요 그 아래 새로난 구석길로 내려오시면 그 바닷가 마을이 보여요. 숙소는 민박이어서 아주 허름하지만 주인집에 딸린 방은 그런대로 괜찮구 부엌도 유스호스텔처럼 맘대로 쓸 수 있어요.
앞엔 바로 바다고 바다 낚시 하시는 분들도 계시구요 텐트치고 가족들끼리 오신 분들도 있었어요. 거기서 강구항은 5분이면 도착하구여 거기가면 대게집들이 쭉~~~이어져 있어요. 저흰 그냥 식당에서 사먹었는데 거기서 사서 쪄서 돌아와서 밥해드셔도 좋구요. 2박3일 이시면 백암온천에서 하루를 보내시는 것도 좋겠어요.
가족들이 색다른 경험을 원하시면 민박집이 좋을지 몰라도 확실히 콘도나 펜션보다는 불편한 점이 많다는 걸 꼭 감안하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