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인들이 침략했습니다. 이 방송을 듣고 계신 분들은 서둘러 대피하십시오. 화성인들이 지구를 侵功했습니다.''
'우주전쟁'을 소재로 한 라디오 放送劇에서 실시간으로 전하는 뉴스 속보를 흉내내며 긱색한 臺詞의 한 토막입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청취자들이 즉각 이걸 '事實'로 믿으며 큰 난리가 났고, 집단 히스테리로까지 번졌던 것입니다.
당시 20세를 갓 넘긴 ORSON WELLES가 RKO 라디오 방송국에서 聲優로 일할 때의 일이었는데, 그를 떠올릴 때면 지금까지도 곧잘 膾炙되곤 하는 유명한 에피소드입니다.
영화 '시민 케인'을 지난 날 언젠가 한 번 보신 적이 있으시지요? 1915년 생으로 웰스가 24세 때 만든(제작, 각본, 감독, 주연의 1인 4역) '시민 케인'(CITIZEN KANE)은 아직도 영화 100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 해 아카데미상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후보에 올랐고, 각본상을 탔습니다. 우리들이 태어날 무렵의 일인데, 젊디 젊은 그가 올린 大凱歌였지요. 소위 '天才'란 바로 이런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겠습니까? 그의 두 번째 아내는 당시 全세계 남성들이 군침 흘리며 羨望하던 女優 리타 헤이워즈였고, 그는 지나치게 비대해진 체구로 70세에 세상과 작별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얘기하려는 최근작 '맹크'(MANK)의 줄거리는 이제까지 그에 대해 알려진 사실과는 조금 다른 내용입니다. 바로 시민 케인의 각본은 허먼 맹키위츠(HEMAN J. MANKIEWICZ. 1897-1953))가 썼고, 아카데미 각본상은 오손 웰스와 공동 수상했으나 실제로 웰즈의 역할은 아주 微 微했다는 것입니다. 그런 사실을 포함한 그 영화 제작 과정이 力動的으로 화면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가끔 씩 흑백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조금은 흥미롭습니다.
'맹크'는 당시 영화계 사람들이 즐겨 부르던 허만 맹키위츠의 애칭이지요. 오손 웰스의 데뷔작이며 不滅의 걸작인 '시민 케인'의 탄생 과정을 赤裸裸하게 그린 이 영화에서 웰스는 그의 실제 모습을 닮은 배우가 잠깐 등장해 뒤통수만 슬쩍 보여주거나, 전화 통화하는 목소리만 들려주는 방식으로 뒷전으로 밀려났습니다. 그러니 영화는 자연스레 주인공 맹크 役을 연기한 게리 올드만의 원맨쇼로 展開될 수밖에요. 그는 성격은 괴팍해도 글 재주가 매우 뛰어났던 실제인물의 眞面目을 인상깊게 연기합니다.
주인공 맹크는 교통사고로 병상에 누워
비서에게 시나리오를 口述합니다. 또 술을 많이 마십니다. 그러니 올드만의 연기도 자연히 그런 대목에 置重할 수밖에요. 그 과정에서 그는 '영화와 현실의 間隙'을 괴로워하는 작가의 모습을 절절하게 表出하고 있습니다.
평소 카리스마가 만만찮은 배우 게리 올드만의 渾身의 연기력이 영화의 성공요인으로 크게 작용한 건 두 말할 나위 없을 것입니다. 한 때는 '킬 빌'의 스타 우마 셔먼의 남편이기도 했지요. 2018년엔 '다키스트 아워'에서 윈스턴 처칠 영국 수상 役으로 대망의 아카데미 남우주연상도 수상했습니다.
이 영화는 '시민 케인'이라는 위대한 영화의 주인공 오손 웰스 대신 臺本作家 맹키위츠를 내세우며 주인공을 바꿔치기한 점이 매우 흥미롭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데이비드 핀처가 감독했습니다. 그는 '세븐',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소셜 네트워크' 等 秀作들을 만든
巨匠입니다.
영화를 보노라면 그가 흘러간 20세기의 영화 선배들에게 바치는 존경과 사랑의 감정이 넘칩니다. 과거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이 배어있기도 합니다. 작가였던 감독의 아버지 잭 핀처(작고)가 남긴 시나리오를 아들이 영화로 만들었다는 사실도 재미를 더합니다.
오손 웰스의 최고의 명작 '시민 케인'의 이야기인데, 그는 뒷전이고 엉뚱(?)하게도 허먼 맹키위츠라는 인물을 浮刻시켰습니다. 이 영화는 곧 열릴 금년도 골든 글러브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탈 지도 모릅니다. 또 '코로나' 때문에 예년에 비해 늦게 열리는
4윌의 아카데미상도 노릴 것입니다.
오손 웰스가 '시민 케인'의 共同脚本家로서의 역할에 얼마나 기여했는가에 대해 묘한 疑懼心을 드러낸 영화가 바로 최신작 '맹크'입니다. 그리고 그 '眞實'은 아리송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