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님과 태안반도 만리포 해수욕장 물놀이 2박 3일로 다녀오는 길.
아름다운 낙조를 감상하며 바닷가 시원하다 못해 추운 바람을 맞으며
어머님과 난 복길이 안에서 자고 신랑은 간이 텐트 속에 야전 침대 놓고 이틀밤을 보냈는데
도고온천으로 가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복길이를 몰기 시작한 신랑.
워낙이 늦잠을 즐기는 난 긴 잠옷에 두터운 이불을 덥고 단잠 속에 빠져 있었고
어머님은 두 다리 주욱 뻗으시고 내 옆에 앉아 계셨다.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중 갑자기 사무실에서 신랑에게 중요한 전화가 따르릉.
하는 수없이 위험한 갓길에 복길이를 세워놓고 안전띠까지 풀고 오랜 시간동안 통화.
급한 일은 대충 정리했는데 신랑에게 정작 더 다급한 큰 일이.
큰 일치루고 운전대에 앉는 순간
고속도로 순찰차 두 대와 교통경찰 나으리들께서 출동.
줄줄이 낚였다.
첫째, 안전띠 미착용
둘째, 차량 불법 개조(침대로 만들어 놓고 이부자리에 모기장까지 설치)
셋째, 노상 방뇨
넷째, 오물 무단투기(큰 일 치룬 후 휴지를 갓길 풀섶에 던진 것)
신랑은 불려나가 조사를 받았는데
경찰 나으리들께선 "선생님, 얼마나 급하면 그러셨겠습니까?"하시며
죄의 조목들을 말씀.
신랑은 타고난 특유의 대화수법으로
아내는 수십 년간 아파 앓아 누워 있으며(한 여름에 환자복 같은 잠옷 입고 긴머리 풀어 헤치고
겨울 이불 뒤집어 쓰고 있었으니)
어머님은 심한 퇴행성 관절염으로 무릎을 굽히지 못하시기에 하는 수없이 차를 침대로 만들었고
모기장 철거를 안한 건 잘못했고
제가 급성 장염으로 큰 일을 참지 못하니 선처를 바란다.
우리를 무척이나도 불쌍하게 보신 나으리들께선
"그러면 갓길 풀섶에 오물 무단투기한 것만 경고장 보내겠습니다. 조심해 안녕히 가십시오."하며
오히려 깍듯이 인사를 꾸벅~
그리하여 과태료 한 푼 안내고 무사히 도고온천에서 스파를 신나게.
그런데 아직까지 경고장이 안 날라온다.
그 양반들 우릴 너무 많이 봐 주신 것 아닌가?
올해 휴가 때의 사건 중 하나이다.
첫댓글 신랑은 만성, 급성 장염으로 허구헌날 큰 일이 문제이며 어머님은 병원에서 수술을 적극 권할 정도로 퇴행성 관절염이 심각하시며 채송화는 안 아픈 날이 없으니 사실은 사실이지만 불법을 저지른 죄는 죄이니 엄청난 과태료 당연히 내야하는데... . 그 분들이 고맙긴 고맙다. 그 분들 덕분에 평생 한 번 갈까 말까하는 도고온천스파를 시인나게 만끽했으니 이 사건은 잊지 못할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