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라르 드빠르듀, 제가 참 좋아하는 배우였습니다. 특히 시라노에서 죽는 순간까지 운명에 맞서
칼을 휘두르는 모습, 잊을 수 없습니다. 1900년, 이웃집 여인, 마틴 기어의 귀향, 까미유 끌로델,
마농의 샘, 은행털이와 아빠와 나, 그린 카드, 아버지는 나의 영웅, 세상의 모든 아침, 제르미날,
아스테릭스 등 다양한 작품에서 여러 인물들을 자신만의 분위기로 그려냈습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본 그의 출연작은 라이프 오브 파이입니다. 욕심사납고 추레한 인종차별주의자
요리사 노인. 공교롭게도 그 영화를 보기 얼마 전에 프랑스의 조세 정책에 불만을 품고 벨기에로
망명했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고아원에서 자라 불우한 소년기를 보낸 그가 노년기에는 부유한
유명인이 되어 사회를 위한 나눔을 거부하고 나라를 버렸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영화 속
모습이 연기가 아닌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젊은 날 그의 깊고 투명한 눈에 연민과 인간애가 담겨 있다고 생각했는데 삶의 어떤 면이 노년의
그의 모습을 빚었을까 궁금했습니다. 평생 그의 연기를 사랑한 이들의 지지 덕분에 현재의 부와
명성이 있다는 것을 그는 잊을 것일까요? 그 사람들 대부분은 가족과 이웃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요?
사랑했던 배우가 인생의 마지막 시기를 스스로 얼룩지고 구겨지게 만드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아름다운 노년을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떤 것을 버려야 할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첫댓글 기득권을 내려 놓는다는 거, 가지고 있는 걸 나눈다는 거. 쉽지만은 않죠..
소유는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욕심은 눈사람 만들 때처럼 커질수록 더 빨리 자라는 것 같습니다.
제라르 말고도 몇몇 유명인들이 망명 한걸로 알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도 논란이 꽤 있었나봐요. 사람속은 정말 알수가 없네요 보이는게 다가 아니라는 건 알지만 가끔 설마 했던 사람들까지 의외의 행동을 하는 걸 보면 왠지모를 배신감이 느껴져요 ㅡㅡ;;;
개인의 삶을 무조건 비난할 수는 없겠지만, 사랑하던 대상의 변화는 슬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