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를 타고 부산역에서 내렸다. 먼저 들어 선 곳이 화교거리다. 예전과는 달리 화려하게 꾸며진 거리가 눈에 들어 왔다. 각족 중국음식들의 화면을 보니 침이 돌았다. 문득 40여년 전에 알고 지냈던 중국인이 머리에 떠올랐다. 한국 이름이 특이하여 지금도 기억이 난나다. '김가기'였다.
우연한 일로 친분을 쌓게 되었는데, 함께 술도 마셨었다. 배갈을 마시면 나는 아주 적은 용기에다 잔을 채우고 그는 물컵에다 술을 따랐다. 그래서 원샷을 하고서는 잔을 뒤집어 머리에 올렀다. 다 마셨다는 표식이었다. 비록 외국인이라 하여도 격이 없어 참 호감이 갔었는데, 나의 직장 이동으로 이내 헤어지고 말았다.
영주동을 넘어 보수동으로 갔다. 먼저 국제시장을 둘러보았다. 이곳에서도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이곳에서 일했던 친구가 있었고, 지인의 소개로 선을 보았던 아가씨의 아버지 건물이 이곳에 있었다. 서로 별로 결혼에 연연하던 시기가 아니라 싱겁게 끝나고 말았었는데, 삼촌인 지인은 아쉬움이 남은 듯해서 한동안 미안했었다.
깡통시장을 지나 책방골목으로 향했다. 예전에 비하여 서점들이 많이 없어졌다. 책도 귀하다는 마음이 있어야 많아 보임직한데 지금은 그렇지가 못했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곳들이 있는데 찾는 사람들의 모습이 뜸했다.
부산대병원 주변에서 점심으로 돼지국밥을 먹었고, 누굴 좀 만날까 망설이다 근처의 6.25 임시정부청사를 들렀다. 코로나로 휴관이었다.그 리고 남부민동 산복도로를 향해 올랐다. 송도쪽과 초량동에서 서면까지의 연결 산복도로는 걸었었는데, 이곳 중간이 빠져 언젠가 한번 오리라고 다짐했던 터였다.
사람없는 길을 홀로 걸었다. 멀리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왔고, 언덕 배기에 다닥다닥 지어진 집들이 정겹다. 고향은 아니어도 초등학교 시절부터 부산을 오갔으니 그게 60년이 넘었고... 언제 또 이 언덕배기에 오기나 하겠나. 이 산복도로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걷게되는 길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