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의잔상
구정이 지난지 사흘이 지났다.
다녀갈 사람은 거의 다녀갔고 어머님만 오늘오전에 남편이 휴무라서 모시고 가서 건강검진을 받고 시골로 나와 함께 모시고 갈 예정이다.
늘 그랬듯이 마치 큰 일을 헤낸 그런 기분이다.
마음은 홀가분하고 몸은 말못할 정도로 피곤하다.
구정 전날에 시골이머님,큰아들네 식구, 작은아들 부부,막둥이와 우리부부와 아홉명이 다 모였다,
누구랄것도 없이 한 마디 하면 까르르 웃고 또 하하호호 웃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올 구정에는 부산에 있는 막내아들이 세 아들중에서 가장 먼저 왔다, 오기전에 몇 번이나 전화가 왔었다.
형수들보다 먼저 와서 힘들게 일하는 엄마를 거들어준다고 했다. 객지에서 집밥을 먹지 못하고 생활하는 아들이 늘 짠한데 자기는 오히려 엄마가 힘들까봐 8시경에 오려고 했다. 그냥 실컷 자고 천천히 와도 된다고 했는데도 제일 먼저 도착했다. 부산에서 기차표를 오후에 오는걸로 예매했다더니 형수들은 아침 일찍은 못온다고 했더니 아침에 오는표로 교체하고 일찍왔다고 했다. 구정 전전날에 큰 며느리가 시장 내일 보실거죠? 하고 메시지가 와서 전화하니 함께 가자고 했다. 이미 아들들이랑 손녀랑 다 마음으로 만났다. 차근차근 준비를 해야되는데 벌써부터 마음이 붕 떠 있었다.
막둥이는 형수들이 오기전에 자기가 도와준다고 부침개를 시작하잔다.
나는 가스레인지에서 부침개를 부치고 막둥이는 거실바닥에서 동태포를 부쳤다.
아들이 셋이니까 명절에 누구든지 한 사람이 일찍오니 명절 전날은 기다림에 설레이고 기분이 좋다.
부침개를 며느리들이 오기전에 다 해놓고 손녀가 오면 놀고 며느리들에게도 명절에 시댁에 가는일이 즐거움이라는걸 인식시켜 주고 싶다. 나는 명절어 되어서 시댁에 가면 가는 순간부터 올 때까지 손에 물 마를날이 없고 집에 돌아오면 전신만신이 안 아픈곳이 없었고 지금도 그렇다.
내 며느리들에게는 그렇게 하기 싫고 명절은 시댁에 가도 즐거운거라고 느끼게 하고 싶다.
타이밍이 딱 맞았네. 부침개를 다 완성하고나니 두 며느리가 비슷하게 들어오고 시골에 어머님 모시러 간 남편과 어머님이 들어오시니 내게 속한 직속 가족이 다 모였다.
마음이 부자다. 손녀도 좀 자라서 낯도 덜 가리니 함께 노니 일하기도 싫고 人花 를 보는것이 행복하다.
세상이 변했을까! 내가 福이 많은걸까! 음식만 해 놓으면 아들과 며느리들이 다 차리고 아예 설겆이는 아들들이 다한다. 계속 먹고 치우고를 하니 나중에는 아들들이 다섯살짜리 손녀를 포함해서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설겆이 당번을 정하는데 계속 둘째 아들이 패해서 설겆이 티를 냈다. 작은 며느리가 좀 잘해서 이기라고 말해서 온 식구가 박장대소 했다.
그래도 내가 엄마라서 집에 와서 쉬지도 못하고 가는 아들들의 떠나는 뒷모습을 보니 애잔하고 아직 그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큰며느리가 차돌말이찜 요리를 할 준비를 해서 만들었다. 모양도 이뿌고 함께 가지고 온 소스에 찍어 먹으니 맛도 일품이다. 뭐 하나 나무랄데가 없는 며느리들이 사랑스럽다. 내가 며느리를 맞으면 명절에 아침만 먹으면 마음이 먼저 가 있는 친정으로 바로 보내려고 마음을 늘 먹고 있었다. 그게 내마음일 뿐이었다. 큰 며느리는 시고모들이 오는지 안 오는지 물어보고 온다고 하면 나혼자 힘든다고 특이한 요리도 해 주고 날 돕는다고 아예 명절 당일날은 친정에 갈 생각도 안 하고 작은 며느리도 당연히 점심 먹고 오후에 얼굴보고 인사하고 가는줄로 안다.
다반할배의 생일이 바로 명절 뒤라서 애들이 힘들까 봐 어머님과 삼촌네가 어차피 명절이라서 와 있을 때 케익 사고 생일형식으로 점심을 먹자고 제의했다.
우리집과 가까운 곳에 큰 시누이가 살고 있어서 잠깐 왔다가 자기딸들이 친정오면 다녀가라고 했다.
얼마후에 창원에사는 시누이 두 부부가 오고 올 사람은 거의 오니 총 열 아홉명이 한 자리에 모여서 추어탕이랑 점심을 먹고 케잌에 불을켜고 축하 노래를 부르고 다빈이와 할배가 함께 불을 끄고 미소와 함께 박수를 짝짝짝 쳤다.
옛어른들이 자식입에 음식들어가는것 보면 배가 부르다고 한 말이 이해가 된다.
점심을 먹고 온가족이 함께 즐길수 있는 놀이는 윷놀이다. 남자와 여자로 편을 나눠서 윷을 던지고 웃고 박수를 치고 정말 명절분위기가 났다.
저녁을 먹고 어머님과 우리 부부만 남고 다 떠나고 도착했다는 연락도 다 왔다.
심신이 너무 피곤하니 잠도 잘 오지 않았다.
이튿날 어머님이 계시니 외사촌 시누이집(어머님의 친정 질녀)가 안 좋은 일이 있어서 가 보자고 해서 셋이서 갔다. 때마침 그 형님의 딸 부부와 외손자가 오고 막내 시이모님과 제일 큰이모님댁의 시누이가 들어와서 형님딸래미가 바닷가에서 직접 떠 온 회를 먹고 큰 방어를 두 마리씩 나눠어줘서 가지고 왔다.
이제 명절에 오고가는 일은 끝났나보다. 생각하고 이튿날이 주일이라서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오는길에 남편이 이종사촌 시숙 부부와 시누이 두 부부가 어머님(이모)를 보러 오겠다고 했단다.
아이고~
그러면 그렇지. 올 사람이 덜왔다. 마음이 바빠진다.
머릿속에 수육거리를 냉동실에 넣었으니 가다가 조금사기로 하고 집에 있는 떡국거리 떡은 담궈야하고 잡채랑 부침개랑 강정이랑 식혜랑 준비했다.
겨우 집에 들어가서 제대로 숨 쉴시간도 없이 압력솥에다 수육을 앉혔다
네 분이 들어오셨다.
점심을 준비해야지 싶어서 떡을 담궈놨더니 자장면으로 점심을 떼웠다고 했다.
준비한 음식으로 간식을 드시고 다 떠났다.
다 떠나고 어머님이 받은 용돈에서 약간의 금일봉을주셨다. 어머님뿌시리가 많아서 늘 미안하다고 하신다. 어머님의 잘못도 아니고 우짜겠노 마음먹고 좋은 건 좋고 힘든 건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친정에서 내 밥도 제대로 한 번 안했는데 항상 시끌 법적한 식구 치닥거리에 정말 힘들었다. 그렇다고 내가 얼굴을 찡그리면 사람이 안 오겠지, 지인중에서는 명절에 오가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 사람에 비하면 행복한 고민이다. 이 세상에 독불장군은 없다. 영원히 내가 살지 못하고 애들도 친 형제랑 고종 외사촌들과 어우러져 살게끔 우리가 터를 닦아 두어야할 것 같아서 육체적으로 힘든 걸 다 감수하고 참는다. 나를 편안하게 생각하고 방문하는 사람들도 그 끈이 떨어지면 언젠가는 떨어지는건 인지상정이리라.
인생의 흐름이 다 그런것을……¸
닥치는데로 그때 그때를 잘 넘기고 하루하루를 평범하게 사는게 보통 행복이 아니다.
이 또한 하나님의 도우심이다. 늘 하나님과 함께 하는 삶을 살리라.
첫댓글 명절 풍경이 정겹게 와닿습니다.
저도 올해는 다른 때보다 더 편하게 명절을 보냈어요. 늘 부침개를 해다주는 막내 시누이 덕분에 수월하기도 하고요.
명절에 일은 많아도 서로 도와주며 정을 나눈다면 이보다 더 즐거운 날도 없겠지요.
박회장님
올해는 처음 여기서 봅네요.
명절 보내느라고 수고 하셨어요.
육체적으로 힘은 들었지만 사람을 정을 주고 받으며 살아야겠죠;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하고 제 주위에 사람이 많은건 감사한 일입니다.
늘 배려해 주시고 관심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