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명절을 보내며, 제사도 명절도 다 부질없더라
이원근(수필가)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는
제사가 있었고 명절이 있었다.
멀리 흩어져 살던 형제들도
그날만큼은 하나둘 고향으로 돌아왔다.
어머니는 새벽부터 전을 부쳤고
아버지는 대문 밖을 몇 번씩 내다보셨다.
우리는 한 상에 둘러앉아
어릴 적 이야기를 하고
누가 더 고생했느니, 누가 더 부모 속을 썩였느니
별것 아닌 일로 웃기도 했다.
그때는 몰랐다.
그 모든 것이
부모님이 계셨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임을.
세월이 흘러
아버지가 떠나고 어머니마저 떠나자
제삿날은 달력에 남았지만
기다리는 사람은 없어졌다.
명절이 와도
형제들은 각자의 집에서
각자의 자식과 손주를 기다린다.
한 뿌리에서 나온 가지들이
이제는 서로 다른 하늘을 향해 뻗어 있다.
누구 하나 미워서가 아니다.
살다 보니
각자의 집을 지키는 일이
형제의 안부를 묻는 일보다
더 급하고 무거워졌을 뿐이다.
젊을 때는
형제가 세상의 절반인 줄 알았다.
늙고 보니
내 곁의 배우자 하나,
자식의 걱정 하나,
손주의 작은 병 하나에도
마음이 먼저 기울어진다.
사람에게 주어진 힘은
나이가 들수록 줄어드는데
챙겨야 할 것들은
오히려 많아진다.
그래서 생의 무게중심은
조용히 옮겨간다.
부모에게서 나에게로,
형제에게서 내 가족에게로,
세상에서
마침내 나 자신에게로.
그때 형제는
피를 나눈 사람이면서도
가끔은 오래된 주소록 속의 이름이 된다.
더 서러운 것은
싸워서 남이 되는 것이 아니라
연락하지 않아도 아무 일 없는 사이가 되는 것이다.
한 번의 전화가 미뤄지고
한 번의 안부가 지나가고
또 한 번의 명절이 지나간다.
그렇게 몇 해가 흐르면
마지막으로 목소리를 들은 날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혈연은
끊어지지 않는다.
다만
오래 방치된 우물처럼
마음에서 물이 마를 뿐이다.
그래서 이제는 안다.
제사가 형제를 묶어주는 것이 아니었고
명절이 가족을 지켜주는 것도 아니었다.
그날의 음식도
차례상 위의 과일도
결국은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것들이다.
정작 오래 남는 것은
“잘 지내느냐”는 한마디,
아픈 데는 없는지 묻는
짧은 전화 한 통,
별일 없어도
문득 생각나서 보내는
문자 하나였는지도 모른다.
부모님이 떠나신 뒤
제사도 명절도 다 부질없더라.
그것들이 부질없는 것이 아니라
그날을 핑계 삼아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지 않는 것이
부질없는 일이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명절은
얼마나 될까.
함께 앉을 날은
몇 번이나 남았을까.
생의 저울이
내 쪽으로 자꾸 기울어가는 이 나이에
나는 오늘
오래된 번호 하나를 누른다.
“잘 지내지?”
그 말이면 충분하다.
부모가 떠난 뒤에도
형제가 형제로 남는 방법은
아마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닐 것이다.
제사상 앞에서가 아니라
살아 있는 오늘,
서로의 이름을
한 번 더 불러주는 것.
그것이 어쩌면
부모님이 남기고 간
마지막 유산인지도 모른다.
첫댓글 ㅡ 김종덕
예~ 잘 쉬었습니다.
형님은 추석 잘 쇠셨나요?
형님과의 남은 얘기를 끝내야
한다는 생각은 항상 하고
있습니다.
난 9월 말로 내가 하는 사업
사위에게 다 물려줍니다.
ㅡ 이샹현
사업은 접고 이제 내가 전해야
하는 것에 집중하려고...
곧 한번 내려 가겠습니다.
ㅡ 권기호
명절을 맞아 느끼는 소회를 공감하며 잘 보았습니다.
ㅡ 김진태
공감합니다 추석 잘보네섰나요. 건강하세요.
ㅡ 이상현
형님께서도 명절을 잘 보내셨지요.인사가 늦었습니다.
ㅡ 한기철
네
선생님 감사합니다
명절잘보냈셔습니까
선생님 감사합니다
ㅡ 최숙희
공감됩니다. 친정형제들은 부모님 기일 즈음에 모여 두 분이 계시는 현충원들렀다 밥 먹고 헤어지는데 10여년이 더 지났지만 그게 잘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ㅡ 최순호
연휴 4일 동안 회사에서 근무했습니다.
ㅡㅡㅡ나인맵 완성 되기를 손꼽아 기다립니다.
그러나 너무 무리는 하지마세요.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ㅡ 박진숙
크게 공감 합니다 ^^
늘 건강 하세요~
이고문님 추석명절은 잘쇠셨죠?
이번 수필은 누구나 공감하는 글이군요.
그래도 저는 아직 모친이 생존해 계셔서 형제들간 정이 도트는 정도까진 하는편이라 다행스럽기만 합니다.
항상 강건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따뜻한 말씀 감사! 어머님께서 건강하게 계시니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 일인지요.
어머님을 중심으로 형제간의 정이 더욱 도탑게 이어지시길 바랍니다.
저도 세월이 갈수록 가족의 정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낍니다.
늘 건강하시고, 가족과 함께 웃음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ㅡ 권수문
명절의 개념도 이젠 먼 옛날의
전설로 기억되고 있으며,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
의식 자체가 이젠 유명무실해지는
세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근대 역사는 8.15 광복을 분기점으로
구분을 하고 있지만,
'코로나 19'라는 국적불명의
고질병이 국내는 물론 세계
전역을 뒤흔들면서 모든 문화를
바꾸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는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
국민생활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으며,
그중 가장 극심한 변화는 전통예절인
관혼상제에 대한
사례입니다.
과거 전통 명절인 설날과 추석에는 아무리
살기가 어려워도 일가친척들이 모여
조상에게 제사를 올리고 안부를 물으며 세상살이를
이야기 하곤 했는데 지금은 아니,
코로나 이후에는 대중들이 모이는
행위 자체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사라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명절, 제사, 결혼과 장례식도
모든 의식이 지극히 간소화 내지는
취소되는 실정입니다.
일전에 지인의 가족이 사망하여
부고를 했는데
'여건이 그러하여
빈소를 마련하지 않았습니다.'라고
하면서 그 아래
'마음 전할 곳'이라며
계좌를 알려주었습니다.
물론 세상을 살아가려면 더불어 살아가야하기
ㅡ 권수문 계속
때문에 좋든, 싫든
따라가야 하겠지요.
그러나 지금 세상은 코로나를 빌미로
모든 의식이 변하고 있으니
이것이 과연 좋은 현상인지, 아니면
잘못된 사례인지 아둔한 소인은
알 수가 없습니다.
벌써 일흔번이 넘는 추석을 보내면서
조용히 위와 같은 생각을 해봅니다.
ㅡ 허영숙
선생님!
의미 있는 말씀입니다.
그래도 선생님은 언제나 그 곳 그 산은 물론 산이 품고 있던 풀, 벌레, 꽃, 바위...
철따라 다른 모습들로 반겨주던 자연이 있지 않습니까?
늘 건강 챙겨 가면서 살아 갑시다. 가끔 소식도 오가고요.
고맙습니다.
ㅡㅡ 따뜻한 말씀 고맙습니다.
돌이켜보면 산은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계절마다 다른 모습으로 저를 반겨주었고 그 품에서 많은 추억을 얻었네요.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 이름 모를 벌레와 바위까지도 이제는 정겹게 느껴집니다.
말씀처럼 서로 건강 잘 챙기며 좋은 풍경, 좋은 사람들과 오래도록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가끔 이렇게 따뜻한 소식도 나누면서요. 늘 건강하시고 평안하십시오.
ㅡ 여인태
네 제사도 부질 없는것 같네요. 해서 형수님더 연세드시기전어 절에 모셨네요.이것도 몆년 해보니아닌것같아. 추석 전날 벌초 하고 추석 차례로 마무리 하기로 했네요.
ㅡ 석정규
보름달운 못봤지만 4일연휴 푹 쉬었습니다
건강한 나날 되십시요.
ㅡ 조수자
예, 교장 선생님도 잘 보내셨는지요.
좋은 계절에 하루가 감사합니다.
ㅡ 박재석
연휴동안 서울 딸들한테 갔다가 오늘 내려왔어요.
둘 다 아직 미혼.
큰 울림주는 글입니다.
ㅡ 김진호
팔순 고지에서 맞이한 추석 명절의 소회를 정감있게 적었네요.이 시골 촌놈도 이심전심으로 공감했습니다.
시대가 급변하니 제사, 명절도 부질없음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죠.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말이 실감납니다.
하지만 이 나이가 되어서도 옛 시골농가의 명절 풍경에 대한 그리움은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네요.
오늘 보내준 한편의 좋은 글을 읽고나니 문득 어릴적 고향생각이 나네요.고맙소!
ㅡ 정문희
구구절절 맞는 말씀들입니다
살아 생전에 안부인사로
서로 서로 위로하는게^^
멋지신 분 공곡님께선
주위 사람 산행 리드로
챙겨주시고^^
힘없는 동기에게 까지
힘되어 주시는 멋진 분!
늘 건승을 빌어드리고
싶은 분이십니다
ㅡㅡ 과찬의 말씀입니다.
그저 살아 있는 동안 서로 안부 묻고, 힘들 때 마음 한 자락 나누며 함께 걸어가는 것이 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 역시 좋은 분들과 인연을 맺고 함께할 수 있어 늘 고맙고 행복합니다. 따뜻한 말씀에 힘을 얻습니다. 서로 건강 잘 챙기면서 오래오래 좋은 인연 이어가시지요. 고맙습니다.^^
ㅡ 남세진
고맙습니다. 건강을 빕니다.
ㅡ 최천기
팔순 고지에서 맞이한 추석 명절의 소회를 정감있게 적었네요. 이 시골 촌놈도 이심전심으로 공감했습니다.
시대가 급변하니 제사, 명절도 부질없음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죠.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말이 실감납니다.
하지만 이 나이가 되어서도 옛 시골농가의 명절 풍경에 대한 그리움은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네요.
오늘 보내준 한편의 좋은 글을 읽고나니 문득 어릴적 고향생각이 나네요. 고맙소!
ㅡ 김종배
선생님의 말씀하신거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우리가 부모님이랑 있을때와를 생각하면
무조건 서글퍼 집니다.
이젠 나이도 들고
어찌하겠습니까?
닥치는대로 살아야지요
ㅎㅎㅎ
형님 추석 명절 잘 보내셨는지요? 글을 읽으면서 크게 공감이 갑니다.
홈피를 보면서 건강하게 활동하시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입니다.
동상!
반가워요.
경주 친구들은 얼굴 자주 보나요?
우린 가상공간에서나마 이렇게라도 자주 만납시다.
ㅡ 김정옥
이번 추석은 막내딸이 매년 매년 마련할것 같읍니다 내인생 언제까지 일런지 근데 이상한게 아직도 먼일같아요 좋기도하고 다음세대를 생각하면 미안하기도 하네요 오늘은 친구들과 가까운 시골전통 맛집에 나들이 하자네오
아무튼 모두들 건강하세요 건강이 최우선이지요 또 뵙죠.
ㅡㅡ사돈, 따뜻한 말씀 잘 받았습니다.
명절을 챙겨주는 자녀들의 마음이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도 드시겠지요. 그래도 너무 먼 훗날의 일은 미리 걱정하지 마시고, 지금처럼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 나누며 건강하고 즐겁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오늘 친구분들과 시골 맛집 나들이도 즐겁게 다녀오세요.
무엇보다 건강이 제일입니다. 늘 평안하시고, 또 반갑게 뵙겠습니다.
정기적인 산행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산의 세계를새로운 각도로 보고 느끼며 한 줄 한 줄 써내려 온 글이 따듯한 감동을 자아내게 하는 이교장의 무한한 능력에 감탄하는 바이오.
곧 수필집도 출간해 산사람들의 큰 박수도 받으면 좋겠소.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시길기도하오.
김천 동기 이익주 드림
따뜻한 격려의 말씀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산을 오르며 느낀 작은 감동들을 글로 남기는 일이 저에게는 또 하나의 즐거움입니다.
동기의 따뜻한 응원이 큰 힘이 됩니다.
늘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 막힘이 없어시길 바랍니다.
고마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