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때론
예고편 없이 급작스레 벌어지는 일들을 즐길 때가 있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인데다
오랫만에 만나는 지인과 첫 대면의 신선한 만남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이벤트 치곤 꽤나 퍼펙트 한 날이다.

안성 중앙대학교 뒷 자락에 가면
온갖 젊음들이 넘실 거리는 곳에 동인...예전엔
이해선 사진 작가- 무설재에 가끔 등장하는 신선의 친구- 의 유명한 카레라이스 전문점이었지만
지금은 중앙대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김수남 교수님의
꿈터 이기도 하다.
물론
그 유명한 카레라이스는 물론이요
와인과 독일 맥주는 현 동인만의 노하우가 곁들여져
최고의 손맛을 자랑하는 곳이기도 하다.
암튼
부지불식간에 모여
언제나 그래왔던 것 처럼 희희낙락을 넘나들다 보니
며칠동안 감기에 시달리던 신선이나
아직도 가을 끝 자락에 머물고 있던 김양수 화백이나
미국 여행길에서 돌아와
지인들과의 조촐한 자리를 만든 유병칠님이나
다들 흥겨움과 넘치는 에너지 만발 하기에 여념이 없으니
인연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알겠다.
하지만 아쉽게도
비연천방님의 부재...그 시간이 미련으로 남는다.

아주 오랫만에
그럴 듯한 분위기로 접해 보는 밤 마실이다.
일상처럼 드나드는 친밀함도 좋지만
가끔은 일탈이 필요한 경우가 있어
그때 만큼은 완벽한 분위기를 내어주는 곳이 최고다.

그런 까닭에 선택된 동인에서의 하룻밤.
영역을 넘나드는 음악과 선율이 그렇듯한 분위기 만점이요
맛깔스런 재즈 선율에 절로 들썩이는 어깨...

동인의 쥔장 역시 남다른 면모와 이력이 만만치 않음이니
독일에서의 7년간 유학 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후학 양성에 정진 중이나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의 살아남기...쉽지 않을 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곧게 자신의 생활을 리드해 나가는 그의 옆옆함이 보기에 좋다.
사실 문학박사라는 칭호 앞에
남들에게 보여지는는 권위와 존재감을 생각한다면
쉽지 않았을 레스토랑 경영을 별 거부감없이 드러내놓고 한다는 것
만만치 않을 결정이었을 터이다.
그런 그 남자
김수남님에게 박수를 보낸다.

어쨋거나
그 네 남정네들의 흥과 무르익는 분위기는 어느 덧 시공을 초월하고
한 컷 날리느라 분주한 무설재 쥔장만 바쁘기 그지 없다.

동인의 안주인이자 일어가 전공인 그녀 또한
자신의 본연의 자세를 잃지 않으며
현실을 추구하는 센스가 돋보이는 아름다운 여인이다.
게다가
손 재주 또한 뛰어나 그안의 소품들은 직접 솜씨를 발휘했음이니
그 또한 대단한 능력임이 분명하다.

서양화를 전공한다는 알바생...김양수 화백을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 마무리.
바르고 성실한 아름다운 청년이다.

이로부터
독일맥주와 와인의 향연은 계속되고
동인의 자랑거리 촛대 구경과 소품들을 구경하는 호사를 누린다.

독일 유학시절 절약을 몸소 실행하면서 유일하게 낙으로 삼았던
촛대 모으기...벼룩시장이 열리는 날을 기대하며
날이면 날마다 근사한 촛대 만나기를 꿈꾸었을 그의 행복감.
가난한 유학시절의 위로와 힘이 되어준 촛대 모으기는
이제 그의 재산 목록이 되어가고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해주는 흥미거리가 되었다.
매니아...뭔가에 미쳐가며 수집할 수 있는 열정,
그것이 부럽다.




또한
독일의 마트에서 달걀을 판으로 사게 되면
그 안에 꼭 조그맣고 앙징스러운 상징물이 사기로 만들어져 보너스로 나온다는데
그것을 죄다 모으는 것이 그곳 사람들의 취미이자 일상이라고...하지만
간혹 그 일을 걸르게 되어 구입하지 못하게 되면 빠진 인형을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요
매니아 들의 입장에서는 부르는 것이 값이라 하니
독일인들의 상술도 장난이 아니다.
게다가
그 장난감을 수집해 놓는 장식장까지 만들어 팔고 있음이니
계란 하나 사면서 인형, 장식대까지 구입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
대단한 상술이 아닐 수 없다.

이 자그마한 인형의 섬세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물론 장식용 접시 또한 매니아들의 열풍에 휩쓸리면
가격이 장난이 아니라고...

도자기로 만든 앙징스런 일상용품들...
보기만 해도 정겹고 아름답다.
하지만 그 또한 고가여서 쉽지 않은 선택이었노라고.
그러나
사람의 손으로 안되는 것이 없다.

직업은 피해갈 수 없는 법...
동 관련 제품 및 주물이 전문인 신선으로 부터 감정을 받게 된
이상한 학술세미나 한판....진품명품의 시간이 흘러간다.


그 많은 촛대들 중에서
신선이 선정한 좋은 촛대 작품 두 점.

최고의 작품으로 뽑혔다.
이유...일일이 손으로 정성들여 만들었으므로.

그리고 그 여파...
열심히 마시고 취하고 웃고 즐기고
흔들거리는 걸음새...그래도 좋았다.
간만에 들썩이는 마음이 들락날락이다.
......이 밤이 깊다.
첫댓글 행복 가득해 보이는 쥔장님 얼굴..(아직 상면전이지만) 눈 앞에 그려지는 자취...
ㅎㅎㅎ 맞습니다요. 간만헤 흥겹도록 놀았답니다. 마음 맞는 사람끼리의 정담이란 늘 즐거움이 배가 되는 법이죠.
주말 김영삼전시회 가서 문인화를 보다가 단순한 그림 몇 점이 있길래 언뜻 김양수화가가 떠올라서 김양수화가가 생각난다고 하니 김영삼화가 왈 '양수 우리 고향 후배라요.^^ ' 사투리도 심하게 쓰시눈...^^
오호호호....문인화는 카메라에 담아왔삼? 올려주삼.
많을 사랑을 받으며 독일에서 수집한 촛대가 한국에 와서는 별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었는데 김양수 화백님과 이유경 선생님에 의해 새로 태어난 느낌입니다. 독일에서 촛대를 하나하나 모을 때 그 기쁨은 말할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10년간의 대학강사와 대학부설연구소 전임연구원 신분으로 30여편의 논문을 발표하면서 전임교수되려고 노력했지만 2년전 대학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하루아침에 학과가 없어지면서 모교 전임교수의 꿈도 접게 되었습니다. 너무도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대학사회의 굴레에서 벗어나 지금은 마음 편히 잘 지내고 있습니다. 밖에 나와보니 학교가 너무 작아 보이고 할일이 너무도 많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정말이에요. 무엇 하나에 미쳐 보낸 그 세월을 생각한다면 많은 일상들이 억울하기 짝이 없지만 약간의 생각만 바꿔도 더 근사한 세상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게 되는 것...비싼 대가를 치르긴 하지만 그래도 더 늦지 않고 찾아낼 수 있었으니 얼마나 좋아요? 게다가 전심 전력으로 모았을 가난한 유학생의 희열감이 느껴져 사실 여타한 가치보다도 더 귀한 촛대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