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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쉼터 스크랩 인생은 파동을 타고 온다 / Humanities_인문학 산책. 우주의 홀로그래피 -파동공학의 눈으로 바라보는 우주
ysoo 추천 0 조회 108 16.09.17 22:48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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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ities_인문학 산책



인생은 파동을 타고 온다


그네의 원리로부터


어느 날 새벽 등산하던 도중 예기치 않은 문장 하나가 뇌리에 툭 떨어졌다. 소설 쓰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으니 나는 그런 경우를 그저 ‘영감(靈感)이 떠오르는 순간’이라고 간단히 치부한다. 물론 그것이 영감인 이유는 나 자신과 아무 인과성이나 개연성없이 툭 떨어지기 때문이다. 문장으로 떨어질 때도 있고 한 덩어리의 이야기로 떨어질 때도 있고 이미지나 상징으로 떨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영감은 일정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압축 파일을 풀듯 3차원적 해독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전모를 드러낸다. 그날 아침 내게 떨어진 문장은 이런 것이었다.


‘인생은 그네를 타고 온다.’


뜬금없이 떨어진 문장 하나 때문에 나는 일주일 이상의 해독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네와 인생이 무슨 상관인가, 나는 상투적으로 고심했다. 인생이 원관념이고 그네가 보조 관념이니 그네의 원리를 먼저 풀어볼 필요가 있었다. 초등학교 자연 시간으로 돌아가보자.


움직이지 않는 빈 그네가 있다. 아무도 타지 않고 거기에 에너지를 가하지 않으니 움직임이 없다. 약간의 바람이 불면 그네는 저 홀로 근뎅거린다. 하지만 그네는 저홀로 근뎅거리라고 만든 게 아니다. 사람이 타라고 만들어놓은 것이다. 사람이 그네에 앉으면 운동 주체가 생긴다. 그네에 앉은 사람은 발을 뒤로 굴러 그네가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발은 앞에서 뒤로 구르는데, 그네는 뒤에서 앞으로 나아가니 반작용에 의해 그네가 움직인다.


그렇게 움직이기 시작한 그네는 운동 원리에 의해 앞뒤로 오가며 에너지를 생성한다.
그네를 탄 사람이 힘을 많이 가할수록 진폭도, 에너지도 커진다. 하지만 높이 올라가 있을 때의 위치 에너지와 중력에 의해 밑으로 내려올 때의 운동 에너지는 역학적 에너지의 보전 법칙에 의해 동일한 값을 얻는다. 이와 같은 반복, 다시 말해 위치 에너지가 운동 에너지가 되고, 운동 에너지가 위치 에너지로 자리바꿈을 하는 반복적인 운동이 지속된다. 하지만 사람이 있어야 움직이는 그네도 당사자가 그것을 탈 의욕을 잃으면 여지없이 멈춘다. 힘을 가해 그네를 타던 사람이 가만히 있으면 공기 저항 등의 에너지 손실에 의해 그네가 더는 움직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네 타기가 인생이라면


지금까지 간단한 그네의 작동 원리를 살펴보았다. 그네는 사람이 타라고 만든 것이고, 그것은 사람에 의해 움직이거나 멈춘다는 것. 그 지점에서 나는 한 가지 가정을 대입했다.

만약 그네를 심심풀이로 타는 게 아니고 인생의 의무로 타게 만들면 어떤 결과가 생길까.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 죽는 날까지 날마다 24시간 단위의 수평 수직 운동-자는 일과 활동하는 일-을 반복하는 것처럼 그네 타기가 기본적인 생명활동으로 대체되면 ‘인생을 산다’고 하지 않고, ‘인생을 탄다’고 할지도 모를 일이다.


인생을 받아들이는 세상 사람들의 양상은 천차만별하다.

잘살아보겠다고 에너지를 지나치게 쓰는 사람, 삶이 힘들다고 궤도에서 이탈해 허랑방탕하게 사는 사람,
의욕을 상실했다고 자살하는 사람, 증오심에 불타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 자선을 베풀며 선행하는 사람, 자학과 원망으로 인생을 허비하는 사람, 망상에 사로잡혀 현실 인식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

일일이 열거하기 어렵지만 그 모든 양상이 자기 선택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면 의무적으로 그네를 타는 일에서도 동일한 양상이 나타날 것이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그네에 앉아 있다. 살아 있는 내내 그네를 움직여 생명 활동을 유지하고 그것은 죽음을 맞이해야 비로소 끝이 난다. 하루 24시간 단위로 날마다 생명 활동을 이어가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그네를 어떻게 타는가, 하는 문제가 남을 뿐이다.

당연히 그네를 잘 타는 사람, 못 타는 사람, 과욕을 부리며 타는 사람, 의욕을 잃고 타는 사람, 아예 그네에서 뛰어내려 일탈적인 삶을 사는 사람, 그것도 모자라 목숨을 끊음으로써 그네 타기에서 벗어나는 사람…. 현재의 우리네 삶과 다를 게 없을 터다.


인생의 문제와 그네의 문제, 인생에 대한 이해와 그네에 대한 이해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지만, 인생에서는 보이지 않던 현상을 그네에서는 찾아낼 수 있다. 인생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니 그것을 그네에 견줘보자. 그네는 그것을 탄 사람이 힘을 가하면서 에너지가 생성되고 그것은 주변으로 퍼져 나가며 파동을 만들어낸다.


파동 한 번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모든 그네와 그것을 탄 사람이 생성하는 파동이 온 우주에 영양을 미친다. 그렇게 보자면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며 만들어내는 모든 에너지는 파동이 되고, 그것은 물결처럼 사방팔방으로 퍼져 나가 서로 영향을 미치며 우주적 변화의 기운을 생성해낸다. 온 우주가 파동의 무한대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오직 자신의 에너지에만 사로잡혀 갈등하고 쟁투하고 고뇌하고 번뇌한다. 파동이 파동에 영향을 미쳐 그 모든 것이 하나의 파동을 이루는 걸 모르기 때문에 인생을 힘들게 사는 것이다.



"탄생으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우리 몸속에서 한시도 멈춤 없이 일고 지기를 반복하는 호흡과 심장박동 등의 모든 생리 현상과 뭇 동식물의 생명 현상도 일정한 주기를 따라 반복적인 변화 곡선을 그리는 파동 현상이다. 그뿐 아니라 가장 작은 물질인 소립자로부터 지구의 계절 변화, 태양계와 은하계 등등 광대한 천체의 운동을 망라하여 크고 작은 주기를 따라 움직이고 변화해가며 생멸을 반복하는 모든 것, 곧 우주 전체가 거대한 파동 현상이다."
-<우주의 홀로그래피>(이균형 지음, 정신세계사 펴냄) 중에서



모든 것은 파동이다


물리적으로 말해 모든 것은 파동이다. 그네도 파동이고 인간도 파동이고 인생도 파동이고 우주도 파동이다.

인생을 살건 그네를 타건 문제의 핵심은 파동으로 귀결된다. 하지만 인생을 잘 살고 그네를 잘 타기 위해서는 파동의 특징을 제대로 이해, 체득해야 한다.


인간은 감각 기관과 신체로 장파와 단파, 고주파와 저주파 등 모든 종류의 파동을 수신한다. 촉각은 고체, 미각은 액체, 후각은 기체, 시각은 빛의 파동을 포착한다.
거기에는 우주선(宇宙線)을 포함, 수천억 광년에서 오는 파동도 있다. 인간은 이 파동을 신체의 표면으로 포착하고, 그중 일부를 전자기파로 전환해 몸의 경락을 통해 체내에 순환시킨다고 한다. 그뿐 아니라 그 모든 일이 우리가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 잠재의식층의 자율신경에 의해 이뤄진다고 한다.

그와 같은 우주적 파동의 물결에 의해 몇 십 조나 되는 우리의 세포와 기관, 나아가 몸 전체가 충전되어 생명 활동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요컨대 파동은 우주적 오케스트레이션이자 무한 창조의 페스티벌이다. 모든 파동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되면 혼자라는 분리 불안에서 벗어나 우주의 파동 축제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파동의 가장 중요한 성질은 주기적 반복이다. 그런데 아시는지 몰라도,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것도 반복이다. “돌고 돌고 돌고~” 하는 전인권의 노래처럼, 식사와 배설과 섹스, 출근과 퇴근, 활동과 수면, 온갖 습관, 심지어 생각까지도, 우리는 조금 전에 한 짓을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죽는 순간까지 이 모든 것을 매일같이 끝없이, 끈질기게도 반복한다.

윤회설을 믿는다면, 우리는 마치 컴퓨터 게이머처럼 죽었다가도 다시 태어나고 또 죽고 또다시 태어나면서 끝없이 윤회 환생한다. 그만하면 지겨울 법도 한데, 사실 우리는 별로 지겨운 줄 모른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어쩌면 반복이야말로 파동인 우리의 생명을 부지해주는 힘이고, 반복이야말로 새로운 것을 체득하고 체화해 진화하기 위한 생명의 전략이어서 우리의 DNA에는 그 하염없는 반복을 지겨워하는 감각이 아예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주의 홀로그래피>(이균형 지음, 정신세계사 펴냄) 중에서


결국 그날 아침 내게 수신된 영감도 메시지(정보)를 담은 파동이었다. 그것은 반복적인 파동을 겪으며 인류는 진화하고, 또 우주의 삼라만상과 하나로 연결된다는 가르침을 주었다.

나-너-우리-인생-삼라만상-우주의 모든 것이 다 파동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인생은 파동을 타고 오고, 또 파동을 타고 간다. ‘나는 파동한다, 고로 존재하는 것이다’.


글 박상우(소설가) 일러스트 김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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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홀로그래피
파동공학의 눈으로 바라보는 우주


이균형 지음


과학 없는 종교는 장님이요,
종교 없는 과학은 절름발이이다.
― 아인슈타인


《우주심과 정신물리학》의 저자 故 이차크 벤토프와
《홀로그램 우주》의 저자 故 마이클 탤봇,
그리고 과학과 영성의 접점을 찾는 모든 탐구자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1부 파동의 조화 23
1장 파동의 성질 25
2장 정상파와 하모닉스 40
3장 파동의 세 얼굴 47
4장 생명과 파동 59


2부 홀로그래피의 메커니즘 79
5장 홀로그래피 파동공학 81
6장 홀로그래피의 암호 94
7장 홀로그램의 ‘신비’ 108


3부 홀로그래피의 눈으로 바라보기 123
8장 홀로그래픽 아날로지 125
9장 홀로그램 우주 134


4부 우리 안의 홀로그래피 169
10장 마음의 홀로그래피 171
11장 홀로그래픽 마인드 쿵후 202
맺음말 215



머 리 말


이것은 홀로그래피라는 광학적 가상현실 테크놀로지의 메커니즘과, 마음과 우주에 관한 이야기다. 호기심에 이 책을 집어들었다가 혹시나 ‘정신세계’니 ‘의식 진화’니 ‘구도’니 하는 단어들을 발견하고, ‘이건 내가 읽을 책이 아니로군…’ 하는 생각이 든다면 그 생각을 잠시 접어두고 좀더 들여다보시길 권한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독자들을 위한 책이기 때문이다.


1999년에 나는 범상치 않은 인연을 통해《홀로그램 우주》(Holographic Universe)라는 책을 만나고, 그것을 번역하여 국내의 독자들에게 소개하게 되었다.


홀로그램이란, 감쪽같은 가상현실인 레이저 입체영상을 허공에 비추어내는 필름이다. 그런데 홀로그램은 재래식 필름과는 달리, 아무리 잘게 조각내도 그 낱낱의 조각들이 모두 피사체의 온전한 전체 상을 담고 있는 전일적인 성질 등, 신비하고도 매우 의미심장한 몇가지 성질을 지니고 있다.


《홀로그램 우주》의 저자 마이클 탤봇Michael Talbot은 물질과학이 해명하지 못하고 있는 소위 ‘초자연현상’을 포함한 이 우주의 모든 ‘신비현상’의 성질이 바로 이 홀로그램의 성질과 같고,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견고하게 느껴지는 물질우주 또한 모종의 우주적 홀로그램이 만들어내는 감쪽같은 환영이어서 그 홀로그램과 같은 속살을 수시로 힐끗힐끗 드러내고 있는 것일 테니 홀로그램 모델이야말로 인간의 모든 수수께끼를 해명해줄 가장 완벽한 모델이라는 주장을 무수한 사례를 들어가면서 설득력 있게 펼친다.


나는 총각 시절에 정신세계, 곧 ‘도道’에 깊이 매료되어서 멀쩡한 직장을 박차고 나온 이래로 영어권의 정신세계 도서를 번역 소개하는 일을 해왔다.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했던 나는 자연히 의식현상을 과학적으로 해명하는 분야에 관심이 쏠리게 되었는데,《홀로그램 우주》를 번역한 이후로는 홀로그램이 내 삶의 화두가 되어서, 홀로그래피의 파동공학적 메커니즘을 탐구하면서 모든 현상을 그 메커니즘에 비추어 해명해보려고 애써왔다. 그리고 그것이 신기하게도, 다른 그 어떤 이론보다도 명쾌하게 많은 것을 해명해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렇게 10년이 지난 2009년부터 그간의 사색과 통찰을 정리한 결과물인《우주의 홀로그래피》라는 제목의 강의를 주변의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하기 시작했는데, 그 내용을 5년 동안 숙성시키고 다듬은 것이 같은 제목의 이 책이다.


입자물리학자들이 우주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서 우주를 이루고 있는 궁극의 기본입자를 찾아내는 데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듯이, 과학이란 우주라는 이 복잡계(카오스)가 그 가장 밑바닥에 감추고 있는 질서의 기본단위(프랙탈)를 찾아내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마이클 탤봇의 주장●처럼 이 대우주●●가 모종의 우주적 홀로그래피의 산물이라면, 그리고 그 홀로그래피의 메커니즘 속에 숨겨진 프랙탈을 찾아내어 그것이 시사하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우주의 숱한 비밀을 다 밝혀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홀로그램 우주》에서 깊이 다루지 않았던 홀로그래피의 파동공학적 메커니즘을 좀더 깊이 파고 들어가서, 그것을 통해 물질현상뿐만 아니라 의식현상과 영적 현상, 그리고 자연히 정신수행이라는 의식변성 과정의 메커니즘까지도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함으로써, 그것이 우리의 의식 진화에 내비게이터와 같은 역할을 하게끔 하려는 희망을 담은 하나의 시도다.

하지만 이 책은 보통 사람이라면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최대한 쉽게 썼으므로, 과학이나 정신세계에 관한 특별한 관심도 소양도 없는 독자라도 이 낯설고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이 책의 주제를 ‘내 존재의 관심사’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리라고 믿는다.


그러니까 제목이 말해주듯이, 마이클 탤봇의《홀로그램 우주》는 우주가 보여주는 홀로그램과 같은 성질의 초자연현상들을 열거하면서 우주가 얼마나 홀로그램과 흡사한지를 설명하는 책이었다면, 이 책《우주의 홀로그래피》는 그 이야기를 뒤이어서 홀로그래피의 파동공학적 메커니즘을 설명하고, 그 메커니즘에 비추어서 바라보면 이성의 눈앞에도 우주의 신비하고 ‘초자연적’인 온갖 현상들의 실체가 얼마나 선명하게 드러나는지, 그리고 한 발짝 더 나아가서, 우리 자신이야말로 자기도 모르는 가운데 얼마나 감쪽같은 홀로그램 쇼를 연출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배후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모든 것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해줄 것이다.


●참고동영상A: 마이클 탤봇《홀로그램 우주》 저자 인터뷰(cafe.naver.com/mindbooky/223)
●●흔히 ‘우주’라는 말은 과학의 탐구 대상인 물질우주만을 가리키지만, 이 책에서는 물질과 의식과 영의 세계를 망라한 온 우주를 지칭할 것이고, 그런 뜻을 특별히 강조하고자 할 때는 ‘대우주’라 부르기로 하겠다.



우주에 대해 끝없는 의문을 품고, 열린 마음으로 답을 찾는 탐구자의 태도로 책을 쓰려고 노력하기는 했지만 필자는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것뿐, 과학자도 아니고 관련 분야를 깊이 파고들어 일정 수준의 지식을 쌓은 ‘프로 같은 아마추어’도 못 된다. 오히려 알려고 하면 할수록 눈앞에는 광활한 미지의 공간만이 끝없이 펼쳐져 있음을 늘 확인하게 될 뿐이어서, 그저 ‘현재의 무지의 수준에서’ 이 책을 썼다.●


이 책은 ‘과학적 사실’이나 ‘비과학적 주장’들을 실마리로 필자에게 떠오른 의문에 대한 직관적 통찰에다 지적 추론과 상상과 억측을 덧붙여서 그려낸, 무수한 물음표를 달고 있는 미완의 상상도에 지나지 않는다. 최대한 주의를 기울이긴 했지만, 여기에 인용한 과학 및 영적 전통에 관련된 내용들 중에서 필자의 부주의나 몰이해에 의해 잘못 인용되거나 잘못 해석된 부분이 나중에 발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게다가 소개한 일부 재야과학자들의 연구내용이나 학자가 아닌 저자들의 주장은 실험을 통해 검증되지 않은 내용도 있다.
그리고 필자의 이야기가 간혹 논리적으로 비약하거나 설명을 못하고 넘어가는 부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것은 과학과 사이비과학, 거기에다 탈과학 내지 초과학 혹은 영적 직관의 세계에까지 발을 걸치고 있는, 장르가 모호한 요상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한갓 문외한의 불완전하고 터무니없는 ‘우주론’을 한 권의 번듯한 책으로 펴내고자 하는 이유는, 많은 오류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단편적으로는 여기에 담겨 있는 내용들이 일반인이든 구도자든 과학자든 읽는 이로 하여금 각자가, 존재의 궁극적 의문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부터 창조적 사색을 시작할 수 있도록 많은 실마리와 영감을 제공해주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대한은, 그것이 실제로 이 현실과 자신의 삶에도 잘 들어맞고 적용되는 모델임을 경험을 통해 확인해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홀로그램 우주관은 그토록 무궁무진한 영감과 새로운 경험의 보고다.


아무쪼록 이 실마리들이 각자의 독자적인 상상과 탐구와 실증적 경험을 재촉해서, 그 모든 새로운 조각들이 모여들고 스스로 아귀를 찾아 짜맞추어져서 언젠가는 하나의 새롭고 온전한 우주관으로 태어나기를 비는 마음으로 이 책을 바친다.


2015년 봄
글쓴이 이균형


● 본문에서 소개될 저자 이차크 벤토프가 자신의 주장에 대해 평소에 한 말이다.



들어가기


홀로그램 입체영상이 대중에게 처음 소개된 것은 아마도 1977년에 개봉되어 세계인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SF영화 <스타워즈Star Wars>에서 로봇 알투디투가 허공에 비춰 보여준 리아 공주의 영상이 아니었나 한다. 영화 속의 그것은 필시 영상조작의 산물이었겠지만 이제는 그 기술이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로 막 접어들고 있다.


리아 공주 ⓒstarwars.com


동영상 1 홀로그램 파워포인트 강연 (youtu.be/eLavoahAfv8)●


동영상 2 액자형 홀로그램



필자가 총각시절 배낭여행을 했던 1988년 유럽의 여러 대도시에는 홀로그램 박물관(Hologram Museum)이라는 간판이 붙은 작은 전시관들이 있었다. 거기서 놀란 눈으로 구경했던 홀로그램들은 이미지가 액자 앞의 허공으로 돌출되어 나오는 형태의 반입체상(실상)홀로그램과 위의 사진처럼 상자 속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은 입체상(허상)을 담은 액자형 홀로그램, 그리고 사람을 한동안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실린더형 홀로그램 등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소위 ‘홀로그램 입체영상’ 공연이 무대에 많이 오르고 있지만 대부분은 레이저를 사용한 진짜 홀로그래피가 아니라 착시효과를 이용하는 대체 3D 기술을 사용한 것이고, 홀로그래피에 관한 한 아직도 가장 기본적인 수준의 상설 홀로그램 박물관조차 가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무척 아쉬운 일이다.


실린더형 홀로그램 ⓒrayhologramart.com


동영상 3 오목거울 입체상(검색 키워드: Mirascope)


●이 책에는 동영상 참고자료가 많이 소개되어 있다. 동영상에 접속할 수 없는 경우를 위해 정지영상을 첨부하기는 했지만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동영상을 함께 보시기를 권한다. 가능한 한 인터넷 주소(사용가능한 단축 URL임) 나 유튜브 검색용 키워드를 덧붙였지만, 네이버 블로그 <우주의 홀로그래피>(blog.naver.com/mindkungfu)를 방문하면 원하는 동영상을 연결해주는 링크 페이지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 이용자는 표지 앞날개에 있는 <동영상 링크> QR코드를 통해 블로그에 접속할 수 있다. (QR코드 리더 앱 설치 필요)



홀로그램 입체상을 만들어내는 기술인 홀로그래피●는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 곁으로 다가올 가상현실 세계에서, 만져보기 전에는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이 안 되는 정교한 ‘시각적’ 가상현실을 구현해줄 중요한 테크놀로지다. 이것이 우리의 거실에 들어오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걸리겠지만, 홀로그램 입체상과 근본적으로 같은 원리에 의해 만들어지는 오목거울 입체상은 장차 홀로그램 입체상의 세계가 얼마나 실제와 흡사하게 우리 눈앞에 펼쳐질지를 예상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자체만도 그 옛날 천막극장에서 영화란 것을 처음 접했을 때 만큼이나 놀랍고 신기한 일이지만, 홀로그래피는 그 이면에 이보다 훨씬 더 신비롭고도 의미심장한 경이를 감추고 있다. 그 놀라운 신비를 빚어내는 메커니즘은 과학이 여태껏 풀지 못한 수수께끼를 다 풀어주고, 물질과학이 애써 외면해온 의식세계의 현상까지도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완벽한 이론적 모델이 된다. 이 책에서 우리는 홀로그래피의 메커니즘이 비춰주는 불빛을 따라 그 수수께끼의 답을 찾아갈 것이다. 파동공학과 물리학 개념이 등장하겠지만 필자도 비전문가이니 비전문가인 독자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명될 것이다.


●홀로그램은 레이저 입체상을 만들어내는 필름을 가리키는 말이고, 홀로그래피는 홀로그램 입체상을 구현하는 사진술이다. 흔히는 홀로그램 입체영상을 ‘홀로그램’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틀린 말이다.



홀로그래피는 파동공학 기술이다. 이 책의 1부에서는 파동을 좀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 파동의 성질, 파동과 입자의 관계, 우주를 입자의 집합이 아닌 파동의 집합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소개한다.


레이저를 이용하는 첨단 광학 테크놀로지인 홀로그래피는 뜻밖에도 누구나 금방 이해할 수 있는 아주 단순한 광학적 원리로부터 비롯된다. 2부에서는 그 메커니즘을 설명하고 홀로그램이 지니고 있는 신비한 성질들을 소개할 것이다.


3부에서는 홀로그래피 메커니즘에 비추어서 대우주 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소개할 것이다. 이 관점에 눈을 뜬 많은 과학자들의 연구가 아직은 ‘이단설’로 치부되고 있지만 이 관점은 기존과학의 불완전한 패러다임을 비약적으로 진화시켜서 인류의 삶을 극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4부에서는 다름 아닌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작동 중인 홀로그래피 스튜디오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나면 모든 것을 어떻게 바꿔놓을 수 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여기서 잠시 화제를 돌려, 초등학교 수준의 과학 문제를 하나 풀어보자.



곤충의 몸을 세 부분으로 나누면 어떻게 될까?
정답은 (머리), (가슴), (배)이다.
어떤 학생이 (죽), (는), (다)라고 답했다는 우스개가 한때 널리 떠 돌았다.


다음은 고등학교 수준의 철학 문제:
인간이라는 존재를 세 부분으로 나눈다면 어떻게 될까?
답은 (몸)과 (마음)과 (영)이다.
이번에도 (죽), (을), (까)?


몸과 마음과 영을 따로 떼놓으면 몸과 마음은 죽지만 영은 영원히 살아 있다. ‘영靈(spirit)’이란 사람마다 이해가 다를 수 있는, 심지어 사람에 따라서는 인정하기를 거부할 수도 있는 ‘추상개념’이지만, 홀로그래피의 원리를 이해하고 나면 당신은 그 존재를 종교적 믿음 대신에 과학적 이치를 통해 ‘구체적으로’ 명확히 이해하고, 그것을 몸소 경험해볼 수도 있게 될 것이다.



상, 종묘 남문 기둥의 삼태극 받침장식
하, 고구려의 금동장식에 새겨진 삼족오



마지막으로 대학교 수준의 과학철학 문제:
우주를 세 부분으로 나눈다면 어떻게 될까?
이 질문의 답이 이 책의 핵심적인 주제가 될 것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왜 세 부분일까?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등장하는 숫자는 3이다.

우리 민족은 3이라는 숫자를 유독 편애한다.

홍익삼경弘益三經●, 천부삼인天符三印●●, 천지인 삼재三才, 삼태극, 삼족오,세계에서도 희귀한, 뼛속까지 3박자인 우리 가락, 거기에다 ‘삼세번’까지…

하지만 3은 우리 민족에게만이 아니라 3화음, 3원색, 물질의 3상相(고체, 액체, 기체), 삼위일체 사상 등에서도 발견되듯이 우주 보편의 깊은 의미를 지닌 숫자다.


우주의 세 부분이란 우주의 세 가지 차원을 말한다. 홀로그래피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나면 우주를 이 세 가지 차원으로 명확히 구분하여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우주를 이렇게 세 차원으로 나누어서 바라보는 것은 이성으로는 접근하기 힘든 신비로 가득 차 있는 이 우주라는 무대와 그 위에 서 있는 우리 자신을 ‘이성을 통해’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결정적인 단서가 된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차원이 상호작용하는 메커니즘을 깨닫고 나면 오리무중을 헤매던 중에 갑자기 안개가 걷힌 듯이 이 우주의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내가 떠나온 곳과 지금 서 있는 지점과 가야 할 목적지, 그리고 거기에 이르는 길이 밝히 보일 것이다.


●건국 시대로부터 내려온 것으로 전해지는 우리 고유의 경전. 조화경造化經인 천부경天符經과 교화경敎化經인 삼일신고三一 神詰, 치화경治化經인 참전계경參佺戒經을 일컫는다.

●●환인의 조부 황궁씨가 무지에 떨어진 인간으로 하여금 우주의 근본은 하나임을 깨우치게 하려고 아들 유인씨에게 내려준 천지본음天地本音의 상징물 세가지.(부도지符都誌의 창세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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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동의 조화造化


홀로그래피는 특별한 종류의 파동인 레이저를 이용한 영상술이다. 홀로그래피와 그 속에 감춰져 있는 심오한 신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파동에 대해 좀 더 알 필요가 있으므로 1부에서는 파동에 대해서 학교에서 배웠던 것들을 간략하게 되짚어보고, 거기서 더 나아가서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던 매우 흥미로운 사실들을 소개할 것이다.


우주의 비밀을 찾아내려면
에너지, 주파수, 진동의 관점에서 생각하라.
― 니콜라 테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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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동의 성질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현상계 우주에서 우리의 존재는 가없이 펼쳐진 파동의 대양 속에 잠시 무늬 지었다가 사라져가는, 저마다 독특한 파동의 자그마한 덩어리들인지도 모른다. 그게 과연 그럴지, 이제부터 새로운 호기심으로 이 파동이란 것을 잘 살펴보자. 홀로그래피도 다름 아닌 ‘빛’이라는 파동이 빚어내는 조화造化이니, 파동이야말로 이 책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파동波動, wave, 어떤 에너지가 매질에 일으키는 움직임의 결….
‘물결’이란 말처럼 매질의 종류에 따라서 ‘소리결’, ‘전자기결’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 간단히 말해서 파동은 요동치는 에너지다.


파동의 대양


한시도 쉼 없이 호흡하고 있는 공기를 의식하지도 않고 살듯이, 우리는 파동의 대양 속에 온통 푹 빠져서 살고 있으면서도 그 파동의 존재를 의식적으로 알아차리는 일은 거의 없다. 이제부터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온갖 무수한 파동들에 주의를 기울여보자. 음파(소리)와 광파(빛)는 자연의 파동이다. 우리는 항시 이 파동들을 귀로 듣고, 눈으로 보고 있다. 이 파동들이 없으면 살아가기가 엄청나게 불편해질 정도로 우리는 존재의 매우 큰 부분을 이 파동들에 의지하여 살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파동’이라는 사실을 의식적으로 인식하면서 사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의 공간 속에는 소리와 빛, 그리고 찻잔 속의 물결이 있다. 가시광선은 전자기파의 넓은 스펙트럼 속의 아주 작은 일부지만 초당 한 자리 주파수로 진동하는 뇌파로부터 라디오, 텔레비전, 스마트폰, 전자레인지, 방사선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만들어내어 퍼뜨리는 무수한 종류의 전자기파는 우리 주변의 보이지 않는 대양과 같은 ‘빈 공간’● 속을 물결치는 파도다. 적당한 수신기만 있으면 우리는 각 주파수의 전자기파가 담고 있는 에너지와 정보를 다운로드해서 사용할 수 있다.


●전자기파의 매질이 무엇인지는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어떤 이들은 그 가상의 매질을 ‘에테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기 때문에 우리에게 그것은 ‘빈 공간’ 으로만 인식된다.


우리가 소리와 빛 없이는 살 수 없듯이, 만약 전파가 없다면 작금의 현대문명 시스템은 말 그대로 고장 난 자동차처럼 그 자리에서 끼익 하고 멈춰버릴 것이다.

1865년에 J. C. 맥스웰이 유명한 맥스웰 방정식을 통해 전자기파의 존재를 이론적으로 예언하고, H. R. 헤르츠가 전자기파의 존재를 실증하고, 1895년에 G. 마르코니가 전자기파를 이용한 무선신호 전달에 성공한 이래로, 오늘날에 이른 우리 문명은 마치 전파의 망망한 대양 위에 떠 있는 한 조각 나룻배와도 같다. 우리가 그 전파의 망망한 대양을 의식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 말이다.


전자기파의 스펙트럼



이런 파동들 외에도, 탄생으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우리 몸속에서 한시도 멈춤 없이 일고 지기를 반복하는 호흡과 심장박동 등의 모든 생리현상과 뭇 동식물의 생명현상도 일정한 주기를 따라 반복적인 변화곡선을 그리는 파동현상이다. 그뿐 아니라 이어질 이야기들을 통해 곧 깨닫게 되겠지만 가장 작은 물질인 소립자로부터 지구의 계절변화, 태양계와 은하계 등등 광대한 천체의 운동을 망라하여 크고 작은 주기를 따라 움직이고 변화해가며 생멸을 반복하는 모든 것, 곧 우주 전체가 거대한 파동현상이다.


파동의 가장 중요한 성질은 주기적 반복이다. 그런데 아시는지 몰라도,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것도 반복이다. “돌고 돌고 돌고~” 하는 전인권의 노래처럼, 식사와 배설과 섹스, 출근과 퇴근, 활동과 수면, 온갖 습관들, 심지어 생각까지도, 우리는 조금 전에 했던 짓을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죽는 순간까지 이 모든 것을 매일같이 끝없이, 끈질기게도 반복한다. 윤회설을 믿는다면, 우리는 마치 컴퓨터 게이머처럼 죽었다가도 다시 태어나고 또 죽고 또다시 태어나면서 끝없이 윤회 환생한다. 그만하면 지겨울 법도 한데, 사실 우리는 별로 지겨운 줄을 모른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어쩌면 반복이야말로 파동인 우리의 생명을 부지해주는 힘이고, 반복이야말로 새로운 것을 체득하고 체화하여 진화해가기 위한 생명의 전략이어서 우리의 DNA에는 그 하염없는 반복을 지겨워하는 감각이 아예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말했듯이 우리가 무생물로 분류하는 우주의 삼라만상도 생명체보다 훨씬 느리거나 훨씬 빠른 주기로 변전變轉과 생멸을 끝없이 반복한다. 그렇다면 파동이야말로 우리의, 생명의, 만물의 본성이요 실체가 아닐까?


●삼사라(samsara, 輪回界)의 끝없는 생사유전流轉과 그 모든 반복을 영원히 벗어나서 왔던 곳, 잊고 있었던 곳인 영원한 안식의 집(本源)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고자 하는’ 생명의 감춰진 환본還本본능을 ‘구도심求道心’이라 부른다. 반복을 좋아하는 본능과 그것을 벗어나고자 하는 본능은 진화를 추구하는 생명이 지닌 양날의 도구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을 입자들의 덩어리, 곧 몸뚱이로 여긴다. 파동의 대양 속에 떠있는 입자의 섬? 과연 그럴까? 지금 주의를 호흡으로 돌려서 가만히 느껴보라. 숨결이 파도처럼 밀려 들어왔다 나갔다 한다. 심장을 느껴보라. 심장의 리드미컬한 박동과 함께 혈액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모여들었다 한다. 당신은 이 책 뒷부분의 간단한 연습을 통해서 자신이 입자의 모습으로부터 파동으로 변신하여 공간 속으로 끝없이 퍼져나가다가 마침내는 흔적 없이 사라져버리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각 장들을 읽어나가는 동안 당신은 파동이 만물의 보이지 않는 배경으로 존재하면서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만물을 지배하고 있었음을 갈수록 더 확연히 깨닫게 될 것이다.


물음

주파수가 무한대인 파동도 존재할까? 그리고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는데, 무한대 주파수의 파동은 정지상태에 접근하는 뇌파인 델타파와 통할까?●


●이 책 전반에 걸쳐 제기될 ‘물음’들은 필자가 이 주제를 탐구해오는 과정에 떠올랐던 의문들인데 독자들도 이 의문들을 함께 품어보면서 읽어가면 좋을 것이다. 물음들 중 ‘일부’에 대한 ‘필자의’ 답은 필요에 따라 내용 중에 제시될 것이다. 의문이 충분히 응집되면 당신은 기준광(이 말의 뜻은 나중에 알게 된다)이 우주의 홀로그램을 검색하여 그 답을 또렷한 입체상으로 비춰 보여주는 것을 문득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파동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는,


주기(cycle)
주파수/진동수(frequency)
파장(wave length)
진폭(amplitude)
마루/골/마디(crest/trough/node)
위상(phase)
매질(medium)


이런 용어들을 쓴다. 대개 뜻을 알고 계시겠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뜻이 설명되거나 절로 분명해질 것이다.


파동의 여러 모습


선의 진동

정현파


선으로 표현된, 가장 친숙한 모습의 파동이다. 그러나 실제로 자연계에서 이런 모습의 파동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예컨대 줄이 흔들리면 이런 모습이 된다. 음파나 전자기파등의 파동을 이렇게 표시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실제 모습이 아니라 수학적으로 단순화해서 표현한 모습이다. 그림처럼 일정한 주기와 진폭을 가진 파동을 수학과 과학에서는 ‘정현파正弦波(sine wave)’라 부른다.


면의 진동

동심원 파문


연못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이 동심원 파문은 대부분의 파동의 좀더 실제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것도 파동의 전체 모습이 아니라 한 단면의 모습일 뿐이다.


공간의 진동

동심원 파문


그림은 평면파로 진행해오던 파동이 벽에 부딪혀서 벽 가운데에 난 작은 구멍을 통해 빠져나오면서 회절(뒤에서 설명된다)이라는 광학적 작용을 통해 구면파를 이루는 모습이다.

자연 속의 대부분의 파동은 이처럼 3차원 구면파의 형상을 띠고 있다.●


물음

시공간의 진동? 파동의 4차원적인 모습은 어떨까?



/ 패러다임의 전환 총서 4


우주의 홀로그래피ⓒ 이균형, 2015

2015년 4월 10일 펴낸 책(초판 제1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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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 블랙홀



우주가 홀로그램이라는 이론을 뒷받침하는 시뮬레이션


중력에 대한 10차원 이론이 더 낮은 차원에서의 표준 양자 물리학과 동일한 예측을 제공한다.


우리 우주가 단지 하나의 거대한 투영에 불과할 수 있다는 이론에 대해서 이제껏 나온 가장 명백한 증거를 물리학 연구팀이 제시했다. 1997년에 이론물리학자인 주안 말다세나(Juan Maldacena)는 무한히 얇은 진동하는 끈으로부터 중력이 생긴다는 대담한 우주 모형이 확립된 물리학의 용어로 재해석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제안을 한 바 있다.

9차원의 공간과 1차원의 시간에 존재하는 끈들로 이루어진 수학적으로 복잡한 그 세계는 홀로그램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실제 작용은 중력이 없는 더 단순하고 더 평탄한 우주에 나타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말다세나의 생각이 물리학자들을 전율시킨 이유는 널리 알려져 있지만 여전히 증명되지 않은 끈 이론을 견고한 기반 위에 세울 수단을 제공했기 때문이었고, 양자 물리학과 아인슈타인의 중력이론 사이의 명백한 불일치를 해결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생각은 물리학자들에게 ‘쌍대성(duality)’이라는 수학적 로제타석(Rosetta stone)을 제공하였다. 쌍대성은 두 언어 사이에서 상호 번역할 수 있도록 하며, 한 모형에서는 다루기 힘든 것처럼 보이는 문제들을 다른 모형에서 해결할 수 있게 하며,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 이후로 말다세나의 생각이 타당하다는 것은 매우 당연하게 여겨져 왔지만, 엄밀하게 증명할 수는 없었다.


‘arXiv’에 게시된 두 편의 논문에서, 일본 이바라키대(Ibaraki University)의 요시후미 히야쿠타케(Yoshifumi Hyakutake)와 동료들은 말다세나의 추측이 맞다는 것에 대한 실질적인 증명이 아니라면, 적어도 강력한 증거는 제공하고 있다. 한 논문에서, 히야쿠타케는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이른바 가상입자들의 효과는 물론, 끈 이론의 예측을 토대로 하여 블랙홀의 내부 에너지, 사건지평선의 위치, 엔트로피, 그리고 다른 특성들을 계산했다. 다른 논문에서는, 중력이 없는 상응하는 저차원 우주의 내부에너지를 그와 동료들은 계산했다. 이 두 컴퓨터 시뮬레이션들은 일치했다. “정확한 계산인 것 같다”고 말다세나는 말했다. 그는 현재 프린스턴고등연구원(Institute for Advanced Study in Princeton)에 있으며 이번 연구팀의 연구에는 기여하지 않았다.


“이번 결과는 양자 중력과 끈 이론에 나오는 수많은 아이디어들을 시험할 흥미로운 수단이다. 이 두 논문들은 지난 몇 년에 걸쳐 일본 연구팀이 제출한 일련의 논문들의 절정이다. 연달아 제출된 전체 논문들이 매우 훌륭한 이유는 우주의 이중성을 해석적 시험법이 없는 영역에서 시험했기 때문”이라고 말다세나는 말했다. “그들은 우리가 사실임에 틀림없다고 상당히 확신했지만 여전히 추측만 했던 무언가를, 즉 블랙홀의 열역학적 특성이 저차원 우주로부터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을 아마도 최초로 수학적으로 확인했다”고 스탠퍼드대(Stanford University)의 이론 물리학자 레오나르드 서스킨드(Leonard Susskind)는 말했다. 그는 홀로그램 우주라는 생각을 연구한 최초의 이론가들 중 한 명이다.


일본 연구팀이 연구한 모형 우주들 중 어느 것도 우리의 우주와는 닮지 않았다고 말다세나는 말했다. 블랙홀이 있는 우주는 10차원을 갖고 있으며, 그 중 8개의 차원은 8차원의 구를 형성한다. 중력이 없는 저차원의 우주는 1개의 차원이 없으며, 그 우주의 양자 입자들의 동물원은 서로 부착된 이상화된 끈들, 즉 조화 진동자들의 그룹을 닮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겉보기에 공통점이 없는 이 두 세계들이 실제로는 동일하다는 수리 증명은 우리 우주의 중력 특성이 언젠가는 더 간단한 우주에 의해서 순전히 양자 이론의 용어로 설명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고 말다세나는 말했다.


출처: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2013-12-19


/ 서울대학교 연구처. 산학협력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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