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위령성월을 맞아 인사드립니다.

찬미예수님! 주임 신부입니다. 오늘부터 매월 1일에 우리 복수동 성당 다음카페에 인사말을 쓰려고 합니다. 이 글을 통해 여러분의 지나온 한달을 되새겨보고 새로운 한달을 계획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어느덧 성모님의 보호와 전구 속에서 묵주기도를 바치는 풍요로움이 지나가고, 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인해 스산해진 가운데 하나 둘씩 떨어지는 낙엽이 죽음을 묵상하도록 우리를 인도합니다. 또한 형형색색의 나뭇잎들이 세상을 아름답게 수놓는 가운데 풍성한 결실의 계절인 가을도 끝자락에 와 있습니다. 이처럼 삶과 죽음에 대하여 묵상하기 좋은 시기인 11월에 보편 교회는 위령성월을 지내고 있습니다. 이 기간에 우리는 세상을 떠난 부모나 가족, 지인들의 영혼과 특히 연옥 영혼들의 영원한 안식을 위하여 기도하고 희생을 바치며, 먼저 하느님의 품에 안긴 모든 성인들의 전구를 통하여 우리들도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도록 은총을 청하게 됩니다.   또한 11월은 전례력으로 볼 때 한 해의 마지막 시기입니다. 이 시기의 독서와 복음의 말씀들은 지난 1년을 마무리하고 죽음과 종말에 대한 묵상을 하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도록 이끌어줍니다. 그러기에 위령성월은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도 깊이 묵상하는 때입니다. 그래서 11월 1일부터 8일까지 묘지를 방문하고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신자들은 연옥에 있는 이들에게만 양도할 수 있는 전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전통은 ‘모든 성인의 통공’과 ‘영원한 삶’에 대한 신심을 북돋아 주고 있습니다. 한편 교회는 위령성월의 첫날인 오늘 모든 성인 대축일을 지냅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성인이란 시성식이나 전통에 의해 교회 안에서 공식적으로 성인으로 인정받은 분들만을 뜻하지 않고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모범을 따라 생활하다 죽은 후 하느님과의 일치를 누리고 있는 모든 분들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이 대축일의 의미는 순례 중에 있는 지상 교회와 이미 하느님과의 일치를 누리고 있는 성도들로 이루어진 천상 교회와의 일치에 있으며 이 전례를 통하여 지상 교회는 자신이 장차 누리게 될 지복직관을 미리 맛보면서 희망의 여정을 계속할 힘을 얻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마태 5,1-12ㄴ)에 나오는 “참 행복”에 관한 예수님의 말씀도 이를 잘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행복한 사람의 조건으로 제시한 것처럼 우리의 마음이 가난하고, 슬퍼할 줄 알고, 온유하고,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르며, 자비롭고, 마음이 깨끗하고, 평화를 이루며, 의로움 때문에 받는 박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때, 우리는 이 세상 안에서도 이미 참 행복을 맛보며 영원한 생명의 길로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이 기쁨은 세상 안에서의 즐거움을 포기하고 온전히 하느님을 향할 때 맛보는 기쁨입니다. 비록 세상살이에 힘겨워서 내 몸은 축날지라도 하느님 안에서 삶의 활력을 얻게 됩니다. 결국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주시는 참 행복의 길은 세상의 가치관에서 벗어나 하느님의 가치관, 즉 십자가의 수난과 죽음을 통하여 극명하게 보여주신 하느님의 논리에 따르는 생활일 것입니다. 그러니 위령성월에 여러분의 한해를 되돌아보면서 죽어서도 가져갈 수 있는 하늘의 보화를 많이 쌓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