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 가자지구 내 얼마 남지 않은 의료시설은 상상조차 어려운 압박 속에서도 여전히 가동 중이다. 다수의 의료진들은 이스라엘 군의 계속되는 공습으로 인해 남쪽으로 대피해야 했다. 하지만 여전히 포위된 채 북부에 남아있는 의료진들은 제한적인 전력과 물 접근성에 대처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경없는의사회 팔레스타인 현장 책임자 인터뷰) 예루살렘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팔레스타인 의료 코디네이터 기예메트 토마스(Guillemette Thomas)가 가자지구 10월 19일(현지시각) 상황을 문답 형식으로 전한다.
2023년 10월 16일 이스라엘 군의 공격으로 부상을 입은 환자가 알 시파 병원에 도착해 심폐소생술을 받고 있다. ©Ali Jadallah/Anadolu via AFP
현재 가자지구 내 병원들 상황은 어떻습니까?
이스라엘 당국의 대피 명령은 백만 명 이상의 주민들이 서둘러 가자지구 남부 지역으로 향하라고 강제하는데, 그래서 이들은 북부에 남아야 할지 떠나야 할지 매우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놓였습니다. 의료진들의 경우에는 환자들을 포기하고 떠날지 혹은 본인의 목숨을 걸고 환자들 곁에 남을지 선택해야 했죠.
일부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병원에 남아 계속해서 환자들을 지원했습니다. 우리는 국경없는의사회가 수년간 화상 환자들을 치료해온 가자 시내 알 시파(Al-Shifa) 병원에서 보건부 직원들을 지원 중인 몇몇 동료들과 연락을 취하고 있습니다. 현재 의료진들은 지난 열흘간 끊임없는 폭격을 겪으면서 가자지구 주민들과 같은 운명에 처했습니다. 우리 동료들은 이스라엘 군의 공격이 시작된 이래로 의사들과 기타 의료진들도 사망했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가자지구에서 매일 800명에서 1,000명 정도가 부상을 입지만, 해당 수치는 병원에 올 수 있었던 이들만을 말하는 겁니다. 의료시설로 접근하는 것이 매우 위험하고 연료 부족으로 인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가장 위중한 환자들만이 치료를 받으러 옵니다. 분쟁 시작 이후 9,7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하지만 치료를 받는 게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들은 몇 시간 내로 사망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가자지구 보건 체계는 아직 가동 중입니까?
우리는 이미 환자 치료 체계의 붕괴를 목도하고 있습니다. 의료진들은 더 이상 환자들을 제대로 치료하거나 신규 환자를 수용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의료진, 약품, 의료 장비가 전부 부족해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활동하고 있죠. 복합적 외상, 화상, 골절, 부러진 사지 등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환자들과 기타 환자들이 계속해서 유입되고 있습니다.
가자지구의 주요 병원인 알 시파 병원은 현재 끊임없는 폭격을 피해 그곳으로 대피한 수천명의 사람들을 수용하고 있습니다. 가자지구 전역이 어두워진 상황에서 알 시파 병원은 아직 전기가 들어오는 몇 안 되는 장소 중 하나지만, 이 곳마저 연료가 부족해 길어봐야 24시간 밖에 버티지 못할 겁니다.
결론적으로 전기가 없으면 많은 환자들, 특히 중환자실, 신생아실, 혹은 심폐보조장치를 달고 있는 환자들은 사망에 이를 것입니다. 당뇨나 암 같은 만성 질환을 지닌 환자들과 임신부들 또한 전반적으로 약이 부족해 위태로운 상황이죠.
현재 남쪽으로 대피한 사람들의 거주 환경은 어떻습니까?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물이 되어버렸습니다. 현재 가자지구 주민의 60%, 즉 백만명 이상이 물과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없이 지내고 있는 걸로 추정됩니다. 진료소들이 문을 닫아 기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불가능하고 위생상태도 매우 열악하죠. 심각한 부상자들뿐만 아니라 열악한 거주 환경으로 인해 설사, 호흡기 및 피부 감염, 탈수 증상을 겪는 환자들이 급증하고 여성과 아동을 포함한 취약 인구의 목숨이 심각하게 위태로워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자지구 내 주민 절반이 18세 미만입니다. 하지만 이들을 치료하기 위한 의료 시스템이 남아있질 않습니다.
의료 지원에 있어 우선순위는 무엇입니까?
우선 병원들이 재가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휴전이 보장되어 약품과 연료가 대규모로 반입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취제가 다 고갈되면 외과의들은 더 이상 수술을 집도할 수 없게 됩니다.
백만 명의 피난민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들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기 전에 식수위생과 기본적인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전쟁터 한가운데에서 산다는 것
이스라아 알리(Israa Ali)는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Jabalia)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통역사다. 이스라아는 수일간 이어진 폭격으로 실향민이 되었다. 폭격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대피해야 했던 경험을 전한다.
폭격으로 인해 가자지구 내 건물이 완전히 파괴된 모습 ©Mohammed Baba
현재 가자지구 주민들의 하루하루는 말로 형언하기가 힘듭니다. 아침이 오면 모두 이미 완전히 깨어 있는 상태입니다. 잠시나마 눈을 붙여보려 애써봐도 근처에서 들려오는 폭격음으로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깨어 있는 상태로 누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를 듣습니다. 전기와 인터넷이 필수인 현대에 살면서도 우리 휴대폰은 충전을 못 해 전원이 꺼진 지 오래입니다.
발전기를 돌릴 연료가 있는지 서둘러 확인하면 이미 발전기는 멈춰 있습니다. 완전히 봉쇄된 가자지구에서 살고 있음을 다시 깨닫습니다.
이런 암담한 생각에 잠기려던 찰나에 의식을 일깨우는 건 흐릿하게 들리는 아이의 목소리입니다.
“엄마, 나 배고파. 아침 먹고 싶어.”
그나마 남은 최소한의 재료로 아침을 만들면서, 문득 이렇게 끔찍한 환경과 반복되는 전쟁의 세상 속으로, 특히 지금 이 괴로운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세상 속으로 아이들을 데려온 저 자신이 원망스럽습니다.
아이를 보호하고 모든 걸 다 해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심정입니다. 낮 동안 계속해서 들려오는 강한 폭발음은 저를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게 하지만, 이럴 때야말로 아이를 위해 굳게 마음을 먹고 강해져야 하는 게 강인한 부모겠죠. 하지만 솔직히 저도 저를 진정시켜줄 누군가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해가 지는 것이 끔찍하게 두렵습니다. 이스라엘 군의 드론, 전투기, 군함, 격렬한 로켓과 폭탄이 산불처럼 곳곳을 뒤덮습니다. 수도 없이 자다 깨서 우는 아이들과 스스로를 진정시킨 후, 저의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다른 가족들을 떠올립니다. 저 멀리 떨어진 곳에 대피해 있지만, 똑같은 상황을 마주하고 있을 제 가족들을.
가족들은 조준해서 떨어지는 폭탄들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있을 거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애쓰지만 소용은 없습니다. 가족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전까지는 계속 걱정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