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아웃소싱의 환상에서 깨어나라
비용절감 효과 내지 못하자 일부 기업은 철회에 나서기도
Should I Stay or Should I Go?
웨슬리 버치는 자신이 해외 아웃소싱을 과신했다는 점을 인정한다. 미국 미주리주 미니애폴리스에 본부를 둔 헬스클럽 체인 라이프타임 피트니스의 기술담당자인 버치는 지난해 말 새 지점을 낼 부지를 선정·평가하는 데 사용할 소프트웨어가 필요하자 해외로 눈을 돌렸다. 프로그래머들에게 시간당 60달러가 아닌 6달러만 지불해도 되기 때문이었다. 결국 몇달 전 그는 인도의 유명 아웃소싱 회사를 위촉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문제는 오히려 커져만 갔다.
그들은 버그 투성이의 코드를 만들어냈을 뿐만 아니라 그 오류를 수정하기 위해 시간외 근무까지 해서 비용을 증가시켰다. 버치는 마침내 계약을 취소하고 미국의 프로그래머들을 고용했다. 이제 그는 업계 동료들에게 그런 프로젝트를 해외 아웃소싱하다가는 낭패를 볼 것이라고 조언하고 다닌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만이 그런 일을 경험한 것은 아니었다. 버치는 “업계 동료 수십명과 얘기를 해봤는데 모두 나와 동감하고 있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최근까지 미국 기업들에는 해외 아웃소싱이 만사형통의 사업 전략처럼 보였다. 미국 회사들은 간단한 기술과 고객 서비스 업무를 인도와 필리핀 같은 나라의 열의 있는 고학력 근로자들에게 아웃소싱함으로써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었다. 그에 따른 이익은 소비자들이 갖는 불가피한 부정적 인상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이런 움직임이 추진력을 얻으면서 해외 아웃소싱은 미국 대통령 선거의 한가지 이슈로까지 떠올랐다.
후보자들은 해외 아웃소싱을 실시하는 기업 최고경영자들을 배신자로 간주해야 할지, 또 어떻게 하면 미국의 일자리를 해외에 빼앗기지 않을 수 있을지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그러나 많은 미국 기업들은 인건비가 싼 해외로 아웃소싱하는 것이 알려진 것처럼 그렇게 쉽고 이익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 인도의 방갈로르 같은 인기 아웃소싱 지역에서는, 물론 미국에 비하면 아직 훨씬 낮은 편이지만, 임금과 부동산 가격이 기록적인 수치로 치솟아 비용이 예상보다 훨씬 많이 들고 있다.
또 미국 기업들은 콜센터 같은 단순 업무만 해외로 내보내다가 소프트웨어 개발 등 보다 더 복잡한 작업까지 아웃소싱하게 되면서 해외 인력이 일관된 양질의 결과물을 공급하는데 미흡한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이런 좋지 않은 경험은 부메랑 효과를 낳고 있다. 일자리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온쇼어링’(onshoring)이라고 부른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 리서치의 분석가들은 2004년을 해외 아웃소싱의 효과에 대한 ‘각성’이 시작되는 해라고 선언했다.
환상에서 깨어나는 미국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아웃소싱 움직임은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IDC 리서치사는 세계 경제가 더욱 글로벌화되면서 2007년에는 해외 아웃소싱 투자가 지금의 4배로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분명한 것은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그리고 한때 해외 아웃소싱을 장려했던 기업들이 생각을 고쳐먹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지에서의 비용 증가는 기업들의 각성을 가져오는 요인들 중 하나일 뿐이다.
방갈로르에 있는 거대 아웃소싱 회사들의 경우 매년 최대 40%의 직원들이 보다 더 편한 통근과 높은 임금을 약속하는 새로운 직장을 찾아 회사를 떠난다. 실리콘 밸리에 본부를 두고 미국의 신생기업들이 저임금 국가에서 사무실을 개설할 수 있도록 돕는 차터 벤처 캐피털사의 라비 치루볼루는 현지인들은 “캘리포니아 출신처럼 검게 그을리고 실리콘 밸리의 첨단 휴대폰 e메일 서비스 단말기인 블랙베리를 벨트에 찬 미국인들에게는 대개 사무실 대여료를 높게 부른다”고 말했다. 치루볼루는 이제 사람들에게 주의하라고 조언하고 있다며 “2년 전과 달리 지금은 아웃소싱에 대해 많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몇달 동안 일부 유명 기업들이 취한 행동도 이런 우려가 사실임을 입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는 미국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컴퓨터 관련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해 해외에 설립한 직원 20명의 헬프 데스크를 신속한 현지 대처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다시 미국으로 들여 왔다. 신용카드회사 캐피털 원은 지난달 뉴델리의 콜센터 직원들이 매출을 늘리기 위해 고객들에게 회사측이 인정하지 않은 서비스 제공을 약속한 것을 적발하고 난 뒤 2백50명의 콜센터 계약을 취소했다.
컴퓨터 제조업체 델 역시 인도 내 기술지원 센터에 연결된 고객들이 부정확한 발음과 형편없는 서비스에 대해 항의하자 아웃소싱을 철회했다. 그러나 이 회사들은 다른 해외 아웃소싱은 계속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가트너 리서치의 분석가 프랜시스 카라무지스는 회사들이 해외 아웃소싱을 철회하는 것은 주로 미국 내 의사소통 및 조직 문제와 관련이 더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들이 오로지 비용 절감에만 치중한 나머지 진정한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문제를 해외로 떠넘기려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해외 아웃소싱에 드는 비용을 줄이면서도 수준을 유지하고 관리를 잘 할 수 있을까? IBM은 지난주 하나의 해답을 찾았다. 1억6천만달러 이상을 들여 인도 최고의 기술 서비스 회사 중 하나로 직원 6천명을 거느린 닥시사를 매입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해외 근로자들이 잘 할 수 있는 종류의 일에 대한 기대치 또한 낮춰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도의 기계 기술자 G. V. 다사르티는 신기술 개발은 아직 인도의 특기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인도에는 기술혁신과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주장을 담은 글을 최근 인터넷에 올렸다. 다사르티는 인도 기술력의 실체가 “아웃소싱 사업을 둘러싼 과장된 홍보에 밀려 묻혀버리고 있다”고 말했다.
점점 더 많은 회사들이 해외로 보내도 좋을 업무와 그것을 원격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면 미국에서 일고 있는 지나친 아웃소싱 열풍도 사라질 것이다. 그때까지는 해외 아웃소싱을 달가워하지 않는 대중을 설득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는 것이 진정한 혁신인 듯하다. 미국 업계의 최신 유행어가 바로 ‘라이트쇼어링’(right-shoring: 올바른 아웃소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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